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224화 (504/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24화

78. 치킨 게임(1)

복잡하고 시야가 막힌 골목길투성이인 이 마을에서도 서로를 발견할 수 있었던 건, 둘 다 지붕 위로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풍스나랑 아몬드랑 마주쳤습니다!? 아직 서로 멀긴 하거든요!? 지붕 위이기도 하구요!”

“근데, 풍스나는 알아볼 수도 있는데. 아몬드는 알아볼까요?”

“거리가 멀어서 글쎄요.”

당연한 말이지만 서로 눈이 마주쳤다고 해도 아몬드 쪽에서는 그를 기억해 낼 순 없었다.

거리가 먼 데다가 풍스나의 얼굴을 복면에 가려진 눈만 보고 눈치챌 정도로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지금으로선 풍스나도 아몬드인 줄 모를 것 같은데요?”

“게다가! 둘만 남은 게 아니라 다른 다섯 명의 실력자들이 있거든요! 이 사람들도 신경 써야 하니까 당장 싸우진 못합니다!”

“맞습니다. 일반인 시드 20명 제외하면 나머지 40명은 챌린지를 하기 위해서 온 실력파 스트리머들인데. 이들 중에서도 지금 딱 7명이 가려진 겁니다! 만만하게 볼 상대들이 없죠!”

챌린지를 하기 위해 찾아온 실력파 스트리머들. 그들 중에서도 남은 단 7명.

그들 모두가 서로를 죽이려 한다.

그게 현재의 상황이었다.

아몬드가 지금까지 아무리 여포처럼 플레이해 왔다고 해도, 이제부턴 섣불리 나서기 힘들었다.

‘저기 누가 있군.’

‘저쪽 지붕에 한 명.’

그들은 아직까진 그저 서로의 위치 정도만 머리에 넣어둔 채로 움직일 따름이다.

“게다가 지금 각자 인술도 꽤 다수 보유하고 있거든요! 특히 1번 플레이어는 무려 인술이 3가지입니다! 그중 둘은 진화까지 시켰어요!”

인술은 이 게임의 최대 변수다. 검을 다루는 면에서 실력 차가 나더라도, 상대가 어떤 인술을 쓸지 미리 예상하지 못하면 바로 목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가위바위보 싸움이다.

현재 7명이 남은 이 게임에도 어쩌면 운이 더 중요하단 말이다.

[30초 후 포위망이 좁혀집니다.]

이제 발 디딜 곳이 더 줄어든다.

“이제 여기서 한 번 더 좁혀지면 남은 공간이 200미터도 안 될 겁니다. 결단을 슬슬 내려야죠!?”

현재 일곱 명이 대치한 장소는 ‘골목길’이다. 예전 한양의 도성 근처 피맛길을 모티브로 한 공간인데.

개발되기 전 동네에서 자주 보던 골목길을 생각하면 쉽다.

길보다 집이 더 많은 이 북적북적한 공간에서 닌자들끼리 서로를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든 먼저 공격하는 자가 타깃이 되어버릴 것이다.

“아몬드와 풍스나 두 명 다 지금 다시 지상으로 내려갑니다. 아무래도 지붕 위에 올라가 있으면 너무 티 나서일까요?”

“그럴 수도 있고, 먹잇감을 발견했을 수도 있습니다.”

* * *

탁.

어느 집의 대청마루 위로 착지한 아몬드.

“에, 에구머니나!”

건너편 뒷마당에서 소란이 들려온다.

빨래를 널고 있던 여인 NPC가 호들갑을 떤 것이다.

아몬드는 그쪽으로 다가가며 검지를 입에 대었다.

쉿.

그러고 칼을 뽑아 들자 NPC는 쥐죽은 듯 조용해진다.

“흐……읍…….”

-이젠 익숙하네 ㅋㅋㅋ

-캬

-npc들 너무 불쌍해 ㅠㅠㅠㅋㅋ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이 게임을 계속 진행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다.

시끄럽게 군다고 NPC를 죽이거나 폭행하면 다음 NPC가 더 시끄럽게 비명을 지른다.

그다음부턴 걷잡을 수가 없다. 위치를 다 들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젠틀한 방식으로 협박하면 NPC들은 계속 조용하게 있는다.

아몬드는 합죽이가 된 여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질문에만 대답하면 그냥 갈 거야. 혹시 여기에 나와 같은 복장을 한 사람이 있었나? 이 근처로 지난 것 같은데.”

“…….”

게임을 진행하며 또 알게된 사실.

NPC들은 장애물 역할이지만 동시에 목격자이기도 했다.

칼을 들이밀며 협박하면 목격한 사실을 실토한다.

‘아까 당했었지.’

한 17명 정도가 남았던 시점에 아몬드가 직접 당하고 터득한 노하우다.

아몬드는 어떤 가정집의 서고를 뒤지고 있었는데.

어떤 닌자가 들어와서 NPC를 협박하니까 곧바로 정확한 위치를 알려줘 버렸다.

다행히 아몬드가 그 말을 들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에 대비할 수 있었고.

그 닌자를 포함하여 NPC까지 전부 좋지 않은 끝을 맞이했다.

이번엔 그걸 역으로 이용할 생각이다.

‘분명 아까 지붕 위에서 봤을 때 여기로 들어왔던 것 같은데.’

아몬드는 이 근처에 누군가 있다는 걸 알고 따라 들어왔다.

“그…….”

여인은 말을 얼버무린다.

“?”

아니, 말을 얼버무린다기보단, 무어라 말을 하는데 너무 작게 말해서 안 들리는 것이다.

‘조용히 하라고 해서 그런가?’

갑자기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는 여인. 짚이는 점은 아까 조용히 하라고 협박한 것밖에 없었다. 타 게임에 비해 아무래도 저급한 인공지능을 탑재해놨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아몬드는 그럴 거라 여기며 더 가까이 다가가서 물었다.

“어디로 갔…….”

스릉!

범위 안에 들어온 순간, 기다렸다는 듯 여인이 칼을 찔러왔다.

이건 무슨 NPC 이벤트인가? 잠시 이런 엉뚱한 생각도 들었지만.

‘변장술!’

이미 한 번 경험한 인술이니, 아몬드는 곧바로 반응할 수 있었다.

치익!

콧잔등에 빨간 줄이 그어진다.

허리를 재껴 피한 것이다.

그러나, 일격을 피한 것만으로 부족했다.

휘익!

표정을 싹 바꾼 여인은 연이어 검초를 날렸다. 이미 허리를 끝까지 재껴 피한 아몬드는 연체동물이 아니고서야 피할 구석이 없었다.

애초에 기습을 당하면서 무리한 자세로 피한 게 패착이었다.

림보를 하는 채로 검격을 피한다고 생각해 보라.

이대로 상체가 두 동강 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씨익.

아몬드는 림보 자세로 웃고 있었다.

척, 척!

반쯤 드러누운 상태로 두 손을 교차시켰고, 그러자 눈에 푸른 이채가 스쳤다.

[환영분신술]

또 다른 아몬드가 하나 더 튀어나와 여인의 검격을 맨손으로 쳐버린다.

촤아악!

검을 맨손을 막았으니 당연히 결과는 처참했다.

팔이 잘려 나가며 허연 연기로 사라지는 분신.

“부…… 분신?!”

그녀는 아몬드가 분신술을 갖고 있다는 것에 놀랐는지 눈을 부릅뜬다.

그사이, 림보하던 아몬드가 뒤로 마저 넘어가며 챠크라를 담아 땅을 차 올린다.

콰앙!

그 반동으로 올라간 반 바퀴 치솟으며 발이 여인의 팔꿈치에 적중했다.

우득!

엄청난 충격이니, 팔은 기이한 각도로 꺾여 버린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 남은 분신 둘이 그녀를 뒤에서부터 붙잡고 늘어진다.

“어딜 가!”

“어딜 가냐고!”

그새 몸을 일으킨 아몬드는 수리검을 무더기로 내던졌다.

퍼버버벅!

피범벅이 되어 쓰러져야 할 테지만.

피 대신 하얀 연기가 치솟는다.

퍼엉!

“!”

연기가 걷히고 보니, 여인이 아닌 웬 나무토막 하나가 벌집이 되어있었다.

그녀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바꿔치기술까지 준비해 놓은 것이다.

바꿔치기한 물건은 마당에 놓여 있던 땔감이었는데.

그게 마침 아몬드의 뒤편이다.

스릉!

뒤에서 들려오는 스산한 칼날 소리.

직접 고개를 돌려 보고 막을 시간은 없었으니, 아몬드는 눈을 감고 정확한 위치를 최대한 소리로 파악한다.

그 후, 예상되는 위치로 검을 옮겨 옆으로 뉜다. 혹여나 빗나가더라도 최대한 급소에 피해를 줄이는 포지셔닝이다.

카아앙!

검날이 낭창낭창하게 흔들리며, 불꽃이 튄다.

어깨로 전달되는 묵직한 충격이 말해준다.

‘막았다.’

뒤에서 오는 검격을 막았다고.

‘바름 씨한테 배운 보람이 있네.’

갑자기 아몬드가 검을 유려하게 다루는 이유.

그가 시빌엠 스크림과 훈련을 매일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아몬드는 긴급상황에 다른 포지션으로도 바뀌어야 하기에, 지휘관인 ‘식빵’에게 검술을 코치받았다.

‘?!’

그런 걸 알 리가 없는 적은 당연히 벙쪄 버린다.

보지도 않고 검격을 막는데. 누가 벽을 느끼지 않겠는가?

‘뭐 이런 놈이……!’

이렇게 기습을 했는데도 먹히지 않으면 어쩌라고.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여기서 놀라기엔 아쉽다고 말하는 듯, 맞댄 검면이 스르릉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어…… 어?’

저도 모르게 무게 중심이 무너진다. 챠크라 반동으로 힘을 실었던 검에 끌려가 버리는 거다.

제대로 힘을 실어서 베지 않으면 절단 혹은 급사 판정이 안 나기 때문에 반드시 무리할 거라고 생각한 아몬드의 전술이다.

그는 단순히 막은 게 아니라, 기울기를 만들어 검의 경로를 틀어낸 것.

키이이잉!

귀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마찰하는 칼날이 말해준다.

‘끝났다.’

여인의 목숨은 이 합에서 끝났다는 걸.

검격을 흘려내던 아몬드의 검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얌전히 검세를 잡았고.

여인의 것은 먹잇감에 눈이 멀어 인간의 함정도 보지 못하는 늑대의 돌격처럼 허망하게 계속해 하강하여 땅을 쳤다.

카앙……!

그와 동시에 앞으로 한참 쏠려 쭉 빼놓은 모가지는 마치 날 좀 쳐주시오 말하니, 아몬드는 굳이 사양치 않고 쳐버린다.

촤아악!

[1 → 17]

[즉사]

[6/60]

-이게 닌자대전!? 이게 닌자대전!?

-미쳤다 ㄷㄷ

-와 검술 뭔데!?

-이, 이게 시빌엠파이어식 실전검술?! 이, 이게 시빌엠파이어식 실전검술?! 이, 이게 시빌엠파이어식 실전검술?! 이, 이게 시빌엠파이어식 실전검술?!

-ㅈ댄다

-쿠키야 도배하지 말고 로그인해라

-시빌엠 바이럴 미쳤네 ㅋㅋㅋㅋ

“후.”

땀을 한 번 훔쳐낸 아몬드.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쪼금 위험했네요.”

NPC인 척 연기를 너무 잘해서 깜박 속아버린 게 그의 목숨을 날릴 뻔했다.

“이제 파밍 좀.”

그는 죽은 여인의 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

아몬드는 반가운 물건을 하나 발견했다.

[단궁]

변장술 때문에 미처 몰랐는데, 그녀는 활을 갖고 있었다.

* * *

“와아아아아아악!!! 아몬드!! 커어어엇!!! 이걸 이기나요!? 처음부터 끝까지 불리한 구도였는데요!!!”

비교적 차분한 편이던 해설이 얼굴이 벌게져 샤우팅했다.

-ㅁㅊㅋㅋㅋㅋ

-와ㅋㅋㅋ

-뭐냐 이거

-아 귀청이야

-도랏다 거의 옛날 전자파 레전드 미러전급

“지, 지금 보셨습니까!? 제 눈이 다 따라가질 못하겠는데요!?”

“예. 저는 분신술 쓰는 장면부터 아예 놓쳤습니다.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정신 차려 보니까 아몬드가 또 상대 목을 쳐버렸어요!”

-ㄹㅇㅋㅋㅋ

-나도 몬지 못봄

-닌자대전 개꿀잼이네 ㄹㅇㅋㅋㅋ

-판타지아 일낸다!

아몬드와 17번 플레이어의 화려한 접전은 둘의 전투뿐 아니라 게임에 대한 기대감도 올리고 있었다.

어쨌거나 이 챌린지는 닌자 모드를 홍보하기 위한 행사니까.

취지에 잘 맞게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아아. 흥분되는 전투도 잠시! 이제 다시 포위망이 좁혀져 옵니다!”

[포위망이 좁혀집니다.]

아몬드와 17번의 전투 후.

포위망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이제 반경 200미터 안으로 활동 공간이 줄어든다.

“이제부턴 좀 더 싸우게 될까요?”

“음 아뇨. 여기 골목길 맵 특성상 서로 잘 보이지가 않아서 아직은 파격적으로 싸우게 될 것 같진 않습니다. 정말 좁아져서 서로 다 보이는 게 아니라면요!”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틀렸다.

“어어……?!”

퍼억!

[1 → 25]

[5/60]

퍼버벅!

[1 → 60]

[4/60]

[1→ 32]

[3/60]

정예의 실력을 가진 닌자들이 갑자기 우수수 죽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사인은 모두 같았다.

화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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