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조별 과제(1)
157개의 밀린 후원을 본 상현의 첫 번째 생각은 이거였다.
‘왜 이렇게 많아.’
맛집도 줄 서야 하면 안 가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후원하겠다고 줄을 선 사람이 157명이라니.
그렇다.
지금 말 그대로 돈을 내려고 줄을 선 형국이지 않나?
상현의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이런 추측을 해본다.
‘아. 젯펌프드 패치 때문에?’
패치 참정권을 유저들의 의견을 받아서 행사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가?
이런 식으로 의견을 미리 표출하려는 것 같다.
“후원받아보겠습니다.”
그러나 후원 알림을 받기 시작하고 나온 첫 후원들은 밸런스 패치 따위의 것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
빠밤!
[루비소드 님이 3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찍기챠! 역시 우리 견과류가 제일 세!]
-캬 30만원
-공주님 신나셨다
-ㅋㅋㅋㅋㅋ커엽
애초에 이 후원이 나온 시간 자체가 아몬드가 인터뷰를 하기도 전이다.
그가 찍기로 마무리를 했을 때 즈음 보낸 것이다.
“아. 루비소드 님. 30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예. 당연히 견과류 중에선 제가 제일 셀지도…….”
상현은 제자리에 서서 꾸벅거리며 후원에 대한 감사를 전한다.
-ㄹㅇㅋㅋㅋㅋ
-그건맞지 ㅋㅋ
-엌ㅋㅋ 맞지 ㅋㅋㅋ 팔다리도 없는놈들이 어딜 깝치냐고~ ㅋㅋ
-호두는 좀 세보이던데?ㅋ
루비소드에 이어 젯펌프드 유저로 보이는 누군가의 후원이 들어왔다.
[젯슨 님이 10만 원 후원했습니다!]
[제에에에에엣슨! 믿고있었다구! 아몬드!]
-잰슨이 아니라 젯슨ㅋㅋㅋㅋ
-젯슨은 또 뭔데 ㅋㅋㅋ
-어이어이~ 믿고있었다구~~~
-이거 찍기챠 할 때 들어온 후원이냐?ㅋㅋㅋ
-와 단위가 미쳤네
아무래도 김이서를 무찌른 게 상당히 큰일이었는지.
후원금의 액수가 높다.
“감사합니다. 젯슨 님.”
뒤이어 들어온 후원은 액수가 더 높다.
빠바밤!
[수줍은 여포 님이 5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캬 잠깐 일 보고 온 사이에 이겨버리셨네요 ㅎㅎ 다시 보기로 보고 지리고 오겠습니다 엌ㅋㅋ]
-화장실에서 보세요 ㅋ
-수포좌 ㄷㄷ
-와
“수줍은 여포 님. 무려 50만 원. 감사합니다.”
김이서가 죽었을 때 들어온 후원만 거의 마흔 개에 달했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상현은 연신 감사합니다만 외쳐야 했다. 닉네임을 말할 시간조차 부족할 정도로 후원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슬슬 지겨워진 견과류 ㅋㅋ
-와 시바 하루에 얼마를 땡기냐???
-오늘 걍 천 버는 거 아님???
이후, 이 후원을 시작으로 아마 인터뷰 때 들어온 후원들 같았다.
[가지볶음 님이 10만 원 후원했습니다!]
[와 젯펌 가든의 영웅!……이 될뻔한 남자!]
-인터뷰 할 때인가봄ㅋㅋㅋㅋ
-라고 할뻔~
-ㅋㅋㅋㅋㅋㅋ야구공 발언만 아니었어도 젯펌가든에서 평생 빨렸을 듯 ㅋㅋㅋ
-라고 될 뻔~
“와. 10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가볶 동생님이 큰마음을 먹으셨네요.”
가지볶음은 평소 많은 액수를 후원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의 기준에서 10만 원이면 거의 전 재산을 투척하는 수준이다.
그걸 알기에 상현은 코멘트를 조금 더 해준 것이다.
-후원은 저새끼가 하는데 큰맘은 동생이 먹네요 ㅎㅎ
-가볶의 10만원? 이건 귀하네요
-왜 동생이 큰 맘을 먹는거임? 진짜 몰라서 물어봄
이후에도 인터뷰에 대한 농담이 들어간 후원이 주를 이뤘다.
“천마 권오진 님 5만 원 감사합니다. 야구공은 진짜 그렇게 느껴서 그렇습니다. 호호 님 만 원 감사합니다. 예. 다음 챌린지도 합니다. 루비소드 님. 또 후원. 감사합니다.”
-와 ㅁㅊ 언제까지 있는거임ㅋㅋ
-근데 대체 후원이 몇 개 밀린거임???
-방송 컨텐츠가 후원받기 ㅋㅋㅋ
띠링.
띠링.
당연한 말이지만 후원은 계속 이어졌고.
157개의 후원 중 7-80번대쯤 도착했을 때.
이때까지가 축하를 하기 위해서, 혹은 시청자들과 농담을 하기 위해 보내는 순수한 의도의 후원이었다.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의견(유료)을 받겠습니다~]
[돌잔치때도란잡음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야구공 발언에 싸해지는 거 개웃기네 ㅋㅋㅋㅋㅋㅋ]
[지리보이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무어라그~? 천원짜리라 잘 안둴리눈뒈~?]
-ㅋㅋㅋㅋ성지 순례 각
-의견(유료)래 ㅋㅋㅋㅋ
-인터뷰 때 의견 모으겠다 말했을 때인가봄ㅋㅋㅋ
여기서부터가 분기점이었다.
이다음부터는 목적이 있는 후원이 시작됐다.
[보이보이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아몬드님! 아몬드님! 메카 시리즈를 너프해야한다고 생각하시지 않는겁니까!?]
[너무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엔진 펌핑 자체를 너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펌프 악귀 님이 2천 원 후원했습니다.]
[엔진 펌프, 고밀도 펌프 너프하죠?]
.
.
.
아무래도 이들은 아몬드의 원래 시청자들은 아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후원 액수도 적었고.
대체로 젯펌프드의 패치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내용의 후원들이었기에 방송에서 전부 다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천원? 쳐내! ㅅㅂ ㅡㅡ
-어딜 의견을 내는데 천원짜리를 해???
-진심이 안느껴지는데요? 형님?
-???: 형님. 저 이제 10만원에 똥꼬쇼하며 방종하던 아몬드가 아닙니다?
-츠언워언? 야구공 너프가 보고 싶구나?
아몬드는 이쯤에서 끊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아. 일단 젯펌프드 관련 후원은 나중에 한 번에 보는 걸로 할게요. 지금은 다 볼 시간이 없네요.”
결국 밸런스 패치 관련된 후원은 전부 넘기게 됐다.
-캬~
-아이 시원해. 이게 아몬드지~
-가진자의 여유 ㅋㅋ
-그냥 넘길게요(돈은 이미 다 받음)
-결국 위에 나온 후원이 성지 맞네 ㅋㅋㅋ
-천원이라 안들리는데?(진짜 안들림)
* * *
후원 열차가 끝난 후.
상현은 100개의 치킨 쿠폰과 뽑기권을 뿌리기 시작했다.
고글 상단에 있는 뿌리기 버튼만 누르면 끝이었기에,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와아아아아
-아……
-헐 ㅠㅠ 나 받았다 ㅠㅠ
-감사합니다 ㅠㅠ
-또 빗나가네……
누구는 아쉬워하고, 누구는 뛸 듯이 기뻐했다.
“못 받으신 분들은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또 챌린지해서 드릴 테니까.”
-챌린지 무조건 1등한단 마인드 ㅋㅋ
-ㅁㅊ ㅋㅋㅋ 치킨이 복사가 된다고!?
-크~
아몬드는 다음 챌린지를 위해 챌린지 목록을 살피는데.
놀랍게도 딱 맞는 타이밍에 이런 메시지가 온다.
[풍선껌: 몬드야 ㅎㅎ 김이서 패는 거 잘 봤다. 근데 내가 시청자들한테 하나도 선물을 못 드려서…… 혹시 챌린지 하나만 도와줄 수 있니?]
아몬드는 고글에 이런 기능도 있었나 하는 눈으로 잠시 멍하니 바라본다.
‘시청자들은 안 보이나?’
-챌린지 기대되누
-또 치킨 100마리 짜리로 가죠 형님
-이제 근데 시청자가 너무 많아서 되려나 ㅅㅂ ㅋㅋㅋㅋ
반응을 보아하니 시청자들은 이 메시지가 안 보이는 모양이다.
아몬드는 답장 기능을 써본다. 눈의 시선으로 키보드를 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아몬드: 아 물론이죠]
[풍선껌: 하 ㅠㅠ 다행이다!]
[아몬드: 어떤 거 하시게요?]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은 후. 아몬드는 선언하듯 말했다.
“아…… 음…… 챌린지는 정해진 것 같습니다.”
-??
-뭘?루
-ㄹㅇ?
-갑자기?
생각보다 너무 빨리 정해버린 상황에 시청자들은 당황스러워했는데. 이에 아몬드가 설명을 붙인다.
“껌 형이 메시지를 보냈더라구요.”
메시지라기보단 구조 요청에 가까운 글이었지만, 상현은 풍선껌의 위신을 살려주고자 이렇게 표현했다.
“팀으로 할 수 있는 챌린지를 해보자구요.”
-버스를 타시겠다?
-엌ㅋㅋㅋㅋ
-아 결국 다 지셨구나 ㅋㅋㅋ
물론 상현의 이런 배려에도 눈치 빠른 시청자들은 이미 다 알아버렸다.
풍선껌이 여태 챌린지를 전부 실패해서 결국 아몬드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는 걸.
“무슨 게임을 할지도 대충 들었는데요. 여러분이 재밌어하실 것 같습니다. 저도 했던 게임이거든요?”
-오오?
-ㄹㅇ?
-시빌엠인가? 시빌엠도 상금 장난 아니던디
-설마 킹……덤?
“바로 좀비 스쿨이 드디어 정식 런칭 했답니다!”
와아아.
상현은 스스로 작게 함성을 덧붙이며 박수를 쳤다.
-?
-뭐함 ㅋㅋ
-개커엽네 ㅋㅋ
-와아아아아!
-뭐하냐고 박수 안치고 ㅋㅋ
-엇 좀스 내 최애인데!!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근데 좀비스쿨로 어떻게 팀 챌린지를 하나요??]
“아. 루비소드 님. 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좀비 스쿨이 팀 모드가 나왔다고 합니다.”
-캬 루비 누님 또 후원 ㄷㄷ
-뭐지?
-오……
시청자들은 대체로 모르는 듯 물음표를 남발했다.
그도 그럴 게 지스타는 새로운 모드나 새로운 게임을 말 그대로 처음 공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주 관심이 많은 게 아니라면 모를 확률이 높다.
“저도 자세한 건 모르구요. 가 볼게요.”
* * *
“으워어어어……!”
“크어……”
좀비 스쿨 부스 근처엔 좀비 코스프레를 한 홍보 모델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캬
-갬성 카페 같누
-분위기 지리네
그뿐 아니라, 좀비 스쿨 부스 여기저기 시체가 널브러진 학교 컨셉으로 꾸며져 있었기에,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 하며 부서진 문과 유리창 등.
모르는 사람이 봐도 대번에 컨셉을 알 수 있었다.
[힙스터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어머 오빠! 여기 카페 너무 힙하다! 건물이 다 죽어가!]
-ㅁㅊㅋㅋㅋㅋ
-자기야. 여기 카페 아니야……
-십ㅋㅋㅋㅋㅋ
-건물만 죽어가는게 아닌데요?ㅋㅋㅋ
-???: 화장실 비밀번호는 DM 문의 해주세요~ (합장콘)
[맞말러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캬 힙스터들은 카페도 다 뒤져가는 건물에 만들더니, 이젠 사람도 다 뒤져가는 걸로 하네]
-엌ㅋㅋㅋㅋ
-성수 카페 10년 뒤 모습ㅋㅋ
-ㅁㅊㅋㅋㅋ
-아 이거 갬성이라구요!
꽤 힘을 준 듯한 인테리어에 시청자들이 할 말이 많은 모양.
상현은 별 신경 쓰지 않고 부스 안을 둘러본다.
“어! 몬드야!”
어두운 와중에도 유난히 빛나는 구체 하나가 인사를 건넨다.
“타코형.”
“오오오! 왔구나!”
풍선껌이 가장 반가워하며 온몸을 흔들었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아! 아몬드!”
그의 주접에 타코가 옆에서 일침을 가한다.
“아니, 망치는 건 형이잖아요.”
“……크흠.”
-난리났네 ㅅㅂ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 ㅋㅋ
-맞아 몬드가 뭘 망쳨ㅋㅋㅋ
“여튼! 줄 서자! 지금 내 매니저가 대신 서고 있거든?”
덕분에 들어가는 데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챌린지 도전자분들! 전~부 입장!”
안내원의 말을 따라 챌린지룸으로 들어가는 데까지 10분 정도 걸렸다.
안에 들어가니, 진행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도전자분들은 캡슐로 들어가 주시길 바랍니다~”
캡슐 안으로 들어가자 순식간에 모든 소음이 차단되면서 앞이 컴컴해졌다.
컴컴한 와중에 희미한 빛을 내는 텍스트가 쓰여졌다.
[목표]
[가능한 많은 학생을 살려서 탈출하세요.]
뻔하다면 뻔한 목표였다.
여전히 시야는 암전이다.
한 5초 정도 흘렀을까?
“으음…….”
졸음에서 깨는 듯한 숨소리와 함께, 익숙한 음정의 종이 울렸다.
띠리리 띠리리 띠~리 띠리리 띠리리 리~♪♩
시야가 밝혀진다.
눈에 들어온 건.
“!”
교실이다. 텅 빈 교실이다.
거무튀튀한 핏자국과 태풍이라도 지나간 듯 다 넘어져 있는 책상들, 그리고 시체들.
‘잠깐, 시체……?’
아몬드는 시체를 보고 순간 벌떡 일어났다.
드르르륵!
지나치게 조용한 교실에 요란하게 의자 끌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ㄷㄷㄷ
-개무섭다.
-ㅅㅂㅠㅠ
-공포겜급
-팀은 어딨어??
아몬드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뭔가 무기가 될 만한 것이 없을지.
끼이익…….
낡은 나무 바닥이 삐걱거린다. 아몬드가 낸 소리가 아니었다.
“크륵…… 크…….”
검붉게 물든 하얀 셔츠를 입은 시체가 일어선다.
꾸드드득…….
경직됐던 근육이 갈리는 끔찍한 소리가 난다.
놈은 부러진 팔을 흐느적거리며 다가온다.
“크르르…….”
‘무기가 없으니 도망이라도.’
아몬드는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두둥!
[패닉]
그럴 수 없었다.
“크아아아아아아!”
좀비는 입을 크게 벌린다.
다가오지 않고 그저 입을 쩌억, 찢어낸다.
“캬아아아아아아!”
부글부글 끓는 위액이 솟아올라온다.
-헐
-아으 ㅠㅠ
-좀비가 아몬드를 보고 군침이 도나보네요
-캬~ 햇반가져와!
-특수 좀비인가?? 와 지대로네.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2 24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