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279화 (559/699)

11. 히트다 히트(3)

직원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계산기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아몬드가 여기서 나오는 모든 적을 처치하고 한 번에 나가게 될 경우 챌린지 포인트는 무사한가?

“……그래도 뭐, 한도 초과는 아닌데.”

“당연하지. 건물 나가서부터가 본격인데.”

이들이 우려하는 건 건물 탈출을 첫 번째 시도에 성공한 인간이 그 뒤로 처치하게 될 적의 숫자다.

이미 임원실을 나가면서부터 아몬드에겐 본격적으로 오퍼레이터가 붙어서 맵을 살펴주면서 지시를 시작한다.

그 후 건물 탈출에 성공하면 오퍼레이터는 아몬드에게 새로운 임무를 줄 것이다.

누군가 그 미래까지 수식에 넣어 계산기를 두들겨본다.

“뭐, 그래도 넉넉합니다.”

“넉넉하다는 게 어느 정도?”

“챌린지 모드로 2시간을 안 죽고 버티는 게 아닌 이상…… 불가능.”

하.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들려온다.

“그냥 편하게 보면 될 것 같은데요. 게임 잘하니까. 보기도 좋네요.”

“그쵸?”

계산기를 두들겨본 결과, 아몬드에게 지급할 챌린지 포인트는 넉넉하다는 게 결론이 나왔다.

의외로 윗선에서 예산에 힘 좀 쓴 모양인가?

정예 요원 난이도면 챌린지 포인트를 마구 퍼주는 수준인데.

“근데 우리 챌포가 그렇게나 많았나? 하하.”

“에…… 그게…… 그간 손님이 하도 없어서 나간 게 없어요.”

“…….”

차마 웃지 못할 이유였다.

이 게임에 도전하는 사람 자체가 워낙 적었어서 쌓인 포인트가 많다니.

“크흠. 일단 아몬드. 건물 나왔습니다.”

“아…… 그렇군요.”

마치 당연하다는 듯 너무 자연스럽게 건물을 나와 버린 아몬드.

직원들도 이젠 그 정도는 놀랍지 않다는 듯 끄덕인다.

“근데…… 잠깐.”

그러던 중 직원 중 하나가 뭔가 이상함을 발견한다.

“저 사람 왜 오퍼레이터 말 안 듣고 있어?”

아몬드가 인이어를 빼버린 것을 눈치챈 것이다.

“……예?”

“오퍼레이터가 저 사람 이름도 모르잖아. 지금. 코드명 물어보면서 시작하는데.”

“엥……?”

오퍼레이터는 여전히 아몬드와 한 번도 통신을 못 한 것 같은 말만 반복 중이었다.

[여기는 오퍼레이터03. 요원, 코드네임을 밝혀라. 현재 이 음성을 듣고 있는 요원. 코드네임을…….]

“아니, 오퍼레이터가 있어야 나올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어. 아, 아니, 구조적으로 그런 건 아니고. 오퍼레이터가 건물 내부 구조 맵이랑 적 위치 파악해 주는 그런 건데.”

“그럼 맵도 없이 그냥 깡으로 나왔다고?”

건물 탈출이라 해서 계단실만 쭈욱 내려오면 되는 게 아니었다.

계단이 중간에 막혀 있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적들이 워낙 적재적소에 숨어 있는데.

오퍼레이터 없이 그냥 적들을 죄다 쏴 죽여서 내려온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이게 무슨.”

그런데 저 사람은 그냥 내려온 걸로 보였다.

“그냥 일일이 다 보고 때려잡았단 말이야?”

뭐 이런 무식한 방식이 있단 말인가?

“그런데 이러면…… 저희 예상보다 훨씬 많이 죽인 거 아니에요? 원래 피해갈 건 피해가는 건데…….”

“!”

그렇다.

오퍼레이터의 명령에 잘 따라가면, 불필요한 싸움을 피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오퍼레이터의 명령을 잘 따르긴커녕 애초에 명령을 듣지도 못했다.

오퍼레이터는 이 사람의 이름조차 묻지 못했다.

“설마…… 거기까지 다 죽였어? 봐봐!”

* * *

“플랜 D1 성공~”

아몬드가 건물 1층 로비 출구로 당당하게 나오며 한 말이다.

-플랜 이름만 다르고 다 똑같은 방식인 건 기분 탓?

-십ㅋㅋㅋㅋㅋㅋ

-또또 호두 쓰는척하네 ㅋㅋㅋ

-플랜 D1: 다 쏴 죽이기

“다 쏴 죽이기만 한 게 아니라, 적이 쏘는 총도 챙겼는데…….”

아몬드는 왜 자신의 전략성을 알아주지 못하냐는 듯 불평한다.

-그거조차 플랜? ㄷㄷ

-이 또한 견과류의 계획이다.

-플랜 DEBDM12958: 다 죽이고 다 뺏기

-아니 그냥 탄 다 닳아서 뺏은 거잖아 ㅋㅋㅋㅋㅋㅋ

“근데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더 이상 적이 나오고 있진 않았다.

밖으로 나오니, 시민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빨간 사이렌을 울리는 구급차들이 이곳저곳에 주차되어 있다.

소방대원으로 보이는 자들이 열심히 건물에 난 불을 끄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총기 난사를 할 순 없을 터다.

-플랜 C1으로 가죠 형님.

-쟤네도 목격자니까 다 사살해야하는거 아닐까요?ㅎㅎ

-여기 뉴욕인가? ㄷㄷ

-인이어 끼셈

뉴욕 시민들을 죄다 죽여보자는 미친 소리를 무시하며, 아몬드는 주변을 둘러본다.

다행히 사람들은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

그는 슈트 위에 먼지를 가볍게 털어내곤 자연스레 행인들처럼 길거리에 합류했다.

“일단은 걸어보죠.”

또 누군가 위협해 올 수도 있으니. 행인들 사이에 섞여 몸을 피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는데.

“……근데 왜 뭐가 없지.”

-글쎄?

-인이어 끼셈. 23번째 말함

-인이어 끼라는데?

-몰?루

-채팅 안볼거면 뭐하러 묻냐곸ㅋㅋ

게임이 진행이 안 된다.

그때였다.

띠링.

[도네유도올림픽금메달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님 인이어 빼셨잖아요. ㅠㅠ 채팅 좀 ㅠㅠ]

채팅에서 계속 얘기가 나오고 있었던 모양이다. 뉴욕 거리를 구경하느라 잠시 안 보고 있던 탓에 몰랐던 아몬드.

“아. 인이어. 유도 올림픽 금메달 님 감사합니다.”

아몬드는 그제야 인이어가 기억나서 다시 귀에 넣어본다.

-도네 유도도 유도지 암!

-도네 유도 올림픽 금메달 ㅋㅋㅋ

-유료채팅만 읽는 신들린 피지컬 ㄷㄷ

-견과류쉑 도네 유도 였누 ㅋㅋㅋ

-양궁 선수에서 유도 선수로!? ㄷㄷ

치이이이익.

인이어는 잠시의 지직거림 후. 이번엔 선명한 음질로 내용을 전달했다.

[……요원은 코드네임을 말하라. 여긴 오퍼레이터03. 현재 내용을 듣는 요원은 코드네임을 말하라. 여긴 오퍼레이터03. 현재…….]

불쌍한 오퍼레이터는 아몬드가 건물로 나오는 내내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던 듯했다.

“코드네임 아몬드.”

-코드네임 상태 무엇 ㅋㅋ

-왜 아아몬드 아님

-아아가로 해줘

잠시의 정적 후.

오퍼레이터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코드네임 아몬드…… 지금 주변 지형과 상황을 전송하겠다.]

지잉.

아몬드가 저도 모르게 착용하고 있었던 렌즈에서 정보들이 나열되기 시작한다.

“!”

그가 현재 걷고 있는 장소를 3D 투시로 볼 수 있었고, 적들의 예상 위치와 동선까지 표시됐다.

[지금 해당 건물에서 빠져나와 생존하는 것을 최우선…… 아. 이미 빠져나왔군?]

오퍼레이터는 자신이 생각한 시점이 아니라 그런지 잠시 당황한다.

“예. 목격자는 전부 사살하면서 나왔는데. 이러면 미션 완료입니까?”

[목격자는 전부…… 아. 그렇군.]

-오퍼레이터 왜 버그걸린거 같냐 ㅋㅋㅋ

-뭐임 ㅋㅋ 쟤 컴터아니었음?ㅋㅋㅋ

-당황;

-설마 다 죽이는게 아닌거여?

[전부? 전부 죽였나?]

“예.”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전부 죽이라 했는데…… 임무 완료 맞죠?”

[크흠. 알았다. 임무 완수!]

아니. 뭔가 어거지 느낌인데.

-ㅋㅋㅋㅋ에라 모르겠다! 완수!

-십ㅋㅋㅋㅋㅋ

-뭐 이래 ㅋㅋㅋㅋ

-좋소 히트맨 컴퍼니 ㅋㅋㅋ

-어이 견씨! 그냥 대충 덮고 복귀해!

띠링.

[소룡포 님이 3만 원 후원했습니다.]

[그나저나 아몬드 님! 아몬드 님! 처음부터 인이어 끼고 했으면 편하게 했던 거 아닌가요?]

“어…….”

그러게나 말이다.

아몬드는 3D로 펼쳐진 맵을 보며 납득했다.

아까 건물 내려오던 중에 얼마나 길을 헤맸는지 생각해 보면.

이걸 켜고 하는 게 맞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켜고 했어야 하는 걸 안 켜고 해서 개고생한 걸 알면, 시청자들이 채팅으로 훈수를 신명 나게 둘 테니. 아몬드는 그냥 모른 척 넘어간다.

“아깐 안 켜졌겠죠. 후원 감사합니다. 소룡포 님.”

-아깐 안켜졌는지 뭔지 님이 어케아냐고 ㅋㅋ

-아 ㅋㅋ 그냥 모른척하라고 ㅋㅋㅋ

-윽ㅋㅋㅋㅋㅋ

-앗……

-이 악물고 넘어가네 ㅋㅋ

그때, 치이이이익 거리는 소음과 함께 다시 오퍼레이터가 말을 걸었다.

[요원 아몬드. 응답 바란다.]

“예.”

[확인해 보니 당신은 원래 작전 투입이 되었던 요원이 아니더군.]

엥? 이게 뭔 소리야.

[원래 작전 투입이 되었던 요원은 코드네임 A이다.]

아몬드는 전혀 모르는 소리이기 때문에 일단 그냥 듣고 있었다.

[당신은 요원 A의 사이드킥이고, 작전 수행 요원은 사망했다. 맞나?]

“아, 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군.]

-아니 확인은 해

-ㅁㅊㅋㅋ 뭐이리 대충대충이여

-근데 이게 스토리인듯?

-스타트업 히트맨 컴퍼니 ㅋㅋㅋ

[그럼 요원 아몬드.]

“?”

[당신이 이제 요원 A의 일을 이어서 하게 됐다.]

이게 챌린지 모드 속 최소한의 스토리라인인 모양이다.

-???: 아…… 오늘 갑자기 니 사수가 나가야 해서. 니가 사수해라.

-진짜 스타트업 아니냐고 ㅋㅋㅋ

-???: 자! 에에에! 기분이다! 견과류 과장으로 승진!

[그에 앞서, 요원 A는 정예 요원이었다. 그 손실은 자사에 비상사태이다. 일단 요원 A 요격 사건을 추적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작전을 변경한다.]

띠링.

알림과 함께 어떤 무기의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요원 A 요격에 이용된 무기로 추정되는 대전차포다.]

지이이잉.

오퍼레이터는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지도를 펼쳐줬다.

[해당 건물에 중형 대전차포를 적중시킬 수 있는 위치는 다음과 같다.]

푸르딩딩한 지도 여러 지점에 빨간색 점이 찍힌다.

[유리창의 파편 등 파손물의 타격 각도를 고려했을 때, 유효 지점은 이 둘.]

수많은 빨간 점이 둘로 좁혀진다.

[이 중 거리 CCTV 해킹을 통해 수상한 차량의 동향이 발견됐다.]

거리를 달리고 있는 검은색 밴 하나가 떠오른다.

-ㄷㄷㄷ

-이건 대기업이네

-오

-쉣

-테크 올인 중소였네

중소기업이라 무시했던 기업의 상당한 기술력에 놀라는 시청자들.

[저 검은색 밴을 추적하도록. 차량은 지금 대기시켜 놓겠다. 차량에서 무기를 보급받고 미션 대기.]

틱.

그 후 오퍼레이터의 음성이 끝났다.

미션 창만 둥둥 떠 있을 뿐.

“차량? 어디로요?”

대체 어디서 차를 타라는 거야. 아몬드가 주변을 둘러보는데.

끼이이이이익!

검은색의 밴 한 대가 멈춰 섰다.

다른 목소리가 인이어로 들려왔다.

[타시죠. 요원님.]

지이잉.

자동으로 미끄러지듯 열리는 문.

밴 안으로 들어서자, 한구석에 장착된 무기고가 촤르르 슬라이딩되며 펼쳐졌다.

-캬

-이게 요원!?

-이거지

-킹스맨 ㄷㄷ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총기들이 검은빛을 내며 자신을 골라달라 유혹한다.

뭘 고를지 몰라 손만 휘젓고 있었던 아몬드는 ‘큰 걸 골라볼까?’ 무지막지하게 큰 총으로 손을 뻗었는데.

“요원님. 이번 미션은 요인 암살입니다. 암행에 적합한 무기를 고르시죠.”

조수석 쪽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가로막는다. 아까 인이어로 들었던 여성의 목소리다.

“암행?”

“네.”

고개를 돌리자, 적갈색의 머리칼이 흘러내렸다.

“인사가 늦었네요. 보좌하게 된 한나입니다.”

-이게 첩보물이지

-캐릭터 존예네

-극락

-오우……

인사차 슬쩍 선글라스를 내리며 자신의 푸른 눈을 보여준 한나는 다시 말을 잇는다.

“미행 및 추적 후 요인 암살. 이번 미션의 프로세스입니다. 적 중에서도 목격자가 있어선 안 됩니다. 저희 컴퍼니가 반격했다는 증거가 없어야 합니다.”

아. 그렇구나.

아몬드는 끄덕이며 뭔가 작은 걸 골라보려 했는데.

빠바밤!

[수줍은여포 님이 미션을 등록하셨습니다!]

[킬당 만 원!]

-캬

-역사를 잊은 수포좌에게 현금은 없다

-또?

-ㅋㅋㅋㅋㅋ와우

-앗 ㅋㅋㅋ

“와. 수포 님. 미션 등록 감사합니다. 간만에 킬당 미션이네요.”

아몬드는 말하던 중 깨닫는다.

‘암살이면 한 사람만 죽이는 건가?’

적들도 우리의 암살을 알아선 안 된다고 하니. 딱 한 명만 죽이는 것일 터다.

“음…… 이게 좋겠다. 이거랑. 이거랑…….”

척. 척.

아몬드는 가장 무지막지해 보이는 무기들을 고르기 시작한다.

“……요원님?”

한나가 말리려 해도, 소용없었다.

“이번 미션은 요인 암살 미션으로…….”

“대충 목격자는 없게 할게.”

“?”

“출발.”

-???: 암살? 제 미션은 무쌍인데요?

-아 ㅋㅋㅋ 다 죽이면 누가 증언할거냐고ㅋㅋㅋ

-엌ㅋㅋ

-ㅅㅂㅋㅋㅋ출발 ㅇㅈㄹ ㅋㅋㅋ

-한나야 너도 목격자 하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해라~?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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