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252화 (532/699)

1. 본관 점거(2)

그렇다.

플레이어들은 알지 못하지만, 이 챌린지에는 총 다섯 개의 팀이 이 참가했고. 그들은 전부 같은 서버에서 경쟁 중이다.

아니, 같은 서버인 것뿐 아니라 그들은 전부 같은 학교에 있으며, 전부 같은 고등학교 2학년생이다.

“1팀이 1반, 2팀이 2반, 3팀이 3반…… 이런 식으로 지금 반이 부여가 된 거죠?”

“그렇습니다.”

그 팀의 숫자는 곧 반의 숫자로 적용됐다.

자연스레 한 팀의 인원은 NPC 포함 약 40명 정도로 나누어져 있었으며.

챌린지에 참여하는 모든 플레이어들은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 때 운동장에 있었단 얘기가 된다.

“좀비! 좀비 나왔습니다!”

“자, 지금 최초의 좀비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들은 좀비 사태가 일어날 때 같이 도망쳤으며, 그들 중 몇은 심지어 같은 본관에 들어왔다.

플레이어들은 각자 반은 다를지라도, 역할에 따라 같은 꿈을 꿨기 때문이다.

“아마 전부 본관으로 향할겁니다! 맵을 보는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가 본관에 대한 꿈을 꿨을 테니까요!”

모든 챌린지 팀은 본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실마리라도 쥐고 있는 게 그뿐이니까.

“아~! 1팀! 파죽지세로! 본관 남쪽을 점거하면서 출입구를 닫습니다!”

가장 먼저 본관에 입성한 건 챌린지 사냥꾼 팀이라고 불리던 1팀.

그들은 운동장에 서 있던 위치상 아무런 피해도 없이 남쪽을 점거하게 됐고.

“3팀은 중앙 현관을 점거하네요!”

가운데 서 있던 아몬드의 팀, 3팀은 본관의 중앙인 서쪽으로 진입하게 된다.

“5팀은 좀 늦어서 입구가 막힌 걸 확인하고 가장 뒷문인 동쪽 문으로 돌아갔습니다!”

5팀이 마지막으로 본관으로 입성했다.

나머지 팀은 도착이 늦어 본관으로 들어서지 못했다.

촤르르륵!

쿵!

너 나 할 거 없이 모두 입구의 셔터를 내리기 바빴기 때문이다.

“지금 본관에 입성하지 못한 팀은 2팀, 4팀뿐인가요?”

“그런 것으로 보이죠? 두 팀은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겠습니다!”

2팀, 4팀은 각각 공사 현장과 식당으로 향했다.

“꿈에 본관이 나오긴 했어도, 꼭 본관을 고집할 이유는 없거든요. 다들 타협하여 움직입니다!”

그렇다. 꿈에선 본관을 점거하는 게 유리한 것처럼 나왔으나.

현실에서도 그러리란 법은 없다. 본관엔 경쟁자들이 있으니까.

차라리 저들처럼 공사장과 식당 등을 점거하는 게 안전할지도 모른다.

매번 그렇듯, 이 게임의 진짜 적은 좀비가 아니었으니까.

* * *

잠시 후.

아니나 다를까, 이제 슬슬 팀끼리 마주치는 일이 생겨 버린다.

“버, 벌써 마주칩니다!?”

1팀과 3팀이다.

즉, 아몬드가 속한 팀이었다.

그들은 남쪽을 점거한 존재들이 있다는 걸 모른 채 인력을 1/3로 나누어 남쪽으로 진입했었다.

“3팀! 1팀! 지금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데요!”

“지금 복도 코너를 안 돌아서 그렇지. 가까워집니다!”

1인칭의 시각으론 서로 인지할 수 없었으나.

위에서 보면 곧 저들이 맞닥뜨릴 거라는 건 불 보듯 뻔했다.

서로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으니까.

“어…… 근데 마주치면 3팀이 일단 머릿수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하죠?”

“그렇습니다! 1팀은 지금 40명에 가까운 인원이 우르르 몰려다니거든요?”

숫자가 너무 불리했다.

만난다고 해서 곧바로 싸움이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언젠간 적이 될 운명.

지금 마주치나 나중에 마주치나 위험한 건 매한가지였다.

“마주치지 않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요?”

특히나 1팀은 챌린지 사냥꾼 팀이다.

챌린지를 사냥하고 다닌다고 표방할 정도로 공격적으로 게임을 하는 집단이라면, 아마 처음부터 미래의 적을 미리 제거하려 할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우연찮게 숫자를 서너 배나 앞서는 상황에 만났다면, 더욱 더 이 기회를 놓치기 싫을 터다.

“3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눈치챌 수 있습니까?”

“글쎄요.”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게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거리다.

“아. 몰라요. 모릅니다. 이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저희는 이걸 위에서보니까 알지만 선수들은 모를…….”

어?

해설은 말하다가 잠시 멈칫한다.

“아네요? 아몬드 선수. 이거 분명 아는 움직임이죠?”

아몬드가 검지를 입에 대며 아이들을 조용히 시킨 후. 바닥에 귀를 대본다.

-갓에넬:???

-아니 어떻게 아는거임?ㅋㅋㅋ

-와 감각 ㅁㅊ

“어…… 소리로 눈치챈 건가요? 좀비랑 그게 구분이 될까요?”

“아몬드 선수! 지금 화장실로 숨어버립니다!”

아몬드는 아이들과 함께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건 숫자까지 안다는 거 아닌가요?”

“그렇죠……?”

무려 10명의 인원이 사람 발자국 소리 하나 듣고 숨어버리는 경우는 드물다.

아몬드는 상대가 더 많은 숫자라는 것까지 파악한 것이다.

-뭐여 초능력이여?

-감각 수치가 ㅈㄴ 높나본네

-이게 시빌엠 국대?! 이게 시빌엠 국대?!

-ㄷㄷㄷ

-주작급 판단

“이건 좋은 판단입니다. 아몬드 선수! 이런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선수였나요!?”

“피지컬만 앞세우던 시절은 지났다 이거죠!”

아몬드도 점차 게임 경력이 쌓여가고, 여러 전략 전술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발전 중이다.

이제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싸움을 함부로 걸진 않았다.

특히나 이 게임은 자기 한 몸 건사하면 땡인 게임이 아니라, NPC들을 지켜야 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본인은 어떻게 전투 능력으로 돌파할 수 있을지라도 NPC들은 전멸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숨어버린 건 좋은 판단이었다.

그들이 눈치채지만 못했다면 말이다.

“어?”

1팀의 누군가가 갸웃거리며 문 앞으로 다가간다.

[1팀 - 깍두기]

그의 닉네임은 깍두기.

실력파 스트리머이지만, 그리 인기가 좋지는 않은 자들 중 하나로.

이번 챌린지에서 활약해 시청자를 모을 생각이었다.

씨익.

그는 어떤 흔적을 발견하고는 웃어 보인다.

“어이.”

* * *

문구멍에 등장한 커다란 동공이 말한다.

“거기서 왜 훔쳐보고 있어?”

-ㄷㄷ

-ㅁㅊㅋㅋㅋ

-헉쓰

-ㅈ됐다

-뭐야??

어?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뒤로 한 발 물러났다.

‘들켰나.’

“발자국 찍혀서 다 보이는데 말이야.”

말하는 자가 조소를 머금은게 느껴진다.

아몬드는 순간 아래를 내려본다.

‘아.’

핏자국이 이리저리 찍혀 있다.

끌고 다니는 NPC들이 여럿이다 보니 이런 흔적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애초에 사람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 했으니 이런 흔적이 남는 건 신경을 못 썼다.

“너네들 몇 반 애들이냐?”

문밖의 목소리가 또 묻는다.

“우린 좀비도 아니고, 감염자도 없어. 합류해서 같이 생존하는 게 좋지 않겠어?”

합류해서 같이 생존?

말은 좋다만…….

“뭐야. 거기 사람 있어?”

“어. 숨었나 봐.”

“에? 왜 숨어? 감염자 있는 거 아냐?”

웅성웅성.

저쪽 녀석들이 전부 이 화장실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눈치채기 시작했다.

“얘들아. 나와봐.”

“됐어. 감염자가 있음 어떡하려고? 그냥 두자.”

“그래도 사람은 많을수록 좋잖아?”

이건 NPC들의 대화 같았다.

저 녀석들은 아직 이게 경쟁 구도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장 정도로 똑똑한 NPC가 아니라면, 결국은 경쟁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저…… 우리 왜 숨는 거야?”

“그래. 그냥 쟤네랑 합치자. 좀비들 무섭다고.”

아몬드 뒤에 있던 3반 아이들도 이제 혼란스러워한다.

“야. 너네 아까 반장이랑 풍선껌이 한 말 못 들었어? 우린 문을 전부 닫고 다른 반 애들 버리려 했어. 쟤네라고 안 그러겠냐고.”

“하지만…… 이미 다 본관에 들어왔잖아? 우린 쟤네를 버린 게 아니고…….”

“순진한 소리 하지 마!”

아이들끼리의 말다툼.

이 소리가 문 건너로 흘러갈까 걱정되어 아몬드는 일단 조용히 시킨다.

“쉿. 일단 위험한지 아닌지 파악해야 해.”

말은 이렇게 했지만, 놈들 중 플레이어가 섞였다는 걸 안 이상 무조건 위험했다.

아몬드는 조심스레 묻는다.

“너네 몇 명이냐.”

그가 귀로 들은 바에 의하면 분명 무지막지하게 많은 숫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 음…… 한…….”

아몬드는 슬쩍 문구멍 사이로 본다.

놈은 발자국을 내려다보며 숫자를 세어보고 있다.

-와 저새끼 숫자 맞춰서 얘기하려는거?

-일단 쟤는 플레이어가 확실하네

-ㄷㄷ 쟤네 1팀인가??

“우리 한 열 명 되는 거 같은데.”

“…….”

거짓말이다.

아몬드는 잠시 눈을 감는다.

생각을 해봐야 한다.

‘타코 형이었으면 수월했을 텐데.’

이런 상황이 왜 나한테 들이닥친 건지. 운빨을 원망하고 싶긴 했으나.

그래 봐야 해결되는 건 당연히 없으니 일단 현재 벌어지는 일에 집중한다.

선수 시절 훈련한 특유의 마인드 컨트롤이다.

“너네 몇 반인데.”

“1반.”

지이잉.

아몬드의 휴대폰으로 메시지가 도착한다.

[타코야끼: 문 닫았다. 껌형님 뭔 일 생긴 것 같은데?]

[아몬드: 저 지금 1반애들이랑 마주침요]

[타코야끼: ???]

[타코야끼: 그래? 반응이 어떤데?]

[아몬드: 얘네 NPC 아닌 것 같아요]

잠시 답장이 없다가, 그가 폭풍처럼 메시지를 쏟아낸다.

[타코야끼: 이런 ㅅㅂ]

[타코야끼: 챌린지 기획한 놈들 일부러 설명 안해줬나]

[타코야끼: 나도 지금 양호실 먹어놔야해서 거기까진 못가는데.]

[아몬드: 혼자 해볼게요.]

쿵. 쿵.

밖의 녀석들이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뭘 그리 고민해? 너네 감염자냐?”

플레이어들이 슬슬 강제 진입각을 보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숫자가 이쪽이 적다는 걸 알 테니까.

-이유도 없이 죽이면 반 애들 사기 떨어질 텐데

-사람 설마 죽이려는거야 저 새끼들?

-에반데

쿵! 쿵!

문을 두들기는 강도가 점점 더 세진다.

“나와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감염자는 처리하는 게 맞으니까!”

다른 목소리다.

그런데, 이 목소리가 등장한 이후부터 분위기가 급도로 험악해진다.

“맞아!”

“미친 감염자를 감싸주는 거냐? 너네 그러다 다 거기서 좀비 돼서 나오려고!?”

“본관 안에 감염자 있으면 안돼! 나와!”

아이들은 방금의 목소리에 영향을 받아 정말 여기 감염자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아마 방금의 목소리가 풍선껌의 역할을 하는 자다.

‘좋은 선동이네.’

좀비 스쿨에서 사람을 죽이게 되면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입는다.

그래서 이들은 지금 정신을 무장시키는 거다.

혹여나 사람을 처치해도 아이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일 없게끔, 미리 훈련하는 거다.

“감염자는 없어. 이 좁은 곳에 있는데 감염자가 있었으면 우리가 죽였지.”

논리적 반박.

그러나 먹히지 않는다.

“흥. 그럴 깡도 없으니 숨은 거 아니야?”

“맞아. 숨기나 하는 놈이…….”

-와 ㅋㅋㅋ

-???: 놔봐 이 새끼들. 활 어디갔어?

-걍 죽이려고 작정했네

-형님. 처리하시죠?

채팅창에선 아몬드가 나가서 처리해 버리자는 식의 의견이 나온다.

‘나야 문제 없겠지만…….’

아몬드가 처리하는 모습에, 다른 아이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이다.

어?

생각하던 도중 아몬드는 희한한 걸 깨닫는다.

이 녀석들 사람이 감염자라고 죽이니 마니 말하는데.

이 시점에 플레이어들은 좀비 하나 제대로 죽이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무기가 없으니까.

‘설마.’

아몬드는 문구멍으로 다시 눈을 맞추며 자세히 살핀다.

‘있어?’

녀석들 중 일부는 무기를 들고 있었다.

특히 어디서 구했는지 오함마 같은 것을 든 놈들이 보인다.

학교 시설 관리하는 아저씨들이 쓰는 걸 들고 온 걸까?

어찌 됐든 벌써 저런 무기를 습득하다니.

지금 마주한 놈들이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증거였다.

게임에 매우 능숙하며 노하우가 많이 쌓인 놈들이다.

-헐 무기 있네.

-오함마 뭔데 ㄷㄷ

-어쩌냐 이제 ㅠ

쿵! 쿵!

놈들이 다시 문을 두드린다.

아직 오함마까지 쓰진 않았지만.

이제 곧 쓰게 될 터다.

“애들아. 이거 좀 대신 막아줘.”

아몬드는 잠시 뒤쪽의 아이들에게 말한다.

“잠깐 갔다 올게.”

“뭐……?”

어딜 간다는 거야?

아몬드는 그런 질문은 무시한 채, 화장실 가장 첫째 칸을 연다.

화장실 청소 도구함이 있는 곳이다.

“있네.”

거기엔 당연히 기다란 대걸레 자루들이 있었다.

아몬드는 그 중 하나를 잡고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부러뜨린다.

빠각!

부러진 자루를 든 채, 그는 다음 칸으로 향했다.

그는 휴지를 한 움큼 뽑아 주머니에 넣는다.

그 후 닫힌 화장실 문 앞에 서서 말했다.

“이건 쟤네가 우리를 죽이려고 해서 하는 싸움이야.”

사람의 형상을 한 괴물을 죽이는 것에도 거부감을 느끼는 게 사람이다.

그런데 정말 사람에게 해를 가해야하는 상황이라면, 그 명분이 확실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명분은 그들이 우릴 죽이려 한다는 것.

의도치 않게 적들은 아몬드에게 아주 좋은 명분을 깔아줘 버린 셈이 됐다.

‘이렇게 하고 실제 눈으로 보이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야.’

아몬드가 부러진 대걸레 자루를 고쳐 잡으며 말한다.

“내가 셋 세면 열어.”

“여, 열어……?”

“어. 열고 내가 나가면 바로 닫어.”

“시, 심지어 닫으라고?”

“하나.”

꿀꺽.

곧바로 숫자가 카운트되자, 아이들은 마른침을 삼킨다.

“둘.”

아이들은 결국엔 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지, 온몸으로 막던 문에서 조금 물러선다.

셋!”

드르르르륵!

* * *

[초보자 Tip: 대부분의 좀비들은 미닫이문을 열지 못합니다.]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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