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19화
76. 1 vs 42(2)
흔히들 ‘실력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들에게 지스타는 최대 기회의 장이었다.
왜냐?
이들의 힘으로는 불러모을 수 없는 관심을 지스타가 대신 모아준 후. 그들이 실력을 마음껏 뽐내고, 그 대가로 시청자들을 챙겨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챌린지라는 시스템이다.
[이번 지스타에 챌린지 사냥하러 온 놈들 많네 ㅋㅋㅋ]
[지스타 참가한 피지컬 쩌는 스트리머 리스트]
[이번 챌린지 역대급 꽉찬 집]
[스트리머 잘 골라서 치킨 받아먹자. 이번 챌린지 가능한 스트리머 리스트.jpg]
스트리머가 챌린지를 성공할 경우, 선물은 스트리머가 아닌 시청자들에게 돌아간다.
즉, 실력이 좋은 스트리머의 방의 시청자일수록 보상을 받을 확률이 올라간다.
바꿔 말하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실력이 좋은 스트리머의 방송을 보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아주 큰 기회였다. 실력은 있었음에도 그간 관심을 갖지 못했던 스트리머들은 이 챌린지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아주 쉽게 알릴 수 있었다.
수십만의 유동 시청자가 자신의 방에 올 수도 있는 셈이니까.
-감튀? 여기 가볼까.
-레드?? 쟤 뭐임. 챌린저 500포? 인기 왤케 없냐; 첨알았다
-꿀방 찾아요~
보상을 원하는 시청자들은 잘 알려지지 않았으면서 동시에 게임 실력은 출중한 스트리머들을 찾아다닌다.
그게 가장 보상을 받을 확률이 높으니까.
-석사페퍼 ㄷㄷ 얘 아직도 방송하는구나 티어 여전하네
└석사 페퍼 나름 보는데……
└배틀라지 아마추어 대회도 우승했누
덕분에 별로 인기 없었던 상위 랭커 플레이어들이 커뮤니티 댓글에 대거 언급되고 있었다. 감튀, 레드, 석사 페퍼…… 등등.
이들은 흔히 말하는 ‘챌린지 사냥꾼’들이다.
-캬 히트맨들 ㅋㅋㅋㅋㅋ
-라인업 ㄷㄷ
-티어 미쳤네 쟤넨 왜 프로안함?ㅋㅋㅋ
이런 프로 히트맨들 사이에서 아몬드의 이름은 비교적 초라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몬드도 개쩌는데…… 얜 티어가 왜이럼?ㅋㅋㅋ
아몬드가 꽤나 유명세를 떨친 건 맞지만, 실제로 티어가 압도적으로 높은 게임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유는 말하자면 가지각색이다.
-ㅄ이 뭘 모르네 그게 인싸 티어지
└ㄹㅇㅋㅋㅋ 겜만 하는 아싸새끼들이 꾸역~ 꾸역~ 챌린저 찍고 피토할때 인싸쉑들은 적당히 다이아 찍고 나가 놀쥬?
└쟨 즐겜러잖아 대놓고
-VNS 수치 전자파랑 동급인데. 그딴게 중요하누? ㅋㅋㅋㅋ
-경력이 짧아서 그런거 아님? 티어 올리는게 일단 시간도 꼬라박아야 오르는건데……
아몬드는 인싸라서 그렇다, 즐겜러라서 그렇다, 혹은 경력이 짧아서 시간이 없었다…… 등등.
다 맞는 말이긴 했다.
다만, 이건 어떻게 보면 변명에 가깝기도 했다.
결국 티어가 압도적으로 높은 게임이 없는 게 현실이었고.
실질적인 보상이 걸린 일에서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있는 선택지를 선호한다.
-난 오늘은 다른방 갈랜다
-견바 ㅠㅠ
-경쟁자가 너무 세다……
이런 요소를 놓고 봤을 때. 아몬드 방은 시청자가 줄 수밖에 없었다.
‘휴.’
주혁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좀 더 생각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네. 언제든지 말씀 주세요!”
부장의 인사를 받으며 미팅룸에서 나온 주혁은 얼른 휴대폰을 켜 확인한다.
‘알고는 있었지만…….’
주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현재 시청자 2.3만]
현재 아몬드 방의 평균 시청자는 3만 중반 정도.
평소보다 만 명 이상 빠진 셈이다.
‘어쩔 수 없지. 오늘은…… 아몬드가 챌린지하는 스트리머들 중엔 규모가 큰 편이라.’
사실 여기엔 아몬드의 실력을 믿고 말고의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아몬드가 실력파 방송 중에선 꽤나 인기 방송이라는 게 오히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거다.
사람이 많다는 건 그만큼 치킨을 받아먹을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뜻이니까.
4만 명 중에 100명이 되는 것과 1천 명 중에 100명이 되는 것. 누가 유리한지는 뻔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2.3만 명이나 남아준 걸 오히려 감사해야 할 마당이었다.
‘결국 늘 그랬듯이 보여주는 수밖에 없지.’
주혁은 닌자 모드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는 스크린을 바라봤다.
챌린지 때문에 시청자가 빠졌다면, 챌린지로 시청자를 모으는 게 결국 정도(正道)일 터.
‘마침 과열되고 있고.’
처음엔 미적지근하게 진행되던 배틀로얄이 점점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죽어 나가는 플레이어들이 계속 늘어난다.
“또 킬이 나왔어요! 아직 포위망이 그렇게 많이 좁혀지지도 않았는데요!”
“이게 닌자 모드의 특징인지 아니면 챌린지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배틀라지 기존 모드보다 흐름이 빠릅니다!?”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대거 참가한 데다가 닌자들의 움직임이 기존 배틀라지와는 확연히 다르니 속도가 빠르다.
그러던 중─
“아! 지금?!”
중계진의 목소리가 잔뜩 고조됐다. 아까와는 비교가 안 되게.
“아까 그 엄청난 플레이를 보여줬던 1번 플레이어! 누군가와 마주쳤습니다!?
1번?
1번이 누구야.
‘아.’
주혁의 머리로 코스프레 모델들이 하하호호 웃으며 상현을 안내해 주던 게 기억난다.
그 직후 바로 부장을 만나서 정확한 건 아니지만.
‘유상현이 1번 아닌가?’
그는 스크린 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 본다.
군중들의 웅성거림이 제대로 들려온다.
“와. 1번이랑 42번?”
“저거 42번이야?”
42번?
42번이 뭔지에 대한 궁금증도 잠시. 금세 해설들이 설명해 준다.
“지금 마주친 사람이 42번이죠! 가장 많은 배팅을 받은!? 연막탄!! 뿌리면서 들어갑니다!”
“집 구조가 ‘ㄷ’ 자라서 마당에 연막이 뿌려지면 지나가지 않고 나가기 힘든데요!?”
“1번은 왜 이렇게 집 깊숙이 들어와 있었던 거죠!?”
42번이 가장 많은 배팅을 받았다고? 그리고 1번의 베팅률을 확인한 주혁은 어이가 없었다.
1번 베팅률이 굉장히 낮았다.
거의 일반인 참가자 수준으로.
‘뭐야. 이 자식들. 1번이 누군지 모르나?’
보아하니 관중들은 1번이 누군지 아직 잘 모르는 거 같았다.
하기야. 주혁 본인도 몰랐으니 관중들은 당연히 모를만하다.
아마 너무 빨리 도착해서 미리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꽤 좋은데?’
조금 웃기긴 하지만, 이건 호재였다.
이게 오히려 좋은 영상감이었다.
주혁은 얼른 휴대폰을 귀에 대고 본투비에게 연락했다.
“본투비 님. 아, 네. 저 지금 챌린지 관람석 쪽인데요. 여기 관중들 영상 한번 딸게요. 예. 나중에 챌린지 끝나고 인터뷰도 해보죠.”
본투비가 지금부터 촬영할 추가 영상들은 아마 올튜브에 올라갈 때 빛을 발할 것이다.
‘만약 아몬드가 이긴다면’이라는 조건이 붙어야 하지만.
‘이기지. 그럼.’
주혁은 사실 늘 아몬드가 이긴다는 가정하에 움직여왔다.
‘근데 시야가 뿌예서 뭐가 보이질 않네. 연막인가?’
주혁은 스크린 안의 상황이 잘 보이지 않자, 발꿈치를 들고 고개를 빼보지만.
그런다고 게임 속 연기가 걷힐 리는 없었다.
* * *
치이이이이익……!
매캐한 연막이 기와집 마당을 한입에 집어삼키고 있었다.
적이 등장한 건 명백했다.
하필 이제 막 인술서를 발견했는데, 타이밍도 좋다.
아몬드는 선택해야 했다. 곧바로 도망칠지, 아니면 책을 그래도 챙길지.
‘책 챙겨야지.’
그는 기억을 더듬어서 책장의 위치 쪽으로 기어갔다.
[인술 - 바꿔치기술]
‘보인다.’
푸르게 빛나는 인술서가 보인다.
타악!
그는 설명을 읽을 새도 없이 빠르게 인술서를 품 안에 챙겨 넣었다.
얼른 여기서 나가야 했다.
빨리 챙겼다곤 하지만 연기가 방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속도보다 빠를 순 없었으니까.
‘창문이 어디지.’
인술서를 집어넣는 사이 이미 연기가 가득 차버렸다.
[연막탄: 오랜 시간 연기를 들이마시면 어지럼증이 생기며 기침이 나옵니다.]
연막탄은 단순히 시야를 가리는 용도가 아니었다. 여기서 오래 버티면 어지러워진다고 한다.
-어질어질하네(물리)
-아니 시야만 막는게 아님??
-헐 나가야 되네
-진짜 어지러워지나?
머리가 어지러운 상태로 싸우면 당연히 불리할 터다. 창문을 열어 나가야 했다.
아몬드는 벽을 더듬어 창문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적은 지붕 위에 있을 가능성이 제일 높은데.’
연막탄이 떨어진 방식을 보아, 적은 아마 지붕 위다.
그는 상황을 관조하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여기로 들어와 아몬드를 죽일 생각이다.
‘왜 안 들어올까. 아마 내 위치를 몰라서겠지.’
NPC들의 소란 때문에 놈은 아몬드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아몬드가 이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그렇기에 가장 중앙이 되는 마당에 연막을 뿌린 것이다.
“으아악! 불이야! 불!”
“아이고! 마님!”
심지어 NPC들이 이리저리 방방 뛰어다니면서 혼동을 주고 있다.
[어지럼증]
휘청.
연기 때문에 점점 시야가 이상해진다.
-창문 열자 ㅠㅠ
-앗……
-헐 시야 뭔데??
-환기 ㄱㄱ
창문?
만약 여기 창문을 열어버린다면 연기가 굴뚝마냥 눈에 띄게 새어 나갈 거다.
‘그렇게 되면 위치가 보여.’
그럼 위치를 들키게 된다.
위치를 먼저 들킨 채로 싸우느냐, 아니면 어지러운 채로 싸우느냐. 선택해야 했다.
‘선택하자. 더 이상 시간 끌다간 둘 다 못 가져.’
NPC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도, 점점 집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여기엔 아몬드 혼자만 남을 거다. 어지럼증을 동반한 채로.
그렇게 되면 위치도 들키고 어지러운 채로 싸운다.
둘 선택지 다 잃는 최악의 경우였다.
‘어?’
아몬드는 깨달았다.
둘 다 잃는 선택지도 있다면, 둘 다 얻는 선택지도 있다는 걸.
‘이거면 되려나…….’
아몬드는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땔감 나무 하나를 손에 쥔다.
* * *
“지금 1번 시야에선 아무것도 안 보이거든요!?”
“42번이나 드론 시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계진의 말에 따라 카메라가 42번의 시점으로 바뀌었다.
“아. 지금 42번! 지붕 위에 올라가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군요?”
“이건 왜죠?”
“아마 연기 때문에 NPC들이 다 집에서 나가길 기다리는 겁니다. 그리고 혼자 남아서 어지러운 채로 기침하는 1번을 죽이러 가겠죠?”
“아! 지금은 NPC들 때문에 혼란스러우니까! 기다리는 거군요?”
“예. 아니면 플레이어가 창문을 열고 도망치는 걸 잡을 겁니다. 창문이 열리는 순간 연기가 빠져나올 테니까요.”
연막탄은 오리지널 모드에도 있는 요소 중의 하나라 프로게이머 출신 해설이 포인트를 잘 짚어낼 수 있었다.
“자, 지금 NPC들이 전부 빠져나갔습니다! 일단 저 양반은 과거시험은 물 건너갔네요!”
그의 예상대로 구분에 혼동을 주던 NPC들이 다 빠져나가 버렸고.
-ㅋㅋㅋㅋㅋㅋㅋ
-풀고 또 풀어…… 일백번 고쳐 풀어……
-ㄹㅇㅋㅋㅋ
-개불쌍
“42번! 검과 수리검을 빼 든 채로 집으로 입성합니다?”
42번은 이제 홀로 어지러운 채로 남아 있을 1번을 사냥하러 내려갔다.
“천천히 조여 들어갑니다. 근데 어떤 방인지 아직 파악 못 했거든요?”
“아마 기침 소리를 들으려 할 것 같은데요.”
42번은 지붕에서 내려와 주변을 둘러본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으로 들어서던 그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는다.
“기침 소리도 안 들리는데요?”
연기를 마셨다면 당연히 들려야 할 기침 소리도 없었다.
이 집엔 아무도 없었다.
“아……!”
이에 해설이 외친다.
“아까 1번이 변장술 책을 얻지 않았나요?”
“앗!”
그제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게 됐다.
“아까 나간 NPC들 중에 한 명이군요!?”
NPC들 중에 섞여서 이미 집을 나간 것이다.
“그런 것 같습니다! 아! 이러면 1번은 인술서도 얻고 무사히 도망까지 완료하네요!”
“아깝습니다. 42번!”
아몬드는 변장술을 써서 NPC처럼 보이게 한 뒤 정문으로 뛰어 나가버린 것이다.
“……아. 놓친 건가.”
42번도 그렇게 생각하며, 덩그러니 바닥에 놓여있던 땔감 나무를 발로 걷어차 버릴 때였다.
“에라이!”
퍼엉──
그가 걷어차려던 나무 땔감이 갑자기 하얀 연기를 내뿜더니.
[인술 - 바꿔치기술]
[원하는 물건에 이 인술을 걸어두면 30초 안에 서로 위치를 바꿀 수 있다.]
닌자로 변했다.
그 후─
“!?”
스릉!
순식간에 이뤄지는 발도.
땅을 지그시 밟는 발걸음과 함께, 검로가 위로 간결하게 치솟는다.
쉬익──
시빌 엠파이어에서 갈고닦은 완벽한 검초였다.
──촤아아악!
시뻘건 피가 파란 하늘로 흩뿌려졌다.
-?!??
-헐 뭐여
-앗
-케첩 찌이익!
-뭐냐?
-???: 손님 감튀에 케첩 빼먹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