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269화 (549/699)

8. 살아남았다면(2)

“……어? 주, 죽은 거야?”

“헐…….”

제시의 죽음에 당황한 NPC들.

제시가 로그아웃을 한 것조차도 그들에겐 실제 죽음처럼 인식될 테니까.

“야. 그러니까 왜 사람을 몰아가!”

매점 누나가 타박하자 대혁이 머리를 긁적이며 변명한다.

“아…… 아니…… 누, 누가 봐도 둘이 짝짝꿍 하는 것 같았는데…….”

그러던 중, 반장이 복도를 가리킨다.

“근데…….”

그는 놀란 듯 침을 꼴깍 삼켰다.

“난 아까부터 저게 웬 벽인가 했거든. 좀비들의 시체인 건가?”

“……!”

다른 아이들도 모두 놀란다.

“지, 진짜네?”

“미친…… 무섭다…… 저게 뭐야?”

아이들뿐이 아니다. 타코와 풍선껌도 별반 다르지 않은 표정이었다.

차이점이라면 사태의 원인을 좀 더 빨리 깨달을 수 있었단 것뿐이다.

‘아몬드가 다 막은 거야?’

‘저걸 혼자서…….’

아몬드의 실력을 알고 있는 입장에선 여기서 저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몬드 하나였다.

“……서, 설마 이거 아몬드 네가 한 거야?”

학생들은 한참을 살펴보고 나서야 전후 관계를 파악했다.

아몬드 쪽으로 나아 있는 핏빛 웅덩이 길. 검붉게 물든 검과 대체 하얀 적이 있었는지 의문인 셔츠.

“어.”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인다.

“얘네가 들어가면 안 될 거 같아서.”

기겁하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울려퍼진다.

“미친…….”

“헐.”

“와씨.”

“그저 갓…….”

-이건 ㄹㅇ 레전드 장면

-라이브로 본 나도 아직도 어안이 벙벙함

-ㅋㅋㅋㅋㅋㅋ그저 갓 ㅇㅈㄹ

“이제 5층으로 가자. 시간이 없을 수도 있어.”

아몬드는 제시의 시체를 조심스레 내려놓고. 이만 길을 나섰다.

* * *

5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아몬드가 물었다.

“타코 형. 그나저나 어떻게 이긴 거예요? 피해도 거의 없이.”

생각보다 3반이 입은 피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는 전멸했는데. 이쪽은 척 보기에도 스물 훨씬 넘게 살았다.

“그야 진형과 사기의 문제지. 걔넨 이미 지들이 다 끝났다는 거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적장이 최전방에서 같이 안 싸우고 지원군 부르러 갔지.”

제시가 위로 따로 빠져나간 것도 군의 사기에 영향을 미쳤던 모양이다.

바꿔 생각하면 확실히 그럴 법도 하긴 했다.

그런데 제시만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남은 사람들도 잘하는 사람들일 텐데.”

제시와 같이 온 사람들. 아마 덴마크 팀의 시빌엠파이어 국대들일 텐데.

“아. 이런. 아몬~도.”

타코가 자신을 척 가리키며 말했다.

“이 몸 또한 프로였다니까?”

“아…….”

까먹고 있었다는 듯이 끄덕이는 아몬드에 타코가 한탄한다.

“하~ 이래서 재능충은 안돼. 다른 사람이면 내 쁠레이에 감탄해서 그냥 윈드밀을 돌았을 텐데.”

“야. 시체로 산을 쌓아버리는 놈이 뭐가 놀랍겠냐.”

-윈드밀은 왜 돌아 ㅋㅋㅋ

-풍선껌은 그냥 돌던데?

-정보) 타코는 프로 시절 한 팀의 레전드였다

-타코 정도면 클라스 있지

“아, 음. 그리고…….”

턱.

타코가 아몬드의 어깨를 짚으며 앞서나갔다. 둘만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희소식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남은 인원 딱 스물다섯이다.”

그렇구나.

아몬드는 다시 한번 둘러보며 머릿수를 세어본다.

매점 누나와 수현이까지 포함해도 딱 스물다섯이었다.

그가 아는 얼굴 몇이 안 보인다.

그중에서도 유독 신경 쓰이는 사람이 하나 안 보인다.

“연지는…….”

“죽었다.”

“아…….”

“별로 살고 싶어 하지도 않았어. 우울함 수치가 높았던 것 같더라.”

기태라는 아이가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지켜낸 것인 연지였지만.

그녀는 그것으로 삶의 희망을 잃어버렸다.

“그렇구나.”

게임적으로는 잘 풀린 셈이다.

짜 맞춘 것처럼 스물다섯이 살았으니. 이제 그냥 옥상까지만 뚫으면 될 것이다.

“올라가죠.”

남은 사람들은 올라간다.

* * *

멀티 대전의 본질은 사실상 인간들끼리의 싸움이었다.

“오…… 온다!”

“방패벽!”

5층에 상당한 수의 좀비들이 옥상 문을 틀어막고 있긴 했지만.

체계적으로 전투를 할 줄 알게 된 3반은 금세 뚫어냈다.

쿵!

방패벽에 막히는 좀비 떼들을 창을 쥔 학생들이 쑤셔버린다.

푸우욱!

푹!

“크아아아아아악!”

“크으으으……!”

여러 반과의 싸움을 거듭하며 더 싸움을 잘해진 건 물론이고, 무기도 좋아졌다.

적들이 파밍한 무기 중 가장 좋은 것들을 전리품으로 챙기기 때문이다.

함께 했던 동료들의 시체를 비료 삼아 살아난 그들은, 다른 어떤 잡초들보다도 강력했다.

“들어가! 일단 문까지 뚫어!”

이제 진짜 마지막이라는 듯 마구마구 몰려오는 좀비들을 몰아낸 후.

쿠웅!

옥상 문이 열리고, 정오의 햇살이 찌르고 들어왔다.

“뛰어!!”

어두컴컴한 계단실에서 하루 종일 혈투를 벌이다 보니, 햇볕이 새삼스레 따갑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거침없이 그곳으로 뛰었다.

“씨, 씨발 이제 진짜 마지막이야!”

“으아아아아아아! 들어가! 들어가!”

방패 두 개를 들고 버티던 대혁이 등으로 아이들을 밀고 올라온다.

그마저도 옥상으로 진입하고, 모두가 다 올라온 후.

──쿠웅!

문이 닫힌다.

“걸어!!!”

준비해 온 쇠파이프와 자물쇠로 문을 확실하게 걸어 잠근다.

철컹! 철컹!

이후, 계속해서 안쪽에서 문을 두들겨대는 소리가 났지만.

쿠궁…… 쿵…….

사람의 형상이 보이지도 않고, 인간의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점차 좀비들의 반응은 잦아들었다.

옥상엔 벤치가 몇 개 있었는데. 아이들은 그걸 들고 와 옥상 문을 막았다.

이미 충분히 막은 건데도, 다시는 꼴도 보기 싫다는 듯 계속해서 최대한 막아버렸다.

그 후 그들은 문에서 한참 멀찍이 떨어진다.

쿵…….

쿵…….

문 뒤쪽에선 좀비 한두 마리 정도가 몸을 비비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그보단 숨을 헐떡이는 아이들의 소리가 더 크게 울려퍼진다.

“하아…… 하아…….”

숨을 고르며, 그들은 위를 올려다본다.

“하아…….”

차가운 공기.

따사로운 햇살.

맑은 하늘.

“씨…… 어, 얼마 만에 바깥 공기냐…….”

그간 있었던 일은 전부, 저 닫힌 옥상 문 안에 잠들어 있는 것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다 온 거지?”

타코는 주변을 둘러보며 숫자를 세어본다.

“스물넷…… 다섯. 어. 다 왔네.”

5반과의 혈투 이후.

전원 생존.

“하하하…….”

“하하하!”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진다.

우린 살았다.

이 안도감이 옥상의 시원한 공기를 타고 모두에게 꽃향기처럼 퍼진다.

‘좋다.’

게임에 꽤 몰입했던 걸까?

아몬드도 괜히 씩 웃으며 담벼락에 등을 기대어 앉는다.

피가 덕지덕지 묻은 조끼를 벗어 던지고. 교과서로 감아놓은 팔다리도 이제 자유롭게 풀어줬다.

그는 시간을 체크하며 간만에 시청자들에게 말을 건다.

“이제 끝난 것 같습니다.”

-수고 많았어요 ㅠㅠ

-재밌었당! ㅎㅎ

-아 연지 못 살린 거 넘 아쉽 ㅠㅠㅠㅠ

-챌린지 우승 크

-우리 또 치킨 먹을 수 있는 거임??ㅋㅋㅋㅋ

-아몬드 방 개혜자여

-여기가 배민 초창기보다 쿠폰 더 뿌린다는 아몬드 방입니까?

.

.

.

수도 없이 치고 올라오는 채팅.

[현재 시청자 5.9만]

시청자가 무려 5만 9천 명. 거의 6만이다.

이들이 다 유지되진 않는다고 해도, 아마 이번 지스타의 최대 수혜자는 아몬드가 맞을 것이다.

평균 시청자의 거의 2배를 끌어들인 셈이니까.

“퍄~ 좋네요.”

아몬드는 개운한 마음으로 옥상 바닥에 드러누웠다.

-캬! 청춘 만화가 따로 없네

-피가 묻어도 잘생겼누

-내가 저 상태로 누우면 그냥 시체인 줄 알고 삽으로 퍼갈듯 ㅋㅋ

“전 마지막에 진짜 지는 줄.”

이렇게 누워서 채팅을 보고 있자니 이보다 편할 수가 없다.

-ㄹㅇㅋㅋ

-5반 저항이 생각보다 너무 거셌음

-제시 ㄹㅇ 라스트 빌런

-벽에 매달려 싸울 때 진짜 조마조마 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반투명한 채팅창이 떠 있는 모습.

게임이긴 하지만, 하늘에 뜬 문자를 보니 왠지 할머니가 떠오른다.

예전엔 하늘만 쳐다보면 눈물이 흘러, 일부러 안 보던 시절도 있었다.

‘잘살고 있어.’

속으로 당신을 안심시키려 중얼거려보던 중. 별안간 할머니가 했던 말씀이 떠오른다.

「이놈아! 벌 수 있을 때 지대로 땡겨야 한다! 뭘 이쯤 했으니 그만하라는 게야!?」

할머니가 밥장사하던 시절 은근히 가게가 잘 될 때 했던 말씀이다.

그때 너무 힘들어 보여 상현은 그만두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었다.

이제 곧 국대 선발되면 돈 부족하지 않게 들어올 거라고.

「일단 주머니가 든든해야 처자식도 행복하게 배부르게 잘 크는 게야. 국대 그 돈으로 할머니랑 같이 쓰면, 소연이한테 장가는 어떻게 갈껴?」

소연이는 그냥 친구라니까.

몇 번을 말해도 거짓말인 걸 항상 아셨던 할머니.

역시 당신의 말이 맞다.

“맞아.”

아몬드는 그리 중얼거리더니.

-??

-뭐가 맞아.

-타이밍인가……

-또 뭐 하려고.

“맞네요. 구조 헬기 오려면 시간이 좀 남거든요.”

3반은 반나절은 여기서 보낸다고 생각하고 넉넉하게 시간을 조율했었다.

구조 헬기가 오기로 한 시간까지는 약 4시간 정도가 남은 셈이다.

현실 시간으로는 10여 분 정도밖에 안 되지만, 아몬드가 원하는 걸 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도네 잠금 풀었어요.”

-엇ㅋㅋㅋㅋ

-“빨아.”

-ㅅㅂㅋㅋㅋㅋ

-그걸 못 참고?!

챌린지 안에선 집중을 위해 닫아놓는다. 특히나 이렇게 많은 사람과 협공을 해야 하는 경우는 더더욱.

그러나 이젠 챌린지도 끝난 마당에, 굳이 닫아놓을 이유가 없었다.

빠바밤!

[루비소드 님이 무려 1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칙칙폭폭 후원열차 출발! (부산행 아님)]

“아. 감사합니다. 루비소드 님. 부산행 아니라 다행이네요.”

늘 그렇듯이 루비소드가 포문을 열었다.

-아이고 배야 ㅠㅠㅠ 부산행 아니래 ㅠㅠㅠ 캬 공주님의 유머 감각!

-정보) ‘부산행’은 한국의 흥행 좀비영화로, 기차 안이 배경이다.

-이 정도면 메크로 아니냐ㅋㅋㅋㅋ

-부산행 아님ㅋㅋㅋ 좀 웃긴뎈ㅋㅋ

-루비는 안 웃겨도 돼. 그냥 귀여워. 개새끼들아.

[후원좀비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문 열렸다. 으어어…… 드가자아……]

-ㅋㅋㅋㅋㅋㅋㄹㅇ 좀비네

-문 열리면 들어가는 게 ㄹㅇ 좀비나 다름 없긴 하네요

-좀비소드 ㅋㅋㅋ엌ㅋㅋ

“후좀 님. 감사합니다.’

-후좀 ㅅㅂㅋㅋㅋㅋ

-무좀이냐??ㅋㅋㅋ

[가지볶음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벽타기 전투 쩔었다. 닥치고 내 돈을 가져가라! 아몬~ 도!]

-아몬도 ㅋㅋㅋ

-저거 목소리 ㅈㄴ 킹받네 ㅋㅋㅋ

-니 돈 아니잖아 가볶아……

[수줍은 여포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ㅠㅠ 미션 못 걸어서 속상……]

“지금 거셔도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벌떡 일어나누

-미션?!(다급)

-반속 전자파급

-그저~~ 남 돈 털어먹을 생각뿐인 우리 견과류 좀 보세요~~ 너무 이쁘죠~~~^^

이들 외에도 수많은 후원이 마구마구 이어졌고.

[콜라에빠진요들 님이 5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와. 저 오늘 유입인데. 진짜 재밌었어요!ㅠㅠㅠ]

[ㅇㅇ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아아가 눕방 개꿀~]

[악질견과류단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이번에 덴마크 국대 썰었는데. 시빌엠 국대전 그냥 이긴 걸로 해달라하죠?]

.

.

.

두두두두두두…….

그러던 중 헬기 소리가 들려온다.

“와. 왔다!”

“여기에요! 여기이이이이!”

“으아아아아아아!”

불을 피워놓고 있던 학생들이 신나서 옷을 마구 흔들었다.

두두두두두두두!

고막이 흔들리는 듯한 풍절음을 내뿜으며 착륙하는 헬기.

많은 인원이 탈 수 있는 수송용 헬기였다. 25명은 분명 탈 수 있어 보인다.

그 안에서 방독면을 쓴 자들이 걸어 나왔다.

“인원수 25명. 확인. 전부 학생들로 보인다.”

그가 무전에 그리 전하자, 플레이어들의 눈엔 이런 메시지가 뜬다.

[생존 성공]

챌린지가 끝난 것이다.

“오. 이제 진짜 챌린지 승리~!”

-ㅊㅊㅊㅊ

-캬

-또 축포 함 쏴드려!

띠링! 띠링!

챌린지 승리 축하 후원이 또 날아오기 시작하면서, 이 날 수익은 크게 널뛰었다.

* * *

[초보자 tip: 살아남았다면, 그걸로 된 겁니다.]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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