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포기(1)
김망고는 당황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걸 예상 못 했던 것이다.
“야. 망고야! 얘네 진짜 NPC 맞냐?? 시발 무슨 반란이야?!”
“……그러게.”
만약 자신들이 포로로 잡은 3반 학생들 중 NPC가 아닌 플레이어가 섞여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이 정도 상황은 예측했을 수도.
하지만, 그들은 몰랐고 이미 일은 벌어졌다.
“끄으으! 죽어! 새꺄! 야 김망고! 얘네 NPC가 아닌 거야?”
“몰라. 생각 중.”
이들은 플레이어와 맞닥뜨린 적이 없었기에, 플레이어가 있다는 가정조차 못 했다.
덕분에 별 위기 없이 매끄럽게 성장해왔으나.
이제 와선 오히려 그게 패인이었다.
‘저 사람인가.’
풍선껌과 김망고. 둘의 눈이 마주쳤다.
“플레이어인가?”
“그래.”
뭐 어쩔래? 라는 듯 반문하는 풍선껌.
“어떻게…… 애들이 이렇게 공격적으로 바뀐 거지?”
“너희가 우릴 그렇게 괴롭히는데. 명분이 확실하잖아? 난 그냥 계속 언젠가 반란을 일으킬 거라고 독려했을 뿐이야.”
“하…… 그렇군.”
외부의 적은 내부의 결속력을 올린다.
공포 통치의 문제점이기도 했다.
아무리 단기적으로 사기를 떨어뜨려도, 결속력은 계속 강해지고.
그 상태에서 기회가 왔을 때 사기를 끌어 올리는 건 너무 쉽다.
‘김진혁을 말렸어야 했나.’
만약 3반 NPC들을 적당히 잘 취급해 줬다면, 이렇게 단결력 있게 반란이 일어나진 못했을 것이다.
5반에 합류하고 싶어 하는 친일파 같은 종자가 서너 명 정도만 됐더라도…….
“게임 참 잘 만들었네. 하지만 너넨 애초에 계산이 잘못됐어.”
“뭐?”
“이렇게 하면 우리한테 피해는 줄 수 있지만. 이길 순 없어. 그리고 반란을 일으키고 이기지 못하면…….”
김망고의 이 말이 신호라도 된 듯, 5반이 달려들어 책상다리 몽둥이를 휘둘렀다.
“죽는 거지.”
쾅……!
풍선껌은 책상 상판으로 막아냈으나.
“끄어어으!?”
우당탕!
힘에 밀려 뒤로 넘어진다.
“너네 양쪽에서 둘러싸 봐야 20명이잖아. 우린 30명이 넘는데? 게다가 장비도 너무 차이 나고.”
퍼억!
깡……!
곳곳에서 벌어지는 피 튀기는 전투를 둘러본다.
처음엔 열세인 듯했던 5반이 점점 반란군(?)을 밀어낸다.
“뭔 세상이 바뀌어! 찐따 새끼가!”
“끄으어억……!”
선봉에 섰던 오지훈도 나가떨어진다.
계단에서 출발한 아몬드 팀 NPC들은 상황이 더 열악했다.
장비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그들의 공격은 교과서로 만든 갑옷에 허무하게 막혔고, 적들의 공격을 막을 수단은 없었다.
무엇보다 그들은 지칠 대로 지쳐 있다.
“전력 측정도 못 하고 이런 큰일을 벌이다니.”
그의 말대로다.
간단한 셈도 제대로 못 하고 덤빈 꼴이었다.
3반은 다 바닥을 굴렀고, 서 있는 건 전부 5반이다.
“어쨌든 좋은 시도였어.”
김망고가 조소를 머금었다.
그의 옷은 주름조차 잡히지 않고 빳빳하다.
단 한 번도 전투에 휘말리지 않은 거다.
3반은 5반 진영을 제대로 뚫어본 적도 없었던 것이다.
“아. 아파. 씨발. 3반 새끼들. 다 죽여 그냥!”
“으…….”
외부 테두리에 있던 자들이나 좀 얻어맞았을 뿐이다.
김망고는 3반을 둘러보며 물었다.
“결정하시죠. 저희 반에 다 같이 편입되실지. 아니면…….”
“뭘 편입이야! 죽여! 주인 무는 개를 또 키우라고?!”
그의 엄지가 김진혁을 가리킨다.
“이 친구 말대로, 지금 벌인 일에 대해 대가를 받으실지.”
잠시 고요하게 침묵이 흐른다.
“……아. 어질어질.”
그때, 풍선껌이 머리를 이리저리 스트레칭하며 다시 일어선다.
“얌마! 너! 누가 그래!?”
“대뜸 뭔 소리?”
“누가! 내가 전력 측정을 못 했다고 그러냐고!”
“여태 뭘 들었는지. 혹시 머리가 나쁜 컨셉으로 방송하는 사람인가?”
-정답!
-ㅁㅊㅋㅋㅋㅋ 귀신이네
-엌ㅋㅋㅋ 김망고 쌉호감.
“얌마 넌 머릿수가 전력이냐!? 그깟 교과서나 두른 게 전력이야?”
“그럼?”
뭐? 싸우는데 머릿수를 고려 안 해? 아이템을 고려 안 해?
이게 무슨 객기인가.
“그럼 뭐가 전력인데.”
척!
풍선껌이 어딘가를 자신 있게 가리키며 외쳤다.
지하 계단 쪽이다.
“저거지.”
지하 계단에서 누군가 올라온다.
창 앞은 밝은데, 지하 계단은 빛 하나 없이 어두우니 형태 말곤 잘 보이지 않았다.
“야! 몬드야! 뭐 하다 이제 일어나! 너 하나 보고 유쾌한 반란 했더니! 하나도 안 유쾌하잖아!”
-해석) 버스 왜 안태워줘!
-유쾌하지 않은 건 본인의 피지컬입니다ㅎ
-근데 아몬드 어딨다 옴 ㄹㅇ?
“……몬드?”
김망고는 뒤를 돌아봤다.
그는 기다란 망치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오함마다.
쿵……!
바닥에 닿는 소리에서부터 느껴지는 엄청난 무게.
[등장한 건 아몬드입니다!]
[아몬드가 전투에 참여하고 있지 않았군요? 어쩐지!]
[이야! 선수 입장! 진짜 선출이거든요!?]
-캬!
-개같이 부활!
-선출 입장ㅋㅋㅋㅋ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양궁) 선수입장ㅋㅋㅋ
김망고의 눈이 꿈틀거린다.
와그작. 와그작.
뭘 먹고 있네?
‘뭘 먹는 거야.’
아마 형태나 크기로 봐선 초코바 같았다.
쏙.
상대는 마지막 남은 초코바 조각을 입에 휙 털어 넣더니, 이제야 말한다.
“저. 배고파서 거의 기절해 있었어요.”
-대혁이가 뒤로 던져버려서 굴러떨어졌었음
-똥싸다 기절 안한게 어딥니까 형님.
-아니 초코바는 어디서 난거임??
기절할 뻔했던 아몬드를 일으켜 세운 건 초코바다.
그가 지하 방화문 앞까지 굴러떨어졌을 때.
누군가 그 방화문 문구멍으로 이 초코바를 던져줬다. 그것도 비타민 음료와 함께.
당도, 염분도 빵빵하게 들어간 초코바와 비타민 음료의 조합이다.
당연히 원기 회복은 순식간이었다.
[상태 완화]
[탈진 → 지쳐 있음]
[굶주림→ 출출함]
[자가 재생 활성화]
[어지러움 → 총명함]
일시적으로 향정신성 물질을 복용받은 군인처럼.
모든 신체 기능이 다시 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휙.
아몬드가 초코바 껍데기를 바닥에 던진 후. 오함마를 다시 잡는다.
꿀꺽.
여러 곳에서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온다.
‘와 씨 초코바……’
‘저거 뭐냐. 아몬드 초코바야?’
‘스님커즈네. 어디서 났지?’
여기 누구 하나 배고프지 않은 녀석들이 없었다.
그래. 초코바는 분명 부럽다.
플레이어인 김망고마저도 입맛을 다신다.
‘근데…….’
그는 3반 아이들을 슥 다시 돌아본다.
눈빛이 다시 살아났다.
‘겨우 한 명 나타났다고. 왜들 분위기가 바뀌는 거지?’
다시 사기가 오른다고 해도, 숫자는 여전히 훨씬 밀린다.
3반 중 절반이 바닥에 누워있으니. 처음 반란을 일으켰을 때보다 훨씬 불리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풍선껌은 이딴 말을 해댄다.
“김진혁! 이상호! 박지연! 몬드야! 잘 들어! 김진혁! 이상혹! 박지연!”
이 와중에 살생부를?
“이놈들은 곱게 못 간다!”
“?”
-ㅅㅂ미쳤냐곸ㅋㅋㅋㅋ
-역시 처리는 아몬드가 하는거였네 본인은 이름만 외우고 ㅋㅋㅋㅋ
-???: 뭔 개소리에요. 형……
-앜ㅋㅋㅋㅋㅋㅋ넘 좋아 ㅋㅋ
왜 저렇게 승리를 확신하는 걸까.
김망고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불쾌하기까지 했다. 어디까지 얕보는 건지.
그때였다.
“야. 망고야. 저 사람 아몬드 같지 않냐?”
다른 플레이어 하나가 김망고에게 속삭인다.
“응?”
“그렇잖아. 몬드라는 말도 그렇고…… 생긴 것도 쓸데없이 개존잘 혼자만 그림체 다른 데다가…….”
“아…… 아몬드?”
“어. 너 잘 모르냐?”
“이름은 알아.”
아몬드.
최근 주가 고공행진을 계속 기록하고 있는 스트리머다.
같은 업계에 있는 김망고가 그자를 모를 리가 없었다.
“닮긴 했는데.”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근데 적어도 김망고는 챌린지 대기열에서 아몬드를 보지 못했다.
“아몬드는 명단에 없었─”
──콰앙!
뭔 신호도 없이 갑자기 5반 학생 하나가 저 멀리 복도 끝으로 날아간다.
“오…… 이 정도구나.”
아몬드가 ‘시험 삼아’ 휘두른 오함마에 맞은 것일 뿐이었다.
대체 언제 전투 태세로 돌입했는지도 몰랐는데.
순식간에 전력 하나가 상실됐다.
“……맞나 보다. 아몬드.”
“씨발.”
와아아아아아아아!
김망고 팀의 얼굴이 일그러짐과 동시에 모든 3반이 다시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뭐, 뭐야! 왜 다들 쫄아! 씨발 한 명이라고!”
김진혁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함을 질렀는데.
퍼어어엉!
곧이어 그는 친구들과 나란히 복도에 뻗으면서 강제로 이해해 버렸다.
[와아! 한 번 휘두르는데 3명이 날아가는데요!?]
[속이 뻐어어엉!!!]
-ㅁㅊ 한 번에 3명씩ㅋㅋㅋ
-와 ㅋㅋㅋ
-ㅈ버그네 ㄹㅇ
김망고가 다급히 외쳤다.
“오함마는 공속이 느려! 둘러싸서 압박해!”
분명 정석이다.
하지만, 그런 간단한 전술이 먹혔다면, 아몬드가 지금의 명성이 있겠는가?
[5반! 압박 수비!]
[하지만 아몬드……! 드리블로 돌파!]
휘익.
휘둘러지는 책상다리는 왠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전부 허공을 저었고.
아몬드는 구태여 오함마를 휘두르지 않고, 너무 근접한 이들은 맨손으로 때려눕혔다.
빠각!
그의 주먹이 적중한 턱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나고, 그의 발이 순식간에 다음 학생의 명치를 차버린다.
뻐엉!
“컥……!”
침을 튀며 날아가는 5반 학생들.
“미…… 밀지 마!”
“아, 안 가!”
이후, 충격에 뒷걸음질 치는 학생들에겐 오함마를 다시 휘둘러 편안한 휴식을 선물해 준다.
──콰아앙!
또 멀리 날아가는 5반.
[아몬드! 벌써 이게 몇 명째에요!?]
[아몬드 한 명한테 여덟 명이 뻗었습니다!]
[5반 이대로 당합니까? 전투 직군 나서야죠!]
[지금 나가는 거 같습니다!]
“아, 아니. 씹…… 내가 갈게!”
5반의 전투 직군.
박애플이 긴 머리를 묶어 올리며 내달렸다.
민첩한 동작으로 대걸레 자루를 휘두르는 모습이 확실히 다른 학생들과는 궤가 달랐다.
한 차원 높은 듯한 움직임.
후웅─
[아……!]
[이, 이건 위험─]
──뻐엉!
그녀는 카운터로 들어온 오함마 일격에 화장실 안쪽까지 굴러 들어갔다.
한 차원 높은 걸로는 역부족이었다.
[미쳤네요!]
[같은 전투 직군 플레이어도 상대가 안 되는데요!?]
[완벽한 카운터였습니다! 무슨 격투 게임 프로게이머마냥!]
김망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린다.
“……모든 일격이 정확하게 급소에, 최대의 힘으로. 최소 간격으로.”
눈앞에 망치를 휘두르는 저건 인간이 아니다. 기계였다.
전투만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
반면 여긴 공장이 된 것 같았다.
지금 5반의 학생들이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진 것처럼 달려드는데.
저 차가운 심장을 가진 기계는 간단한 제품을 조립하듯, 하나둘 처리해 버렸다.
퍼어억!
퍼억!
[아몬드! 아아몬드!! 또 눕혀요!]
[또! 아몬드! 계속 갑니다! 안 멈춥니다! 또 재끼고!]
[피하고 카운터!]
[뻐어어어엉!!!]
콰앙!
몇 남지도 않은 5반이 또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아…….’
슬슬 패배를 직감해 버렸다.
이에 정신적인 대미지까지 들어온다.
“와하하하하! 봤냐!? 이게 유쾌한 반란이지! 어? 봤냐고 오지후이!”
뒤쪽에서 풍선껌이 배를 내밀며 왁자지껄하게 웃고 있는 것이다.
‘의기양양하군.’
그럴 만했다.
순식간에 5반은 전부 바닥에 누웠고, 서 있는 건 김망고 하나뿐이었다.
“항복.”
김망고는 손을 들어 올리며 패배를 인정한다.
-와 ㄷㄷㄷ
-이걸 이기네
-진짜 할 맛 안나겠다 ㅋㅋㅋㅋ
-봤냐? 풍선껌 형님이 막판에 멘탈 대미지 넣어서 항복시킨거?
-캬 풍선껌 겜 재밌겠누 ㅋㅋㅋㅋ
-이건 솔직히 소고기 사줘야한다.
* * *
[초보자 Tip: 좀비 스쿨에선 많은 시련을 겪을수록 더 강해집니다. 살아 있다는 전제 하에요.]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