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03화
70. 못 먹어도 고(2)
아몬드가 팝콘을 맞닥뜨리기 약 2분 전.
킹귤과 아몬드, 그리고 서포터 이렇게 셋은 적의 바텀 포탑을 공략해 무너뜨렸다.
이는 큰 성과이나, 마냥 기뻐할 순 없었다.
[아. 형님들. 제발 저 좀 살려줘요. 팝콘한테 하루 종일 맞겠어요……!]
바로 아이언볼의 구조 요청 때문이다.
[이러다 2차 포탑까지 날아간다니까요!?]
우리 바텀이 이기는 것보다, 우리 탑이 지는 정도가 더 커지게 생겼다.
킹귤은 고민했다.
‘여기서 사실 더 밀어붙여서 우리 이득 취하는 게 맞긴 한데…….’
지금 탑으로 우르르 몰려가 도와준다면, 그것만으로 큰 손해다.
만약 거기서 팝콘을 못 잡는다면? 대형 사고다.
잡더라도 본전이다.
‘하지만 이건 조합 테스트니까.’
킹귤은 뭔가 결심한 듯 잠시 턱을 쓰다듬더니 말한다.
“아. 아무래도 때가 온 건가.”
그는 이번에야말로 조합의 힘을 보여줄 때라고 여긴 거다.
즉, 이번 합류로 뭔가 대단한 걸 할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일종의 예능 행동인 셈이다.
“자. 아몬드 님. 이번에야말로 ‘그거’ 한번 가죠.”
그가 말하는 ‘그거’란 아무래도 이번 조합의 핵심인 ‘단체 이동’이다.
“오…… ‘그거’라면…… 저는 준비 됐습니다.”
서포터는 왠지 모르게 흥분한 듯한 목소리로 동조했다.
[저는 어떡해요?]
바텀이 아닌 미드라인에 머물고 있던 아군 미드라이너, ‘로프 어쌔신 - 카이’가 질문했다.
[가는 길에 올라타시죠.]
[예? 그런 것도 돼요?]
[되죠. 그럼.]
킹귤이 손바닥을 한번 긋더니, 강신기를 시전했다.
〔날 불러낼 결심을 하다니, 용기는 가상하군. 계약자.〕
쿠르릉……!
하늘이 시뻘게지는 붉은 천둥이 치며, 구름을 찢어내고 거대한 용이 내려왔다.
[시리드마]
용 조련사의 궁극의 용, ‘시리드마’이다. 이 용을 타야만 [활공]을 사용할 수 있다.
“자. 아몬드 님. 타이밍 잘 맞춰 주셔야 해요. 너무 빨리 쓰면 로프가 다 감겨서 중간에 뚝 떨어지거든요?”
킹귤은 시리드마 위로 바로 올라타며, 아몬드에게 설명했다.
“서폿님은 빨리 감기 바로 걸어주시구요.”
“예.”
핵심은 아몬드가 로프를 꽂고, 그 로프 이동이 다 끝나기 전에 ‘시리드마’의 활공이 더 빠르게 나아가는 거다.
[활공]
크아아아아!
시리드마가 날개를 펼치며 날아올랐다.
후웅!!
[로프 이동]
아몬드는 시리드마를 향해 로프 이동을 사용했고.
타악!
갈고리가 정확히 시리드마의 등 쪽에 박혔다.
지이이익!
로프가 감기기 시작하며, 아몬드의 몸이 붕, 하늘로 떠올랐다.
‘오.’
마치 비행기에 줄 하나 매달고 따라가는 꼴이 되었다.
그런데, 줄이 점점 감기기 시작하고. 아몬드가 시리드마의 등에 착지할 수도 있을 것처럼 보였다.
[빨리 감기]
그때, 땅에서 따라오던 크로노지가 스킬을 써준다.
시리드마의 머리 위로 거대한 시계의 홀로그램이 떠오르더니.
후우우웅!!
속력이 몇 배로 상승했다.
로프는 다시 축 처진 꼴이 되어, 시리드마와 아몬드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고.
[여기 갑니다아!]
미드를 거쳐 가는 사이, 로프 어쌔신도 로프를 걸어 합류했다.
‘이런 게 된다니.’
로프 어쌔신은 로프 사용이 훨씬 자유로워서 아몬드보다도 더 수월하게 달라붙었다.
-와 이걸 다 한 번에 하네
-ㅈ버그겜ㅋㅋㅋㅋ
-원트에 될 줄이야……
-이런 거 원래 몇 트씩 해야 한 번 되는데
이런 트릭이 쉽고 강해 보여도, 이런 트릭을 제대로 쓰려면 손발이 척척 맞게 몇 번씩 연습해야만 가능했다.
특히나 아몬드가 플레이하는 화신은 오늘 막 나온 터라, 어떤 판정인지 어떤 속도로 달라붙는지도 확실치 않으니. 머리로만 계산해서 트릭을 써야 했다.
그런데 그게 한 번에 된 것이다.
시청자들은 당연히 감탄했다.
-ㄷㄷㄷ
-팝콘 죽겠누
-다 대롱대롱 매달려가네 ㅋㅋ
-캬 인도식 대중교통
-가즈아아아
용의 머리 위에 올라타 있는 킹귤도 신기한 듯 마구 웃어댔다.
“자, 지금 탑에서 아이언볼 님이 팝 병장한테 갈굼당하고 있거든요?”
그는 손을 척 들어 올리며 외쳤다.
“아이언 일병 구하기 갑니다아! 못 먹어도 고~~~!”
-아이언 일병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
-아이언 일볼 ㅋㅋ 엌ㅋㅋ
-레전드넼ㅋㅋㅋ
* * *
슈우웅……!
탑 근처까지 도착하는 건 금방이었다.
‘저게 팝콘인가.’
아몬드는 하늘 위에서 팝콘의 플레이를 잠시 볼 수 있었는데.
‘……뭐야.’
아이언볼도 못하는 사람이 아닌데. 팝콘에겐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나도 안 맞아.’
릴에선 기본적으로 ‘패링’ 판정이란 게 있다.
대단한 건 아니다.
그냥 무기로 무기를 쳐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이언볼이 철구를 휘둘러 때려도, 실력이 압도적인 팝콘은 여의봉으로 아주 손쉽게 쳐낸다는 말이다.
즉, 아이언볼은 기본 공격조차 적중시키는 게 고역이다.
반면 팝콘은 어떤가?
패링 판정, 흘려내기 판정, 급소 크리티컬 판정.
무엇 하나 놓치지 않으면서 상대를 압박하고 있다.
“제천대성은 1 대 다수에 특화된 화신입니다. 상대를 속이고 전장을 빠져나간다거나, 다수 중에 한 명만 쏙 골라서 팰 수도 있죠.”
킹귤이 용 머리 위에서 덧붙이는 설명까지 종합한다면, 아몬드는 이런 의문이 들었다.
‘그냥 싸워서 될까?’
팝콘의 제천대성을 상대로 머릿수만 믿고 덤볐다간 오히려 손해가 더 클 것 같았다.
물론 죽이는 데에는 성공하겠으나, 얼마나 빠르고 손해 없이 죽이느냐가 문제였다.
‘더군다나 레벨도 제일 높아.’
바텀은 경험치를 같이 먹기 때문에 아몬드는 이제 레벨 7.
팝콘은 레벨 9였다.
이 게임 내에서 가장 높은 레벨이었다.
아몬드는 잠시 고민한 후, 말했다.
“킹귤 님. 저 없는 척해주세요.”
“예? 없는 척? 그게 무슨…… 아.”
킹귤은 곧장 아몬드의 강신기가 뭔지를 생각해 냈다.
그리고 착륙하기 직전.
〔피로 맺어진 계약을 잊지는 않았겠지?〕
소리의 강신기가 시전됐다.
[보이지 않는 바람결]
[남은 지속 시간 7초]
쿵……!
이후, 킹귤의 ‘시리드마’가 착륙했고. 체력이 바닥을 기던 아이언볼은 무사히 도망갔다.
이후, 약간의 도발 후 곧장 전투가 벌어졌다.
콰광!
킹귤과 로프 어쌔신이 먼저 돌진했다.
“2등 나부랭이가!”
“2등 나부랭이가!”
“2등 나부랭이가!”
그러나, 킹귤의 예고대로 제천대성은 유유히 분신술로 공격을 흘리면서 오히려 적의 정신까지 갉아먹었다.
[개, 개자식이……!]
킹귤은 잔뜩 열 받아 이성을 잃어버린 듯했다.
[저 새끼 무조건 죽여! 두 번 죽여!]
-십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 두 번? 앗……
-ㅁㅊㅋㅋㅋ
-빡칠만함ㅋㅋㅋ
와중에 아몬드는 조용히 숨죽이고, 기회를 봤다.
‘다 빗나가고 있잖아.’
킹귤의 ‘시리드마’ 지속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으나.
현재 가하는 공격은 다 빗나가고 있어서 사실상 킹귤은 강신기 없이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고.
로프 어쌔신은 역으로 팝콘에게 뒤를 잡혀 cc기를 맞아버렸다.
‘로프 쿨이 돌아오면 그때 들어간다.’
로프는 쓰는 순간부터 쿨이 돌아서, 활공으로 따라오는 동안 이미 거의 쿨이 돌아온 상태.
아몬드는 완벽한 기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로프 이동]
[준비 완료]
마침내 쿨이 돌았다.
척.
그는 검지와 소지를 펼치며 한 곳을 조준했다.
이것이 로프 이동의 인지 행동이다.
허공에 홀로그램처럼 조준점이 나왔다.
[로프 이동]
휘이이익!
아몬드의 로프가 팝콘 쪽의 옆 바위를 향해 쏘아졌다.
철컹!
갈고리가 바위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
지이이이익!
그의 몸이 당겨지며 날았다.
팝콘은 허공에서 들려온 소리에 두리번거렸으나, 아몬드를 찾진 못했다.
후우웅!
아몬드는 최대한 가까이 다가갈 때까지 쏘지 않고. 곁눈질로 강신기의 지속 시간을 체크했다.
[보이지 않는 바람결]
[남은 지속 시간 4.8초]
약 5초가 남았다.
‘지금.’
아몬드가 팝콘의 바로 옆을 스쳐 가는 순간.
기리릭……!
[빙결의 화살]
빙결의 화살이 쏘아졌다.
파앙!
화살은 정확하게 팝콘에게 명중했다.
[빙결]
“뭐, 뭐야!?”
얼어붙어 버린 팝콘.
그는 답지 않게 꽤나 당황했다. 아몬드가 있을 거라는 걸 아예 계산하지 못한 느낌이다.
그사이, 아몬드는 로프 이동을 마치고 착지했다.
치이이익……!
바닥을 미끄러지면서, 그가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파앙!
파아앙!
두 발이 연속으로 팝콘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제천대성 - 손]
[체력 68%]
그리고, 마지막 원소 화살.
기리릭.
아몬드는 손목을 조금 틀어, 다시 빙결을 골랐다.
[빙결 화살]
파앙!
하얀 얼음 가루를 휘날리는 화살이 쏘아진다.
이제 끝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어?’
──카앙!
팝콘의 여의봉이 화살을 쳐냈다.
팝콘이 패링에 능하다는 건 알았다만…….
‘뭐야. 어떻게 벌써?’
분명 빙결의 지속 시간은 1초, 아니, 이제 레벨이 높아서 1.5초.
아직 얼어붙어 있어야 할 팝콘이 살아서 패링까지 한다?
대체 어떻게 된 거란 말인가?
아몬드는 혼란스러웠다.
[제천대성 패시브입니다! 여러 명이 자기를 둘러싸면 그 숫자만큼 cc기에 저항이 생겨요!]
킹귤의 보이스가 잠시 혼미해진 정신을 부여잡았다.
‘아.’
그렇다면 지금 무려 셋이 둘러싸고 있으니 cc기는 거의 무용지물이란 소리다.
“제가 그냥 들어가서 죽이겠습니다!”
미드라이너, 로프 어쌔신이 나섰다.
[로프 교살]
패링하느라 멈칫한 팝콘을 향해 똑바로 날아가는 로프. 영락없이 적중하는 줄로 알았으나.
“느려.”
팝콘이 갑자기 여의봉 세우고 그 위로 물구나무를 선다.
그 후, 여의봉을 하늘 끝까지 늘려버렸다.
-아.
-그 스킬
-ㅅㅂ둥이
슈우우웅!
팝콘은 여의봉 봉 끝에 물구나무를 선 채로 하늘 위로 올라가 버렸다.
[재간둥이 여의봉]
[여의봉으로 하늘 위 구름까지 올라가 잠시 적들의 공격을 피합니다. 이후, 착지 시 땅을 강하게 찍어 지상의 적들에게 둔화 및 대미지를 가합니다.]
끼이이익……!
로프 어쌔신이 던진 로프는 아름드리나무마냥 두꺼워진 여의봉에 둘러져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아! 스킬이 다 빗나갔어요! 이게 팝콘이죠!”
-ㄹㅇ
-크
-스킬 활용 지렸다
팝콘이 하늘 위에서 웃어댔다.
“아하하하! 찾았다!”
하늘 위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오더니.
쿠웅──
바닥이 뒤집어졌다.
“아몬드 님! 거기 있었구나!?”
정신 차려보니 아몬드 근처로 팝콘이 떨어졌다.
[지속 시간 종료]
심지어 강신기의 은신도 해제됐고.
엎친 데 덮친 격.
변수가 생겼다.
휘리릭──
‘?’
저쪽 벽에서 검은 인영 하나가 넘어온다.
[칼날 망토 - 섀도우존]
벽과 장애물, 작은 절벽 따위를 자유자재로 넘어 다니는 암살자 ‘쉐도우존’이다. 그는 적의 미드라이너였다.
‘알고 있었구나.’
우리가 팝콘을 노린다는 걸 알고 적들도 따라온 것이다.
-ㄷㄷㄷㄷ
-좃됐다
-이거 애매한데
3 대 1에서 갑자기 3 대 2가 됐고.
현재 로프 어쌔신의 체력이 상당히 애매했다.
촤아악!
섀도우존이 칼날 망토를 휘두르자, 사방으로 칼날이 퍼졌다.
[로프 어쌔신 - 카이]
[체력 15%]
빨간 피가 흩뿌려졌다.
-3대2??
-헐
-ㅈ망
-와 팝콘 진짜 장난없네
-이래서 원딜러는 ㅠㅠ
-잘 큰 탑 하나 원딜러 한 트럭 안부럽구낰ㅋㅋ
-이걸 잡으러 오면 안됐음 너무 예능 판단
-못먹어도 고 특) 못먹음ㅋ
채팅창엔 부정적인 의견으로 가득 찼다. 진행자도 상황을 낙관하긴 어려웠다.
“아……! 합류하면서 진짜 애매해졌어요!? 이거 애초에 손해 많이 감수하고 온 건데! 팝콘 못 잡으면 큰일 나요!!”
아몬드 팀은 단순히 팝콘을 죽이는 걸 넘어서, 그를 빠르게 처리하고 돌아가야만 이득이었다.
애초에 여기까지 발걸음을 한 것 자체가 꽤 많은 손해를 감수한 것이니까.
‘이러면 팝콘을 잡아도 손해지. 근데…….’
그렇기에, 여기서 아몬드는 오히려 희망을 봤다.
‘쟤까지 잡으면 손해가 아니잖아?’
발걸음에 대한 보상이 알아서 굴러들어온 셈이니까.
피잉!
[일제 공격]
아몬드의 핑이 찍혔다.
섀도우존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