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승자 인터뷰(2)
“뭐야 이거. 방 터졌어!?”
아몬드 방송이 터진 후.
“아, 안 되는데? 이거 어쩌지?”
주혁은 땀을 삐질 흘리면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렸으나, 아예 먹통이었다.
“맛이 갔네.”
연결할 다른 단말기를 찾아야 했다.
그는 본투비에게 상황을 설명 후 흩어져서 돌아다녔다.
이래 봬도 게임과 방송의 메카인 지스타니까 어디서든 찾을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하아. 이거 후원 쏟아질 타이밍인데. 진짜…….”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하필 이때…….”
하필이 아니라, 사실 그때이기 때문에 방송이 끊긴 거다.
유저들의 그 오랜 숙원을 생판 뉴비가 와서 해결해 줬는데, 어떻게 방송이 안 터지겠나.
애초에 야외 방송 기기를 따로 준비하지 않은 게 패착이었다.
“매니저님! 되, 된대요!”
본투비가 전화기를 귀에 댄 채로 뛰어오며 손짓한다.
“어? 그래요? 어디요?”
“예! 시빌엠! 시빌엠 부스요!”
둘은 시빌엠파이어 부스로 달렸다.
다른 게임 부스에 비해 꽤나 한적한 느낌. 그곳엔 쿠키와 그의 동료들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인기척을 들은 쿠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오셨군요.”
그는 본투비에게 이미 상황을 전해 들었는지, 패드 하나를 꺼내서 내놓는다.
“저희 부스는 이게 남아서요.”
“아. 감사합니다.”
급한 대로 이걸 모바일 기기로 쓰면 방송은 복구될 것이다.
일단 휴대폰보단 훨씬 사양이 높은 기기니까.
“저희 폰이 완전히 나가버려서요…… 진짜 감사합니다.”
“아, 예. 아마 폰이 감당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을 겁니다. 게다가 카메라랑도 연결됐으니…….”
“하하. 네…… 이렇게 많이 볼 줄은 몰랐죠.”
5만 명이 생방송을 보고, 수만 명이 동시에 채팅을 쳐버리니.
사실상 10만 명이 넘게 방송을 보는 듯한 효과가 나버렸다.
그러니 그 작은 휴대폰이 버틸 리가.
“여기 앉아서 하시죠.”
쿠키는 자신들이 쓰던 테이블 한쪽을 내주었다.
테이블 위엔 체스 말 같은 것과 함께 맵이 프린트된 전지들이 있었다.
‘국가대항전 작전 회의 중이었나.’
아마 부스에 보러오는 사람이 딱히 많지 않으니 이런 식으로 작전 회의 시간으로 활용 중인 모양이다…… 라고 생각됐다.
‘뭔가 씁쓸하네.’
주혁의 시선을 느낀 건지 옆에 있던 김치승이 대답한다.
“아. 저희 지금 국가 대항전 회의하는 거 아니에요!”
치승은 우릴 불쌍하게 보지 말란 듯이 설명한다.
“아…… 예? 그럼요?”
“저희도 챌린지 준비했거든요. 오늘 저녁부터.”
“챌린지? 스케일이 굉장하겠네요?”
시빌엠은 제대로 하려면 무려 200명이 필요한 게임이다.
챌린지로 하기엔 스케일이 다소 큰 셈이다.
“아뇨. 스케일 별로 안 커요! 약간 백투더 90s 감성으로. 지휘관 대전을 준비했죠. 1 대 1로요.”
“아, 지휘관만 참여하는 거구나. 스타리그 느낌?”
“그쵸!”
치승은 고개를 마구 끄덕인다.
“병사들은 그냥 온라인상 전 세계에서 구해지고, 지휘관들끼리만 키보드 마우스로 붙는 거예요. 상금은 1등 200만 원!”
“오 꽤 크네요?”
프로리그도 아닌 아마추어 이벤트 리그에 200만 원이면 상당히 큰 금액이다.
“거기에 치킨 100마리, 피자 100판도 들어갑니다!”
사람 스케일은 줄인 대신 상금 스케일은 커졌다.
“아니. 너무 큰데요?”
“저희 이번에 투자 많이 받았거든요.”
신난 치승이 설명을 덧붙인다.
“이 게임이 아시다시피 다른 나라에선 꽤 잘나가잖아요? 그래서 돈은 많은데, 한국 시장에 투자하기 애매했나 봐요. 근데 이번에 ‘아몬드 효과’로 덕 좀 봤죠.”
아몬드 참여 후 올트뷰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트래픽이 꽤 생겼다고 한다.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하니까, 슬슬 투자할 생각이 든 모양이다.
“와 잘됐네요?”
주혁은 속으로 광고 받기 참 좋아졌다 생각했다.
“이게 다 아몬드 님 덕분이니까. 한번 놀러 오세요.”
그러던 중…….
“오. 매니저님. 켜졌어요!”
본투비가 패드를 가리키며 외쳤다.
다시 아몬드 방송이 서버와 연결된 것이다.
“오. 드디어.”
켜지자마자 곧바로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아사장 문열어어어어!
-쿵쿵쿵! 여기 시청자예요! 여기 사람있어요!
-오? 열렸다
-ㄷㄷㄷ 이세계진입
화면에서 곧바로 아몬드가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왔다.
정확히는 아몬드의 얼굴이 나온 게 아니라, 아몬드를 인터뷰하는 사람의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아몬드 고글 시점이니 말이다.
“이제 갈까요?”
“아뇨. 잠시만 이것만 보고 가죠.”
주혁은 어차피 당장 그쪽으로 갈 필요가 없다며, 인터뷰를 끊지 않고 여기서 보고 가기로 했다.
리포터가 아몬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어떻게 밸런스를 조율하실 예정이신가요?]
아무래도 챌린지 우승자에겐 밸런스 패치 참정권이 하나 주어지기 때문에 나온 질문이며, 사실 이 권한을 위해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니 매우 중요한 질문이었으나.
[…….]
문제는 아몬드는 이 게임에 대해서 사실 아는 게 없다는 것이다.
[아. 오늘 게임을 처음 해보신 거라 약간 당황스러우시겠군요?]
리포터가 상황을 파악하고 정정한다.
-ㅋㅋㅋㅋ아직도 안믿긴다 ㄹㅇ
-말이 되냐? 근데??ㅋㅋ
-???: 오늘 처음 한 게임을 패치하게 되었습니다만?
-……라는 내용의 라노벨 추천좀~
[혹시 비록 하루지만 오늘 게임을 진행하면서, 너프가 필요해 보인다거나 버프가 필요해 보인다거나…… 하는 뭔가가 있었을까요?]
리포터는 질문을 좀 더 자세하게 바꿨다. 사실상 같은 말인지만 말이다.
[음…….]
[뭔가 굉장히 생각보다 세다거나?]
-리포터님 답정너 ㅋㅋㅋ
-제발 메카 시리즈 ㅠㅠㅠ
-제발 메카레그 제발 메카레그
-설마 견소리하는 거 아니지?
이윽고 아몬드가 대답했다.
[음. 야구공?]
이 말과 함께 일순간 퍼져 나가는 침묵.
-???
-?
-야구공?
-ㅁㅊ 야구공 너프를 위해 여태 우리가……
-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럴줄 알았다 견과류쉑ㅋㅋㅋㅋㅋ
모든 관중들이 낮은 목소리로 웅성거려, 싸해지는 분위기.
[아…… 저, 저 아몬드 님? 야구공이 너무 셌다는 건가요? 너프가…… 필요하다는 걸까요?!]
리포터가 다급하게 되묻자.
슬슬 사태를 파악한 아몬드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 사실 전 게임을 모르잖아요? 밸런스 패치 참정에 관한 건 나중에 시청자분들의 의견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주혁은 이 말을 듣고는 저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나이스!
-수금하겠다 이마리야
-ㅋㅋㅋㅋㅋㅋㅋㅋ캬
-의견을 카톡으로 받진 않으시겠죠? ㅎㅎㅎ
-???: 예? 천원짜리 도네라 잘 안들리는데요? 하하하!
-해석) 돈을 내놓지 않으면 야구공 너프로 끝내겠다
-이 친구 돈 벌 줄 아네 ㅋㅋㅋㅋ
리포터는 끄덕이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아~ 알겠습니다. 아몬드 님! 밸런스 패치 참정권 사용 전에 한번 잘~ 상의해 보시구요! 다시 한번 승리 축하드리며! 저희는 김이서 님을 잡아서 인터뷰를 한번…….]
탁.
잠시 방송을 보던 주혁은 이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결 잘 되네요.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패드는 오늘 안에 돌려드릴게요.”
시빌엠파이어 팀은 주혁을 배웅해 줬다.
“아, 네. 또 들르세요. 패드는 그냥 가지셔도 됩니다.”
“에이. 돌려드려야죠. 이따 뵙겠습니다!”
* * *
아몬드의 승자 인터뷰 후.
젯펌프드 부스는 상당히 시끌벅적했다.
“야구공 발언 뭐냐 미친.”
“와. 나 심장 떨어질 뻔.”
“설마 진짜 야구공 너프하고 끝나는 거 아니겠지?”
이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가라앉을 기색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김이서 님!?”
이젠 패배자 김이서의 인터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예.”
“오늘 경기 패배하셨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하.”
그는 별로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만, 구경하는 유저들은 모두 싱글벙글했다.
리포터는 일부러 속을 긁듯이 계속 물었다.
“오늘 1회 출전 중 1회 패배하셨어요. 0%의 승률을 기록하셨는데. 이건 동료이신 허원무 님보다 못한 승률이거든요? 기분이 어떠신가요?”
와하하하하!
관중들로부터 조롱 섞인 웃음이 터져 나온다.
-ㅁㅊㅋㅋㅋㅋ
-허밑김ㅋㅋㅋ
-???: 너 개못하잖아~!
-엌ㅋㅋㅋㅋ
-단 ‘0’ 프로 ㅋㅋㅋ
-콜라도 아니고 ㅋㅋㅋ 승률이 제로 ㅋㅋㅋ
“하아…… 음.”
끝내 입을 연 김이서는 그냥 간단하게 대답했다.
“뭐 기분 안 좋죠.”
우린 좋은뒈~!
짓궂은 유저 하나가 고래고래 외쳤다.
-ㅁㅊㅋㅋㅋ 넘하누
-엌ㅋㅋ 맞지 우린 좋지
-일방적 딜교보소 ㅋㅋ
“아. 혹시 아몬드 님께 드릴 말씀이라도 있으실까요? 그래도 챌린지 우승자인데.”
리포터가 상황을 넘기기 위해 빨리 질문을 던진다.
“예, 뭐. 치킨이랑 젯, 펌핑권 잘 뿌리시고 잘 사시길 바랍니다.”
-이거나 먹어라라는 듯이 말하누 ㅋㅋㅋ
-아몬드 시청자들 개부럽다 ㅠㅠ
-나도 먹고 싶네 비비쿤 치킨……
“네~ 김이서 님. 좋네요. 혹시 향후 패치 방향을 어떻게 조율하시겠습니까?”
“야구공 너프.”
이 말을 끝으로 김이서는 휙 떠나버렸다.
“그럼 이만.”
우우우우!
엄청난 야유가 그를 배웅해 줬다.
-???
-기승전 야구공ㅅㅂ
-코 양옆에 박힌 야구공 두 개 빼드리고 싶네요 ^^
-ㅈ구공 실화냐?
-아몬드가 쏘아 올린 작은 야구공 ㅋㅋㅋㅋ
리포터는 슬슬 끝맺음 멘트로 넘어가 버렸다.
“네~! 여러분! 정말 재밌고! 손에 땀을 쥐게 해줬던 매치였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더 멋지고 흥미진진한 챌린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안녕~!
다소 유치하고 과장된 몸짓으로 인사하고는 리포터 화면도 꺼진다.
* * *
주혁과 상현은 젯펌프드 부스 건너편에서 만날 수 있었다.
상현은 주혁을 발견하고는 여기라며 손을 흔들었는데.
사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인파가 제일 많은 곳이 상현이 있는 곳이었으니까.
“오빠! 저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어주세요!”
“저는 술 한 잔만 같이 마셔주세요!”
“진짜 야구공 너프할 거 아니죠!? 예!?”
-무료 도네 꺼라
-새키들아 외칠거면 도네를 하고 외쳐!
-ㅋㅋㅋㅋㅋㅋ인기 개많아졌네
-와…… ㅅㅂ 부럽다…… 아몬드 인생……
주혁은 그 많은 인파를 뚫고서야 상현에게 닿을 수 있었다.
“후아. 사람 진짜 많아졌네.”
“어디 있었어? 그나저나 나 다시 방송 되는 거 같더라?”
“그게 누구 덕분이겠냐.”
주혁이 커다란 패드 하나를 흔들며 말했다.
“이거 빌려 가지고 다시 방송 열었다.”
“아…….”
주혁은 숨을 고른 후.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
“근데 너 다음 챌린지할 체력은 괜찮냐?”
사실 챌린지를 여기서 끝내기엔 많이 아쉽다.
아직 지스타에서 보낼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고, 선물을 못 받은 시청자들이 대부분일 테니, 좀 더 줄 수 있으면 좋을 테니.
물론, 이건 아몬드의 몸에 무리가 없을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다.
“아. 응. 아직은 괜찮네. 아까 중간에 오락실에서 쉬어서 그런가. 챌린지 더 하자.”
채팅창에서 환호가 쏟아진다.
-오오오오오
-나이스
-이번엔 제발 나도 ㅠㅠ
-와와와!!!
-크 오늘 방송 혜자네
“뭐가 좋겠냐?”
“아, 음…… 짧은 거로 하나 하면 좋을 거 같은데…….”
음?
아몬드는 이런 알림을 하나 발견한다.
[! 확인 못 한 후원 알림]
후원이 밀려 있었다는 알림이다.
‘아. 방송이 한 번 꺼져서 그렇구나?’
가끔 후원이 너무 많이 들어올 때면 후원 알림이 미뤄지는 기능이 있는데.
방송이 꺼지면서 이 기능이 작동한 모양이다.
“주혁아. 나 지금 후원 밀려서. 이거부터.”
“아. 오키. 그럼 받고. 그냥 바로 진행해. 난 뒤로 가 있을게.”
주혁은 본투비 옆으로 붙었고, 상현은 시청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아. 여러분 잠시 후원이 밀려서 다 받고 나서 치킨이랑 뽑기권 뿌리고, 다음 챌린지 한번 골라보겠습니다.”
-ㅔ
-정산시간 ㅋㅋ
-캬
-쌍방 정산 ㅋㅋ
-가즈아~!
상현은 잠시 일시정지 해뒀던 후원 알람을 다시 해제했고.
[!확인 못 한 후원 알림]
[157개]
그제야 후원의 개수를 보게 된다.
‘157개?’
띠링!
띠링!
빠바바밤!
그 순간 쌓여 있던 후원이 파도처럼 밀려들어 왔다.
그리 악명 높던 김이서를 오늘 처음 시도하는 게임으로 이겨낸 보상은, 생각보다 컸다.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4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