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25화
78. 치킨 게임(2)
“와……!”
25번 플레이어.
그는 현재 남은 6명 중에 한 명이다.
그는 지금 남은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그렇듯, 작게 방송을 하는 실력파 스트리머였는데.
지금 매우 기뻐하고 있다.
[현재 시청자 7.2천 명]
탑 10 안에 든 순간부터 순식간에 5천 명을 돌파하더니 이젠 7천 명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얘가 이기려나
-여기도 슬슬 사람 몰리누
-뭔가 띨빵해보이는데……
물론 실제로 그의 팬들이 아니라, 그저 치킨이나 한번 먹어보겠다고 들어온 하이에나들이지만.
그럼에도 평생 2천 명도 채워보지 못했던 게 그의 방송인데, 이런 엄청난 관심을 받을 수 있다니. 분명 좋은 일이다.
“드, 드디어…… 드디어 진화다!”
물론 외골수 같은 실력파 스트리머답게 그는 시청자 수보단 지금 얻은 인술서를 보며 기뻐하고 있었다.
[변장술]
변장술 인술서이다.
이게 그의 세 번째 변장술 인술서다.
즉, 이제 곧 변장술을 변신술로 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오오
-인술 진화? ㅋㅋ
-캬
우우웅……!
인술서에서 강렬한 빛이 나오기 시작하고. 25번 플레이어의 표정이 환희에 차고 있을 그때.
피융!
“!?”
어디선가 바람 소리가 들려오더니.
푸욱!
목에 기다란 꼬챙이가 꽂혀 버린다.
“컥……! 커헉……!”
[기도 막힘]
즉사나 절단 판정까진 아니지만, 기도가 막혔다는 판정이 떴다.
[30초 안에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
주어진 시간은 단 30초.
“미, 미친…….”
25번 플레이어는 목이 꼬챙이처럼 뚫린 채로 고개를 휙휙 돌린다.
“대체 어디야?!”
피유웅!
그러는 사이 파공음이 한 번 더 울려 퍼진다.
그게 마지막으로 듣게 된 소리였다.
[사망]
“!?”
[1 → 25]
[5/60]
떠오르는 킬 로그를 보고서야 그는 현재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뭐냐?ㅋㅋㅋㅋ
-닌자 게임에 등장한 스나이퍼 ㅋㅋ
-아 이거 백퍼 아몬드네
-아몬드 활 찾았나보네 ㅈㅈ
-이게 마법이 아니고 뭐임!
“아니. 이게 뭐냐고! 저, 저기서 날 죽인 거라고!?”
유령 상태가 된 다음에야 그는 자신을 죽인 사람이 어딨는지 알 수 있었다.
1번 플레이어는 포위망 거의 끝자락에 걸친 기와집의 지붕 위였다.
너무 멀어서 사실 보였다고 하더라도 신경 쓰지도 않았을 거리.
그 정도의 거리에서 이쪽의 목을 정확히 뚫어버린 거다.
-ㄹㅇ
-활 사거리 무엇
-이거 활 사거리 제한 안 걸어놓음?
-에이 저기서 쏜거 아니겠지
“내가 닌자인 건 대체 어떻게 아냐고 저 거리에서?!”
25번 플레이어는 변장을 한 상태였다.
사실 이 정도 시간대가 되면 대부분의 닌자가 변장술 정도는 늘상 쓰고 다닌다.
그런데도 적은 단번에 그를 죽였다.
-아마 인술서 빛 때문임
-인술서 진화할 때 죽은 거 보면 그거 때문 아님??
-몰?루
“……그, 그 빛으로 단번에 날 죽였다고?”
억울하기 짝이 없었으나. 그래도 그나마 그의 영혼은 성불할 수 있었다.
피해자가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 때문이다.
푸욱!
[1 → 60]
[4/60]
한 닌자가 별생각 없이 시야를 위해 지붕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가 곧바로 사망하고 만다.
그는 이마부터 뒤통수가 꿰뚫리는 바람에 즉사해 버렸다.
“……!?”
아무리 생각해도 25번 자신이 저 60번 플레이어보단 덜 억울했다. 솔직히 진화할 때 빛이 너무 강해서 이거 들키는 거 아닌가 걱정하긴 했었으니까.
‘방금 살짝 고개를 내민 걸로 바로 죽인 거야?’
그런데 60번은 단순히 정찰을 위해 지붕 위로 살짝 고개만 내밀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 즉사했다.
억울한 피해자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피융!
“또 어디를…….”
영혼 상태인 그는 모든 상황을 위에서 내려볼 수 있도록 하늘 위로 올라갔다.
푸욱!
그의 시야에 심장에 박힌 화살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불쌍한 닌자가 하나 보인다.
그 닌자 역시 변장을 충분히 잘하고 있었는데. 괜히 쓰러진 시체를 파밍하겠다고 뒤적이다가 심장을 내준 것이다.
그래도 아직 죽진 않았다.
“커억…… 컥…… 미친 대체 어디에…….”
비틀거리며 걸으면서 상대를 찾아 두리번댄다.
그러나 이제 와 찾는다 해도 별 소용이 없었다.
피융!
잠시 버티는가 싶던 그는, 결국 머리에 화살을 한 발 더 맞아버리고는 목각 인형처럼 널브러져 버린다.
[1 → 32]
[3/60]
이제 단 셋 남았다.
“아니, 활 저거 좃버그네. 개사기 무기를 만들어놨냐…….”
-캬
-ㄷㄷㄷㄷ
-미쳤네
-이거 걍 1번이 우승이네
-돌았다 ㅋㅋㅋ
아무리 인기가 많아 경쟁이 빡세더라도, 이기지도 못할 방에 있을 수는 없는 법.
-ㅂㅇㅂㅇ
-재밌었다 25번아
-넌 스트리머 재능이 없다 그냥 노가다나 알아봐라 ㅅㄱ
-ㅋㅋㅋㅋㅃㅇ
25번의 시청자들이 우르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현재 시청자 921명]
* * *
한편, 순식간에 셋이 탈락되어 버린 사태에, 중계진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 아니, 잠시 동안 평화로울 줄 알았는데요!? 이게 무슨……!”
커다란 스크린에선 계속해서 아몬드의 화면을 고정으로 보여주면서도 리플레이가 재생되고 있었다.
웅성대는 소리가 경연장을 가득 채웠다.
“활 뭐야?”
“미친 사거리 버그네 완전.”
“아…… 아몬드 활…… 밸런스 깨졌다.”
환호성이나 응원 소리가 아니라, 숙덕거리는 소리들뿐이었다.
너무 놀라버리면 반응이 이런 법이다.
“아 지금. 보러와 주신 분들이 소리를 지를 타이밍을 놓쳤죠?”
“예. 환호성을 지르고 싶어도 갑자기 소리소문없이 세 명이 연달아 죽는 바람에…… 심지어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도 저희가 놓쳐 버렸거든요?”
그들이 볼 수 있었던 거라곤, 어떤 화면에서 아몬드가 활을 당기고.
어떤 화면에선 화살을 맞아 죽었다는 것뿐이었으니.
뭔가 반응할 건덕지가 없었다.
“그나저나 이 활 사거리가 조금 이상한 거 같지 않나요? 거의 저격수인데요?”
“아, 예…… 지금 제작진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캐스터는 잠시 고개를 끄덕인 후 이야기를 이었다.
“활은 그냥 원래 활 사거리를 고증해 놓은 채로 두었답니다. 물리 엔진이 결정하는 거라는데요?”
“……아. 그, 그게 저 정도라구요?”
웅성웅성.
또 관중석이 술렁였다.
사실, 옛날 활이 얼마나 멀리 쏘아지는지 그런 걸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들로서는 이게 게임 초기 모델의 흔한 실수인지 아니면 정말 원래의 활 사거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예. 대신에 활은 닌자 모드에서 다루기가 어렵다고 판단해서, 역사 자료 중에 제일 사거리가 긴 걸 토대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 그렇군요? 다루기가 어려워서?”
“아무래도 닌자들이 상당히 빠르잖아요? 잘 보이지도 않구요. 그걸 말한 것 같습니다.”
“예. 듣고 보니 확실히 원래라면 잘 맞지 않아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네요. 이게 아몬드 님이라 가능한 걸까요?”
“예. 그렇죠. 최대 사거리를 활용할지라도 정확도를 잃지 않는 사격 실력이 지금 버그나 다름이 없습니다! 활은 문제가 없어요!”
사실 보통의 게임이라면, 근거리 무기 위주의 전투가 펼쳐진다고 가정할 때.
활 같은 원거리 무기는 일부러 사거리 제한을 두는 편이다. 다만 닌자 모드에선 그걸 따로 만들지 않았다.
닌자의 속도나 여러 인술에 비해 화살을 시위에 걸고 당겨 쏘는 활은 너무 느릿해서 강점이 없다고 여겼기에 굳이 핸디캡을 주지 않은 듯했다.
“이렇게 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냐구요!”
“예. 있어도 사실 딱 한 사람 때문에 나머지 활 유저를 맥일 수도 없으니…….”
이건 사실 게임사의 실수가 아니다.
말 그대로 이레귤러.
게임사는 아몬드를 기준으로 게임을 만들 수 없을 뿐이다.
“근데 이러다가 아몬드 님이 그냥 지붕 위에서 펑펑 쏘는 걸로 끝나겠습니다?”
물론 그 덕분에 기껏 준비한 챌린지의 마지막이 지붕에서 화살만 쏘는 아몬드만 보여주다가 끝나게 생겼다.
활을 잘 쏘는 것 역시 분명한 볼거리이지만, 닌자 모드에서 기대한 장면은 아닐 터.
-노잼엔딩각이누 ㅋㅋㅋㅋ
-이 게임을 끝내러왔다(진짜임)
-ㅋㅋㅋㅋㅋ개노잼엔딩나면 런칭 못하는거 아니누 ㅋㅋㅋ
-그러게 아몬드를 왜 불러옴ㅋ
중계 카메라는 아몬드의 쪽으로 전부 화면을 포커스했다.
아몬드가 여기서 활시위를 몇 번만 더 당기면 게임이 끝날 거라 여긴 것이다.
“아!”
그러나, 죽으라는 법은 없던가?
“지금 희소식이죠? 화면 보시면 1번 플레이어! 화살통을 뒤적거립니다. 화살이 다 떨어졌어요!”
카메라가 가까이 붙어보니 아몬드의 화살통엔 화살이 없었다.
-희소식ㅋㅋㅋㅋ
-ㄲㅂ
-판타지아 망할뻔~ㅋㅋㅋ
“아. 화살이 정말 몇 개 없었군요? 지금 다 쓴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남이 쓰던 거니까요.”
* * *
“아. 끝났네.”
화살통을 뒤적거리던 손이 허공만을 젓는다.
-ㄲㅂ
-아씨 치킨 ㅠㅠ
-하……
-쉽게 못가네
지금 아몬드는 닌자로 의심되는 누군가를 발견한 참인데. 안타깝게도 화살이 없다.
직접 달려가서 죽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 저 빼면 둘 남았는데…….”
아몬드는 잠시 머리를 굴려본다. 좀 더 쉽게 이길 방법이 보이는 것이다.
[포위망이 좁혀집니다.]
거의 마지막으로 좁혀지는 포위망의 모양 때문이다.
‘내가 있는 곳이 유리해.’
이 게임에서 아몬드가 자리 운이 좋았던 적은 별로 없는데.
바로 지금, 운이 그의 손을 한 번 들어준 것 같았다.
“저는 자리만 지키면 알아서들 싸우다 한쪽이 죽을 거 같은데요.”
아몬드는 이미 남은 둘이 대강 있을 법한 위치를 알고 있다.
그들은 곧 포위망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니 움직여야 하고, 결국 그 과정에서 둘이 싸우게 될 것이다.
“저는 그냥 기다리면 될 거 같아요.”
아몬드는 그냥 그 둘 중 하나가 살아남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싸우면 된다.
사실 견과류단은 이런 플레이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그야 아몬드는 항상 최선을 다해서 적을 때려 부수면서 이겨왔으니까.
-오
-호두식 플레이 ㄷㄷ
-능지떡상 뭔데 ㅋㅋ
-캬 그렇게만 하자
그런데 오늘은 반응이 달랐다.
평소와 다르게 안전 지향식 플레이에 환호하는 모습.
‘다들 치킨 때문에 왔구나.’
이유는 간단했다.
치킨 때문이다.
-황건올리브가 내 눈 앞에 ㅠㅠ
-제발 ㅠㅠㅠ
-나대지말자
이들 중엔 아몬드의 시청자가 아닌 사람도 상당히 많았다.
[현재 시청자 4.7만]
처음 시작했을 땐 2만 명대였던 시청자가 이젠 4만 후반.
절반 이상이 아몬드 팬이 아니라는 말이고. 현재 채팅창은 이들이 치는 채팅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흠.’
굳이 그럴 필요 없다지만, 아몬드는 조금 괘씸하다는 생각이 든다.
치킨 찾아 나갈 땐 언제고. 이제 다시 돌아와?
그에 아몬드가 입을 연다.
“하지만 여러분. 기억하셔야 합니다.”
-????
-또 무슨 견소리를 장전하는거야
-중대 발표 ㄷㄷ
-뭘요
“킬당 만 원 미션이 걸려 있잖아요.”
스릉.
아몬드가 칼을 빼 들고, 시청자들은 수많은 물음표로 화답했다.
-???
-?
-예?
-미친 ㅋㅋㅋ 쌀 한 톨도 흘리지 않겠다?
-ㄷㄷ 흥부식 메타
-지금 만원 때문에 300만원을 버려!?
“만원은 제가 받는 거고. 치킨은…….”
여기까지만 말한 아몬드.
콰앙!
그는 갑자기 포위망이 좁혀지는 경계선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
“!?”
서로 다른 집 안에서 기회를 보던 두 플레이어가 화들짝 놀랐고.
그들보다 더 놀란 게 시청자들일 거다.
-견과류쉑……ㅂㄷㅂㄷ
-아닠ㅋㅋㅋㅋ 치킨은 애초에 지거 아니라 이거넼ㅋㅋㅋ ㅁㅊㅋㅋㅋ
-수포좌 오열ㅋㅋㅋㅋ
-치킨 안주려고 킹부러 이러네 지금 아오
-으아 킹받아
-지상 최악의 스트리머 아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