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281화 (561/699)

12. 저격충(물리)(2)

앞서 100만 원이라는 거금 후원에 이어 또 들어오게 된 큰손의 후원.

이번엔 미션이다.

[미션]

[미터당 천 원]

킬당 미션도 아닌 미터당 미션.

조금 생소한 개념이지만, 원리는 킬당 미션과 같다.

잘한 만큼 받는 것.

“미션 감사합니다. 빅손 님. 꼭 잘 받아가겠습니다아.”

-ㅋㅋㅋㅋ좋은거 맞아?

-지갑을 털어드리겠습니다 ^^

-달에서 저격 가즈아~!

“한나? 기록 뭐라고?”

아몬드는 최장 거리 저격 기록을 다시 묻는다.

아까 뭐라 말했는데. 잘못 들은 것 같았거든.

“기록은…… 쉽게 말씀드리자면, 지하철역으로 세 정거장 정도입니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혹시 뉴욕은 지하철역이 다닥다닥 붙어 있나? 이런 생각이 들었으나.

그녀가 ㎞로 변환해서 말하는 걸 들어보니, 확실하게 아니었다.

“정확히는 3.5킬로미터입니다.”

양궁을 하던 터라 원거리 감이 꽤 뛰어난 아몬드는 금세 체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나……?’

3.5킬로미터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거리인지.

-??

-와 ㅋㅋㅋ

-3.5킬로? (체감 안됨 ㅋ)

-정보) 삼성역에서 잠실역에 있는 사람을 죽이는 셈이다

-그걸 지금 하라는거야?

“물론 요원님이 당장 그 기록만큼의 저격을 해야 한다는 건 아니죠. 최대 거리를 잡을 때 참고 사항입니다.”

아몬드는 듣고 있지 않았다.

1미터에 천 원.

1킬로는 천 미터.

1킬로에 100만 원.

3.5킬로는…….

‘……350만 원?’

포텐셜로만 따지면 무려 350만 원이나 되는 미션이 들어온 것이다.

* * *

잠시 시간이 나서 스크린을 보고 있던 주혁의 눈이 꿈틀거렸다.

“……빅손? 오늘 자주 오네?”

빅son.

그는 트리비의 유명 큰 손이다. 이름 그대로의 명성을 가진 셈이다만…….

그가 누구인지, 뭐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풀린 게 없었다.

하나 그게 이상할 건 없었다.

‘아니, 그게 오히려 더 좋아.’

웃기게도 이 바닥에서 아무 정보도 없다는 건 뒤가 깨끗한 사람이라는 방증이다.

사기꾼들이 대부분 자기 부를 과시하려 하거든.

반면 빅손은?

어떤 자기 노출도 없이 그저 묵묵히 흥미 위주의 후원만 해온, 진정한 트리비의 빛과 소금!

그가 트리비 내 최고 존엄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였다.

-와 빅손 ㄷㄷ

-또 왔어??

-캬

-이제 정착하십니까?

-시청자 9만이라 왔넼ㅋㅋ

-형님!

다른 큰손들과는 다르게 빅손은 시청자들의 반응도 꽤 좋다.

뒷광고나, 뒷거래가 아닌.

진짜 후원이니까.

-미터당 천 원ㅋㅋㅋ

-주유소여?

-ㅋㅋㅋㅋㅋ신박하네

그런 빅손이 후원도 아닌 미션을 걸었다.

‘이런 건 흔치 않은 걸로 아는데.’

주혁이 아는 내라면, 빅손이 미션을 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큰손이니 후원은 꽤 자주 보이지만, 미션은 좀처럼 걸지 않는다.

이유는 모른다.

근데 이번엔 미션을 걸었고, 방송에 굉장히 도움이 되는 방식이었다.

저격 거리 미터당 천 원.

-와 나 빅손 미션 처음봐

-난 빅손이 천 원 단위로 말하는것도 첨봄 ㅋㅋㅋ

-천 원? 짭손 아니냐? ㅋㅋ

주혁은 잠시 머릿속 계산기를 두들겨본다.

‘미터당 천 원이면…….’

천 원이라는 단어 때문에 오해의 여지가 있지만, 적은 돈이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500미터 사격만 성공해도 무려 50만 원이다.

일반 훈련병들도 k2 소총으로 150미터를 쏜다.

실제도 아닌 게임에서, 저격총을 들고, 사격력이 뛰어난 플레이어가 쏘면?

500미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혁의 예상대로라면 아몬드는 1㎞ 이상 저격을 노릴 것이다.

아마 3킬로에 도전할 수도 있다. 게임의 보정을 받으면 노려볼 만하니까.

‘그럼 300?!’

300만 원라니.

아까도 100만 원을 쐈는데, 또?

빅son이 통이 큰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이론상 남의 월급을 하루에 쏘는 격이다.

‘명성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이전에 등장했을 땐 그냥 단발성이었다. 거하게 쏜 이후 한참을 오지 않았다.

이번엔 다를까?

‘조금 더 있어주려나?’

순전한 주혁의 바람이지만, 그는 오늘만큼은 빅손이 더 있어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 매니저님. 오래 기다리셨죠?”

“아, 아닙니다.”

잠시 서류를 가지러 갔던 담당자가 돌아왔다.

“여기 있습니다.”

히트맨 시뮬레이터의 광고 제안서였다.

* * *

“야, 야. 지금 과장님이랑 아몬드 매니저랑 얘기 중이다.”

부스의 나머지 직원들이 속닥거린다.

“아무래도 아몬드한테 ‘그 계약’ 하려는 건가?”

“그렇지. 지스타 부스 찾아온 스트리머들 중에 제일 괜찮은 사람한테 몰빵하라 했잖아, 대표님이.”

“이제 첫날인데…… 벌써 결정한다고?”

찾아온 스트리머들 중 고르고 골라서 선택과 집중한다고 했는데.

벌써 선택을 해버리다니. 이상한 일이다만 여기엔 충분한 사정이 있었다.

“첫째. 뒤로 갈수록 비싸져.”

“그건 그렇지.”

이런 자유 시장에선 기왕이면 빠르게 선계약 하는 게 늘 제일 싸다.

“둘째. 더 이상 스트리머가 올 리가 없다.”

“……?”

잠시 어리둥절했으나, 이내 직원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아…….”

챌린지 포인트가 거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이름 있는 스트리머가 와서 또 게임을 진행해 줄 수 있을 만큼 포인트가 남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표님이 말씀하셨잖아. 오늘 지스타에서 오는 스트리머들 중 제일 괜찮은 사람한테 선택과 집중! 하라고. 근데 올 스트리머가 없다고.”

저 사람이 다 털어가서.

“그러니까, 대표님 지시를 따르려면 선택권이 없는 거네?”

“그렇지. 이제 줄 포인트도 없는 부스에 다른 스트리머가 오겠어?”

“아…….”

그렇다. 이들로선 그냥 아몬드한테 계약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니면 아몬드가 포인트를 다 털어가지 않도록 기도하는 것밖에 없다.

“또 몰라. 근데 저격은 안 해봤다며.”

“아…… 그렇지.”

유일한 희망은 아몬드가 저격 초짜라는 것.

“…….”

잠시의 침묵.

“근데, 박 대리. 원래 아몬드 방에 미션이 자주 붙어?”

사원들 중 하나가 이 사태를 미리 예견했던 박 대리에게 묻는다.

박 대리는 원래부터 아몬드 방 시청자라 했으니까.

“아…… 원래는 미션이 잘 걸리는 편은 아닙니다. 특히나 저런 ‘인센티브식 미션’은 아몬드한테 걸면 너무 많이 털려서 잘 안 해요.”

“엥?”

질문자는 어벙해지고 만다.

“그, 근데 왜 우리 부스에서는 두 번이나 걸려?”

“그건…….”

그건 아몬드가 상금 100만 원을 1,000만 원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입을 화를 미리 식히기 위해 조금이라도 채워 넣어주려는 겁니다.

……라는 말이 턱까지 올라왔지만.

박 대리는 말을 아꼈다.

‘정리하자면 그냥 재수가 없는 거잖아.’

자세한 상황은 사실 의미 없다.

이쪽 입장에선 한마디로 그냥 운이 없는 거다.

아몬드가 마지막으로 챌린지 포인트 싹 쓸어가려고 고른 게임이 여기 게임이라는 거.

하필 그가 오늘 무려 900만 원어치의 오해를 하고 있다는 거.

이쪽 부스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냥 자연재해에 가까운 우연일 뿐이다.

이에 박대리는 이렇게 얼버무린다.

“뭐, 저희 게임이 미션 걸기 좋나 보죠.”

좋게좋게 생각하기로 한다.

* * *

부우웅.

차량을 교체 후 이동 중인 아몬드와 한나.

아까와는 다르게 이번엔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경차였다.

뒷좌석에 저격 관련 장비를 채워놓으면 아슬아슬하게 딱 맞을 정도의 사이즈다.

“요원님. 제가 지도로 저격 위치를 전송해 드리겠습니다.”

지잉.

한나가 운전하며 손을 까닥거리자, 아몬드의 렌즈로 정보들이 떠올랐다.

적의 요주 인물이 있을 것으로 파악되는 위치는 빨간색.

우리가 저격을 할 수 있는 위치로 파악되는 장소는 노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중에서 원하는 장소를 고르시면 됩니다.”

장소가 각기 다르니만큼 당연히 저격 거리도 달랐다.

[Point - 1] [1.2㎞]

[Point - 2] [0.8㎞]

[Point - 3] [1.3㎞]

[Point - 4] [2.9㎞]

…….

등등.

짧게는 8백 미터부터…….

[Point - 8] [3.5㎞]

기록이라고 불리던 3.5㎞의 거리도 있었다.

지도상으로 직접 보니 거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런 데서부터 저격을 당해서 죽을 거라고 상상이나 할까?

-ㄷㄷ저격수들은 ㄹㅇ 장난이 아니구나

-죽는 놈은 존나 허무하겠누

-350만 원 가냐?

[Point - 8] [3.5㎞]

[지정]

아몬드는 8번 포인트를 골랐다.

-350만 원 ㅋㅋㅋ

-돈에 눈이 멀었구낰ㅋㅋㅋㅋ

-저거로 한다고??

-아몬드 근데 저격 해봤누?

-뭐여 이 자신감

거침없이 가장 멀리 있는 장소를 고르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그가 혹시 경험이 있는 게 아닌가 궁금해했다.

빠밤!

[루비소드 님이 1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아몬드 님. 저격해 보셨어요?]

“아. 루비소드 님. 10만 원 감사합니다. 저격해 본 적은 없는데, 당해본 적은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당해본적은 많지 ㅋㅋㅋ

-ㄹㅇ 저격충이네 ㅋㅋ

-캬 10만 원 ㄷㄷ

-후원미쳤다

‘오늘 후원 운이 정말 좋네.’

루비소드는 보통 만 원 단위로 자주 후원하는 편인데.

기분 탓일까? 아까부터 최소 10만 원씩 쏘고 있다.

“요원님? 고르신 장소…… 확실합니까?”

한나가 백미러로 들여다보며 묻는다.

“그래.”

“지나치게 위험합니다.”

“괜찮아.”

그녀도 이제 ‘요원 아몬드’의 스타일을 익혔는지.

“하아.”

구태여 더 설득하진 않았다.

“포인트 8로 이동합니다.”

* * *

포인트 8.

그곳은 어느 한 고층 건물이었다.

건물은 고급 호텔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아몬드와 한나는 여행 가방 안에 저격총 부품들을 숨긴 채로 맨 꼭대기 층까지 이동했다.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이들은 숙소까지도 예약했다.

“숙소에 기본적인 짐을 풀고 옥상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옥상은 본래 잠겨 있었지만 한나는 마스터키를 갖고 있었다.

“본래라면 비밀리에 협조를 요청하지만, 긴급 작전 변경이기도 하고 예산 문제도 있어서 그냥 제가 훔쳤습니다.”

-스타트업 암살컴퍼니 ㅠㅠ

-아니 ㅋㅋㅋㅋ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왜 ㅠㅠ

철컹.

초고층 건물의 옥상에 올라오니 일단 느껴지는 건 바람.

휘이이이잉.

밑에 있을 때보다 바람이 훨씬 더 거셌다.

‘이러면 변수가 생길 텐데.’

아무리 총이라 해도 3.5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날아가다 보면 바람 때문에 한참 빗나갈 수도 있다.

“여기에 설치하겠습니다.”

난간 한편에 한나가 총 지지대를 설치했다. 설치는 순식간이었다. 아몬드는 그 위에 총을 올려 고정한 뒤, 조준경을 한번 들여다본다.

‘……!’

-ㄷㄷ

-엥?

-ㅁㅊ 잘 보이지도 않는딩??

-헐ㅋㅋㅋ

무려 3.5킬로미터를 당겨주는 조준경이다. 확대는 극단적이다 못해 치명적.

‘뭐가 뭔지…….’

그렇다 보니 대체 어디를, 뭘 보고 있는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저기서 움직이고 있는 게 지금 사람인가?

“제가 보정해 드리겠습니다.”

한나는 쌍안경으로 적의 위치를 확인한 후.

아몬드의 뒤로 다가오더니, 같이 손을 잡고 총을 돌려준다.

“이쯤…….”

한나가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보이시죠, 요원님?”

-??

-이게 맞는 자세냐?ㅋㅋ

-거! 너무 붙는거 아니요!?

-설마 얘도 페이스 아이디 들어간거임?ㅋㅋㅋ

-ㅈ버그네 ㄹㅇ

보인다. 시청자들이 난리 치는 게.

‘집중하자.’

아몬드는 채팅창에서 눈을 떼고 한나가 알려주는 포인트를 쳐다본다.

아까보다 훨씬 초점이 잘 맞는다.

그리고…….

‘저거구나.’

타깃의 머리 위에 붉은 점이 표시되어 있었다.

“고정하겠습니다.”

기릭.

지지대와 총이 거의 일체가 되며 어지간한 힘으론 움직이지 않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숨을 거칠게 쉬면 조준점이 도착점 기준으로 몇십 미터는 흔들렸다.

전혀 엉뚱한 사람이 맞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저격 미션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한나는 여전히 같은 자세로 설명을 시작했다.

-아니 왜 저렇게 설명하냐고 ㅋㅋㅋㅋ

-이거 우리가 해도 이런거지? 나 이거 살거야? 아니면 고소할거야!?

-인싸의 삶이란 뭘까? ㅠ

-귀에 쏙쏙 들어오긴 하겠네 ㅋㅋㅋ 바로 옆이니.

-한나도 결국 사탄 들렸구나…… 인싸탄…….

“저격은 첫 사격이 실패하면 다음 사격 성공률이 매우 낮아집니다. 저희 정예 요원들의 통계로는 9%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나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후 말을 이었다.

“또한 적이 저격수의 존재를 눈치챌 경우, 저격수의 사망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약…….”

굳이 아실 필요는 없네요.

한나는 구체적인 확률은 말하지 않는다.

“요원님. 저희 사에서는 첫 사격이 실패한다면 곧바로 도주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동의하십니까?”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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