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266화 (546/699)

7. 똑똑한 놈, 멍청한 놈, 될 놈(1)

뒤를 잡으려는 상대를 예측해 그 뒤를 잡은 타코.

중계진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두뇌 초고속 스핀!! 타코야끼!!!”

“이렇게 빨리 돌아가니까! 머리카락이 다 원심분리 된 거 아닙니까!!”

-ㄹㅇ

-이게 한국의 밴픽이다!

-미쳤어 진짜 ㅠㅠ

-아몬드 타코 조합 달다 달아ㅠㅠㅠ

-쉣

-타코를 국회로!

“매점 누나가 화장실에 숨어 있던 건 저희도 몰랐죠!?”

위쪽에서 훨씬 자유롭게 볼 수 있었던 중계진조차 일일이 눈치채는 게 쉽지 않았다.

그들은 타코가 2반을 기다리는 것까진 파악했으나, 퇴로를 완전 막을 계획까지 세운 줄은 몰랐다.

“바리케이드 쌓는 속도 보세요! 2반은 지금 저 루트로는 절대 못 나갑니다!”

첫 장엔 마대 자루 하나만을 빗장처럼 걸어서 시간을 끌다가, 나중엔 바리케이드까지 만들어냈다.

2반이 3반을 앞에 두고 여길 뚫고 나간다는 건 무리다.

“4층 문도 막아버렸거든요!? 좀비도 못 와요! 2반 어떤 선택 합니까!”

“지금 2반 리더 표정 안 좋아요! 복도에만 나가서 싸워도 본인들이 할 만하다고 생각했을 텐데! 꼼짝없이 언덕 아래위 싸움이 댔거든요!?”

“자. 어떻게 하죠!? 제가 지금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어요!”

-ㄹㅇ 끝 아님??

-걍 ‘김망고’해버리셈 ㅋㅋ

-수고하셨습니다 각 ㅋㅋㅋ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아몬드 위치가 굉장히 매섭죠?”

“아니? 병력 배치가 아주 특이합니다!? 이게 맞는 겁니까?”

* * *

“으음.”

꽤 여유로운 태도를 보여줬던 제시.

그녀가 인상을 쓰게 된 건 퇴로가 막힌 뒤부터였다.

“조졌네?”

계단 위와 계단 아래.

30명 대 14명.

이 불리한 구도의 싸움을 강제로 이행해야 했다.

‘대체 누구야.’

제시는 이 작전을 짠 걸로 보이는 남자를 쳐다봤다.

뭐, 본다고 누군지 알겠는가?

“……씨, 씨발.”

“이봐. 제시. 마속을 죽일까?”

“이 상황에 무슨 소리야!? 이 머저리 놈이.”

다른 멤버 둘도 이 상황이 극단적이라 느끼는지 거친 욕설이 오간다.

‘유일한 루트가 하나 있어.’

가장 전투 능력이 좋은 제시가 전투직군 능력까지 얻었기에 가능한 루트.

그 하나의 루트가 제시의 눈엔 보였다.

제시는 빨간 머리를 묶어 올린 후. 창을 고쳐 쥐었다.

“읍참마속은 나중에. 지금은 이렇게 해줘…….”

제시는 두 플레이어에게 귓속말로 전술을 전달했다.

3반 역시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싸움을 준비했다.

어차피 항복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이게 진짜 목숨도 아니고. 뭐라도 해보다 죽는 게 맞지 않겠는가.

풍선껌이 외쳤다.

“자. 방패 앞으로!”

척! 척!

책상 상판들이 일렬로 늘어서며 안 그래도 좁은 공간을 더 좁게 만들었다.

이에 너드킹도 외쳤다.

“방패벽!!”

쿵! 쿵!

철판 방패들이 앞으로 나섰다.

“앞으로오오오!”

풍선껌이 외침과 동시에, 아이들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와아아아아아아!!”

가장 덩치가 좋은 대혁이 먼저 고함과 함께 몸을 부딪쳤다.

“죽여! 이 새끼들!!”

“막아아아아!”

쿠우웅!

방패들끼리 강하게 부딪친다.

“밀어! 밀어!”

“절대 밀리지 마!”

방패들끼리의 싸움은 의외로 팽팽했다.

다만─

“찔러어어!”

3반의 창을 든 아이들이 뒤에서 창을 들고 찔러넣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 차이가 났다.

방패들의 숫자는 얼추 맞췄어도, 뒤에서 추가로 창을 찔러넣는 머릿수는 감당이 안 된 것이다.

2반은 기껏해야 너덧 명이 식칼 창을 쑤셔 넣었으나.

3반은 거의 그 숫자의 3배는 되는 인원이 창을 찔러대고 있었다.

다만 장비 차이가 났다.

2반 중 몇이 마대 자루 날에 맞았지만.

“끄아아아!”

“버텨어!”

그들은 철장갑으로 창을 쳐내며 버텨냈다.

“이 새끼들 안 뚫려!”

“미친! 식칼이야!?”

3반의 전열이 식칼에 조금씩 당하기 시작했다.

풍선껌이 고함쳤다.

“오함마아아! 때려 부숴!”

“오케에에!”

오함마 부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위쪽에서부터 뛰어내리며 무게를 실어 방패병들을 내리찍어댔다.

──까아아앙!!

쇠끼리 부딪쳐 불꽃이 튀어 오를 정도의 충격.

“컥……!”

털썩.

방패가 뚫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나.

그 무게를 못 이겨 쓰러지는 아이들이 생겼다.

이에 2반의 방패병들은 각자의 식칼을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방어 하중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적들을 찌르는 게 중요해 보였다.

“쑤셔!”

팔이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은 방패들 사이로 손을 넣었다.

푸욱!

눈먼 칼날이 3반 방패병들의 허리를 베었다.

“비, 비집고 들어온…… 으어억!”

“씨발! 발로 차!”

퍼억!

위를 점하는 건 전쟁에서 기본이지만.

계단은 너무 극단적인 고저 차이다.

이로 인해 오히려 3반은 방어가 애매한 하단을 내어주게 됐다.

반면 2반은 상단만 방어해도 충분했다.

“흐억……!”

털썩……!

3반에 중상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 연지야!?”

뒤에서 창을 찌르던 연지의 허벅지에 큰 상처가 파여 버렸다.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

“기…… 기태야…….”

연지는 헛것이 보이는지 이미 죽은 기태의 이름으로 대혁을 불렀다.

“이…… 이 개자식들이! 진짜로 죽었어! 지, 진짜로!!”

대혁이 한 손으로 오함마를 들어버렸다. 극단적인 고저차에서 3반이 유리한 건, 역시 무게로 인한 힘 차이.

그는 있는 힘껏 내리찍어버렸다.

콰아앙!

“죽어! 죽어어어어!”

콰앙!

쾅!

방패로 막건 말건 연이어 더 타격을 넣었다.

2반은 죽어라 그를 향해 식칼을 쑤셔 넣었으나.

밀고 나오는 힘이 막무가내일 정도였다.

“컥!”

“무, 무너져!”

2반의 방패병들이 두더지 게임의 두더지들마냥 찌그러진다.

까아아앙──!

급기야 어떤 방패는 부서져 버렸다.

방패의 날카로운 단면이 되려 2반을 찌르고 들어온다.

“지금.”

그때였다.

제시가 신호를 넣었다.

그러자 우트와 너드킹이 방패를 집어 들고 그녀의 앞으로 뛰었다.

척! 척!

그들은 방패로 임시 계단을 만들어낸다.

“어!?”

3반이 뭘 어떻게 할 새도 없이, 제시는 그들의 방패를 밟고 올라갔다.

타다닥──

너무 빠른 속도였다.

‘저 여자가 전투직군이었어.’

타코는 그녀가 전투직군임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녀는 구태여 숨길 생각도 없어 보였다.

빨간 포니테일이 휘날린다.

“위! 위! 날아온다!”

부웅──

순식간에 방패 벽을 뛰어오르더니.

계단의 난간 위로 착지해, 뛰기 시작한다. 그게 마치 잘 닦여진 계주 경기장인 거마냥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빨간 머리! 찔러어어어!”

타코가 그리 외치며 창을 들고 덤볐다.

그런데, 체크 무늬 치마가 한번 팔랑이더니.

서걱!

“!?”

마대 자루가 두부 썰리듯 잘렸다.

‘뭐야. 저 무기.’

아몬드만 특별한 무기를 갖게 된 게 아니었다.

‘절단기 같은 건가?’

절단기 중 한쪽을 떼어서 마치 언월도처럼 만든 느낌이다.

공사장을 점령했던 4반을 탈탈 털었기에 개조가 가능했다.

그 뒤로도 수많은 공격이 들어왔으나.

──탁!

“……어, 어!?”

제시는 3반의 뒤까지 뚫어버리고 착지하는 데 성공한다.

“뒤! 뒤가 잡혔어!”

3반이 호들갑을 떨었으나. 의외로 그녀는 뒤를 잡았음에도 뒤에서부터 공격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기사도 정신?

아니다.

그녀는 그대로 계단을 뛰어 올라가고 있었다.

이 인파를 뚫고 간다고?

“4층 문……!”

4층을 열어버릴 셈이다.

좀비들을 불러들여 난전으로 끌고 갈 생각이다.

“막아아아!”

아이들 중 몇이 제시를 가로막고 무기를 휘둘러댔다.

전부 막히거나, 빗나갔다.

상대가 안 됐다.

촤악!

심지어는 몇은 다쳐서 굴러떨어졌다.

퍼억!

마지막으로 막던 학생은 발차기에 가격당하며 그대로 기절했다.

“뚫었어!”

“역시 제시!”

우트와 너드킹이 만세라도 외칠 기세로 기뻐했다.

“이제 문만 열면 할 만해!!”

“쒜에엣! 제시! 믿고 있었다구우!”

“안 될걸?”

대치하던 타코가 말을 잘랐다.

“뭐?”

이 정도 발악은 예상했던 바다.

이 작전에서 가장 취약한 점이 4층 방화문이다.

여기가 열리면 사실상 이쪽이 궁지에 몰린 쥐 꼴이 되는 거다.

“수문장을 배치해 뒀거든.”

그래서 가장 믿음직한 자를 세워뒀다.

* * *

수많은 방패와 창, 칼을 뚫고.

“하아…… 하아…….”

계단 코너를 돌아 올라간 제시.

“이제 너넨──”

다 뒤졌다.

그렇게 생각하며 위를 쳐다봤다.

──후웅!

검격이다.

“으앗!”

제시는 깜짝 놀라 머리를 숙인다.

사락…….

묶여 있던 빨간 머리가 단발로 잘려 풀어 헤쳐졌다.

‘여기에도 배치됐다고?’

대체 얼마나 인원이 여유가 있음 여기까지 한 명 따로 뒀을까.

그거부터가 어이가 없고 놀라웠지만.

진짜 놀라운 건 다음이다.

연이어 들어온 공격이 너무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

키이이잉!

겨우 자신의 검으로 흘려낸 후.

반격을 넣었다.

캉……!

반격은 허공을 갈랐다. 맞은 곳은 계단 난간이다.

상대는 난간 위로 올라서 있었던 것이다.

그가 난간 위로 쭉 미끄러지며 다시 검격을 휘둘렀다.

매끄럽게 쓰다듬듯이 베어 내려오는 검격.

일순간 그냥 맞아도 고양이 털처럼 부드럽지 않을까? 라는 망상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다

그러나─

“윽!”

──카앙!

막상 받아본 검격은 묵직하기 짝이 없다.

제시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가버린다.

쿵!

그녀의 등이 계단 벽에 부딪혔다.

일단 거리는 벌어졌으니.

‘무시하고 뛰어 올라갈까?’

그녀는 저도 모르게 4층 방화문을 쳐다보는데.

부웅─

그림자가 위로 드리운다.

놈이 난간을 박차고 몸을 던지면서까지 따라붙은 것이다.

높이 치켜올린 놈의 검이 빛에 번뜩거린다.

검으로 막기엔 이미 늦었다.

“젠장!”

──터억!

그녀는 손으로 최대한 비껴 막았다.

잠시 버티던 철장갑이 잘려 버린다.

그러나 그거면 충분했다.

제시는 몸을 던져 계단을 굴러떨어져 버린다.

카앙!

그녀가 있던 자리로 검날이 내리찍혀 불꽃이 튄다.

조금만 늦었어도 반으로 갈렸다.

‘대체 뭐야.’

제시는 일단 살긴 했으나, 4층 문에서 더 멀어져 버렸다.

무엇보다 어이가 없었다.

솔직히 여기서 대인전을 자기보다 잘하는 사람을 만날 거라는 생각을 못 했는데.

이렇게 궁지에 몰리고 있잖은가?

“제시! 뭐 해!”

저 봐라. 저 망할 아군도 그녀가 이렇게 오래 걸린다는 걸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고, 대비도 못 했다.

“우리 다아아 죽어어어어어!”

“닥쳐! 이쪽도 노력 중이야!”

콰득……!

제시가 입술을 깨물었다.

대충 즐기면서 하려 했더니. 짜증 나서 이제 그냥은 못하겠다.

또 날아오는 검격.

‘여기.’

카앙!

두 검이 처음으로 제대로 맞부딪혔다.

그전까진 겨우 굴러다니며 피하는 수준이었다.

제시가 숨을 고른다.

“후아. 좀 치네?”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깐 내가 기습이라 당황했던 거야. 알아?”

이제부터가 진짜다.

넌 죽었다. 이 말이야.

“어……?”

근데 상대 반응이 이상하다.

어……? 는 뭐야.

“뭐가 어?야. 너 죽었다니까. 번역 안…… 어?”

그리고, 눈을 마주친 순간.

상대 반응이 바로 이해됐다.

에메랄드 빛깔의 눈이 야구공만큼 커졌다.

“제시……?”

-헐 제시임??

-와 17살 제시 존예

-좀비 아포칼립스에서도 여자를 만나누 ㅅㅂ

-될놈될ㅋㅋㅋㅋㅋㅋ

-ㄷㄷㄷ 바로 알아보네

* * *

[초보자 Tip: 니체는 말했습니다. “신은 죽었다.” 예, 그는 평생 솔로였습니다.]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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