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14화
74. 시작되는 축제(3)
지스타를 간다는 건 기본적으로 야외 방송을 한다는 말과 같다.
트리비의 수많은 시청자들은 이 야외 방송에 은근한 기대감을 품고 있다.
-아몬드 야방 비주얼 개꿀 ㅠㅠ
-와 나도 가고 싶다 ㅠㅠㅠㅠ
-유상현 오늘부터 3일 야방하는 거 실화야? 진짜 극락이다
가상 현실의 스캔본이나 캡슐 내부의 캠과는 또 다른 모습의 스트리머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 ‘실물 느낌’이라고 하는 사진 및 영상이 대부분 야외 방송에서 찍는 카메라에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래부터 외모로 유명한 스트리머들이 특히 큰 기대를 받게 된다.
“잘 찍고 있죠?”
주혁도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기에 뒤쪽을 보며 넌지시 말을 걸었다.
“와하하! 예! 매니저님! 이거 빨간 불이 꺼지면 시작되는 거죠?”
지금 꽤 고성능으로 보이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이 묻는다. 목소리가 약간 어벙한 게 어디서 많이 듣던 느낌이다.
“아…… 아뇨. REC 마크에 불이 들어와야 찍는 거죠.”
딸깍.
급하게 버튼을 누르더니 대답하는 남자.
“아하하……! 네! 찍고 있습니다!”
“잠시…….”
주혁은 왠지 불안하여 제대로 확인해 보니 원하는 화면 비율 모드가 아니었다.
“본투비 님. 이건 야외 촬영이라 한 번 빗나가면 다시는 못 돌려요.”
“으, 으아…… 죄송합니다!”
“다시 딱 한 번 알려드릴 테니까 잘 보시죠.”
“예!”
그렇다.
이 카메라맨의 정체는 본투비.
시빌 엠파이어 시절 아몬드의 지휘관을 맡아줬던 사람이다.
나름대로 서로 합이 좋아(?)서 인상적인 영상을 많이 만들어냈었다.
무엇보다 캐릭터가 좋아서 주혁은 계속 기억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 근처에 산다고 하니까 부르긴 했는데…….’
야외 촬영엔 카메라가 보통 하나 정도 더 필요하다.
상현이 고프로 카메라로 찍는 데에는 한계가 뚜렷하니까.
안 그래도 카메라맨이 하나 더 필요할 것 같은 느낌에 한 명을 고용하려 했었는데.
마침 본투비가 지스타 참여 소식을 듣고 연락을 줬다.
연락 편은 김치워리어를 통해서다.
[김치승: 본투비가 자기가 부산 산다고 도울 일이 있으면 무조건 돕겠다고 하는데, 그럴 일이 있나요?]
본투비의 일적 능력은 믿지 못하더라도, 사람 자체는 순수해 보였기에 주혁은 수락했다.
카메라를 들고 하루 종일 스트리머와 매니저를 따라다닌다면. 사실 능력 여부보단 신뢰 문제가 더 크다.
물론…… 돈이 안 든다는 게 가장 큰 메리트라고 생각하긴 했다. 하루 종일 카메라 들고 다닐 사람을 하나 구하려면 돈적으로 부담이 꽤 되니까.
즉, 본투비는 신뢰와 무료 봉사, 이 두 조건을 갖춘 인재인 셈이다.
물론 지아 역시 이 두 조건을 충족하지만, 지아는 그 시간에 편집을 계속해서 영상을 올리는 게 돈적으로는 더 이득이었다.
그리하여 본투비가 이들의 지스타 일정의 카메라맨으로 붙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주혁이 모든 세팅을 마친 뒤 본투비에게 돌려줬다.
“아. 외웠습니다. 이런 좋은 카메라는 처음 써봐서…… 죄송합니다. 와하하!”
본투비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커다란 렌즈를 바라보는 주혁의 눈.
“왜…… 그러시죠. 또 뭔가 제가 배워야 할 게 있을까요?”
“아, 아뇨. 그냥 멍때린 겁니다. 가죠.”
주혁은 뒤를 돌며 상현에게 가도 좋다는 사인을 보냈다.
‘아버지가 사주셨던 카메라…….’
본투비가 들고 있던 카메라는 유학가기 전 아버지가 사주셨던 카메라였다.
‘아직도 좋은 카메라구나.’
가서 마음대로 외국 풍경을 한 번 찍어보라고. 어지간히 좋은 걸로 사주셨는지, 지금도 현역인 역작이다.
주혁은 당시 대학교 근처 도시의 풍경을 수도 없이 찍으며 돌아다녔었다. 그때 만났던 인연들과 여행을 다니면서.
“그땐 몰랐지…….”
“응?”
“아냐. 이제 방송 켜진다.”
“알았어.”
* * *
띠링.
수많은 팔로워들에게 울려 퍼지는 알람.
[아몬드 님이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
아몬드가 방송을 켰다는 메시지다.
-오오오
-드디어!?
-이제 도착했구나 형!
-형 어딨어요! 저 지스타 왔는데!
-ㄷㄱㄷㄱㄷㄱ
-벌써 도착함?
-아하 아하!
잠시의 딜레이 후.
야외 배경이 보이는 카메라가 켜졌다.
아몬드가 들고 있는 고프로 화면이었다.
-???
-아몬드는 어디 감?
-뭐여
“트하~”
아몬드의 목소리는 들리는데, 아몬드가 보이질 않았다.
“어? 안 보이신다구? 아…….”
휘릭.
카메라가 거꾸로 돌면서, 아몬드가 드디어 나타났다.
거꾸로 매달린 채로.
“트하~ 이게 앞이었구나.”
-??
-와아아!
-박쥐세요?
-ㅁㅊㅋㅋㅋ
-아니 각도가 왜 이래 ㅋㅋㅋ
-호두 불러와! 호두!
시청자가 부른 걸 들었다는 듯이 옆에서 주혁이 나타나 그의 카메라 화면을 교정해 준다.
“아~ 트하!”
-이걸 3트해?
-커엽당 ㅠㅠ
-고글?
-카메라 앵글 3트 레전드네 ㅋㅋㅋㅋ
-3트하 ㅋㅋㅋ
-아하아하!
-이세계에선 점멸검 3별 1트하는 내가 현실에선 카메라 앵글을 3트한다?!
-근데 고글은 뭐임?
드디어 제대로 카메라를 들어 올린 아몬드.
사람들이 그가 착용한 투명하고 커다란 고글에 대해 묻는다.
“아. 이 고글 뭐냐구요? 이거 VIP들은 착용하고 다니면 재밌는 이벤트가 있다고 해서요.”
-오……
-저런 무식한 고글을 써도 잘생겼다니…… ㅜㅜ
-아몬드가 쓰니까 고독한 천재 과학자 같네…… 내가 쓰면 매드사이언티스트 같을 텐데.
-와 재밌겠다 ㅋㅋ
“일단 지스타 둘러보겠습니다. 보시죠.”
그는 우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한 바퀴 돌면서 뒤 배경을 보여줬다.
-오오
-와 넓다
-지린다 조명
-캬 어디부터 갈 거임?
거대한 돔은 외부의 빛을 매우 제한적으로 받아들여서 게이밍 스타일의 조명이 휘황찬란하게 비쳐졌다.
마치 거대한 미래도시에 온 것만 같았다. 겜 덕후들의 취향을 그대로 저격하는 듯한 느낌이다.
“와. 지스타 저도 처음인데. 엄청 화려하네요.”
아몬드는 살짝 상기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르는 게임 부스도 엄청 많고, 모바일, PC, 캡슐 가리지 않고 다 있습니다. 그리고…….”
아몬드는 카메라를 돌려 어딘가를 보여준다.
이 멀리서도 눈에 띄는 레이저 조명이 번쩍이며 창공을 가르는 메인 부스.
그게 어떤 부스인지는 거대한 홀로그램 텍스트가 말해줬다.
[Legends Tale]
[Re; Birth]
이번 지스타 최대 스폰서인 폴리스와 위플러그사의 기대작 레전드 테일이다.
“저어~기 레전드 테일 관련 부스가 가장 크네요! 리메이크작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요.”
-ㅇㅇ맞음
-돈 많이도 썼나 보네 부스 몇 개를 먹은 거냐
-악마가 만든 게임ㅋㅋㅋㅋ
-재밌으려나
-일단 ‘그 새끼’가 참여했으니 재미는 있을 거임.
잠시 후 한글로 바뀌는 텍스트에서 볼 수 있듯이.
[레전드 테일]
[다시 시작하는 세계]
이 레전트 테일이라는 게임은 리메이크작이었다.
기존에 릴 RPG라고 불렸던 게임을 틀만 유지한 채 싹 바꿔서 런칭하는 것이다.
“저도 릴 스토리 모드를 재밌게 한 사람으로서 기대가 좀 되네요. 근데 저기는 제일 나중에 방문하도록 해볼게요. 아직 완전 오픈한 것 같진 않아서요.”
-ㅇㅇ
-저긴 너무 커서 ㅋㅋ
-너무 일찍 도착한 듯?
-하찮은 게임부터 해보자 ㅋㅋㅋ
지스타엔 거창한 게임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모바일 게임은 물론이고 대학교 동아리 혹은 게임 관련 전공 학생들이 졸업 전시처럼 출품한 게임들도 부스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만큼 게임의 종류도 다양하고, 볼거리도 많았다.
-와 코스프레
-오우……
-누, 누나……!
게이머 다수를 차지하는 남성들의 이목을 끌만한 모델들의 코스프레라든가, 아이돌의 공연 등등.
-와 룬스타 모델 최서연이다
-헐ㅠㅠ 존예야
-미쳤다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였다.
누군가에겐 이런 공연이나 코스프레가 이 축제의 메인이 될 수도 있었다.
사실 기왕 야외를 돌아다니는 거, 저런 활동적인 컨텐츠에 참여하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그러나, 아몬드 같은 실력파 게이머들에겐 남의 얘기였다.
“너무 일찍 도착했나 봐요. 다들 아직 준비 중인…….”
지잉.
고글에서 미약한 진동이 오더니.
“음?”
[챌린지 제의]
이런 글자가 시야 한쪽에 떠오른다.
VIP 티켓을 받고 방송을 들어온 스트리머들에게 제공되는 AR 서비스이다.
게임 제작사에서 그에게 챌린지를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능은 당연히 방송에도 연동이 되어서, 시청자들도 챌린지가 들어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오오오
-챌린지?
-와 채신기술!
“무슨 챌린지인지 한번 볼까요?”
아몬드가 고글에 비친 텍스트를 응시하자, 박스가 열리며 새로운 텍스트가 나왔다.
[배틀 라지 - 닌자 모드]
[1등 시 임의의 시청자 100명에게 치킨 선물 + 여러 미션 준비!]
-오오오
-미쳤다
-ㄹㅇ?
-와우
-스케일 보소 ㄷㄷ
-한 판에 300만 원 ㅋㅋㅋ
-닌자모드??
배틀 라지에서 보낸 챌린지 메시지였다.
배틀 라지라면 판타지아라는 게임사인데, 폴리스 못지않게 거대한 회사다.
“오…… 배틀 라지가 보낸 메시지였습니다. 근데 이상한 챌린지네요. 왜 시청자분들한테 치킨을 쏘는 걸까요. 이기는 건 전데.”
-?
-??
-ㅁㅊㅋㅋㅋ
-이미 이겼냐고 ㅋㅋ
-견과류쉑……
이런 농담을 던지는 중, 아몬드가 입장했다는 사실을 알아챈 수많은 게임사들이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는데.
지이잉.
지잉.
[클리어시 즉시 피자 20판!]
[승리시 팬들에게 헤드셋 이벤트!]
[클리어시 팬 50인에게 최고급 스피커 증정]
등등.
별의별 선물들이 다 걸려 있었다.
꼭 시청자 보상이 아닌 아몬드 개인의 보상이 걸린 챌린지도 있었는데.
“일단…… 이걸로 해볼까요?”
위에 했던 말과는 다르게 그는 시청자 보상이 가장 큰 쪽의 챌린지를 선택했다.
[배틀 라지 - 닌자모드]
[길 안내가 시작됩니다.]
고글에서 파란색의 길이 그려졌다.
게이밍 분위기를 위해 비교적 어둡게 연출된 이 지스타 페스티벌에선 꽤나 도움이 되는 기능이었다.
“가자.”
아몬드를 필두로 본투비와 주혁이 따라 걸었다.
“치킨 받으러.”
-캬
-잼겠다 ㅋㅋ
-이거 리액션용 게임 아님?ㅋㅋ ㅈ밥이지
-와 나 치킨 먹는 거냐!? ㅠ
-이거 킬당 미션도 있을 듯
아몬드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치킨을 먹을 생각에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미션을 거는 건 판타지아뿐만이 아니었는데.
빠바밤!
[수줍은 여포 님이 미션을 등록했습니다!]
[저도 빠질 수 없죵ㅋ 킬당 1만 원 미션 쏩니다! 지옥 가즈아!]
-ㄷㄷㄷㄷ
-와우
-상특) 지옥인 걸 알면서 들어감
-미쳤당……
-킬당 미션을 또?
-지옥 가즈아 ㅇㅈㄹㅋㅋㅋ
“와아. 수포 님. 킬당 만 원 미션. 감사합니다. 꼭 받아내겠습니다.”
1등 하면 시청자들에게 치킨 100마리를 쏘는 데다가, 수포좌의 킬당미션까지 받아냈겠다, 아몬드에게 열의를 불태울 만한 판은 다 깔린 셈이다.
‘근데 닌자 모드는 뭐지.’
다만 걸리는 건 그가 기존에 알던 배틀 라지의 모습이 아닐 거라는 사실.
지스타에 출품되는 게임은 70% 이상이 새로운 게임이며, 나머지 30%의 게임도 기존 게임의 새로운 모드 혹은 맵 등의 대규모 패치를 광고하러 나온 것이다.
그러니까 해당 게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임해야 하기 때문에 변수가 많았다.
아무리 게임을 잘해도 난생처음 하는 게임에선 생초보에게 지는 상황이 나온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걷던 중 목적지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