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02화
70. 못 먹어도 고(1)
[이야~! 릴 재밌다아아아!!]
킹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바텀에서 쏘아 올린 더블킬에 신바람이 난 것이다.
그가 신난 이유 첫 번째.
[어떻습니까?! 제 조합이! 예!?]
본인이 짠 조합이 제대로 성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크로노지 시간 동결이랑 빙결 화살이랑 제대로 맞물리면 아예 못 움직이고! 그사이에 소리가 장전 끝내서 딜을 이어갈 수 있는 조합이라구요!]
-와 정글링 하면서 혓바닥을 쉬질 않누
-본격 혀로 딜하는 용조련사 ㅋㅋ
-ㅋㅋㅋㅋㅋㅋㅋ근데 조합 사기 ㅇㅈ
소리의 치명적인 단점인 2초간의 공백을 없애는 데에 초점을 맞춘 조합이었다.
로프 → 빙결 → 시간 동결 → 빙결……로 이어지는 콤보로 2초 시간을 버는 것이다.
[단! 여기서 빙결 화살이 빗나간다는 가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하하하!]
아, 물론 소리의 화살이 빗나가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콤보다.
“아. 그렇죠? 숙련도가 낮으면 이거 대미지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조합이 될 수도 있는 걸! 아몬드 님이 이렇게 잘 살리신 겁니다! 그걸 또 고려해서 이런 조합을 킹귤 님이 짜신 거구요!”
-ㄷㄷㄷ
-자강두천이 한 팀에?!
-크
자신의 그저 머릿속 망상으로 짜본 조합이 완벽하게 발동해 버릴 때의 쾌감이란, 생각보다 엄청났다.
그렇기에 이게 킹귤이 신나 있는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는 좀 더 단순한 것이다.
[정글러 킹귤~ 바텀 쪽 카정 들어갑니다!]
그건 바로 그가 정글러이기 때문이다.
-지가 지 이름을 왜 부르냐
-무사 무휼이여?ㅋ
-ㅋㅋㅋㅋ해설 머신ㅋㅋㅋ
-개웃기네 ㅋㅋㅋㅋ
-킹규리 카죵드로갈꼬야~ 데헷~!
정글러는 탑, 미드, 바텀 이 세 갈래의 라인 중 어떤 라인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어떤 라인에도 속해 있다.
즉, 라이너가 힘들어지면 정글러도 힘들어진다.
라이너의 일이 잘 풀리면, 정글러도 플레이가 수월하다.
일단 영역을 넓히기가 쉽다.
그때 하는 게 카정이다.
상대 영역으로 취급받는 장소까지 들어가서 그곳의 몬스터를 죽이고 경험치 및 골드를 획득하는 것.
그걸 카운터 정글링, 줄여서 카정이라 한다.
“아. 신난 킹귤! 지금 입에서 주스를 흘리면서 상대 영역으로 카정을 들어갑니다!”
카정을 통해서 상대 정글러가 먹어야 할 몬스터 경험치와 골드를 습득하면. 사실상 킹귤의 입장에선 2배 이득이다.
상대는 -1이고 킹귤은 +1이니 말이다. 이래서 정글러들이 카정에 목을 매는 것인데.
[이게 사실 킹귤이 고른 용조련사는 전혀 카정이 안 되거든요? 정글에서 약한 편이라서요! 이러다 상대 정글러랑 마주치면 죽는 거예요.]
-지금 하고 있는 건 뭔데?
-지금 하는건 카정이 아니라 도둑질입니다~ 글 내려주세요~
-용조련사 애초에 정글링이 잘 안됨ㅋㅋ
킹귤은 상대 영역에서 멀쩡히 카정을 하면서 말을 이었다.
[근데 바텀 라인전이 터져서 제가 이럴 수 있는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이렇게 카정을 하다가 정글러를 만나도? 우리 바텀 듀오는 도와주러 올 수 있는데, 상대는 못 오거든요? 왜냐!? 죽었으니까!]
그가 지금 카정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바텀 듀오, 아몬드와 크로노지가 더블킬을 땄기 때문이다.
-죽 었 으 니 까! ㅋㅋㅋㅋ
-크~ 명언
-죽은자는 경험치가 없다 by. plato
-죽었으면 죽어야지 ㄹㅇㅋㅋ
킹귤이 말하는 게 이 게임이 돌아가는 핵심이었다.
단순히 상대를 죽여서 골드를 더 얻었다.
이게 이득의 끝이 아니라, 상대가 10~20여 초간 이 전장에서 사라진 사이, 이쪽에서 추가로 가져갈 이득이 널려 있는 셈이다.
“예. 킹귤 님이 지금 설명하시는 대로, 꽤 큰 이득을 보고 있죠? 양 팀 간 골드 차이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아몬드 킹귤 팀이 유리해지고 있어요!”
확실한 지표상으로 아몬드 팀이 앞서기 시작한다.
이래서 바텀이 터지는 게 무섭다.
“탑은 혼자 터지지만, 바텀은 둘이 터지거든요!? 심지어 정글러까지 합하면 셋이 터져요!”
탑이 잘해봐야 상대 한 명 못살게 구는 거라지만, 바텀은 잘한다면 상대 둘을 게임에서 지울 수 있다.
5 대 5 게임이 갑자기 5 대 3 게임이 되는 것이다.
[이래서 챌린저들도 랭크 돌리기 전에 바텀의 신에게 제사를 올리고 돌리는 겁니다! 아시겠어요!? 팝콘 님?!]
자신만만해진 킹귤이 보이스로 큰소리를 친다.
-ㅋㅋㅋㅋㅋㅋㅋ엌ㅋ
-ㅁㅊㅋㅋㅋ
-들리지도 않잖아ㅋㅋ
배팅에 들어간 시청자들은 사실 킹귤의 말에 마냥 웃기만 할 수는 없었다.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ㄷㄷㄷ
-아니 이거 설마 진짜 이기냐???
-팝콘 뭐라도 해봐 ㅠ
-정배들아 정신이 들어!? 정배들아 정신이 들어!?
-이게 팝콘이 진다고????
-2번 건 놈들 수고~
-ㅠㅠㅠㅠㅠ
-아 아몬드 다이아인 거 개오바야
거의 9 대 1에 가까운 비율로 팝콘이 이긴다고 배팅이 된 상태였다.
사실 그게 정상적인 배팅이다. 아몬드는 소리를 오늘 처음 다루는 데다가 아마추어일 뿐이고.
팝콘은 프로 시절 전 세계를 호령했던 탑 라이너다.
물론 아몬드 팀에도 전 세계를 호령했던 정글러가 하나 껴있지만.
팝콘과 퇴물이 된 시점이 너무 다르다.
-팝콘아 뭐 좀 해봐라
-팝콘쉑 퇴물 됐냐? 지금쯤 성소 앞 포탑 밀고 있어야지 ㅉㅉ
-전자파한테 부끄럽지 않은게냐! 팝콘!!!
시청자들의 염원이 전달된 것일까?
상황은 그렇게 쉽게 아몬드와 킹귤 쪽으로 웃어주지 않았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팝콘 → 요요면상]
팝콘이 아군 탑라이너를 또 죽였다.
심지어 정글러 개입도 없이 또 솔로킬이다.
이러면 적 정글러는 이득을 볼 것이 훨씬 많아진다.
“아아아! 또 킬!? 이거 또 솔로킬이에요! 상대 정글러는 킹귤의 탑 쪽 영역에 카정을 들어갑니다. 이러면 5 대 5죠?!”
또다시 게임은 반반 양상.
“팝콘의 제천대성은 혼자서도 어느 정도 캐리가 가능한 무시무시한 픽이거든요?! 이거 그대로 크게 둘 건가요!?”
-크~~
-이게 팝콘이지
-클라스 안죽었죠!?
-새마을 운동식 탑 고속도로 가즈아!
-상대 ㅈㄴ 불쌍하네 ㅋㅋㅋ
그리고 이번 죽음은 단순히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정글러까지 탑 라인에 힘을 주면서, 포탑을 밀어냈다.
[적이 첫 번째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첫 포탑을 밀어내면 주는 보너스까지 받아먹었다.
“아. 팝콘 무섭게 큽니다. 이거 돈이 어마무시하게 차이 나거든요? 상대랑? 그리고 첫 킬에 첫 포탑까지 다 받아먹었어요!”
-역배들아 정신이 들어!? 역배들아 정신이 들어!? 역배들아 정신이 들어!? 역배들아 정신이 들어!?
-천하제일 탑라이너! 천하제일 탑라이너! 천하제일 탑라이너!
-오렌지 쥬스 짜러 가즈아!
다시 상황이 역전돼서인지, 채팅창엔 광기 넘치는 채팅이 가득해졌다.
아무래도 수적으로 팝콘에 배팅한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에 스크롤 올라가는 속도도 훨씬 빨랐다.
“이제 팝콘 탑도 부쉈는데. 어떻게 하나요? 밑으로 내려가서 영향력을 보여줍니까!?”
진행자는 팝콘이 탑에서 얻은 힘을 이제 밑으로 전파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탑라이너들의 성향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추측이었다.
-??
-???: 난 그냥 밀어
-ㅁㅊ 또 탑으로 간다고?
팝콘은 이미 1차 포탑이 사라진 탑으로 다시 달렸다.
-ㅋㅋㅋㅋㅋㅋ이게 탑이지
-탑신병자 on!
-앜ㅋㅋㅋㅋㅋ 세계 제일 탑이면 이래야지!
탑 라이너들은 고독한 싸움에 너무 중독된 탓에, 계속 한 곳만 파게 되는 경향이 생기는데.
이걸 미친 사람처럼 몰두하는 이들이 많아 탑과 정신병자의 합성어인 탑신병자라고도 불린다.
“아. 이게 탑신봉자인 걸까요? 그냥 탑으로 가서 또 팹니다! 아이언볼을!”
해설자들은 보통 순화해서 탑 ‘신봉자’라고 부르지만. 사실 의미는 다르지 않았다.
[아니, 저런 미친놈이…….]
킹귤은 저도 모르게 욕을 중얼거렸다.
솔직히 그는 그가 미드나 바텀 쪽으로 내려와 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오히려 저렇게 한 곳만 두들겨 패면서 나아가는 게 더 힘들었다.
바꿔 말하면 팝콘이 제대로 판단을 한 것이다.
* * *
한편, 팝콘은 계속 탑을 압박했다.
‘내가 내려가면 오히려 꼬여.’
그는 전설적인 플레이어답게 이 상황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릴 공성전은 다섯 명이 모여서 쌈박질하는 게임이 아니다.
말 그대로 공성전.
포탑을 밀고, 마지막엔 적의 성소를 깨부수는 게 목적이다.
계속 탑만 밀어도 이론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적들이 억지로 탑으로 올 수밖에 없다.
팝콘이 노리는 건 그 상황이다.
억지로 와서 억지로 싸움을 걸어야한다면, 불리하게 싸움이 시작된다.
그러나 팝콘은 어떤가?
거기서 살아나가기만 해도, 유리해진다. 적들이 저 밑에서부터 탑까지 행차했음에도 아무 소득도 없이 돌아가야 하니까.
그사이 우리 팀 미드나 정글 바텀이 성장하거나 이득을 볼 수 있을 거다.
“그러니까……! 죽어라!”
그는 화풀이하듯 아이언볼에게 여의봉을 내리찍었다.
퍼엉!
일방적인 폭력의 현장이다.
아이언볼은 대항할 만한 스킬이 없다.
“머, 멈춰……! 멈춰!”
아이언볼이 수그려서 방어 태세를 갖춘 뒤 마법의 주문이라도 외쳐보지만.
“더 쳐!? 더 쳐!? 이 자식 맞는 게 좋은거냐!?”
힘을 가진 팝콘은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
-ㅁㅊㅋㅋㅋㅋ
-난청이냐?
-ㅅㅂㅋㅋㅋㅋ
“팝하하하하하하!”
광기에 사로잡힌 팝콘.
그는 아이언볼을 이 전장에서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생각으로 두들겨 팼다.
뻐어억!
뻐억!
[아이언볼 - 디노]
[체력 23%]
아이언볼은 성소에서 다시 살아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체력이 바닥을 기었다.
[아니, 우리 정글은 언제 와요 대체!]
그는 결국 정글 탓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 2차까지 다 밀린다고요!]
우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다고 킹귤이 와주는 건 아니었다. 그런 건 만화에서나 가능한 일.
‘어……?’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하늘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
팝콘이 흠칫하며 잠시 물러났고. 그 틈에 아이언볼은 도망가 버렸다.
‘왔구나.’
크아아아아아!
용의 울부짖는 소리가 뒤덮이더니 거대한 신형이 등장했다.
[시리드마]
용조련사가 갖고 있는 최고의 용. 강신기인 ‘시리드마’다.
이것을 탄 채로 전투도 할 수 있고 ‘활공’ 스킬을 쓰면 멀리까지도 날아간다.
쿠웅──
검붉은 색의 거대한 용이 제천대성의 퇴로를 막아섰다.
지이이익!
그뿐이 아니었다.
용의 다리에 묶여 있던 로프가 줄어들며 누군가 착지했다.
[로프 어쌔신 - 카이]
적의 미드라이너다.
그런데, 아무리 눈을 굴려봐도 아몬드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 다 같이 돌진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실패했나?
2명이 연달아 로프를 연결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거다.
[활공]을 하는 순간에 로프를 던져 맞힌 뒤 [활공]이 소리의 [로프 이동]보다 빨라야만 킹귤의 입릴이 현실화되는데.
그걸 첫트에 성공시킬 확률은 낮다.
‘그러니까 아몬드는 없다는 거고…….’
팝콘은 조소했다.
‘0킬 미드랑 1킬 정글러로 뭘 어쩌려고.’
그의 컨트롤 능력과 제천대성의 상대를 유린하는 환각기를 조합하면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잘하면 셋 다 죽일 수도 있었다.
그는 잠시 여의봉을 어깨에 얹으며 도발했다.
“그 숫자로 되겠어요?”
그러나 상대는 킹귤. 그냥 도발에 넘어가진 않았다.
“허허. 전자파 담뱃불이나 붙이던 놈이 많이 컸구나~”
-ㅁㅊ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
-본전도 못건진ㅋㅋㅋ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하넼ㅋㅋ
순간 몸이 부들부들 떨렸으나. 팝콘도 지지 않고 반격했다.
“하? 주스는 낭낭하게 채워 오셨습니까?”
-ㅅㅂㅋㅋㅋㅋ
-(눈)물과 (담뱃)불의 대결ㅋㅋㅋ
-자강두천이누
여기서 킹귤이 스킬을 시전했다.
“전자파 발닦개 놈이!”
[포식]
용조련사가 포식 명령을 내리고, 시리드마가 달려들었다.
동시에 로프 어쌔신도 로프를 날렸다.
그때─
“2등 나부랭이가!”
[환영 분신술]
펑! 펑! 펑!
순식간에 제천대성이 여럿 생겨나며 일제히 이렇게 외쳤다.
“2등 나부랭이가!”
“2등 나부랭이가!”
“2등 나부랭이가!”
.
.
.
-도랏냨ㅋㅋㅋㅋ
-캬 피지컬 무쳤네
-엌ㅋㅋㅋㅋㅋㅋ
-메아리 공격ㅋㅋ
팝콘의 환영 분신들은 적의 공격을 전부 무효화시킴과 동시에 일부는 반사해 버렸다.
콰앙!
킹귤은 자신의 포식에 당했고.
“어……?”
휘이익!
로프 어쌔신을 갑자기 나타난 팝콘의 본체에 뒤를 잡혔다.
[봉 후려치기]
콰앙!
봉으로 그의 머리부터 내려찍어 땅바닥으로 튕겨 올리는 기술이 적중한다.
[로프 어쌔신 - 카이]
[체력 73%]
단 한 대를 맞았는데.
30% 가까운 체력이 날아간다.
“엄청난 대미지!!!”
대미지부터가 말도 안 되는 수준. 그만큼 성장 격차가 벌어진 거다.
“그러나! 아아……! 속았습니다! 팝콘!”
그런데 해설자는 그가 속았다고 한다.
휘이익!
어디선가 로프가 날아왔다.
‘로프 어쌔신은 여깄는데?’
놀라서 뒤를 돌아본 팝콘에게 보인 건 코앞까지 다가온 화살.
[빙결의 화살]
파앙!
그것이 미간 정확히 중간에 꽂힌다.
“!?”
팝콘의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얼어붙었다.
‘뭐야? 어디야?”
문제는 얼어붙은 지금도 적의 위치를 모른다는 거다.
“아몬드가 있었거든요! 바람의 강신기인 은신을 쓰고 있었습니다아!”
바람의 원소 강신기인 절대 은신을 사용하면, 공격을 하는 동안에도 은신 상태가 유지된다.
지속 시간은 7초.
도착하기 직전부터 사용한 터라 이제 남은 시간은 5초.
“3킬 아몬드와 2킬 팝콘의 대결!”
이 안에 누군가 한쪽은 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