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죽어야 할 일(1)
“지금 남은 인원에 아주아주 큰 변화가 생겼는데요?”
“그렇죠. 앞서 확인한 거랑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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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인원]
1반: 26명
2반: 15명
3반: 30명
4반: 11명
5반: 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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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분명 1반이 제일 유력해 보였는데…….”
일단 눈에 들어오는 건 초토화된 1반이다.
분명 40명이 넘는 숫자를 유지하고, 조직력도 우수한 면모를 보였는데.
“예…… 자연재해를 만나는 바람에…….”
-재해 레벨 “견”
-자연재해래 ㅋㅋㅋ
-그럼 보험 처리 되나요?
-견과류니까 자연재해는 맞지
-아몬드 말하는거?ㅋㅋㅋ
“아. 아몬드와의 전투 말씀이시군요?”
3반과의 전투가 아닌, 아몬드와의 전투라 표현하는 중계진.
물론 그게 더 진실에 가까운 표현이다.
“아몬드한테 너무 많은 부상을 입었죠. 지금 2층에서 거의 부상 치료에만 전념하고 있는데…… 거의 뭐 사기는 바닥이고. 희망이 안 보여서 사실상 아웃입니다.”
“챌린지 사냥꾼이라는 별칭이 무색하네요.”
“챌린지 사냥꾼 사냥꾼을 만났으니까요. 별수 없죠.”
-챌린지 사냥꾼 사냥꾼 ㅋㅋㅋ
-헌터잡는 헌터 ㅋㅋㅋ
-인류를 능가하는 먹이 사슬 최상위: 견과류
중계진은 이만 1반 이야기를 마친 후. 다음을 주목했다.
“자, 그럼 이어서 본관에 입성 못 했던 2반. 보겠습니다. 외국인 팀으로 약간 시선을 모았는데…… 인원수가 아주 대폭 줄었네요. 구조조정이 있었나요?”
-구조조정 ㅋㅋㅋ
-ㅋㅋㅋㅋimf식 운영
-해외 팀이라 그런가 고용 유연성이 높네요 ㅎㅎ
“예. 2반은 식당으로 갔었죠? 식량이야 물론 충분하겠지만. 본관 밖은 좀비가 너무 많아서 정말 살아남기 힘듭니다. 사실 15명이나 살아 있다는 게 대단할 정도죠.”
“아~ 그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그다음은 3반? 3반 지표 아주 특이하죠?”
3반.
유일하게 이전 집계보다 인원이 늘어난 곳이다.
“제일 꼴찌였는데. 이젠 1등이네요!”
“이야 유쾌한 반란!”
-역주행ㄷㄷ
-크
-짝짝짝
“예. 근데 제 계산으로는 다 합쳐도 원래 28명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30명에서 몇 명 더 죽었잖아요?”
현재 3반은 3반을 다 합쳤을 때보다 많은 수가 존재했다.
전체 인원에서 누군가 더 추가된 것이다.
“그건 아마 매점 NPC들이 여기로 합류해서 그렇습니다.”
“아……!”
-와 매점 npc들도 포함되는구나
-제갈현아 합류 ㄷㄷ
-오……
-근데 25명만 산다며 ㅠ
“이거 좋긴 한데. 고민이 좀 되겠는데요? 25명만 살 수 있으니까요.”
“예. 그런데 그건 나중에 고민할 문제죠. 일단 3반. 지금 최강입니다.”
“좋습니다.”
이어서 4, 5반에 대한 코멘트를 짧게 한 뒤.
그들은 다시 현 상황 중계로 돌아갔다.
“자. 중계 카메라…… 어디로 가죠?”
“여기 2층이네요.”
-1반인가??
-와 얘네 망했네.
-처참…….
카메라가 비춘 곳은 1반이다.
그들은 2층 어느 교실에 들어가 숨어 있었는데, 상황은 처참했다.
붕대를 얻기 위해 커튼은 이리저리 다 찢어져 있었고.
핏자국이 얼룩덜룩한 교복을 입은 채, 아이들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에서 느껴졌다.
여기엔 아무 희망도 없다고.
플레이어들끼리의 대화도 거의 오가지 않았다.
아마 다툼이 있었던 것 같았다.
“아 1반…… 처참한 상황. 근데 여기를 왜 보여주는 거죠?”
그 말을 들었다는 듯 옵저버가 누군가에게 화면을 클로즈업시킨다.
“어…… 플레이어 깍두기입니다?”
“왜 보여주는…… 아?”
아몬드에게 된통 당했던, 1반의 전투직군 깍두기.
처음엔 왜 보여주는지 몰랐는데.
[매스꺼움]
[고열]
상태를 보니 이건 물린 사람의 증상이다.
“아……? 무, 물렸어요?”
“이럴 수가. 언제 물렸죠?”
옵저버가 어떤 상처 하나를 클로즈업한다.
“아…… 진짜 긁힌 상처랑 구분이 안 되는데요?”
“이빨에 긁힌 걸로 보입니다. 이러면 감염이 느려서…… 오히려 1반에겐 위험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부상당한 아이들.
닫힌 교실.
이 안에서 깍두기가 갑자기 좀비가 된다면, 대응할 수 있을까?
“지금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에요!”
“이건 깍두기! 말해야죠? 자기가 좀비가 되어 간다구요!”
“말 안하고 그냥 다 같이 죽어보자. 이런 걸까요? 플레이어들끼리 내분이 있었나요?”
왜인진 몰라도, 깍두기는 말하지 않고 있었다.
그냥 이대로 게임을 망하게 하고 싶은 건지 뭔지. 이제 곧 변화가 다가올 텐데도 가만히 있었다.
“자, 깍두기. 슬슬 반응이 오는 거 같죠? 다른 플레이어들 당황…… 어?”
그런데, 뭔가 달랐다.
“이, 이거 뭔가 변화가 다른데요!?”
“거의 변신급이죠?!”
해설자의 눈이 커다래진다.
삐이이이.
경고음과 함께 이런 텍스트가 떠오른다.
[플레이어 ‘깍두기’ 특수 좀비 변형]
“크으아아아아아!”
깍두기는 그냥 좀비로 변한 게 아니었다.
어깨의 근육이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며, 상체가 비정상적으로 커진다.
콰드드득……!
근육이 계속 커지면서 혈관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게 다 보일 정도였다.
[차저]
차저라는 특수 좀비로 변한 것이다.
[매우 육중한 근육을 기반으로 높은 방어력을 가졌으며, 순간적으로 적을 향해 돌진할 수 있다. 이때 생기는 대미지는 파괴적이다.]
깍두기의 시야에 설명이 떠오른다.
“하…… 하하?”
그는 읽어보며 마음에 든다는 듯 웃었다.
“이거 예상이 맞았네! 플레이어들은 특수 좀비로 변하는 거였어! 왜 없나 했지!”
깍두기야 예상했었으니 좋아했다지만, 다른 학생들은 어떻겠는가?
“으, 으아아아아악!”
“미, 미친 좀비야! 좀비……!”
“씨발 문 열어!”
NPC들은 혼비백산.
플레이어들마저도 깜짝 놀랐다.
“미, 미친 너 뭐야!?”
“이건 또 무슨 개같은 좀비야? 너 왜 조용히 있었냐!?”
쿵…….
깍두기가 육중해진 몸으로 한 발 다가온다.
“왜긴. 어차피 희망 없잖아? 우리 그냥 복수나 하자.”
“보, 복수?”
“그래. 우리 조진 그 자식한테.”
3반의 그 녀석?
그게 되겠냐?
이런 되물음에, 깍두기는 자신을 피해 달아나는 여학생 하나를 한 손으로 잡아채 으깨버린다.
쿵──!
“봐.”
으적. 으적.
여학생의 비명은 금세 좀비의 괴성으로 바뀌어버렸다.
“이거 존나 세다니까?”
* * *
지하는 좀비 없이 깔끔했다.
덕분에 3반 전원은 마음 편히 배가 팅팅 불러올 때까지 먹어댈 수 있었다.
“어우 배불러.”
“나 이제 매점 빵 다신 안 먹어…… 와…….”
“끄으윽…….”
배가 부르면 이제 뭘 하겠는가?
잔다.
“흐아아아암.”
“너무 졸리네.”
이틀을 내리 잠 안 자고 안 먹고 뛰어다녔으니, 긴장이 풀리자마자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아무 교실에나 들어가 책상을 이어붙여 그 위에서 자는 거다.
한 7시간 정도는 내리 잔 것 같았다.
“아무 일 없었지?”
“응.”
와중에도 번갈아 가며 불침번까지 서서일까? 다행히 별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제 다들 원기도 충전됐고. 오늘부터는 양호실과 화장실 루트 개척 들어간다. 이 두 장소는 생존에 필수적이니까.”
이제부턴 타코가 나서서 오더를 내렸다.
본래 그의 명령은 아이들이 별로 신뢰하지 않았지만.
매점 점거 사건 이후 타코는 영웅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발언권이 많이 생겼다.
“보호구는 교과서로 만들어 착용하고. 책상. 있는 대로 다 가져와. 방화문이 따로 없는 구역이라 우리가 바리케이드로 막아야 된다.”
5반이 보여준 교과서로 만든 보호대와 책상 방패 전략을 사용했고. 현아의 바리케이드 설계도 역시 차용했다.
우르르.
아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준비를 끝냈고.
간만에 모든 3반이 다 함께 1층으로 향했다.
좀비들이 몇몇 있긴 했지만,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앞서 수많은 전투 경험으로 다져진 스탯에 비하면 너무 쉬운 상대였다.
퍼억!
퍽!
“뭐야. 별거 없네.”
“다 죽었나?”
3반은 이제 꽤 여유롭게 좀비를 정리해 나간다.
그 덕에 원하는 구역까지 미는 건 순식간이었다.
“방화문 전부 닫고, 방화문이 없는 곳은 바리케이드로.”
쿵!
각각 구간 차단을 통해.
이제 3반은 매점, 양호실, 화장실 이 세 지점을 먹게 된다.
삶의 질은 수직 상승했다.
부상자들은 양호실에서 치료를 받고, 식사는 매점에서 해결, 배변은 화장실.
심지어 세면대에선 빨래까지 가능했다.
물론 살 만해졌다고, 여기서 멈춰선 안 됐다.
최종 목표는 옥상으로 가서 헬기와 함께 탈출이니까.
“지금 나한텐 맵이 보이거든?”
타코가 아몬드와 풍선껌에게 따로 말했다.
“아까는 안 보였는데. 교장실에 뭔가 있는 거 같아.”
“그래? 뭔데?”
“무기. 특별히 표시까지 되는 거면…… 괜찮은 무기 아닐까?”
무기라…….
셋의 시선이 마주치고, 모두 끄덕였다.
“가 보자.”
* * *
교장실은 본관 중앙에 있었다.
아이들 중에 싸움에 능한 녀석들로 10명 정도만 선발해서 진입했다.
“……여기가 무너졌었구나.”
간만에 중앙 현관에 가 보니, 왜 좀비가 계속 생기는지 알 수 있었다.
셔터에 비밀이 있었는데.
결국 이 녀석들은 이 셔터 한 구간을 찌그러뜨려 몇 마리씩 비집고 들어올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냈다.
잘만 하면 모든 좀비들이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은 사이즈인데.
이들은 지능이 없으므로, 한두 마리씩만 우연찮게 저 구멍을 통과하고 있었다.
지금도 셔터에 낀 수많은 좀비들이 괴성을 내지르고 있는 걸 보라.
“그냥 가자.”
딱히 조치해야 할 사항은 아니라 판단한 타코는 조용히 현관을 지나갔다.
“여기다.”
딱 봐도 고풍스러워 보이는 커다란 문을 열고 플레이어 셋과 아이들 10명이 진입했다.
들어가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건…….
“아니. 이런게 왜 있어?”
풍선껌이 가리키는 곳이다.
교장이 군인 출신이라는 컨셉인 모양인지.
교장실 한편에 장교 시절 입던 예복이 걸려 있었고, 그 옆 벽면엔 기다란 칼도 함께였다.
-와 ㄷㄷ
-교장이 양궁부 출신이었으면 여기서 겜 끝났는데 ㄲㅂ~ㅋㅋ
-칼 저거 되는건가??
-저거 때문에 지도에 표시 됐나봐
“장검이잖아?”
“오…….”
딱히 협의된 것도 아닌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모두가 아몬드를 쳐다본다.
그래서 아몬드가 다가가 칼을 뽑아봤다.
스릉.
함께 지켜보는 풍선껌의 얼굴이 비친다.
관리는 잘돼 있는 듯했다.
“어때? 날 섰어?”
“모르겠어요.”
아몬드가 무슨 전문가도 아니고 칼만 본다고 바로 알겠는가.
“시험해 봐야 알 거 같은데. 뭐라도 잘라보면…….”
“서, 설마 날?”
풍선껌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친다.
“나, 나 열심히 하고 있어!”
“음. 그럼 저기 외투 걸이라도 잘라보죠.”
-당신이겠냐고요 ㅋㅋㅋ
-아닠ㅋㅋㅋ
-아니 아몬드 왜 진짜 그러려고 했다는 듯한 말투임ㅋㅋㅋㅋ
-왠지 아쉬워하는 아몬드 ㅋㅋㅋ
-트롤의 싹을 제거하려했냐 ㅋㅋㅋㅋ
아몬드는 통 원목으로 만든 듯한 외투 걸이 앞에 섰는데.
쨍그랑!!
갑작스러운 유리 깨지는 소리에, 모두가 바짝 긴장하고 자세를 잡았다.
“뭐, 뭐야?”
“어디서 난 소리지?”
유리 깨지는 소리긴 한데.
좀 멀리서 들린 듯했다.
“……여기 아닌가 봐.”
아이들이 다시 안심하고 소파에 앉을 때쯤.
아몬드는 다시 외투 걸이를 썰어보려는데.
‘어?’
외투 걸이 뒤쪽 거울.
그곳에 뭔가 비쳤다.
‘뭐야. 저게?’
거대한 뭔가가 뛰어오고 있었다.
쿵!
쿠웅!
그 뒤로는 좀비들도 함께였다.
“창문 조심──”
아몬드는 얼른 뒤를 돌며 외쳤으나.
──콰아아앙!!!
그 거대한 상반신의 좀비는 이미 교장실 창문을 박살 내고 뛰어 들어와 버렸다.
“으, 으아아아아아!”
“뭐야 씨발!”
모두가 깜짝 놀라 뒤집어지느라, 대열도 잘 못 잡고 있을 때.
놀라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드디어! 드디어 찾았구나!”
“!?”
말을 해?
좀비가?
괴상한 목소리긴 했으나. 어쨌든 분명 한국말이었다.
“전부 돌격해라아아아!!”
명령을 알아듣는 건지 우연인지.
좀비들이 기다렸다는 듯 창문을 넘어와 내달렸다.
“크아아아아아악!”
“크르르르!”
그들은 주변에 있는 학생들에게 사방팔방 뛰어올랐고.
교장실은 순식간에 난장판이었다.
깍두기는 꼴 좋다는 듯 껄껄 웃었다.
“이런 시스템인 줄은 몰랐지?! 너넨 다 뒤졌──”
──사아아악!
쿵!
웃고 있던 깍두기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오. 형. 날 서 있는데요?”
* * *
[초보자 Tip: 학생 여러분? 모른다는 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닙니다. 죽어야 할 일이죠.]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