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258화 (538/699)

3. 샌드위치(2)

약 20분 전.

5반이 점거한 교실 내.

“눈 안 깔어 이 새끼들아?”

“…….”

일진 무리의 위협에 풍선껌은 죄지은 사람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5반의 멤버들을 하나하나 관찰한다.

어떻게든 반란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저 셋이 플레이어 같은데.’

풍선껌은 최대한 플레이어처럼 안 보이기 위해 고개를 푹 숙인 채로, 5반의 플레이어 셋을 염탐했는데.

“그러니까 여기서 화장실 먹는 게 좋다 이거네.”

“일단 여기서 먹을 거랑 무장할 만한 템 있는지 뒤져보는 게 먼저지. 교실도 잘 뒤져보면 쓸 만한 거 많거든.”

“일단 책상 자체가 전경 방패처럼 쓸 수 있을 것 같아.”

“다리도 나름 괜찮을걸. 여기 선생님 서랍장에 드라이버도 있을 거야.”

5반의 플레이어들은 서로 치열하게 작전을 회의 중이었다.

대체 뭐 하는 놈들인진 몰라도 이 챌린지에 진심인 녀석들이다.

그래서인지 풍선껌에겐 딱히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짝!

5반의 플레이어 중 하나가 박수를 치며 다가왔다.

“얘들아. 일단 좀비들한테 언제까지고 도망만 다닐 순 없으니까. 여기서 무장을 좀 할 거야. 뭘 찾아야 하는지 알려줄게.”

일진 행세를 하는 학생들도 그의 말엔 곧잘 따랐다.

“아. 또 뭔데.”

“귀찮지만 살려면 해야지~”

투덜거리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플레이어가 시킨 것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그들이 요구한 건 십자드라이버, 커터칼, 고무줄이다.

얼추 교실에 있을 법한 물건들이었다.

‘저 녀석이 여기서 리더구나.’

풍선껌은 현재 5반을 통솔하고 있는 플레이어의 이름을 자세히 살핀다.

‘김망고…….’

김망고라는 플레이어다.

스트리머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놈을 무력화시키면 5반은 알아서 오합지졸이 될 가능성이 컸다.

김진혁의 무리들은 전투력은 높을지 몰라도 조직력은 하나도 없거든.

저들이 이끌다가는 오히려 5반의 사기만 저하시키다가 다 우울증에 걸려 반란이 일어날 거다.

‘어차피 내가 반란 일으킬 거긴 하지만.’

풍선껌은 통쾌한 복수를 꿈꾸는 찐따 같은 웃음을 지으며 쿡쿡거렸다.

-찐따연기 장인ㅋㅋㅋ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구나……

-형ㅋㅋㅋ 웃지마요 ㅋㅋ 들키잖아 ㅋㅋㅋ

-뭔 상상을하길랰ㅋㅋㅋ

“어이. 거기. 통통한 새키.”

화들짝.

또 호명당한 풍선껌이 깜짝 놀란다.

“어, 어?”

“우리가 움직이는데. 가만히 있을 거야? 가마니야? 이 따까리 새끼가…… 어?”

“아, 아니! 우, 우리도 찾을게!”

풍선껌은 분주히 일어나 3반 아이들과 함께 뭘 찾는 시늉이라도 하기 시작한다.

[3반의 사기가 저하됩니다.]

-ㅋㅋㅋㅋㅋ또 사기 저하?

-리더를 잘못 둔 반의 최후 ㅠ

-“삼”전도의 굴욕ㅋㅋㅋㅋㅋ

풍선껌은 억울하다는 듯 방송 마이크 채널로 성토한다.

“하아. 아니, 얘들은 왜 또 사기 저하야? 어? 곧 형이 해낸다니까? 유쾌한 반란 보여준다니까?”

-윾쾌한 반란ㅋㅋㅋㅋㅋ

-형이 못미더운거죠……

-풍선껌의 유쾌한 반란을 누가믿냐곸ㅋㅋㅋㅋ

-정보) 처발리고 유쾌한 척만 할 예정

-엌ㅋㅋㅋㅋㅋㅋㅋㅋ

* * *

5반의 김망고.

그는 전략적으로 꽤 뛰어난 플레이어 같았다.

“여기 서랍에 있는 교과서 있지? 이걸 커터칼로 적당한 두께까지 찢어.”

그는 두꺼운 교과서들을 갑옷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이 종이들을 팔이랑 다리 같은 데 두르고. 고무줄로 묶어두는 거야.”

팅……!

정강이, 팔목 등 싸우다가 좀비에게 물리기 딱 좋은 곳에 교과서 갑옷을 두른 후, 고무줄을 묶어내니 꽤나 든든했다.

‘와. 이거 괜찮은데?’

적이나 다름없는 풍선껌조차도 그렇게 느꼈으니, 할 말 다 한 것이다.

-실시간 풍선껌 그냥 배신 안할까 고민중 ㅋㅋ

-???: 여기 붙을까?

-김망고씨 좀 치네

“지금 드라이버로 책상도 거의 다 해체했거든. 여기 덩치가 좋은 녀석들은 책상을 들고 방패로 앞에 설 거야. 시위대 막는 전경처럼.”

척.

김망고가 시범 삼아서 책상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뒤에 우리는 이 마대 자루를 부러뜨린 창으로 찌르는 거지. 아니면 책상다리로 치든가.”

“아. 망고야. 그거 말해줘야지. 책상다리 입에 넣어버리면 무력화된다고.”

“아. 그래. 이 책상다리 사이즈가 좀비들 입 막기에 딱이더라.”

오…….

풍선껌은 저도 모르게 끄덕이며 책상다리를 입에 물어본다.

깡. 깡.

확실히 좀비가 한 번 물면, 뱉어내기도 어려운 크기이고 그렇다고 씹어 삼킬 수도 없는 재질이다.

“와. 이 자식들. 우승하는 거 아녀?”

-ㅋㅋㅋㅋㅋㄹㅇ

-그냥 여기로 붙죠. 형님.

-여기 붙어도 우승시켜주겠냨ㅋㅋ 25명 안에 들어야하는데

-ㅋㅋㅋㅋㅋㅈㄹ 천성이 배신자여

“아니. 뭔 배신자에여. 게임인데.”

-갑자기 “게임인데” 시전

-그 게임에 목숨거는 1인

-ㅋㅋㅋㅋㅋ배신하고싶나봐ㅋㅋㅋ

“크흠…….”

이중 스파이(?) 풍선껌의 진로 고민이 이어지는 가운데에도 5반은 착실히 무장을 해나갔고.

“어?”

하늘이 도운 건지 뭔지 그들이 무장을 하는 와중에 좀비들이 갑자기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전해져 오는 굉음 때문이었다.

깡……!

“뭐야. 무슨 소리야?”

깡……!

까앙……!

연이어 울려 퍼지는 굉음.

아몬드가 지하실 문을 부수고 있는 소리다.

“어그로 뒤지는데? 좀비들 다 갔어?”

학생 하나가 창문에 얼굴을 바싹 붙이며 말한다.

“뛰는 놈들은 벌써 저 멀리 갔다. 근데…… 화장실 쪽이네 하필.”

좀비가 다른 데로 이동하는 건 좋았다. 그들이 원하는 화장실 쪽으로 갔다는 것만 빼면.

김망고가 말한다.

“괜찮아. 화장실 쪽으로 갔다고 해도 어그로 끌려서 뒤돌고 있는 좀비들 처치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정면 승부보단 훨씬 낫지.”

그는 이 정도도 충분하다 판단했다.

앞으로 보고 있는 좀비와 싸우는 것과 뒤돌아 있는 좀비와 싸우는 건 큰 차이다.

“어차피 싸우려고 무장한 거잖아?”

“그…… 그렇지.”

그래. 좀비랑 싸움을 계속 피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다.

싸우지 않을 거라면, 무장도 열심히 안 했다.

‘경험치 얻어야지.’

전투를 자주 치르면 전투 관련 스탯이 좋아진다.

반대로 말하면 전투를 피하면 계속 약해지는 거다.

‘그 과정에서 몇 명쯤 죽더라도…… 상관없고.’

물론 피해는 있을 테지만 상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좋다.

어차피 25명만 탈출할 수 있으니까.

“나가자.”

김망고가 간단히 말하며 사인을 준다.

교실 문이 열리고.

척. 척.

책상 상판을 방패로 든 아이들이 전진한다.

“후우…… 개무섭네.”

풍선껌이 심호흡을 반복한다.

가장 앞에 있는 이들은 당연히 3반이었기 때문.

“고고.”

“앞으로 가!”

뜸 들이자 뒤에서 바로 타박이 들어온다.

3반은 어쩔 수 없이 교실 밖으로 나간 후.

좀비들을 향해 조금씩 진격한다.

“캬아아아?!”

좀비 몇이 5반을 눈치챈다.

한 대여섯쯤 됐을까?

“죽여!”

쾅!

책상 상판으로 밀어버린 후.

막대기들이 쉴 새 없이 머리통을 찔러 버린다.

푸욱!

“좋아. 전진.”

이럴 수가.

풍선껌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이건 마치 중세 전쟁에 등장한 로마 군인을 보는 듯 했다.

체계적이며, 절도 있고, 안전하지만 파괴적인.

“크아아아아아!”

“캬아아아악!”

“또 온다!”

더 많은 좀비들이 다가오기 시작했으나.

푸욱!

푹!

좋은 경험치로 전환될 뿐이었다.

풍선껌은 쓰디쓴 표정을 지었다.

‘이런 식이면…….’

5반 놈들은 전투 경험치를 먹고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으하하하! 좀비 쉐이덜~ 별거 없네~”

“이거 우리 완전 영화 주인공 아니냐? 자, 대기들 타시고~”

“선수 입장~”

“좀비 오빠들~ 쓸데없는 짓 하다가 대가리 빵꾸나~”

특히나 원래부터 전투에 특화된 일진 세력들은 여유마저 느껴진다.

더 악랄하고 요란스러워졌다.

-ㅁㅊㅋㅋㅋㅋ

-선수 입장ㅇㅈㄹㅋㅋㅋ

-존나 인싸들이네 역시 ㅋㅋㅋ

-ㅅㅂㅋㅋㅋㅋ

“하아. 이거…… 반란 될까요?”

풍선껌은 땀이 삐질난다.

-걍 5반 하시는게……

-전투민족들 좀 무섭긴함ㅋㅋ

-3반 버려? 3반 버려?

-3전도의 굴욕을 또 당하시게요?

옆에서 누군가 툭툭 친다.

오지훈이다.

“풍…… 아, 아니. 야. 의리맨.”

그도 같은 질문을 한다.

“이거 가능한 거냐? 얘네 미친놈들 같은데?”

그 역시 반란 성공 여부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남의 입을 통해 들으니까 정신이 번쩍든다.

“기, 기다려. 임마. 내가 타이밍 볼 테니까.”

* * *

아몬드가 어그로를 끈 사이, 5반은 착실히 전진했다.

“자. 화장실 머지 않았다.”

“아까처럼만 하면 돼! 쫄지 말고!”

“긴장 풀어!”

화장실 근처까지 접근하자 확실히 좀비의 숫자가 많아졌다.

복도에서 처리하던 양과는 비교가 안 된다.

“크으으?!”

그 많은 좀비들 중.

하나가 뒤를 돌아봤다.

5반을 눈치챈 것이다.

그때─

시야에 보이는 좀비들 중 거의 절반 이상이 휙 돌아본다.

“캬아아아아아!”

“쓸어!!!”

김망고의 외침과 함께 방패병들이 책상으로 밀고 들어갔다.

“크아아아아아아!”

“찔러! 찔러!”

뛰는 좀비들도 책상 방패병들에게 눌리기 시작하면 예외는 없었다.

“크아아아아악!”

푸욱! 푹!

뒤에서 쏟아지는 대걸레 창의 세례에 죽어 나가기 바빴고.

“책상다리! 넣어!”

“카아아악……악!?”

팅……!

미처 처리 안 된 좀비들에겐 책상다리가 재갈처럼 물려 버렸다.

카드득……!

인간의 턱 힘이 책상다리를 씹어먹을 수는 없었기에 그들은 한순간에 바보가 됐다.

“찔러어어!”

푸욱!

이어서 창병들이 손이 남으면 재갈 물려진 좀비들이 죽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화장실이다! 문 사수해!”

5반의 목적지였던 화장실이 손아귀에 들어왔다.

드르르륵.

그들은 곧바로 문을 열어버린 뒤.

“어이 따까리들! 들어가!”

3반을 밀어 넣었다.

“가서 화장실 칸 전부 털어서 확인해라!?”

자신 있게 문 연 이유가 있었다.

안에 있는 좀비는 3반 따까리들에게 처리할 생각이었던 거다.

-폭탄제거반이누 ㅋㅋㅋ

-여긴 희망이없네 ㄹㅇㅋㅋㅋ

-유쾌한 반란 언제하냐곸ㅋㅋ

“야! 안 들어가!? 어? 씨발 우리가 막고 있는 사이에 얼른 가서 확인하라고!”

김진혁의 으름장에 풍선껌은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떼었다.

좀비를 찌르고 있는 저 창이 언제 이쪽을 향할지 모른다.

“하아. 얘들아. 한 명당 하나씩 열지 말고. 하나씩 천천히 열자.”

“그래…….”

힘 빠진 듯한 3반 아이들의 목소리. 그렇게 화장실 칸을 하나씩 열어보기 시작하는데.

“음. 여기 없네.”

끼익.

처음 연 곳은 아무도 없다.

“다음.”

다음 칸에 좀비는 없었지만, 다른 복병이 있었다.

“우, 우우우우욱!”

“아 씨…… 어떤 새끼야 이거?”

3반의 덩치 큰 친구 대혁이가 미처 물을 내리지 않고 간 변기였다.

“미, 미친 이게 사람이 싼 거라고?”

“물 내려 얼른 씨…….”

“잠깐.”

그때, 풍선껌이 아이들을 제지한다.

“……왜? 물 안 내려?”

“여기 사람이 방금까지 있었던 거 같은데?”

“어…… 그, 그러고 보니…….”

순간, 풍선껌의 머릿속에 이쪽으로 향했던 3반 팀 하나가 떠올랐다.

‘설마.’

그들이 아직도 여기 있으리란 보장은 없었지만, 왠지 지금 저 어두컴컴한 지하 계단에 좀비들이 몰려든 이유가 그와 관련이 있어 보였다.

그는 점차 화장실 입구 쪽으로 다가가 까치발을 들고 좀비들 사이 너머를 보는데…….

“미친.”

우글거리는 좀비들 사이로, 비록 피범벅이 됐지만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어, 어? 대혁이 아냐?”

“3반이야?”

“헐. 애들이야. 대, 대혁이랑 연지랑…….”

“쉿!”

덩치만으로 100미터 밖에서도 구분되는 대혁이.

그가 계단에서 힘겹게 사투를 벌이며 올라오고 있었다.

그 역시 5반을 보고 놀란 눈치다.

아마 다시 화장실로 돌아오려다 5반이 먹은 걸 보고 충격받은 듯하다.

그러나 충격받은 건 풍선껌도 마찬가지다.

바로 대혁이의 등에 업혀 오는 100미터 밖에서도 존잘러인 게 보여지는 인물 때문.

“아…… 아몬드.”

아몬드였다.

풍선껌은 최대한 쥐어 짜내며 눈알을 굴려본다.

“잠깐…… 그럼…… 5반은 지금 우리한테 뒤돌고 있고…… 좀비들 막느라 정신없고…… 3반이 그 앞에…… 이거 완전 샌드위치…….”

턱.

오지훈의 어깨를 잡는다.

“오지후이.”

“어. 의리맨.”

“이제 날 다시 풍선껌이라 불러.”

“……왜?”

“그야, 지금이다. 유쾌한 반란.”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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