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259화 (539/699)

3. 샌드위치(3)

3반이 지하 계단을 역주행하는 순간까지는 그래도 분위기가 좋았다.

“지금 3반의 지하에서부터의 돌파! 미쳤는데요!? 이거 뭐죠!?”

“이게 조직력의 힘입니다! 아몬드 님이 그렇게 싫어하신다는 볼 점유율 축구죠!”

-ㅅㅂㅋㅋㅋㅋㅋ

-이게 어떻게 볼점유율임ㅋㅋㅋ

-정보) 여기서 볼은 아이언볼(풍선껌)이다. 그러니 점유율이 낮을수록 유리.

이 구간만 통과하면 다시 살 수 있다는 희망과 일념.

그 밀도 높은 에너지가 3반 전체를 일순간 괴물로 만들어냈다.

그러나─

“어……!?”

“아 5반이랑 마주쳤는데! 이거…… 서로 전혀 호의적으로 보이지 않죠?!”

“예. 이거 곧 싸움이 날 것 같은데요?”

“그런데 지금 아몬드가 상태가 안 좋죠?”

5반과 딱 마주치고 만다.

심지어 아몬드의 컨디션이 그리 좋지 못한 상황.

“전투 직군은 식량이 없으면 몸을 아껴서 움직여야 합니다. 대사량이 높아서 조금만 움직여도 칼로리가 많이 소모돼요!”

전투 직군인 아몬드의 캐릭터는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체력 소모가 빨랐다.

음식만 충분했다면 상관없었겠지만, 현재까지 3반은 모두 쫄쫄 굶은 상태.

“아니, 근데 지금. 풍선껌이 기회를 보고 있습니다?”

* * *

“쟤네 설마 화장실로 가는 거야?”

“아…….”

지하 계단을 겨우 탈출한 3반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한다.

“일단 올라가자.”

계단이라도 빠져나가자. 이렇게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은 건지 그림자가 앞을 가로막았다.

누군가 계단 입구를 막고 선 것이다.

“오…… 너넨 또 누구냐?”

5반의 대장 노릇을 하는 김진혁.

그가 조소를 머금었다.

눈치가 꽤 빠른 김진혁은 엄지로 뒤를 가리키며 묻는다.

“여기로 들어가려고?”

“우, 우리가 원래 거기 있었어.”

대혁이 덩치와 안 맞게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원래 여깄었다고?”

“그, 그래…….”

“근데 왜 나갔어? 지하로 가고 싶었나?”

김진혁이 눈을 부릅뜨며 하나하나 뜯어본다.

“매점이라도 가려 했어?”

“…….”

매점에 가고 싶은 건 이 사달에 당연한 욕구인데. 이상하게도 김진혁에게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들었다.

“아래가 막혔나 보네?”

“……응.”

“그래서 다시 화장실로 가시겠다? 우리가 친히 좀비들을 다 치우고 구해주고 나니까?”

“……우, 우리도 엄청 죽였는데? 저기 안 보이냐?”

김진혁은 슬쩍 까치발을 들고 대혁의 어깨너머를 살폈다.

애석하게도 너무 어두워, 밝은 쪽에선 진혁에겐 보이지 않았다.

“흐음. 뭐 그렇다고 치자.”

“……뭐?”

“근데 우리가 구해준 건 맞지 않냐?”

김진혁은 상관 않고 계속 할 말을 이어갔다.

“너네 우리가 없었으면 다 죽었겠던데? 마지막에 말이야.”

“…….”

그건 맞는 말이었다.

좀비가 된 송기태에게 전부 몰살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구도였다.

“맞아. 나도 다 봤어~”

풍선껌 살생부의 홍일점. 박지연이라는 여자아이도 나와 동조했다.

3반 여자아이들은 그녀의 존재에 움찔하며 뒤로 숨는다.

와중에 대혁은 오히려 한 발 앞으로 나왔다.

“그래. 고맙다. 살려줘서. 근데 한 번 더 살려주면 안 되겠냐? 화장실 같이 가자. 우리도 죽긴 싫어.”

대혁은 뻔뻔함을 무릅쓰고 부탁해 본다. 3반의 생존이 걸린 일이니까.

“음…….”

김진혁은 고민하는 척하더니, 흔쾌히 수락한다.

“그래. 같이 들어가면 되지. 죽게 할 순 없으니까.”

무슨 꿍꿍이지?

분명 그냥 들여보내 주는 건 아니겠지만. 일단 살려준다는데. 꿍꿍이는 나중에 찾도록 하자.

……라는 생각으로 앞으로 나가려는 순간.

턱.

김진혁이 대걸레 자루로 길을 막는다.

“친구야. 근데…….”

김진혁이 씩 웃으며 물었다.

“너네 물린 거 아니냐?”

이에 중계진이 탄식한다.

[아~ 나왔죠? 살인 예고 스킬? 너네 물린 거 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가불기임 ㄹㅇ

-사실상 살초임

-ㅈ댔다……

[예. 지금 피범벅에 긁힌 상처도 많아서 반박하기가 힘듭니다. 애초에 물린 걸 증명하는 건 쉬워도 물리지 않은 걸 증명하는 건 어렵거든요?]

[빨가벗을 수도 없으니까요!]

김진혁과 5반은 애초에 이 지하 계단에서 온 자들을 끼워줄 생각이 없었다.

“뭐? 아냐! 물렸으면 진즉에 바뀌었겠지!”

“사람마다 시간이 다르던데? 바이러스라는 게 원래 잠복기가 제각각이거든.”

똑 부러지는 말투의 누군가가 끼어든다.

뒤에 있던 김망고의 말이다.

“망고?”

“내가 처리할게. 진혁아.”

“……뭐, 그래 네가 입은 잘 털잖냐.”

김진혁은 으쓱하며 뒤로 물러난다.

김망고는 3반을 내려보며 말한다.

“너네가 물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할 거야.”

‘뭐라는 거야.’

아몬드는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지친 캐릭터 탓에 아무런 말도 못 하게 됐다.

[굶주림]

[탈진]

점점 상태 이상이 심해진다.

아몬드 대신 누군가가 나서 물어봐 줬다.

공격적인 인상의 의준이다.

“옷을 벗기라도 하라는 거냐?”

김망고는 그를 향해 시선을 돌리더니 끄덕인다.

“그렇게라도 해야지. 증명할 수 있다면.”

“다 벗으라고?”

“그래. 전부 다.”

-속보) 아몬드 19금 화보 촬영!

-난 김망고 편임 ㅎ

-본인이 황급히 트리비 킨 미호면 개추 ㅋㅋㅋㅋ

김망고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뻔뻔하게 주장을 이어갔다.

“좀비가 화장실 안에서 나타나는 위험성에 비하면, 옷을 벗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잖아. 어차피 그 옷, 더러워서 빨아야 하고.”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만, 의도가 너무 빤히 보인다.

[이건 벌거벗는 것으로 계급 차이를 완전히 각인시키려는 겁니다. 5반의 명령에 이런 극단적인 요구까지 들어주면 당연히 저들이 우리보다 위다…… 라는 인식이 박히죠.]

[아 그렇군요?! 이거…… 3반의 사기가 완전 밑바닥까지 다운되겠습니다?]

“나, 난…… 버, 벗는 건 싫어……”

“나도. 너네 앞에서 어떻게 벗으라는 거야?! 변태 새끼야! 됐어! 그냥 우리끼리 다른 데로 가자.”

여자아이들이 먼저 발끈했다.

그럼에도 김망고는 눈빛 하나 안 변하며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도 여자애들 있어. 얘네한테 검사받으면 될 거야.”

그는 손목시계를 들어 올린다.

“여기서 시간 더 끌면 우린 들어가서 문 닫는다. 언제 또 좀비가 올지 모르거든.”

“그래?”

의준은 계단을 올라서며 말했다.

“그럼 비켜. 우린 교실로 간다.”

“!”

뒤에 있던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야. 그러고 보니 지금 이 복도에 좀비 다 죽은 거야?”

“맞네. 우리 어차피 교실가려 했지?”

김망고는 이들이 교실에 가고 싶었다고는 생각 못 한 모양이다.

‘교실?’

감염자 검사로 압박해서 명분을 만든 다음 3반 녀석들처럼 따까리로 쓸 생각이었는데…….

“비키라니까?”

김망고와 김진혁은 계단에서 비키지 않았다.

김망고는 결단을 내렸다.

“아니. 너넨 교실로도 못가.”

“뭐?”

“이 본관에 감염자가 돌아다니게 할 순 없다. 순순히 검사를 받아.”

더 강한 압박이다.

“이거 완전 미친 새끼 아냐!?”

드세 보이는 여자아이 하나가 욕을 퍼붓는다.

“야. 너 그냥 우리 벗기고 싶은 거지? 이 정신 나간 새끼야. 네가 왕이라도 된 것 같아!?”

“야! 말조심해라?”

이에 김진혁과 그 친구들이 나서며 으르렁댔다.

“이상할 거 없어.”

김망고는 점잔을 빼며 뒤를 가리킨다.

“저기 저 녀석들도 다 검사받았거든. 쟤넨 3반이라던데.”

그가 가리키고 있는 건 풍선껌이다.

히익.

작전을 속삭이는데 갑자기 지목당하자 깜짝 놀란 표정의 풍선껌.

“그러고 보니 너넨 몇 반이지?”

“몇 반이냐고. 묻잖아?”

3반이라는 걸 알아버리면, 김망고가 대비할지도 모른다.

아몬드와 풍선껌의 눈이 마주쳤다.

‘지금.’

둘이 말을 주고받은 건 아니지만, 같은 생각이다.

눈치 없는 학생 하나가 입을 떼는 순간.

“우리도 3반인─”

쩌렁쩌렁한 외침이 울려 퍼져 묻혀 버렸다.

“3바아아아아아안!!!”

──콰앙!

화장실 문이 활짝 열리며, 완벽한 대열을 갖춘 풍선껌과 아이들이 달려 나왔다.

풍선껌이 자신의 책상 상판을 위로 들어 올리며 외친다.

“지금이다아아아아아!!”

그렇다. 그가 여태 학생들과 기다리던 때가 바로 지금이다.

반란의 적기.

-ㄷㄷㄷㄷ

-유쾌한 반란 ㄷㄷ

-헐 풍선껌?!??

-미친ㅋㅋㅋ

-와 풍선껌 처음으로 멋있누 ㅋㅋㅋ

“우아아아아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

9명의 아이들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지하 계단에 있던 3반도 상황을 눈치채고 달려든다.

“그래 씨발! 죽여어어어어!!”

“이 새끼들도 우리 죽이려 했어!”

“씨발놈들!”

선한 NPC들이 사람을 향해 공격성을 드러내게 하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인데.

이렇게까지나 사기를 올려놓다니.

지하 계단 이후 아몬드의 표정이 처음으로 밝아졌다.

‘껌 형……!’

풍선껌이 결국 해낸 것이다.

그가 만들어낸 사기다.

그 많은 굴욕을 견디면서 계속 3반과 유대감을 유지하고, 반란을 계획하면서 만든 사기.

“후아아아아아!!!”

먼저 화장실 쪽 3반이 우렁찬 기합과 함께 대걸레 자루와 책상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퍼억!

콰앙!

“뭐, 뭐야 얘네!?”

“커억!”

“으, 으악?!”

방심하고 있던 5반 후미의 녀석들은 나가떨어졌다.

고기 방패 역할을 대부분 3반이 했던 게 이번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했다.

책상 상판을 들고 있는 인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개싸움에선 방패가 최고였다.

물론 5반의 일진들도 바로 반격에 들어갔다.

“따까리 주제에!”

그러나 이미 눈빛부터가 달랐다.

말은 거칠게 해도 그의 눈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뒤져 버려! 학폭 새끼야!”

오지훈이 선두에서 일진 무리 중 하나를 으깨 버렸다.

빠가악!

“커억……!”

눈이 뒤집히더니, 거품을 물며 쓰러진다.

그간 교실의 왕족처럼 행세하던 존재치곤 너무 허무한 모습.

여기서 모두가 깨달았다.

“언제 적 일진이야! 세상이 바뀌었다 이마리야!”

풍선껌이 지금 외치는 이 말이 진짜라는 걸.

이것으로 아이들의 사기는 더 치솟는다.

“찐따들의 유쾌한 반란!”

“선수 입장~!”

“씨바 천만 영화 가즈아아아아!”

-cj어벤져스 총출동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

-그놈의 선수입장ㅅㅂㅋㅋ

-오지훈 개호감ㅋㅋㅋㅋ

-오지후이~~~ 마 좀 치네!

지하 계단 쪽에서 올라오는 3반도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우리도! 우리도 쳐어어어! 쳐 죽여! 이 개애애애 새끼들!”

“가자아아아아아아!!!”

좌우 합공.

소위 양각이 잡혔다고 표현하는데.

이러면 작은 규모로도 아주 큰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뭐, 뭐야! 뒤! 뒤도 막아!”

“으억!”

앞을 막아도 뒤가 비고, 뒤를 막아도 앞이 비고…….

5반은 혼비백산. 졸지에 샌드위치 속 재료 꼴이 나버렸으니.

‘이런.’

늘 침착하던 김망고의 표정이 흔들린다.

* * *

[초보자 Tip: 아이들은 어쩌면 어른보다 더 쉽게 잔인해집니다.]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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