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257화 (537/699)

3. 샌드위치(1)

[아. 아몬드 팀? 지금 화장실에서 나오고 있죠?]

한참 1팀을 비추던 중계 카메라는 다시 아몬드 쪽을 비추고 있었다.

이유는 곧 여기서 어떤 사건이 벌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아. 이게…… 지금 바로 옆에 있는 교실 안에 풍선껌이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습니다. 뭐 당연히 모르겠죠.]

떨어졌던 풍선껌 팀과 아몬드 팀의 상봉.

그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놀랍게도 풍선껌은 현재 아몬드가 갇혀 있는 화장실의 바로 옆 교실에 있었고.

바로 그 풍선껌이 속한 5반 아이들 덕에 지금 아몬드가 화장실에서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니 말이다.

[아쉽네요. 풍선껌을 구하러 갈 수도 있었을 텐데…….]

다만 아몬드는 풍선껌이 거기 있다는 걸 알 도리가 없고.

풍선껌이 있는 곳은 좀비들로 바글거리니 그쪽으로 갈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훨씬 더 좋은 선택지가 있었다.

[근데 당연한 판단입니다? 지금 지하 쪽으로 가고 있거든요? 지하엔 매점이 있어요! 여긴 심지어 좀비도 없…….]

-이산가족 상봉 ㄲㅂ ㅋㅋ

-풍선껌 노희망 ㅠㅠ

-매점 누나 다시 보냐?

해설자는 말하다 말고 말문이 막혀 버린다.

[……아, 아니.]

[이거 지금 막혔죠?]

카메라가 움직이자, 그들은 미리 볼 수 있었다.

현재 아몬드 팀이 뚫으려는 매점으로 가는 길은 막힌 상태였다.

[아……! 막힌 것도 모르고 지금 오함마로 뚫고 있어요! 이거…… 좀비들 다 뛰어옵니다아아!]

차라리 오함마로 두들기는 짓이라도 안 했으면 모를까.

오함마가 문손잡이를 치는 소리는 본관 안 모든 좀비를 다 불러올 수도 있을 정도의 굉음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

“캬아아아아!”

좀비들 중 뛰는 것들은 이미 진즉에 지하 계단 입구까지 왔다.

즉, 아몬드 팀이 빠져나온 화장실 앞까지 온 것이다.

그제서야 바리케이드를 확인한 아몬드.

“……막혔어.”

길이 막혔다는 아몬드의 선언에 놀라는 아이들.

“뭐?!”

“무슨 말이야! 막혔다는게!”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기 싫었을 것이다.

“야, 야! 야아! 뒤!”

먹성 좋아 보이는 남학생, 대혁이가 뒤를 가리킨다.

“크아아아아!”

좀비 하나가 이미 계단실 밑에까지 내려왔다.

“씨, 씨발 막아!”

퍽!

대혁의 대걸레 자루가 좀비의 입을 틀어막는다.

“막는 게 아니야!”

휙!

아몬드가 누구보다 빠르게 그들 옆을 스쳐 지나가며 외쳤다.

“뚫어! 다시 화장실로 간다!”

후웅!

무쇠의 망치가 휘둘러지더니.

──콰아앙!

좀비들의 머리를 깔고 앉은 초코파이처럼 으깨버렸다.

심지어 하나도 아닌, 셋이 동시에 죽어버렸다.

-ㄷㄷㄷ

-갓함마

-캬 이게 무기지 시빨!

-대미지보소 ㄷㄷ

“오…….”

아몬드는 현재 얻은 몸으로 오함마를 휘둘러보는 건 처음인지라, 생각보다 강한 전투력에 감탄했다.

아몬드가 감탄했으니, 나머진 당연히 입을 쩍 벌렸다.

“……와.”

“미, 미친 뭐냐 방금?”

그러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오함마는 한 개뿐이야.’

오함마는 강하지만, 느리고 빈틈이 크다.

아몬드 혼자서 뚫는 건 무리였다.

“한 명씩 일렬로 서서 막아!”

“뭐, 뭐?”

“얼른! 대걸레 들고!”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아몬드는 아이들이 자신의 뒤에 촘촘히 1열로 계단에 서서 창을 찌르도록 했다.

“대걸레로 입을 찔러!”

“으, 알았…….”

푸욱!

“끄, 끄아아아아아!”

비명은 좀비가 지른 게 아니다.

덩치 좋은 대혁이의 비명이다.

“우, 우에에에에엑!”

좀비를 죽이는 게 처음인 것이다.

하지만 익숙해질 것이다.

‘차라리 잘됐어.’

아몬드는 어차피 잘됐다 여겼다.

이 게임은 25명이 최대 탈출 인원.

‘살아남을 놈만 남는 거지.’

좀비를 상대할 수 없는 녀석들은 진즉에 도태되어야 했다.

소수 정예로 가는 게 생존에도 훨씬 유리하다. 필요한 공간이나 식량이 확연히 줄어드니까.

냉혹하지만 어릴 적부터 스포츠의 세계에서 살아왔던 상현에겐 너무나 당연한 개념이었다.

“크아아아아!”

좀비들이 밀고 들어온다.

“뚫어어!”

아몬드는 앞장서며 다시 한번 오함마를 휘둘렀다.

──콰아앙!

한 번에 너덧 마리가 날아간다.

이 캐릭터의 가공할 스탯에 아몬드의 정확한 힘 분배와 집중력이 합해지니, 기관총 수준의 파괴력이 나왔다.

“날 엄호해!”

아몬드가 손쉽게 좀비를 처리하는 모습에 감화된 걸까.

“으, 으아아아아아!”

“그래! 가즈아아아! 아몬드 지켜!”

아이들은 더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아몬드가 오함마를 한 번 휘두르면, 뒤의 아이들이 창으로 그사이 들어오는 좀비들을 처리했다.

그리고 다시 아몬드는 오함마를 휘두르고. 이렇게 한 발짝씩 계단을 올라섰다.

콰앙!!

좀비들의 시체가 산처럼 난간 옆에 쌓이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슬슬 좀비들의 특성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입 크게 벌렸을 때 넣으면 쑥 들어간다!”

연지라는 여자 아이는 좀비의 머리를 좀 더 쉽게 찌르는 법을 익혔으며.

“넘어뜨리지 마! 넘어지면 우리가 더 불리해!”

송기태는 넘어진 좀비가 더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야 넘어진 좀비가 생기면 고려해야 할 타점이 두 개로 분산된다.

본래는 좀비의 머리가 달린 위쪽만 신경 쓰면 됐다면, 넘어진 좀비들이 생기면 아래까지 신경 쓰게 되는 거다.

그리하여 아이들은 좀비가 넘어지는 일을 만들지 않고, 최대한 한 번에 찔러 죽이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죽어! 죽어!”

“다시 찔러어!”

-ㄷㄷㄷ 애들 잘싸우네

-매점 3인팟 보는거같다

-캬 협동

“허억…… 헉…….”

“야! 교대!”

그들은 점차 체력이 떨어지면 뒤쪽 아이들과 교대하기도 했다.

어차피 계단은 다섯 정도면 꽉 채워서 막을 수 있으니, 모두가 동시에 싸울 필요가 없었다.

“으, 으으……!”

“미, 밀려온다!”

“야야 밀지 마! 입에다 찔러! 물려고 하잖아!”

──콰아앙!

아몬드의 오함마가 휘둘러지면,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휴.”

“올라가! 올라가! 비었다!”

이때 계단을 올라선 뒤 다시 대열을 정비한다.

“다시 서!”

“죽어어어!”

아이들의 하얀 셔츠는 점차 좀비들의 피로 물들었다.

“교대!”

아이들이 계속 교대하며 싸우는 와중에도, 아몬드는 한 번도 뒤로 빼지 않았다.

‘여기서 내가 빼면 끝난다.’

오함마를 잘 쓸 놈이 없었다. 여기서 오함마가 빠지면 활로를 뚫지 못한다.

[탈진 위험]

아몬드의 캐릭터는 점차 크게 지쳐갔다.

원래도 부상으로 인해 정상이 아니었는데…….

“허억…… 헉…….”

시야가 점차 뿌얘졌다.

‘시야가 왜 이래…….’

어찌 됐든 좀비들을 치우는 데는 문제 없었다.

머리가 어딘지 알면 오함마를 힘차게 휘두르기만 하면 된다.

아몬드는 있는 힘껏 허리를 돌려, 팔을 휘두른다.

“으으!”

──콰아아앙!

또 서너 마리의 좀비가 으깨진다.

[이, 이럴 수가!]

[이게 3반의 조직력인가요!? 아이들이 마치 훈련받은 군인처럼! 열을 지켜서 창을 찌르고 있습니다!]

[좀비들이 눈에 띄게 줄어갑니다!?]

[방패도 없이 이런 용기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점차 좀비가 줄어든다.

‘얼마 안 남았어.’

아몬드는 눈을 부릅떴다.

후웅!

오함마를 휘두르고, 또 휘두르고.

후웅!

좀비들이 일렬로 쓰러지고, 으깨진다.

콰앙!

그에 따라 상태 표시가 점점 심각한 단어로 교체되어 간다.

[매스꺼움]

[현기증]

[허기짐]

.

.

.

다른 건 몰라도, 탈진은 곧바로 반응이 온다.

삐이이!

[탈진]

시뻘건 글자로 새겨진다.

‘벌써? 안 돼…….’

[모든 속도가 40% 저하됩니다.]

휘두르는 손이 눈에 띄게 느려진다.

후우우웅…….

시야가 더 흐릿해져, 도저히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이거 되나?’

아몬드는 아직 팔팔한데.

캐릭터가 버티질 못한다.

이대로는 안 되는 건가 싶을 때.

“기, 기태야! 야!”

“끄, 끄으으으윽…… 나 물렸어! 물렸어!”

“미친……! 기태?!”

교대하던 중 누군가 삐긋하여 좀비에 물렸다.

뿔테안경을 낀, 송기태다.

“일단 얼른 채워!”

“뒤로 와! 물린다고 무조건 변하는 거 아니잖아…….”

연지가 울먹이며 송기태의 손을 잡는다.

기태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으나. 금세 입술을 꽉 깨물며 연지의 손을 뿌리친다.

탁!

“무슨 소리야! 물리면 무조건이야!”

뿔테안경 속 눈이 시뻘겋다.

“그,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물려본 적 있어? 일단 뒤로 가 있어!”

연지는 억지를 부렸다.

아무래도 그녀는 기태를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았다.

연지가 다가와 기태를 힘으로 잡아끄는데.

기태는 가슴팍을 밀어버린다.

퍼억!

“오지 마아!!!”

목이 갈라질 정도로 격하게 외치는 기태.

“연지야! 오지 마! 제발…….”

그는 연지를 지키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시뻘게진 눈으로 잠시 아이들을 둘러보더니.

덩치 놓은 친구, 대혁이를 바라본다.

“대혁아! 네가 등치가 제일 크니까…… 따라와! 뚫어!”

“기…… 기태야?”

“얼른!”

살면서 공부, 그리고 연지랑 노는 것 외에 다른 건 별로 해본 적 없다는 송기태.

죽기 직전이 되자, 그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간다아아아!”

탁─

그는 계단을 박차며 뛰어 올라간다.

“크아아아아아!”

“캬아아아!”

맛있는 살아 있는 먹잇감이 뛰어오르니, 사파리의 맹수들처럼 달려드는 좀비들.

기태는 개의치 않는다.

“난 어차피 죽는다고 이 새끼들아! 씨발 뛰어어어어!”

좀비들이 송기태의 몸을 하나둘 잘근잘근 씹어먹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송기태는 발로 더 자신의 몸을 밀어넣었다.

-ㅠㅠㅠ

-기태좌 ㅠㅠ

-헐……

-이게 단결력……!?

-미쳤어 ㅠㅠㅠ

“기, 기태애애애애!”

덩치만 큰 대혁이도 용기를 낸다.

계단을 박차며 올라간다.

“끄아아아아아아!”

아몬드도 소리로 상황을 파악했다.

‘지금 아니면 기회 없다.’

송기태의 감염이 오히려 기회가 됐다.

그의 결단 덕분에.

아몬드도 계단을 박차고 오르며, 전선을 밀어낸다.

콰아앙!

콰앙!

마지막 기세를 타고, 오함마를 미친 듯이 휘두르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가! 가!!!”

아이들이 함성인지 울음인지 구분이 안 가는 소리를 내지르며 함께 달렸다.

그러자, 활로가 뚫렸다.

‘화장실……!’

화장실이 보인다.

‘어?’

그런데 균형이 무너진다.

휘청거리고 있다.

너무 무리했다.

[당분 필요]

[칼로리 필요]

[수분 필요]

팅! 팅! 팅!

온갖게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뜨며, 중심을 잃어버린다.

“아,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잡아!”

아몬드가 휘청거리자, 아이들이 그의 등을 떠밀며 앞으로 뛰었다.

“업혀!”

앞서가던 대혁이 자세를 숙여 아몬드를 들쳐 업었다.

탁.

마치 서로 몇 번은 연습한 듯 손발이 척척 맞는 3반.

“간다아으아아아!!”

대혁이 울부짖으며 마지막 힘을 다해 뛰었다.

그런데─

“……크르르르.”

“!”

활로를 뚫어주던 송기태가 시뻘개진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아니, 그것은 이미 송기태가 아니었다.

“기…… 기태야.”

대혁의 눈망울이 크게 흔들렸다.

뒤에서 창을 들고 호위하던 아이들도 순간 멈칫했다.

자신들을 위해 목숨을 다해 활로를 뚫어줬던 기태를 갑자기 찔러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이들은 냉혹하지 못했다.

“크아아아아아아!”

기태가 입을 쩍벌리며 대혁에게 달려든다.

대혁은 어쩔 줄 몰라 눈을 감아버렸다.

그때─

대걸레 자루 하나가 뒤에서부터 뚫고 들어왔다.

──푸욱!

“!”

어? 대혁은 당황하여 눈을 껌벅였다.

멀리서부터 낯선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피바다로 처절해진 이 지하 계단과는 비교될 정도로 훨씬 여유로운 음성.

“죽여 버려~! 이 새끼들 뒤보고 있어!”

“오케이~”

푹!

푸욱!

얼마 남지 않았던 좀비들이 순식간에 정리되기 시작했다.

낯선 녀석들은 책상을 방패 삼아 좀비를 막으며 밀어냈고. 책상 다리를 마치 좀비들에게 재갈처럼 물려버려 무력화시켰다.

그러면 나머지가 날카롭게 부러진 대걸레 자루를 들고 찌르는 식이다.

장비가 좋으니, 훨씬 전투가 효율적이다.

계단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불리한 지형에서 싸우는 게 아니었고, 무엇보다 지친 기색이 없다.

“싹쓸이!”

이젠 목소리에서 여유를 넘은 쾌활함마저 느껴진다.

“화장실! 화장실!”

“오케이~!”

“어이 따까리들. 너네 먼저 화장실 들어가서 칸 전부 확인해라?”

그들은 교실에서 방금 탈출하여 달려온 5반이었다.

그들은 화장실 앞을 지키듯 뒤로 물러나며, 좀비들을 척살했다.

화장실을 점거하려는 거다.

대혁은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우, 우리…… 화장실이…….”

5반의 몇몇 인원들이 화장실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3반은 갈 곳이 없다.

‘어?’

그러나 대혁의 뒤에 업혀 있던 아몬드는 다른 게 보였다.

‘껌 형……?’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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