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200화 (480/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00화

69. 잡았다 요놈(2)

입릴의 화신은 폴리스 사에서 주관하는 방송이다. 어느 정도 격이 있는 방송이란 말이다.

상황이 그러하니, 방송에 등장한 불특정 다수의 유저들을 보호하고자 닉네임을 가려놓는다.

릴 설정 중에 닉네임 대신 오로지 화신의 이름만으로 보이게 하는 설정이 있었다.

물론 그들의 얼굴 역시 그저 화신의 모습으로 보이게 하는 설정도 존재했다.

덕분에 유저들의 사생활(?)은 보호됐을지 모르지만.

오늘 신나게 트롤을 시도했던 서포터의 행방은 묘연해지고 만다.

일반적인 트롤링 상황과 다르게, 나중에 다시 게임을 진행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처벌도 어려웠다.

[현재 입릴의 화신 트롤러 ‘애호박’ 박제 ㅋㅋ]

그러나 오늘 방송을 시청하던 사람들 중 하나가 그를 찾아내 버린다.

-참교육 가즈아

-오늘 저녁은 지옥에서 먹어라 애호박아 ㅋㅋㅋㅋ

-ㅋㅋㅋㅋㅋ나도 바로 던진다 저놈 만나면

뿔이 난 시청자들은 커뮤니티 글에 몰려가 애호박이 ‘교육되기를’ 기대했으나.

-근데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음 ㅋㅋ

-찾으면 뭐 하누……

-범죄자만 신난 대한민국

└겜 한 번 던진 걸로 그런 얘기는 쫌……ㅋㅋㅋㅋ

└뭔 근죄자여……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메시지로 욕이나 보내는 거 외엔 없었다.

그마저도 이 당사자가 닉네임을 바꿔 버리면 할 수 없는 짓이다.

그러던 중.

“이거 참교육시키면 방송 좀 흥하려나?”

피디가 중얼거리는 이 말을 주혁이 들었다.

‘방송이 흥해? 그런 걸 왜 걱정하지.’

입릴의 화신은 사실 시청자가 보장된 프로그램이다.

새로 나온 화신을 폴리스에서 정식으로 소개시켜 주는 영상이니까.

당연히 수많은 릴 유저들이 봐준다.

물론 단순하게 스킬만 보여주는 영상이 시청자가 더 높긴 하지만.

조금 더 이해를 하기 원하거나 볼거리를 원하면 이 영상을 볼 것이다.

즉, 수요자들에게 별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그런데 무슨 방송이 흥하고 말고를 고민한단 말인가?

이런 속마음을 듣기라도 한 듯 피디와 옆의 작가가 대화를 나눈다.

“하긴, 요즘…… 이런 거 소개해 주는 영상이 너무 많아져서…… 그런 거라도 필요할까요?”

“응. 참교육 뭐 이런 거 쇼츠로 만들면 잘 팔리지 않냐.”

“그쵸. 아무래도. 저희 포맷이 좀 올드해져서. 쇼츠로 어그로 끌 거라도 있음 좋겠네요.”

아. 그런 거였나. 주혁은 대번에 이해했다.

입릴의 화신보다 보기 편하고, 라이트한 소개 영상들이 올튜브 도처에 깔리기 시작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모양이다.

“근데 어떻게 참교육을 해요? 억지로 하면 오히려 이상해요.”

“그래. 애매하다. 제대로 트롤링을 해줬어야 했는데. 지금 하는 포맷은 5인 팀전이라 그런 애 또 안 나올 테고.”

주혁은 잠시 방송 화면을 지켜봤다.

5인 조합을 만들어서 킹귤, 진행자에 더해 스태프들 몇몇까지 5인 조합을 만들어 싸워보는 포맷이다.

5인 조합으로 게임을 돌리면 상대도 5인 팀이 나온다.

5대5 팀전에선 트롤러가 나올 일이 없다. 이미 서로 다 아는 사이인데, 고의 트롤 같은 게 존재하겠는가?

‘그러니까 새로운 트롤러를 기대한다는 건 무리지.’

아무리 아몬드의 화법이 트롤 생산에 특화되어 있다지만, 이런 상황에서마저 누군가를 트롤하게 만든다면 그건 아몬드 잘못일 거다.

‘그럼 아까 그 녀석을 참교육하는 게 최선이잖아?’

주혁은 머리를 굴려봤다.

사실 그는 게이머가 아니라 아까 그 애호박이라는 서포터가 얼마나 큰 잘못을 한 건지 잘 모른다.

그저 방송이 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싸움에 참전하는 것뿐.

‘아.’

그의 머리에 뭔가 번뜩 떠올랐다.

“저기…….”

그는 피디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예?”

“참교육.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나온 말에, 피디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몬드 매니저라고 따라온 사람이잖아.’

사실 방송 작가들이 해야 할 일인데 매니저가 의견을 낸다니. 흔치는 않은 일이다.

다만, 그리 혹하지도 않는 일이다. 업계인이 아닌 사람이 와서 몇 마디 제안이랍시고 해주는 게, 잘 먹히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까.

“……어떻게요?”

그래도 피디는 뭔가 열의가 넘쳐 보이는 매니저의 표정에 형식상 물어는 봐줬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말이다.

* * *

새로운 화신에 대한 두 번째 검증은 5인으로 진행된다.

이건 소리라는 화신이 팀 조합적으로 어떻게 쓰일 수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아마 솔로 랭크보단 팀 랭크전에 좀 더 유의미한 검증일 터다.

조합은 킹귤이 짜고, 킹귤도 직접 플레이에 가담하는데.

단순히 5인 랭크를 하는 게 아니라, 이 조합에 대항할 플레이어를 제작진이 모집한다.

즉 이 시점에 게스트를 하나 더 불러오는 것이다.

물론 이 촬영장으로 부르진 않고 온라인상으로.

“자. 이제 곧 배팅 시작할 텐데요. 게스트가 누군지가 중요하겠죠?”

그리고, 이 게스트는 보통 프로게이머나 프로 경력이 있는 사람이다.

-ㅇㅇ

-무슨 말도 안 되는 애 데려오면 못 이김ㅋㅋ

-누구지?

“팝콘입니다!”

두둥.

싸구려 효과음과 함께 화면에 팝콘이 프로 시절 보여주던 플레이들이 흘러나온다.

[우승! 월즈 우승입니다아아아!]

캐스터의 우렁찬 샤우팅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

그 옆엔 프로 시절 전자파가 보인다.

-레전드네 ㄹㅇ

-이거 밸런스가 맞아???

-얘도 오래 쉬어서 맛 갔어 ㅋㅋㅋ

-지금 티어 마스터임ㅋㅋㅋ

-캬 근본 오지네

물론 팝콘이 저 시절 실력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는 월즈 우승 이후 전자파보다 2시즌 정도만 더 활동했을 뿐이었다. 그것도 미국 리그에서.

그는 이미 충분한 돈을 벌어 은퇴 후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중이었다.

듣기로는 푸드 트럭 장사를 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다고.

[아. 아. 안녕하세요.]

보이스를 통해 팝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야. 팝콘 님. 진짜 간만이네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푸드 트럭은 시작하셨나요?”

[아. 지금 론칭이 코앞입니다. 그거 광고하러 나왔어요]

-ㅁㅊㅋㅋㅋㅋ

-대놓고 ㅋㅋ

-엌ㅋㅋ

“그렇군요. 팝콘 파나요?”

[아쉽게도 그렇게 단순하진 않구요. 쿠바 샌드위치라는 걸 팝니다. 이거 제가 미국에서 활동할 때 진짜 맛있게 먹었는데. 한국엔 거의 없어서요.]

-연봉 루팡 시절 ㅋㅋㅋ

-연봉만 훔쳐온 게 아니고 레시피도 훔쳐왔군요?

-크 애국자네 달러도 가져와 레시피도 가져와

-ㅋㅋㅋㅋㅋㅋ몰락기……

[하쿠바마타타! 많이 이용해 주세요! 여의도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아~ 예. 잘 알았습니다!”

진행자가 팝콘의 말을 끊어냈다.

“자. 들으셨죠? 전 챔피언 푸드트럭 사장님 대 해설자와 스트리머. 누가 이길까요? 지금 라이브로 보시는 여러분. 배팅 열었으니까. 배팅 들어가시죠! 킹귤은 1번! 팝콘은 2번입니다~~”

그렇다.

이번 대결에 배팅까지 들어가게 된다.

-푸드 트럭 사장이 힘을 숨김 ㅋㅋ 222

-맨날 가던 푸드 트럭 사장이 알고 보니 월드 챔피언!? ㅋㅋㅋ 닥 2지~

-11

-견과류를 난 믿는다 1111

-22222

-2번

채팅에선 1과 2가 반반인 듯 보이는데…….

“이야. 포인트 앞에선 솔직하네요. 이 사람들?”

“아하하. 여기 아몬드 시청자분들도 많은 걸로 아는데. 너무한 거 아닙니까?”

투표 현황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2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1: 9%]

[2: 91%]

사실 이유는 뻔했다.

조합을 짠 킹귤도 릴에 대해 이해도가 높고, 아몬드도 훌륭한 플레이어이다만.

아무리 릴의 도사라고 해도 새로 나온 화신을 기반으로 급조한 조합으로 월즈를 호령하던 전 프로가 포함된 팀을 이기는 힘들다.

-아무리 그래도 팝콘은 못 이김ㅋㅋㅋ

-오늘 나온 화신으로 어케 이김

-이건 2지

-팝콘 근데 지금 실력 ㄹㅇ 다이아 수준이던데

-난 1로 역배 달달하게 먹으련다.

“와. 이 사람들 지금 제 조합도 안 들어보고 투표하고 있는 거잖아요?”

킹귤은 억울하다는 듯 말하지만. 진행자는 현실을 알려줬다.

“예. 그거 들었으면 아마 1%도 안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ㄹㅇ

-맨날 ㅈ같이 예능 조합 들고 오면섴ㅋㅋ

-엌ㅋㅋㅋ

-ㄹㅇㅋㅋ

“아. 여러분 물론 이건 아셔야 합니다. 밴 카드는 킹귤 님만 있으시구요. 저쪽은 우리 조합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애초에 조합을 실험하는 게 취지인데, 상대가 핵심 픽을 밴해 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도입된 룰이다.

단, 밸런스 유지상 킹귤은 적의 픽을 밴할 수 있었다.

“이거 알고 투표하셔야 해요!”

아직 투표시간이 안 끝나서 조금이라도 밸런스를 맞춰보려는 진행자의 노력이 있었으나.

[1: 11%]

[2: 89%]

아주 조금 높아졌을 뿐이다.

[투표 종료]

여전히 압도적인 투표 결과였다.

진행자가 아몬드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몬드 님. 이 투표 결과.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아몬드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뗐다.

“예. 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번에 저한테 투표하신 분들한텐 포인트 넉넉히 챙겨드리겠습니다.”

“파이팅 넘치시는 거 좋구요. 그럼 킹귤 님.”

“예!”

“조합 이제 설명해 주시죠.”

“예. 제 조합은 ‘못 먹어도 고!’라는 이름입니다.”

-??

-이름부터가 싸한데

-못 먹는다는 거네

-ㅋㅋㅋㅋㅋㅅㅂ

-1번 찍은 놈들 오열 ㅋㅋㅋ

-?? 제대로 해라 진짜 ㅡㅡ

-먹고 고 하면 안 되냐?

불길한 네이밍 센스에 1번을 찍은 시청자들이 반발이 거세졌다.

“자, 자. 이야기는 들어보고 까봅시다! 킹귤 님. 설명 계속해 주시죠!”

“예. 소리에 있는 로프 이동의 킬 관여 시 초기화 스킬을 최대한 활용하는 거죠. 소리가 원딜이긴 해도 제대로 활약하려면 로프를 써서 상대에게 다가가지 않습니까?”

“그렇죠. 약간 인파이팅 원딜 느낌이긴 합니다. 말이 모순적이긴 하지만, 필요할 때 들어가서 싹 쓸어와야 하는 그런 느낌이죠.”

“예. 활의 사거리도 생각만큼 길지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다 같이 돌진으로 들어가서 박살 내고 소리 펜타킬을 유도하는 그런 조합을 짜본 거죠. 그러니까 킬을 못 먹을 것 같아도 들어가는 조합. 그리고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죽이면 로프 쿨이 초기화된 소리가 날뛰는 거죠!”

“아. 구성원이 어떻게 되죠?”

“일단 탑은 아이언 볼.”

-???

-ㅁㅊㅋㅋㅋㅋ

-그걸 또 써?

-PTSD

-재투표해! 이 투표 무효야!

-부정선거임 이거

“지금 또 분위기가 험악해지는데요? 아이언 볼이라는 건 아까 전 판의 오마주인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니구요.”

킹귤이 손을 휘휘 내저으며 혐의(?)를 부인했다.

“돌진 조합에 보통 많이 들어가잖아요?”

“예. 그럼 미드는 뭐죠?”

“이게 재밌는데. 미드도 로프 어쌔신입니다.”

“아…… 로프 로프 조합이네요?”

“그렇죠. 심지어 정글은 그거예요. 용 조련사입니다.”

“아아……!”

-진짜 로프 VS 가짜 로프 ㅋㅋ

-어 이거 그건가 ㅋㅋㅋ

-택배 조합 ㅋㅋㅋㅋ

“용 조련사는 강신기를 쓰면 맵을 거의 가로질러서 날아다닐 수 있죠! 근데 그걸 로프 어쌔신이 로프를 걸면 같이 날아가는 그런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그걸로 같이 돌진하겠다는 거죠?”

“예. 맞는데, 그것뿐은 아닙니다.”

“뭐가 더 있어요?”

“소리도 로프를 쓰면 어떻게 될까요? 소리도 분명히 화신에게 로프를 맞힐 수 있거든요. 그리고 그 화신이 움직이면 따라가거든요?”

-ㄷㄷ

-3인 이동?? 그게 되나 설마 ㅋㅋ

-ㅈ버그 아냐? 그거?

-공식 해설자가 버그 악용ㅋㅋㅋㅅㅂㅋㅋ

“아니. 이거 버그 아니에요!”

킹귤이 버그 악용이라는 말에 해명한다.

“아니, 킹귤 님. 근데 로프 어쌔신은 로프 사용이 자유자재라 가능한데. 소리의 경우엔 로프가 당겨지는 게 강제인데요? 날아가던 도중에 다 당겨지면 그냥 거기서 떨어지는 거 아닐까요?”

“제 생각엔 로프가 당겨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돌진하면 돼요. 그래서 서포터로 준비한 게 ‘시간 마법사 - 크로노지’입니다!”

-미친 조합이네 ㄹㅇ

-나름 말이 되는데??ㅋㅋㅋ

-바텀 라인전 너무 힘들지 않나

-돌진해서 죽으면 부활까지?? ㄷㄷ

-이론상 나쁘지 않은 듯.

크로노지. 시간 마법을 다루는 화신이다.

거창하게 시간 마법이라곤 했지만, 아군의 이속을 빠르게 하거나 적의 이속을 느리게 하거나. 시간 차로 터지는 시간폭탄을 맞혀서 다수의 적을 멈추게 하거나. 등등 CC 전문 서포터이다.

강신기는 무려 부활.

미리 죽을 것 같은 아군에게 이 강신기를 걸고, 그 아군이 7초 이내에 죽게 되면 부활한다.

물론, 적도 바보가 아니기에 이 강신기가 걸린 적을 더 이상 때리지 않아서, 부활이 쓰이는 게 쉽진 않다.

그래도 대놓고 죽으러 들어가는 돌진 조합엔 꽤나 유용한 강신기이다.

다만, 이 크로노지의 문제라고 하면 본인의 본체 체력이 너무 약하다는 것. 그리고 대미지가 너무 없다는 거다.

즉, 완전히 보조로서의 역할만 강력한 서포터인다.

그게 결국 서포터 아니냐? 하겠지만, 서포터들 중에서도 유독 공방에 약해 라인전 단계에서부터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자. 그럼 입릴은 그만하고. 진짜 보러 갈까요?”

“예. 전 준비됐습니다.”

“아몬드 님은 소리. 킹귤 님은 용 조련사를 하시는 거죠?”

“예!”

-ㄷㄱㄷㄱㄷㄱ

-크

-잼겠당 ㅋㅋ

-ㄱ ㄱ ㄱ ㄱ

이윽고 게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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