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226화 (506/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26화

78. 치킨 게임(3)

포위망 시스템.

간단하게 말하면 이 포위망 안에 들어가면 죽는다.

곧바로 죽는 건 아니라도, 계속 머물 순 없다.

이 안엔 플레이어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스탯의 포졸과 겸사복들이 진을 치고 있으니까.

즉, 이 영역에선 플레이어가 반드시 죽게끔 만든 시스템이다.

이런 류의 시스템은 배틀로얄에는 항상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시스템 없이 배틀로얄을 진행한다면 게임 시간이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지거나, 아예 게임이 끝나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사실 지금 아몬드가 취한 행동은 포위망 시스템의 존재 의의에서 아예 벗어난 건 아니라는 말이다.

게임이 루즈해지지 않고, 재밌어졌으니.

콰앙!

아몬드의 신형이 순식간에 포위망에 쫓기는 둘에게 달려든다.

사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아몬드가 가만히 있고, 남은 둘이 그에게 달려드는 것이었겠으나.

어쨌든 포위망 시스템은 싸움이 일어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 모로 가든 목적은 달성하는 셈이다.

“아몬드!? 그냥 기다리면 되는 걸 냅다 들어갑니다!”

해설자들은 막상 튀어 나간 게 포위망에 쫓기는 둘이 아니라 아몬드라는 것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 아니, 아몬드! 뭐 하는 거죠?!”

“……이게 무슨 트롤인가요!”

“막판에 치킨 주기 싫어졌나요!?”

트롤이라느니, 치킨을 주기 싫어진 것 아니냐느니. 이런 표현이 나오는 게 당연했다.

그만큼 무모한 행동이다.

-ㅠㅠㅠ

-비비쿤~! 가지마아~!

-최악의 스트리머 견과류!

시청자들도 울분을 토해내고 있는 와중.

쾅!

아몬드의 신형이 지붕 위를 박차며 위로 부양했다.

“거의 날듯이 높이 올라갔습니다!”

“이러면 더 타깃이 될 텐데요!?”

아몬드의 시야에 남은 두 플레이어가 보였다.

그 말은 남은 두 플레이어도 아몬드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건 1 대 1 대 1이 아니라 2 대 1을 하겠다는 선언이죠!?”

“예! 하지만 그 둘도 아몬드를 지금 바로 때리기는 무리가 있어요! 바로 뒤에 계속 포위망이 쫓아오는 형국이라서요!”

해설들의 말이 맞았다. 두 닌자도 앞으로 달리기 바쁘지, 아몬드를 상대할 시간은 부족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아몬드만큼이나 무모한 행동을 취한다.

그는 아몬드를 발견하자마자 멈춰 서더니. 품에서 뭔가를 꺼내 드는 것이다.

“아! 풍스나! 이제 아몬드라는 걸 알아챈 것 같죠!? 이 와중에도 공격을 하겠다고 무기를 꺼냅니다!”

그는 풍스나였다.

“바로 사격!”

사격이란 말에서 이미 유추해 볼 수 있듯이, 놀랍게도 그는 아몬드를 상대로 활을 쐈다. 이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거라고 여긴 건지 아니면 지금 당장 저 거리로 날릴 수 있는 타격이 활뿐인 건지는 모르겠으나.

피유웅!

화살은 그의 시위를 떠나 여전히 하늘에 떠 있는 아몬드에게로 날았다.

“제아무리 아몬드라도 하늘에서 뭔갈 피하기는 정말 힘든데요!”

맞는 말이었다.

아몬드는 피할 생각이 없었다.

잡을 생각이다.

[환영 분신술]

퍼버벙!

공중에서 아몬드가 넷으로 분리되더니.

캉!

아몬드들 중 하나가 짧은 검을 꺼내 화살을 쳐낸다.

“아아아?!”

“쳐, 쳤어요!?”

해설들은 이 짧은 고성을 지를 시간뿐이 없었다.

쳐낸 것에서 끝난 게 아니다.

날아간 화살을 또 다른 아몬드가 붙잡기까지 한다.

“자, 잡았어요!?”

그 후, 진짜 아몬드가 화살을 건네받아 잠시 인을 맺은 후.

활시위에 그 화살을 걸어 당겼다.

당연히 목표는 풍스나의 머리.

“!?”

중계진의 입이 떡 벌어져, 턱이 땅에 닿으려 하는 무렵.

시위가 놓아진다.

파앙!

화살이 다시 주인을 향해 돌아간다.

풍스나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다래진다.

‘화살을 잡아서 다시 보낸다고?’

──푸욱!

그의 오른쪽 귀가 찢겨 나갔다.

그나마 반응을 해서 고개를 돌려 눈이 날아가는 참사는 면한 것이다.

이 모든 게 아몬드가 공중으로 날아올라 착지하기 전에 벌어진 일.

“누, 눈으로 따라가기도 벅차요!”

“풍스나 간신히 치명상은 회피!”

치명상을 피한 풍스나는 곧바로 반격에 들어간다.

바닥에 쌓여 있던 나뭇잎을 발로 휘저어 날리더니.

사락!

인을 맺는다.

[나뭇잎 수리검]

나뭇잎들이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아몬드를 향하며, 수리검으로 변하였다.

파바바바밧!

나뭇잎의 개수만큼 만들어진 수십의 수리검이 아몬드와 분신들을 난자했다.

퍼버벙!

분신들은 착지도 하기 전에 공중에서 폭사당한다.

그런데─

“?”

진짜 아몬드도 안 보인다.

전부 다 분신처럼 하얀 구름으로 흩어져 사라진 것이다.

‘설마?!’

촤아아아아악──

어느새 풍스나 뒤에서 나타난 아몬드가 그의 목을 그어버린다.

-와 ㅋㅋㅋㅋ

-화살이랑 바꿔치기술 개지린다

-캬

-킹꿔치기 크

아몬드 경기를 쭉 본 사람이라면 대번에 알아차린다.

아까 날린 화살에 바꿔치기술을 걸어둔 것이다.

“아까 풍스나의 화살에 바꿔치기술을 걸어서 날린 거군요!?”

“그 잠깐 사이에요!? 진짜 대단합니다!”

“분신까지 활용해서 분신이 잡아주는 사이 본체가 바꿔치기술을 쓴 후 화살을 날린 것으로 보입니다. 엄청난 순발력이에요. 이걸 다 계획하고 모습을 드러낸 거였습니다!”

“역시 지능형 플레이어! 아몬드!”

-지능형 플레이어 아몬듴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ㅁㅊ

-아, 아닐걸……

-얘네 일부러 이러냐?ㅋㅋㅋ

-근데 ㄹㅇ 다 계획하고 들어간거 아님? 화살 떨어지자마자 이런거잖아

-ㄹㅇㅋㅋ

아몬드의 허를 찌르는 플레이에 압도되어 잠시 잊은 게 있었다.

“아니, 그나저나! 풍스나가 이렇게 쉽게 잡혀 버리나요!?”

여태까지 아몬드만을 죽이겠다고 칼을 갈아왔던 풍스나가 생각보다 너무 허무하게 끝을 맞이한 것이다.

“아. 심지어 2등도 못…… 아앗!?”

말하던 도중, 해설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푸, 풍스나 살아 있습니다!?”

아몬드와 풍스나가 근접전 혈투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까 풍스나가 있었다고 생각되던 자리엔 나무토막 하나가 무참히 잘린 채로 널브러져 있다.

“아! 바꿔치기술!!”

풍스나 역시 바꿔치기술로 겨우 살아남은 것이다.

“그렇죠! 원래 이 기술 회피기술이죠!”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그럼요! 부모님의 원수를 갚아야 하거든요!? 쉽게 죽을 수 없죠!”

-??

-ㅁㅊㅋㅋㅋ

-부모님을 왜……ㅋㅋ

-RIP……

쉽게 죽을 수는 없다고 했으나. 그게 마음처럼 되는 건 아니었다.

카강!

카앙!

아몬드와 검격을 교환할수록 점점 불리해지는 건 풍스나였다.

‘대, 대체 뭐야. 이 자식 언제부터 이렇게 칼을 잘 다뤘지?’

아몬드 방송을 몇 번 봤던 풍스나는 당황스러웠다. 아몬드가 칼을 이렇게 능숙하게 잘 다룬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다.

“풍스나! 접근전 싸움에서도 아몬드에게 밀립니다! 슬슬 죽을 것 같은데요!?”

“이제 바꿔치기술도 한동안 못 쓰는데 어떡합니까!?”

그러던 중,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한다.

[30초 후 포위망이 좁혀집니다.]

[마지막 포위망 이동입니다.]

[이 이후, 포위망을 벗어난 지역은 사라집니다.]

마지막으로 포위망이 좁혀오기 시작했고.

이윽고 31번 플레이어도 이쪽 전투 지역으로 가담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은, 아몬드는 2 대 1로 싸울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31번 플레이어! 달려듭니다아!”

콰앙!

31번이 앞뒤 잴 거 없이 뛰어들더니 아몬드를 향해 검격을 날린다.

후웅!

아몬드는 물러나며 피하지만.

‘놓쳤네.’

다 잡은 풍스나를 놔줘야 했다.

척.

잠시의 대치.

아몬드는 눈알을 바삐 굴린다.

일단 현재 이곳은 멋들어진 기와집 앞의 마당.

‘완전 오픈된 공간.’

포위망의 모양상 이곳이 마지막 무대다.

어디로 숨을 곳도 없는 좁고 트인 공간.

심지어 2 대 1이다.

‘둘 다 날 노리네. 이런 데선 일대 다수 불리한데.’

가상현실 한정 눈치 백 단인 아몬드는 진즉에 둘이 자신을 노린다는 걸 알아챈다.

애초에 그다지 숨길 기색도 없어 보였다.

일단 가장 강력한 적수부터 처리하는 게 당연하니까.

‘온다.’

파앗!

31번 플레이어가 먼저 움직였다.

그것이 신호탄이 된 듯 풍스나 역시 움직였다.

콰앙!

닌자들답게 상당한 속도로 아몬드에게 돌진해 오는 모습이다.

“아! 돌진! 접근전으로 가나요!?”

“예! 이미 서로 수리검이고 뭐고 소모성이 있는 무기는 거의 다 쓴 상황이기에, 접근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아! 그렇군요!?”

카가강!

아몬드는 왼손엔 단검, 오른손엔 기다란 환도를 꺼내 들며 둘의 공격을 막아냈다.

“아몬드! 진짜 2 대 1로 대치합니다!”

31번과 풍스나는 다시 검초를 잡으며 그를 조여갔다.

아몬드의 눈이 좌우를 빠르게 오간다.

카앙!

풍스나의 검을 우로 쳐내고.

카강!

31번의 검을 좌로 쳐낸다.

“기, 기염을 토하겠네요! 그냥 이렇게 쌩으로 2 대 1 검투를 벌이다뇨!?”

“이거 무슨 무협지도 아닌데요!”

-ㄹㅇ

-도랏네 피지컬

-와 어지럽다 보기만해도

-ㄷㄷㄷ

단순 검격만 오가는 게 아니었다.

퍼엉!

[환영분신술]

31번은 분신술까지 써서 사실상 6 대 1까지 가버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아몬드 역시 분신술의 인을 맺었고.

퍼엉!

하얀 연기에서 튀어나온 네 명의 아몬드가 여섯의 적을 저지했다.

3명의 결투가 갑자기 10명의 결투가 되어버리니, 해설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

“뭐, 뭐가 뭔가요!? 이거!? 눈이 못 따라갑니다!!!”

퍼엉!

펑!

퍼벙!

하나씩 터져 나가는 분신들.

신기한 건 아몬드의 것은 하나도 사라지지 않는데.

31번의 분신들은 차례로 전부 사라졌다.

“아니!? 한쪽 분신만 사라집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진 몰라도! 일단 아몬드가 놀랍게도 둘 상대로 압도하는 모습!”

“이제 아몬드 쪽이 숫자가 더 많아요! 분신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마치 정말 4명의 아몬드가 싸우는 듯한 정교한 컨트롤에 31번은 기겁한 표정을 짓는다.

카앙!

31번에게 쏟아지는 검격들.

한 번은 막고, 두 번도 막았으나.

카강!

그는 점점 버티기가 버거웠다.

두 명의 분신이 점점 조여들어 오면서 검격을 날리는데.

그것도 두 분신이 전부 두 개의 검을 다루는데.

빈틈 한 번 없으며, 서로 검격이 꼬이는 일도 없었다.

마치 원래 이런 협공을 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들처럼 점점 조여들어 온다.

촤악!

결국엔 왼쪽 어깨에 길게 그어지는 자상.

“아아아!? 미쳤습니다!? 아몬드가 상처를 냈습니다!”

“아, 아몬드!! 아몬드가 오히려 압도하고 있어요! 말이 됩니까!?”

이어서, 아몬드의 분신 중 하나가 그의 목을 쳐낸다.

촤아아악!

[1 → 31]

[즉사]

[2/60]

-ㄷㄷㄷ

-미쳤다

-2대1 드리블 캬

킬에 대한 축포라도 되는 듯, 풍스나의 인술이 날라온다.

[나뭇잎 수리검]

파바바밧!

떨어지는 나뭇잎들이 일제히 수리검이 되더니 아몬드의 분신들을 향해 날아가 꽂혔다.

퍼엉! 퍼벙!

그제서야 전부 터져 나가는 아몬드의 분신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아아아! 풍스나 늦었어요! 진작 썼어야죠!”

“그렇긴 한데…… 미리 썼음 31번도 같이 죽었을 겁니다!”

“아, 또 그런 문제가 있군요? 협공도 쉬운 게 아니네요?”

이때 마침 30초가 지났다.

[잠시 후 포위망이 좁혀집니다.]

그와 동시에 아몬드에게 달려드는 풍스나.

카앙!

아몬드는 그의 공격을 검으로 가볍게 흘려내는가 싶었으나.

“!?”

펑!

아몬드의 검이 바스러졌다.

“아! 내구도! 내구도가 다했습니다!?”

“아무래도 분신술까지 써서 훨씬 빨리 소모된 걸까요!”

장비의 내구도가 다해 바스러진 것이다.

다른 검도 마찬가지.

퍼엉!

급하게 꺼내서 막았는데, 곧바로 부서진다.

[수줍은 여포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죽어라 이 악마야]

-ㄹㅇㅋㅋ

-수포좌 만세삼창중 ㅋㅋㅋ

-풍스나 쉑 ㅋㅋ 좋아죽네

-여기까진가 ㅠ

-억까 뒤지네 ㄹㅇ ㅠㅠ

-수포좤ㅋㅋㅋㅋㅋ

‘아.’

아몬드는 빠르게 눈을 굴린다.

‘어쩌지?’

조소를 머금은 풍스나가 다 이겼다는 듯 입을 연다.

“드디어 죽여보는구나. 아몬드.”

“날 아네?”

아몬드는 풍스나를 전혀 못 알아보는 듯 갸웃거린다.

“내, 내가 누군지 모르겠…….”

그에 풍스나가 자신의 두건을 벗어 던지려는 찰나.

‘알지. 풍스나.’

모든 챠크라를 내다 던지듯 터뜨린 아몬드의 신형이 고속으로 돌진했고.

콰앙──!

풍스나의 턱에 아몬드의 손바닥이 적중한다.

“윽……!”

그 후, 아몬드는 멱살을 잡은 채 빠르게 인을 맺었다.

“무, 무슨…….”

풍스나는 기겁하며 얼른 아몬드를 떼어냈으나.

늦어버렸다.

씨익.

아몬드는 그렇게 한 번 웃고는 작별을 고했다.

“치킨챠!”

갑자기 내려진 아몬드의 사형선고.

그런데 시청자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턱 한 번 가격한 걸로 왜 끝나는 것처럼 구는지? 방금 넣은 인술이 뭐길래?

-??

-뭔데?

-왜?

-풍스나쉑 마지막에 관종기를 못버려서 ㅋㅋㅋ

-치킨챠?ㅋㅋㅋ

-선 치키챠 뭔뎈ㅋ

그건 중계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아몬드의 다음 행동에 기겁해 버렸다.

“아몬드!? 왜 포위망 쪽으로 역으로 뛰어 들어가죠!?”

“무기가 없다고 포기해 버린 건가요!”

포위망으로 아몬드가 직접 뛰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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