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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237화 (517/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37화

82. 마왕 김이서(1)

판교의 태산.

지호태까지 쓰러졌다.

장내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젯펌프드 가든의 글 리젠 속도는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지호태 컷 ㅋㅋㅋㅋ 진짜 가냐?]

[본인이 부스 뒤에서 조인트 까이고 있는 허원무면 개추 ㅋㅋㅋ]

[???: 녀석은 우리 중 최약체다(본인)]

[아몬드으! 화성 가즈아아아아아!]

현재 챌린지 상황을 중계하는 글도 많았지만, 아무래도 견과류단의 침입으로 인해 별의별 글들이 다 올라오기도 했다.

[우리는 아몬드으의 시대에 살고있다]

[인류는 결국 견과류에 정복당할 것이다!]

[젯펌프드는 이름을 젯아몬드로 바꿀 것. 그것이 교섭 조건이다]

이들은 견과류단 중에서도 극성으로 불리는 ‘광견단’이다.

아몬드가 잘나갈 때면 누구보다 날뛰면서 해당하는 게임의 커뮤니티를 망가뜨려 버린다.

이유는 잘 모른다. 그저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함일 수도 있고.

이게 아몬드에게 힘을 실어준다고 믿어서일 수도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들이 늘 환영받는 존재는 아니었다.

원래 게임 커뮤니티를 멀쩡하게 쓰던 사람들 입장에선 잘 알지도 못하는 아몬드에 대한 글이 우르르 올라와 버리는 거니까.

[광견쉑들 들어와라 ㅅㅂ]

그들에게 시비를 거는 글들도 많이 올라올 수밖에 없는데.

==== ====

딱 오늘만이다.

마음껏 날뛰어라.

==== ====

오늘만은 예외였다.

김이서에 대한 증오가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남을 정도인 모양이다.

-ㅁㅊㅋㅋㅋㅋㅋㅋ

-견견!

-캬

-젯견일체 ㄷㄷ

-다음은 누구냐??

└모름ㅋㅋㅋ

└그러고보니 아직 한 번도 안나옴ㄹㅇ

└와 판교의 태산 맞네ㅋㅋㅋ 처음 뚫린거여?

└정보) 판교엔 산이 없다

……온라인도 꽤나 뜨겁게 달궈지는 건 맞았지만. 오프라인의 열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지호태가 쓰러질 때 나온 함성에 실제로 부스가 흔들릴 정도였다.

해설자들도 흥분의 도가니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태산이! 태산이 무너졌습니다아아아!!!”

“태산이 아니라! 이제 해산이에요! 판교 해사아아아안!!”

-해산ㅋㅋㅋㅋㅋㅋ

-시밬ㅋㅋㅋ

-판교 전체를 해산시키는 견과류의 실력 ㄷㄷ

스피커에서 터져 나온 함성이 쩌렁쩌렁 울리며 관중들의 괴성과 합쳐졌다.

젯펌프드 부스뿐 아니라 지스타 행사장 전체를 울릴 기세였다.

치이이익.

이런 열기 속에서 캡슐의 문이 열렸다.

“아. 지호태 선수. 나갑니다. 수고가 많았습니다!”

지호태는 도망치듯이 뛰어나갔다.

-왜 도망가누 ㅋㅋㅋ

-???: 두, 두고 보자!

-이삼천왕 빤스런ㅋㅋㅋ

다음 선수가 출전을 준비했다.

“자. 이제 이삼천왕 중 마지막이죠?”

해설자들도 어느새 이들을 이삼천왕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채팅창을 본 것이다.

-이삼천왕 ㅇㅈㄹㅋㅋㅋ

-ㅋㅋㅋ2~3 천왕

-엌ㅋㅋㅋㅋ

“예. 이삼천왕 중 마지막! 이분만 이기면 정말 마왕 김이서를 만난다고 봐야겠습니다.”

“근데 누가 나올까요? 아직 한 번도 안 나왔잖아요?”

-사슬낫의 제니 예상해봅니다~

-ㄹㅇ 누구냐 ㅋㅋ

-나라면 이미 런함

“예.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나왔지만. 역시나 가장 높은 전투력을 갖고 있지 않을까요? 아. 지금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레더 랭킹 ‘용’이라고 합니다!”

-용?ㄷㄷ

-오오……

-쩌네

레더란 점수를 걸고 싸우는 일대일 대전을 말한다. 거기엔 당연히 랭킹 제도가 있는데.

그 랭킹에서 ‘용’이라는 칭호를 받았다는 말이었다.

“지금 젯펌프드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니까 설명드리자면 상위 0.2% 안에 드는 실력자인 겁니다.”

“그렇죠. 그게 릴로 치면 마스터 정도의 백분율이라고 하네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감탄사를 뱉었으나.

아몬드 방에선 반응이 달랐다.

-그렇게 포석 깔더니 실스터??ㅋㅋ

-겨우 그딴 거에 놀란단 말이냐? ㅉㅉ

-견과류에게 이기려면 인류 최강을 데려와라 상위 0.2고 나발이고 ㅋㅋ

-허허 겨우?

이들은 실망스럽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아몬드가 릴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이겼던 게 마스터 랭크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똑같이 이길 수 있을까?

“자. 마지막 수문장 나옵니다!”

드디어 김이서를 지키는 마지막 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 관련 젯을 잘 다룬다고 하죠!?”

검은 머리를 묶어 올린, 활기차 보이는 여자였다.

중계자가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태산이 가고 화산이 왔다아! 매화검존! 최! 서어어! 여어어어언!!!”

-매화검존 ㅇㅈㄹ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닉 뭔데

-정신 대미지 들어온다 ㄹㅇ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

그녀는 활기차게 인사하며 캡슐 앞에 섰다.

어김없이 인터뷰어가 따라붙어서 마이크를 들이댔다.

“안녕하세요! 최서연 님! 들어가기 전에 한 말씀만 부탁해요!”

“아 네!”

그녀는 잠시 머리를 귀 뒤로 넘기더니,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에 두 명은 고기 방패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넨 서로 싫어함??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ㅋㅋ

-슈밬ㅋㅋㅋㅋ

-고기방패 ㅋㅋㅋ

-미트쉴드 ㄷㄷ

“아~! 고기 방패였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게임 기대하겠습니다아!”

“옙!”

척.

그녀는 캡슐 안으로 단숨에 들어가 뚜껑을 닫았다.

-이번엔 좀 버티려나?ㅋㅋㅋ

-매화검 볼 수 있는거냐 ㅋㅋ

-사슬낫의 제니는 어디?

* * *

“아. 지금 최서연…… 아니, 최고서연 로그인했습니다.”

-최고서연ㅋㅋㅋ

-닉네임 ㅋㅋㅋ 커엽누

-ㅋㅋㅋㅋㅋㅋ엌

“검 관련된 젯을 잘 다룬다고 했는데. 어떤 걸 쓸까요?”

“원래는 매화검인데. 이번엔 아마 검도 젯이겠죠?”

해설자들의 예상대로 최서연은 검도 젯을 선택했다.

“검도 젯은 태권도 젯만큼이나 리치가 길거든요?”

“그렇죠. 그리고 기본 젯 중에서 검도 젯이 난이도가 가장 높지만, 다루기에 따라 고점이 제일 높습니다. 다들 아실 겁니다?”

“예. 특히나 최고서연이 자주 쓰던 ‘매화검’은 잘 쓰는 경우 검에서 매화꽃이 피어서 흩날리는데. 시각적으로도 예쁘지만 대미지도 살벌합니다.”

“그렇죠~! 자, 이제 서로 전송됩니다!”

[전송]

양 선수들의 화면에 전송이라는 단어가 뜬 후.

“과연 맵은……!”

“역시나 신규맵 중 하나가 나올 텐데요!”

철썩!

파도 때리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태양빛이 내리쬐는 바다의 풍경이 비춰졌다.

촤아아아아……!

파도가 때리고 지나가자, 바닥이 출렁거린다.

그렇다. 이곳은 배 위.

하얗고 고급스러운 요트 위였다.

[선상 파티]

“오오! 선상 파티?!”

“이야. 이런 맵도 준비가 되어 있네요?”

“근데 이 맵 아무래도 파도가 칠 때마다 흔들리는 것 같죠?”

“예. 그렇습니다. 정말 특이한 맵이네요!”

* * *

쏴아아아아……!

두꺼운 방수 유리창을 너머 먹먹하게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아몬드는 생각했다.

‘이런 맵도 있네.’

수레바퀴같이 생긴 키와 복잡해 보이는 속도계 방향계가 박힌 대시보드.

‘배 안이구나.’

한눈에 봐도 이곳은 배 안이었고.

NPC가 배를 운전 중이었다. NPC는 정말 병풍 역할 그 자체인지라, 아몬드가 뒤에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선실 밖으로 나가봤다.

시원한 공기와 바닷내음이 그를 맞이한다.

[선상 파티]

그제야 맵 이름이 시야 한구석에 등장했다.

선상 파티라는 맵이었다.

이름 그대로 데크에선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너 때문에 흥이 다 깨버렸으니 책임져.

“예. 디오니소스 님.”

“우하하하하!”

“이야~ 호!”

제대로 신나 보이는 사람들이 술병을 들고 춤을 추며 놀고 있다.

그들 중, 정말 위화감이 느껴지는 로우 폴리곤 그래픽의 캐릭터가 하나 보인다.

[제터 발견]

제터였다.

[최고서연]

이름은 최고서연.

서울대 연세대가 최고라는 걸까?

의미는 알 수 없었다만, 아몬드는 싸울 준비를 마친 채 그녀에게 다가갔다.

“와하하하하!”

“오르페우스의 음악은 굉장한데?”

“아름다운 재능에 축복을!”

희한한 건배사를 건네며 잔을 부딪치는 사람들을 지나, 드디어 두 제터가 서로의 사거리 안으로 들어갔다.

‘검?’

인파 때문에 가까이 가보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인데.

그녀는 죽도를 들고 있었다.

그녀가 본래 쓰는 젯은 매화검인데.

기본 젯인 검도 젯으로 대체됐다.

삐빅.

[이곳의 현지인들은 제터를 인지하지 못합니다. 거리낌 없이 적 제터를 제거하세요!]

최고서연이라는 닉네임이 빨갛게 물들었고. 그녀가 죽도로 검도 자세를 잡았다.

아몬드는 명령대로 거리낌 없이 인파를 파고들며 나래차기로 전투를 시작한다.

퍼벙!

“!?”

최고서연은 검을 가볍게 좌우로 흔들며 발을 다 튕겨냈다.

[아! 전투 시작됐습니다아!]

[시작부터 완벽한 패링! 굉장한데요!]

[일단 해충 검도는 아니라는 게 밝혀졌죠!?]

[예! 패링! 타이밍이 굉장히 잘 맞아야 하는데, 이걸 완벽하게 튕기네요!]

‘패링이 되는 거였어?’

아몬드는 미처 몰랐던 사실을 깨닫는다.

패링은 공격으로 공격을 튕겨낸다는 느낌의 판정인데. 막기보다 훨씬 더 쓰기 어렵지만 효율은 좋다.

[경직 상태]

일단 패링에 성공하면 공격하려 했던 상대가 보통 주춤하거나 경직되게 마련이니까.

아몬드가 발차기하던 자세로 그대로 굳은 걸 보자, 최고서연이 외친다.

“머리!”

퍼엉!

외침과 동시에 머리로 들어오는 타격.

굉장히 빨랐다.

아몬드 역시 대처는 좋았다.

타다닥─

곧바로 뒤로 물러나 다시 거리를 벌리면서 추가 타격을 허용하지 않았으니까.

[체력 90%]

다만, 머리 겨우 한 방에 체력이 10% 날아간 건 다소 충격이었다.

[아! 체력 시원하게 까였네요! 검도 젯은 별다른 콤보는 없어도! 그냥 대미지가 세거든요!?]

[아몬드으. 잠시 탐색하나요? 지금 검도 젯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달려들기가…… 되네요!?]

아몬드는 일단 뒤로 뺄 거라는 해설자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다시 달려든다.

최고서연은 입꼬리를 올렸다.

‘흥분했어.’

검도 젯은 묵직한 젯이다.

제자리를 지키면서 검만 휘두를 때 가장 강하다. 상대가 저렇게 달려와 준다면. 이쪽에선 고마운 상황이다.

후웅!

상대가 날아들며 발을 들어 올린다.

‘귀엽네.’

그녀는 조소를 머금었다.

이렇게 무분별하게 달려들 줄이야.

또 패링시킬 각이 확연하게 보인다. 이번에도 패링 당한다면 단순히 일격이 아니라, 콤보도 넣을 수 있을 터다.

스르륵.

검을 적절한 위치로 가져다 놓는 최서연.

그런데─

‘어?’

올라오던 아몬드의 발이 갑자기 다시 내려갔다.

아니, 올라온다고 착각된 것일 뿐이다.

그 발은 걷어차기 위해 올라오던 게 아니라…….

‘축……!’

강력한 뒤차기를 위한 축을 만들기 위해 잠시 올라왔던 것.

쿵.

올라왔던 발이 바닥을 찍으며 중심을 잡고 몸이 회전한다.

휘릭.

잠시 후─

쉬이이이이익!

바람이 찢기는 소리가 나더니.

──퍼억!

뒤차기가 날아든다.

[며, 명치에 뒤차기 명중!]

패링 자세를 잡던 터라, 명치가 비어 있었다.

“컥!”

최서연이 헛숨을 토한다.

태권도는 타격점이 정해진 스포츠다. 그렇기에 그 타격점을 제대로 맞히면 보너스 대미지가 들어간다.

검도엔 패링, 복싱엔 위빙, 유도는 반격.

태권도는 정밀 타격.

콰앙!!!

아몬드의 발에서 빛이 번쩍이면서, 최서연이 뒤로 붕 날아간다.

우당탕!

파티 테이블이 죄다 쓰러진다.

“꺄아아아아!”

“에, 에에에!? 뭐야!?”

파티를 즐기던 NPC들이 아연실색하며 달아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가 날아들어 테이블을 다 박살 냈으니 그럴 만했다.

최서연은 다시 털고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미친. 페이크 뭐야.’

분명 나래차기와 거의 유사한 자세였다.

그런데 갑자기 너무 자연스럽게 뒤차기로 변형됐다.

도저히 초보자라고 보기 힘든 인간이었다.

게다가─

“오…… 이런 게 있네?”

놈이 중얼거리는 말을 들어보라.

‘이제 안 거야?’

녀석은 실시간으로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아아가…… 깨달아버렸다고?

-모르고 한거였어??ㅋㅋㅋㅋㅋ

-???: 제가 선수촌에 있었을 때……

척.

최서연은 다시 검세를 잡으며 생각한다.

‘최대한 빨리 죽여야 돼.’

더 강해지기 전에 죽여야 한다고.

-캬 이제부터 진짜다 ㅅㅂ

-아몬드한테 호두가 탑재되기 전에 죽여야할 텐데 ㅋㅋㅋㅋ

-어이. 매화검존. 네가 과연 견과류 나무에도 매화를 피울 수 있을까?ㅋㅋ

-최고서연아 고맙다~ 각성제가 되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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