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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196화 (476/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196화

68. 실스터의 귀환

입릴의 화신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뭘까?

새로운 화신의 성능?

게스트의 실력?

진행자들의 입담?

전부 아니다.

입릴의 화신을 시청하는 시청자들 대다수가 기다리는 건 바로 지금의 상황.

처음으로 게스트가 랭크 게임에서 화신을 선보여야 하는 이 상황이다.

“아. 이제 픽해야 하는데. 이거 벌써부터 팀원들이 뭐라고 할지 기대가 되죠?”

킹귤이 실실 웃으며 말하듯.

게스트가 실전에서 신규 화신을 픽할 땐, 엄청난 갈등이 필연적이다.

-ㅋㅋㅋㅋㄹㅇ

-존잼ㅋㅋㅋㅋ

-일가친척 학살 직전ㅋㅋ

-???: 부모님은 살려드릴게

-조상님 소환 1초전

큰 갈등이 벌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릴이란 게임의 특성 때문이다.

릴 공성전은 다섯 명씩 팀을 이루어 진행하는 게임이며, 각자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이때 고르는 화신의 종류가 승패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대회에선 소위 ‘밴픽’이라고 한다.

대회에서 밴픽이 게임의 절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어떤 화신을 고르는지에 대해 팀원들이 예민할 만도 하다.

만약 자기 역할과 전혀 맞지 않는 화신을 고르거나, 숙련도가 떨어지는 화신을 골랐다면, 팀의 승률은 확 내려간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오늘 막 출시된 화신을 골랐다면?

[원딜님 뭐 하세요?]

[저 소리요.]

[소리…… 그러니까, 오늘 나온 거? 그거 고른다고?]

서포터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분위기가 좋지 않다.

당연하다. 새로 출시된 화신은 숙련도가 높을 일도 없거니와, 어떤 역할에 최적인지도 연구도 덜 된 상태이니. 승률이 곤두박질치는 픽이다.

다른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도 한마디씩 한다.

[소리?]

[오늘 나온 거 한다는 거임?]

[아…… 미친.]

[신캐충 뒤져~ 제발~]

킹귤은 재밌어 죽겠다는 듯 말한다.

“이거 벌써 반응이 장난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

-ㅈ됐다

-시작된다

-이게 릴이지!

“저분들은 지금 아몬드인 거 모르거든요? 알면 좀 나을 텐데요.”

아이디조차 폴리스사에서 지급한 아이디를 쓰고. 누군지 모르는 상태로 진행되니 인지도로 어떻게 비벼볼 수도 없다.

그러나, 진행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 아몬드 님인 거 알아도 욕먹을 거예요.”

“예? 왜죠?”

“그야, 아몬드 님 티어가 다이아라서, 여기 사람들에 비해 낮아서 인정 못 받을 거예요.”

“아~!”

킹귤은 까먹고 있었던 사실을 기억해 내며 손뼉을 친다.

“그렇네요! 여기 게스트들 대부분이 마스터 이상 티어니까 그 생각은 미처 못 했어요.”

릴에선 랭크 티어가 전부이다.

인지도고 뭐고 티어가 낮으면, 팀원들 간의 알력 다툼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스트리머라도 티어가 전부인 세상이니까요.”

“그럼 아몬드 님은 이득이네요.”

킹귤의 말에 진행자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갸웃거린다.

“이득이라구요?”

-욕먹는게 이득?

-???

-또 뭔 소리를 하려고 ㅋㅋ

킹귤은 당연한 거 아니냔 듯 주억거린다.

“다른 마스터 티어 이상 게스트들은 사실 억울하게 욕먹는 파트인데. 아몬드 님은 어차피 욕먹을 거였잖아요. 그러니까 이득이죠.”

-오히려 좋아 ㅋㅋㅋ

-ㄹㅇ이넼ㅋ

-무친 사고방식

다른 게스트들은 티어를 까면 욕을 안 먹을 일을, 아몬드는 어차피 욕먹을 상황에 욕을 먹는 게 되니, 차라리 낫다는 것이다.

사고방식이 조금 독특하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자, 이제 아몬드 님 픽할 차례 왔죠?!”

“예. 아까는 말로만 픽한다고 선언한 거고. 이제 진짜 픽하는 순서가 왔어요. 팀원들 반응이 여기서 어떻게 될지…….”

쿵.

이윽고, 아몬드의 픽이 등장했다.

별 이변은 없었다.

[신중한 사냥꾼 - 소리]

역시나 그의 픽은 신중한 사냥꾼 소리.

오늘 처음 나온 화신이다.

이런저런 얘기로 꽤 시끄럽던 대기실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아…… 갑자기 침묵!”

-ㅋㅋㅋㅋㅋㅋㅋㅋ십

-아 난 못 버틴닼ㅋㅋ

-어우……

잠시 후. 조금씩 다시 대화가 이어졌다.

별로 좋지 않은 쪽으로.

[씹. 진짜로 하네.]

[쉣…….]

[아. 조졌네. 나 오늘 첫 큐인데. 제발 누가 대신 닷지 좀…….]

탑 미드 정글의 반응은 투덜대는 정도였으나.

[아니…….]

서폿은 목소리부터가 꽤 격양되어있었다.

그는 원딜러와 함께 행동하는 포지션이라,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테니까.

“지금 나왔죠!? 서포터의 아니시에이팅!”

-아니시에이팅ㅋㅋㅋ

-앜ㅋㅋㅋ

-ㄷㄱㄷㄱㄷㄱ

아니시에이팅.

한타나 전투 시작을 거는 행위인 이니시에이팅(Initiating)이란 게임 용어와 ‘아니’라는 말의 합성어다.

심한 갈등이 생기기 전엔 대체로 ‘아니……’로 시작하기 때문에 생긴 말.

여기서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아니……’란 말 이후, 서포터가 슬슬 혀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아니 님 그거 몇 판 해봄? 해보긴 함? 개똥 느낌이던데.]

[한 판 해봤어요.]

-???

-구라잖앜ㅋㅋ

-연습모드에서 한 판ㅋㅋㅋ

[하아.]

서포터의 한숨에 채팅창은 웃음 바다가 됐다.

-찐텐 한숨ㅋㅋㅋ

-저 새끼 한 판도 연습모드인 거 알면 오열한닼ㅋㅋ

-ㅁㅊㅋㅋㅋㅋ

-잠시 후, 원딜 찬양을 하게될 신도입니다

서포터는 아몬드의 뻔뻔한 응대에 더 화가 뻗쳤는지.

이런 폭탄 선언을 해버린다.

[누가 닷지 좀. 나 겜 안 함. 씨발. 마스터 티어 랭크가 장난임?]

그는 다른 사람들더러 이 게임을 취소(닷지)해 달라 요청하며 보이콧을 선언한다.

-ㄷㄷㄷㄷ

-캬! 이게 릴이지!

-오오오

-도구 새끼가ㅉㅉ

-지가 닷지할 것이지

“아! 지금 서폿이 단단히 화났어요!? 픽창에서부터 이러면 게임 많이 힘들거든요!”

아몬드는 머리를 긁적이며 서포터에게 말한다.

[닷지 본인이 하면 되지.]

사실 아몬드는 왜 본인이 직접 하지 않는지 정말 궁금해서 말한 것인데.

그 말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어버렸다.

[아. 나 승급전이라고! 막판이라고!]

승급전.

랭크를 올라가기 직전 시험처럼 치르는 게임이다.

총 3게임이 주어지며 그중 2판을 이겨야만 다음 티어로 승급할 수 있다.

만약 진다면 다시 이겨서 승급전을 따내야 하는데.

승급전 때는 픽창에서 게임을 취소하는 ‘닷지’ 행위도 패배로 간주한다.

즉, 픽만 보고 게임을 포기할 권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좋든 싫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게임을 이겨야 하는 것이다.

[아…… 그럼 별수 없죠.]

아몬드는 안타깝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ㅁㅊㅋㅋㅋㅋㅋ 개얄미웤ㅋㅋㅋ

-서폿 당장이라도 부모님 안부 물을 것 같은뎈ㅋㅋ

-근데 솔직히 서폿 멘탈 ㅈㄴ 쓰레기네 ㄹㅇ

서포터가 고함을 지른다.

[뭔 남 일처럼 말해!? 너 때문이잖아! 이 새끼야! 너 때문에 질 것 같으니까! 나가려는 거잖아!]

[그럼 나가면 되지]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폭발ㅋㅋㅋㅋ

-아몬드 식 딜교 ㅋㅋㅋㅋ

-어우

[하아. 씨발…… 저기요 님들? 다들 닷지 불가능해요?]

서폿은 시종일관 너무 태연하게 대답하는 아몬드의 태도에 할 말을 잃어버렸는지.

그냥 다른 포지션들을 붙잡고 제발 한 번만 닷지해 달라고 빌었다.

그러나, 아무도 굳이 닷지를 대신 해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크흠…….]

[일단 시작해 걍.]

[굳이 닷지는 좀…….]

이에 진행자는 의문을 품었다.

“아니. 아무도 막상 닷지를 안 해주네요? 당장에라도 때려치우고 싶어 하더니?”

아까만 해도 게임하기 싫어하지 않았던가?

근데 왜 이들은 닷지를 안 하는 걸까? 승급전도 아닌데.

이에 킹귤이 대답해 준다.

“제가 또 랭크 심리학자 아닙니까? 이거 왜 그런지 정확히 알아요.”

“정확히요? 왜죠?”

“기회비용의 상대성. 이라고 저는 부릅니다.”

-존나 거창하넼ㅋㅋ

-귤소리 on

-랭크 심리학잨ㅋㅋㅋ

“자, 보세요. 막상 승급전인 사람 하나 있으니까. 괜히 난 손해 덜 보는 것 같은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아세요? 내가 져도 저놈보단 상황이 나으니까. 닷지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지는 게 별로 안 무서워지는 거죠!”

“아~ 그러니까, 손해를 저울질했을 때 저놈보단 내가 덜 손해니까. 이게 손해를 덜 본다고 느끼는 거죠?”

“예. 승급전 지는 놈도 있는 마당에, 내 랭크 포인트 정도는 별거 아닌 기회비용이 되고, 혹시 이길 수도 있는 이 도박에 한번 걸어보게 되는 겁니다! 사실 냉정하게 수학적으로 생각하면 말 안 되는데. 사람 심리가 그렇습니다.”

“이야~ 역시 릴입니다. 온갖 인간군상을 다 볼 수 있어요!”

-엄마! 이거 사회 탐구라니까!? 엄마! 이거 사회 탐구라니까!? 엄마! 이거 사회 탐구라니까!?

-유발 하라리가 릴을 했다면 사피엔스가 3년은 더 빨리 나왔을 것.

-ㅁㅊㅋㅋㅋㅋㅋ

“자. 게임 시작하죠?”

이윽고, 게임은 시작돼 버렸다.

“서폿 게임 안 한다고 이상한 거 골랐거든요? 아이언볼 서폿? 어떻게 되나 보죠~!”

“아니. 승급전은 지가 하는 건데. 왜 지가 트롤하죠?”

“그게 인간의 신비라니까요!”

-아이언볼 서폿 십ㅋㅋㅋ

-와 개트롤이네 ㄹㅇ

-신고마렵누

-ㄷㄱㄷㄱㄷㄱ

* * *

일단 게임은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픽창에서의 불화는 그대로 인게임까지 이어졌다.

처음 시작은 성소에서 다섯이 모인 채인데.

다른 4명은 슬슬 움직일 채비를 하는 반면, 서포터는 우두커니 가만히 있었다.

[아. 울팀 서폿 안 움직이네.]

탑라이너가 볼멘소리를 한다.

[병신이 지 승급전인데. 지가 안 움직임?]

[애초에 아이언볼 고른 거부터가 처맞아야지~]

아몬드도 마음 같아선 한마디 해주고 싶긴 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그에게도 이 사태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지 않은가? 오늘 출시된 화신을 고른다니. 아몬드가 봐도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나만 잘하자.’

그는 일단 혼자서라도 잘하자는 생각으로 기본적인 아이템을 구비 후, 바텀 라인으로 향할 뿐이었다.

‘1 대 2로 싸우게 생겼네.’

서폿과 원딜이 팀을 이뤄 2 대 2 전투를 펼치는 바텀 라인전.

아군 서포터는 현재 게임을 안 하니까. 아몬드는 졸지에 처음 하는 화신으로 2 대 1 전투를 펼치게 생겼다.

보통의 플레이어라면 여기서 이미 멘탈이 나갈 수도 있는데.

아몬드는 그렇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멘탈 컨트롤이 뛰어나기도 했고.

‘오히려 좋지. 올튜브 각이잖아.’

애초에 그는 이제 천성 스트리머가 아니던가?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연출되는 걸 오히려 즐기게 됐다.

스트리머는 랭크를 올리자고 릴을 하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상황이 편해진다.

[미니언이 생성되었습니다!]

‘온다.’

미니언들이 다가온다.

그는 다가오는 미니언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최대한 사리면서 미니언만 잡고 버틴다.

그걸 성공하면 레벨 업만큼은 아몬드가 더 빠를 거다.

둘이서 먹을 경험치를 혼자 먹게 되니까.

레벨이 역전되는 순간, 정글러랑 같이 기회를 본다. 이게 아몬드의 생각이었는데.

‘어……?’

지이이이이잉!

웬걸.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저 뒤에 누군가 보이는 게 아닌가?

‘서포터?’

바로, 게임 포기 선언했던 서포터다.

그가 아이언볼의 스킬 ‘구른다’를 쓰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굴러오고 있었다.

일부러 적에게 죽어주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다.

[랭크에서 오늘 나온 화신 고르는 놈 이겨줄 필요 없음.]

그는 이런 말을 유언으로 남긴 채.

아몬드 옆을 쌩 지나쳤다.

‘!’

아몬드는 눈을 부릅뜨고 최대한 머리를 빠르게 굴려봤다.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놈이 죽어주면, 레벨 업 역전을 천천히 노린다는 계획은 다 물거품이 된다.

그러나, 그냥 죽는 건 아니다.

‘뭔가 소모될 거야.’

상대가 때려야 죽는다.

적 바텀 듀오는 우리 서포터를 죽이기 위해 스킬 혹은 평타를 치기 위해 시간을 쓸 것이다.

뭐라도 소모될 것이다.

즉, 틈이 생긴다.

‘나도 같이 간다.’

그 틈을 노려야 한다.

저들이 던져주는 서포터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먹는 그 찰나의 빈틈.

그걸 틈을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 벌려놔야 한다.

타코가 했던 말이 있다.

「혼자 던지면 트롤이지만, 다같이 던지면 한타가 된다」

타악──

그런 생각으로, 아몬드는 발을 박차고 뛰었다.

서포터 뒤로 바짝 붙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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