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11화
73. 최초의 시참(3)
딸깍. 딸깍.
주혁은 아몬드 채팅창을 관리하며 미소 지었다.
‘싹 다 처리됐네.’
나름대로 유쾌한 방식으로 악플에 대처한 것 같았다. 오늘 컨텐츠는 성공적이었다.
아몬드는 이대로 계속 릴 방송을 이어나갔다.
[원래 오늘 새로운 게임을 해보려했는데. 켠 김에 릴 좀 더 하고 그냥 2부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는 얼마 전 레이나와 했던 약속을 잊지 않았다.
[제가 오래 안 하다 보니 랭크가 꽤 많이 떨어졌거든요. 레이나랑 약속한 것도 있으니. 다이아 유지만 좀 해볼까요?]
-오오오 개굳
-캬 간만에 릴 솔랭 달리기
-개꿀이닼ㅋㅋㅋ
-여친이랑 데이트 방송까지!?
간만에 나오는 아몬드의 레이나 등장에 사람들이 환호했다.
‘저걸 기억하고 있네.’
주혁은 레이나에 꽤나 무관심할 거라고 생각했던 상현이 저런 걸 일일이 기억하고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상현이 교류의 장에서 레이나를 만난다. 처음엔 뾰로통했던 레이나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진다.
잠시 멍하니 레이나와의 대화를 듣고 있던 주혁.
‘음…….’
그는 잠시 잡생각에 빠진다.
‘유상현은 정에 휘둘리는 놈인가. 아닌가.’
이런 주제로 머릿속에서 두 명의 김주혁이 싸우고 있었다.
김주혁이 둘이 싸우니 싸움이 그리 치열할 수가 없었다.
격해지다 못해 책상 위로 뛰어올라 멱살을 잡고 메치기까지 들어가는 순간.
‘어?’
멍때리던 그의 눈에 뭔가 들어온다.
이런 채팅들이다.
-헐ㅋㅋㅋ 이거 폴리스도 보고 있었누
-포돌이가 지켜보고 있는 방송……!
-철컹! 철컹!
폴리스가 보고 있다고?
주혁은 보고 있는 시청자들 목록을 열어본다.
폴리스를 검색해 보니 정말로 있다.
혹시나 닉네임만 따라 한 가짜일까 싶어 들어가 보니 정말로 게임사의 공식 계정이었다.
‘소리 때문에 지켜보고 있었구나.’
이들이 소리의 판매량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오…… 이건…….’
이건 굉장히 좋은 신호였다.
소리 판매량에 관심이 있는 거야 당연한데. 그 관심이 곧 아몬드 방송으로 이어졌다?
이건 아몬드 방송이 지금 소리 판매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뜻 아닌가?
그들은 정말 소리에 대해서만 보러 왔던 건지 아몬드가 레이나로 솔로 랭크를 시작하는 걸 확인하고는 곧장 사라졌다.
‘진짜 소리 때문에 왔네.’
주혁은 그들의 의도를 확신하고는 그 채널로 향했다.
그리고 용기 있게 말을 걸어봤다.
[안녕하세요. 아몬드 매니저 김주혁이라고 합니다.]
왠지 대답해 줄 것 같았다.
팔려는 사람 사려는 사람, 어떤 사람이든 간에 어떻게든 자사에 유리하게 설득하는 게 그의 직군이었던 만큼, 이런 감은 확실했다.
몇 초 전까지 아몬드 방을 보고 있던 게 찔려서라도 대답해 줄 것이다.
심지어 아예 모르는 사이도 아니다. 아몬드가 입릴의 화신에도 출연하지 않았는가.
그때 연락을 담당하던 것도 이 계정이다. 그러니까, 주혁과도 이미 말을 섞어본 적이 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았다.
[아 ^^ 네! 주혁 씨! 무슨 일이시죠?]
역시.
대답이 왔다.
[아뇨 ㅎㅎ 소리 매출이 조금 궁금해서요. 꽤 잘 나온다고 들었는데 다 카더라라서요.]
소리 매출. 아몬드와도 관련이 있는 정보였다. 게다가 만약 잘 팔리고 있다면 그리 큰 비밀도 아니리라.
[현재 돌고 있는 소문대로라고 하네요ㅎㅎ]
그렇구나. 그럼 초동 매출이 역대급이라는 건 사실인 셈이다.
주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 다행입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관심 가져주시는 게 더 감사하죠 ㅎㅎ 아몬드 님도 계속 뒤로 신경 써주시는 거 같아서 감사드립니다.]
[예. 다음에도 써주시면 톡톡히 케어하겠습니다!]
[네. 또 부를 일이 많을 것 같아요! ㅎㅎ]
됐다.
주혁은 하고 싶은 말을 전달했고, 알고 싶은 정보도 얻었다.
‘정말 매출에 기여했구나. 이건 큰데.’
다른 게임도 아니고 릴의 매출에 기여했다면 그 스트리머의 가치는 이로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건 단순히 폴리스뿐 아니라 다른 게임사의 귀에도 꽤 들어가게 될 소식이다.
아니, 들어가지 않으면 주혁이 그들의 귀에 쑤셔 넣을 생각이다.
‘올해 지스타…….’
이번에 게임사 관계자들을 제일 많이 만날 행사가 마침 기다리고 있다.
‘재밌겠는데?’
* * *
한편, 아몬드는 연승을 거듭하며 다이아에서 쾌속 질주를 하고 있었다.
“아. 레이나 밴……이네요?”
한 5연승쯤 했을 때였나?
슬슬 저격 밴이 등장했다.
아무래도 계속 게임을 연달아 돌리면, 만났던 사람이 잡히는 경우가 있으니 자주 있는 일이긴 했다.
-아……
-에바야
-노잼
-쫄보쉑들 ㅋㅋㅋ
-근데 나라도 밴함ㅋㅋㅋ
아몬드는 턱을 매만졌다.
‘음. 이거 굳이 해야 되나.’
애초에 레이나로 솔랭을 하는 게 목표였는데. 레이나는 밴됐다.
그때였다.
[야. 릴프로에서 백설공주가 쓴 글 찾았다]
주혁에게 메시지가 왔다.
[진짜?]
아몬드가 주혁에게만 들리는 채널로 물었다.
[ㅇㅇ 걔 맞아. 본인이 인증 영상까지 올려서 약간 공략글처럼 썼더라고. 자기 방송 홍보하려고.]
방송을 홍보해?
스트리머였단 말인가?
[아니. 스트리머이면서 나한테 그런 말을? 동업자 정신이 없네.]
[뭐…… 배가 아팠나 보지ㅋㅋ]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아몬드.
그는 주혁의 메시지와 현재 픽창을 번갈아서 보더니.
“자. 여러분.”
게임을 닷지했다.
-?
-왜 나가
-앗……
-레이나가 아니면 안 한다?
“어차피 레이나 하려고 솔랭 한 건데. 밴된 이상 할 이유가 없네요.”
-그의 찐사랑……
-캬
-이게 남자지ㅋㅋㅋ
그는 솔랭 대신 주혁이 링크로 띄운 글을 읽어보기로 했다.
“잠시 저에게 흥미로운 제보가 왔는데요.”
루비소드가 무려 10만 원이나 주면서 질문하기도 했으니.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제 매니저가 드디어 루비소드 님의 궁금증을 해결했습니다. 대체 젠이 왜 소리의 카운터인지요.”
-오?
-100퍼 유성우 때문이라니까ㅋㅋ
-역시 호두
[두니소니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근데 호두 릴알못인데. 어케 찾았다는 거임?]
주혁이 릴을 할 줄 모른다는 건 그리 큰 비밀도 아니다.
그러니 모두가 궁금할 만한 질문이긴 했다.
“아. 호두 님이 원리를 알아낸 게 아니구요. 릴프로에 백설공주 본인이 쓴 걸로 추측되는 글이 발견됐답니다.”
-오우……
-크 이걸 찾아?
-아성출신 커뮤마스터 김호두 ㄷㄷ
-수사력 ㅋㅋ 미쳤다
-루비공주 vs 백설공주 ㅋㅋ
“이제 그거 한번 보러 가겠습니다. 릴프로 들어갈 건데.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해주시구요.”
-앗……
-ㅇㅈ
-험난한 곳이지
-지옥 드가자!
아몬드는 주혁이 보내준 링크를 타고 릴프로로 향한다.
-오우……
-쉣 ㅋㅋㅋ
-빅 게시판 거를 타선이 없넼ㅋㅋ
-엌ㅋㅋ
릴프로 사이트 주변에 널린 각종 어그로들에 잠시 시청자들의 눈이 빼앗긴다.
그러나 이내 아몬드가 해당 글을 찾아 클릭하자 모두 집중했다.
[소리 하드 카운터. 유성우임. 내가 해봄.]
“소리 하드 카운터. 유성우임. 내가 해봄…… 이거 같죠?”
-ㅇㅇ
-맞음
-유성우가 젠 스킬임.
“아. 그 스킬이 카운터였구나…… 왜지? 한번 보겠습니다.”
아몬드는 그와 싸웠을 때 봤던 운석을 떠올렸다. 확실히 맞으면 굉장히 체력이 많이 날아갈 것 같긴 했는데.
이동이 꽤나 자유로운 소리를 상대로 그런 걸 어떻게 맞힌다는 걸까?
==== ====
유성우는 시전 시간이 1.5초나 되는 쓰레기 스킬임.
유일한 장점은 젠을 다루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면 내가 시전하는 걸 상대가 모르게 할 수 있다는 거임.
근데 이걸 무조건 맞힐 수 있는 상대가 이번에 나와버림.
.
.
.
===== =====
“요약하자면 로프 이동은 도착 지점이 너무 명확해서 유성우를 맞힐 수 있고, 그 이후에 들어가는 2초 기절 사이 꼬마벌을 보내서 이긴다는 거 같네요?”
-벌이 아니라 별인데요
-꼬마벌ㅋㅋㅋㅋ
-벌의 신녀 젠 ㅋㅋㅋ
-꼬마벌로는 못이기지 ㅋㅋ
-그럴듯한데?
“어…… 근데 제가 로프 이동을 배우기도 전에 죽여 버린 거군요?”
-ㄹㅇㅋㅋ
-맞넼ㅋㅋㅋ
-누구나 계획은 있지 처맞기전까진
-ㅁㅊㅋㅋㅋ 로프 이동을 카운터쳐야하는데 배우기도전에 죽음ㅋㅋㅋ
다시 한번 글을 쭉 읽던 도중. 아몬드는 턱을 긁적였다.
“근데 이게 정말 카운터인가요?”
젠이 시전하는 것조차 제대로 볼 수 없다면 분명 로프 이동 시 피하긴 힘들 거다.
그런데 100%는 아니었다.
“유성우 시전 시간이 1.5초인데. 로프 이동은…….”
아몬드는 혹시 몰라 자료 영상을 한번 살펴봤다.
‘내 생각이 맞네.’
소리의 로프 이동 시간을 확인한 거다. 그는 직감적으로 그게 1.5초까지 안 된다고 알고 있었다.
“보시면 소리 로프 이동은 1.2-3초 안에 이뤄집니다. 최대 사거리로 던졌을 때만 1.5초에 가깝게 소요되는데…… 이것도 사실 완전 1.5초는 아니죠.”
-오
-갑자기 호두 고속 스핀
-그렇네
-그 정도면 맞지
“최소 0.1초에서 최대 0.3초나 비는데요? 이러면 100% 맞는 게 아닌데.”
-?
-예?
-0.3초‘나’
-???
-……?
무수히 난무하는 갈고리 세례.
사실 상대가 유성우를 쓴지도 모르는 상황에선 0.1-2초 차이로 스킬을 피할 수가 없다.
릴에서 정말로 스킬이 날아오는 걸 보고 피하는 건 매우 소수다.
투사체가 아주 느린 스킬을 제외하곤 대부분 그가 스킬을 쓸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한 채로 싸움에 임하고, 낌새가 보이면 바로 반응하는 것이다.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그…… 그럼 저 영상들은 어떻게 된 걸까요?!]
“아. 루비소드 님. 감사합니다. 어떤 영상들…… 아. 저분이 올리신 영상이요?”
백설공주가 첨부한 영상 속엔 자신이 소리를 압도하는 장면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일종의 매드무비형 영상을 참고자료랍시고 올린 거다.
“음.”
아몬드는 녀석이 스트리머임에도 그런 채팅을 쳤다는 사실이 괘씸하기도 하고, 복수도 할 겸 이렇게 말해줬다.
“저거야말로 주작 아닌가요?”
-앗……?
-?
-엌ㅋㅋㅋㅋㅋ
-인정입니다
-맞지~ 주작 아니면 “증명”하던가 ㅋㅋㅋ
-억울하면 쇼 앤 푸르브 하시라구요~~
엌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 이걸 이렇게 ㅋㅋㅋ
-???:너 개못하잖아~
아몬드의 이 말은 생각보다 릴프로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아 ㅈㄴ 웃기네 ㅋㅋㅋㅋ 3분도 못버틸건데 왜 나댔냐고 ㅋㅋㅋ]
[백설공주 = 영상 주작하는 스트리머]
[다딱이(*다이아 티어를 낮춰 부르는 말)가 탑레 얘기하면서 나댈 때 이미 난 알았지……]
[워…… 갑자기 화력 뭐임?]
아무래도 견과류단이 쳐들어가서 게시판을 점령하기 시작한 듯 보였다.
일단 백설공주 쪽으로 안 좋게 여론이 바뀐 건 당연지사였고.
-갑자기 아몬드 등장하자마자 대격변ㅋㅋㅋ
-올 겨울…… 세상이 무너진다!
-ㅁㅊㅋㅋ 뭐야 견과류단임?ㅋㅋ
시간이 좀 더 흐르자 이런 글들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몬드가 의문을 제기한 소리 카운터]
이들도 일단은 릴을 즐겨 하는 유저들이기에 어떤 화신의 카운터가 맞는지 아닌지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어. 릴프로에서도 유성우가 카운터가 맞는지 지금 토론이 되고 있는데요.”
릴에서 이런 생산적인 토론이 진행되는 건 흔치 않은 풍경이기에, 아몬드는 좀 더 지켜봤다.
-릴프로에서 릴 얘기를?
-얘네가 왠일이냨ㅋㅋ
-아몬드가 쏘아올린 작은 공……
-갑자기?ㅋㅋㅋ
“어쩌면 여기서 카운터냐 아니냐 결론이 날지도 모르겠어요.”
-ㄹㅇ 그럴지도
-ㅋㅋㅋㅋ 근데 어케 판단함
-님이 심판 해주세요
토론이 과열되면서 게시판 글이 마구 생겨났다.
[유성우가 정말 카운터인 이유]
[젠의 꼬마별을 2초간 히트시켰을 때 대미지]
[젠이 카운터가 아닌 이유 예시]
.
.
.
올라오는 글이 워낙 많아 아몬드가 일일이 보기 힘들었는데.
[가지볶음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불을 지른 선생님이 직접 판결을 내려주시죠. 뭐가 맞습니까!?]
급기야는 아몬드에게 판결을 부탁하기까지한다.
“제가 심판을 할 수는 없고. 제일 빅을 많이 받은 의견이 이긴 걸로 가겠습니다. 그게 릴프로니까…….”
-그것이 릴프로니까……
-낭만
-???: 자 대충 알아들었지?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잠시 기다리자, 토론글들 중에 빅프로로 가장 먼저 향한 글이 하나 태어났다.
“오.”
빅!) 과연 젠이 모든 콤보를 소리가 로프 이동하는 동안 전부 적중시킬 시 원콤이 가능합니까? 계산해 봅시다.
꽤나 학구적으로 보이는 글 하나가 빅으로 향한다.
“가장 먼저 빅이 된 글이 나왔습니다!”
-아몬드 왤케 신났냐 ㅋ ㅋ커엽
-아니 빅이 왜 선수 까는 글이 아니냐고 ㅋㅋㅋ
-당첨 ㅋㅋㅋ
-얼마만에 연구글이 빅가냐
화신에 대한 연구가 빅을 가는 건 정말이지 오랜만이었기에.
시청자들의 기대가 꽤 컸는데…….
내용을 본 아몬드는 실소할 수밖에 없었다.
==== ====
정말 유성우가 카운터가 될 수 있을까요?
이건 유무죄를 다퉈야 하는 사건입니다.
이건 제가 좋아하는 소리 퀴즈 같아요!
만약에 젠이 소리에게 유성우를 1회 적중시키고 그 뒤 꼬마별 콤보를 2초간 계속해서 12구체를 적중시켰을 시 들어갈 대미지는?!
정답은……
그딴 건 불가능하다! 입니다!
그야 젠은 다딱이입니다. 다딱이는 아몬드가 플레이하는 소리에게 스킬을 맞힐 수 없습니다.
화신에만 초점을 맞추면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계약자를 봐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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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돌앗냐곸ㅋㅋㅋ
-이상한 카운터 유성우 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
└우당탕탕 유성우 ㅋㅋㅋㅋ
└정말 아무데나 우당탕탕 갈기긴하더라
-캬 명문이다
-맞네 계약자가 중요한 걸 여태 싸우고 있었누 ㅋㅋㅋㅋ
└ㄹㅇ 핵심이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