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283화 (563/699)

13. 뜻밖의 팀플레이(1)

사실 주혁이 완전히 눈치챘다고 말하긴 힘들었다.

이 복잡하고 해괴한 사연을 어떻게 단번에 알아내겠는가?

그는 다만 어떻게든 알아내고자 했을 뿐이고.

뭐라도 잡아내기 위해 과장의 눈이 향하는 곳을 뚫어져라 관찰하던 것이다.

──타앙!

‘음?’

스크린에서 들려온 저격총의 총성에 지나치게 반응하는 과장.

주혁이 압박했을 때도 거의 떨리지 않던 그의 눈이 잠시나마 사방으로 요동친다.

여기서, 무슨 전쟁 트라우마라도 있나? 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너무 순진한 오해다.

그런 사람이 허구한 날 총 쏘고 사람 죽이는 히트맨의 제작사에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그는 왜 총소리에 반응했는가?

총소리 직후 흘러가는 시선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의 패드 위. 숫자들이 적힌 표가 있다.

‘챌린지 포인트인가……?’

얼핏 챌린지 포인트라는 글씨가 보이는 것 같다.

‘잠깐…….’

머리 한쪽이 찌릿거렸다.

뭔가 연결되는 것 같으면서도. 연결이 안 되는데.

유독 아몬드에 집착하는 이 행태.

챌린지 포인트.

총성에 반응.

‘뭐지.’

주혁의 미간이 좁혀진다.

그간 다녔던 숱하게 많은 부스들.

그 사이에서 들었던 말들이 뇌리를 마구 스쳐 지나갔다.

그 말들 중 힌트가 있었다.

「……지스타 이 자식들 장사…….」

「……에 챌린지 포인트 가격이 더 높아졌다…….」

「……충분히 해놔서 다행이지 아무도 안 올…….」

챌린지 포인트.

장사.

아무도 안 와?

‘그렇구나!’

주혁은 저도 모르게 눈을 번쩍 떴다.

‘챌린지 포인트가 없어!’

이 부스는 특이한 방식으로 챌린지 포인트를 지급한다.

잘한 만큼 많이 지급하는 방식인데.

대부분 큰 게임사 부스에선 잘 쓰지 않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최소한의 포인트로 사람을 많이 불러낼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작은 게임사들이 잘 채택한다.

하지만 여기에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다.

인형 뽑기 같은 거다. 어느 날 초고수가 등장해 인형을 다 뽑아가면? 하루 장사를 넘어 거의 1년 치 장사를 말아먹는다.

여기가 지금 딱 그 꼴일 것이다.

‘그럼 아몬드 말고는 지스타에서 이 게임을 플레이해 줄 스트리머가 없어서…… 여기에 제안을 하는 건가?’

하지만 이상하게 안 맞춰지는 고리가 하나 있는데.

스트리머가 앞으로 없을 것도 알겠고, 아몬드가 마지막 스트리머라는 것도 알겠는데.

그렇다고 그에게 꼭 광고를 제안해야 하는 걸까?

‘급한가?’

주혁이 내린 결론은 많이 급한 모양이다…… 정도였다.

‘뭐…… 샐러리맨들은 사정이 많은 법이지.’

사장의 지시까진 알 수는 없으니, 이 정도가 최대한의 추리였다.

그렇다 해도 저들이 아몬드 때문에 챌린지 포인트가 거덜 나고 있고, 그걸 매우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안 이상.

이 거래의 주도권은 그에게 넘어오기 시작한다.

‘확실한 건 아냐.’

물론 이건 다 그의 머리에서 나온 가설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부터 이 가설을 중심으로 관찰하면 확실히 알아낼 수 있다.’

주혁은 과장의 반응을 살폈다.

“저격 미션인가 보네요.”

“아…… 하하. 예. 저희 게임의 자랑이죠…….”

과장은 주혁과 눈을 마주치고, 뭔가를 눈치챘는지 애써 표정을 가다듬는다.

여기서 그냥 넘어갈 주혁이 아니다.

“마저 보고 할까요?”

“예……?”

“저도 궁금해서요.”

“아, 예. 예. 물론이죠.”

과장에게 억지로 스크린을 보게 한다.

주혁의 예상이 맞다면, 아몬드의 미션 실패와 성공 여부에 따라 격한 반응이 나올 것이다.

총알이 날아가는 연출이 끝나길 기다리자.

결과가 나왔다.

‘실패군.’

사격은 실패.

“휴…….”

과장이 가슴을 쓸어내린다.

애써 감추려 하지만, 몸이 먼저 움직이는데 별수 있으랴?

‘역시.’

지금 지나치게 안도하는 저 모습을 보라.

아몬드의 저격이 빗나가자 안도하는 것이다.

주혁은 그의 패드 위를 쳐다봤다.

숫자는 변동되지 않았다.

‘아몬드 챌린지 포인트를 띄워놓고 있었구나.’

챌린지 포인트 좀 넉넉하게 구매할 것이지. 돈을 대체 얼마나 아끼려고.

‘참내.’

주혁은 쓴웃음을 삼키며 다시 딜을 해보려는데.

“!?”

과장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아까보다 훨씬 더 여유가 넘치는 게 아닌가?

“아…… 매니저님? 저희는 이 위로는 딜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

계속 저자세였는데. 이젠 다르다.

아몬드가 저격 실패해서 이제 희망이 생겼다 이건가?

‘하. 참.’

쉽게 갈 수 있나 했더니.

주혁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미소를 띠었다.

‘상현이가 못할 땐 내가 해야지.’

아몬드가 단번에 저격을 성공했다면 이야기가 쉬워졌겠지만.

상관없었다.

주혁은 이미 사실관계 파악이 다 끝나 버렸다.

“과장님.”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고작 몇 명 더 볼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예……?”

과장은 당황한 눈빛.

“저희가 챌린지 포인트 이만큼 가져간 후에. 얼마나 부스 운영이 가능하며, 그 짧은 기간 사이에 얼마나 더 대단한 스트리머들이 올 것 같냐구요.”

잠시의 침묵.

“아…… 매, 매니저님? 저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정신없이 변명처럼 내뱉는 말과는 전혀 반대되는 문장이 과장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어떻게 알았지?’

당황스러움을 넘어 황당함.

내부에 스파이라도 있는 게 아니고서야, 내부 사정을 이렇게까지 알고 있다고?

“저격 미션이 실패하더라도 지금까지 날아간 양만 해도 이미 그런 상황이시잖아요.”

어떻게 이렇게 정확히 안단 말인가?

테이블에 앉아 대화한 짧은 시간 안에 알아냈다고 생각하기 힘든 수준이다.

“얘기 진전이 없을 것 같아 조금 까놓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라면 이렇게 안 할 것 같거든요.”

톡. 톡.

주혁이 제안서를 건드리며 말했다.

정확히는 그 위에 써진 숫자를.

“아…… 크흠…….”

이때 깨달았다.

말렸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녀석 너무 많이 알고 있다.

* * *

한편,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던 아몬드.

──타앙!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총성.

그러나 그것에 감탄할 겨를은 없다.

‘빨리 해야 돼.’

아몬드는 곧바로 볼트를 뒤로 밀어 탄피를 빼낸다.

철컥!

볼트 액션 방식의 단점이다.

다시 밀어 넣으며 총알을 장전한 후.

방아쇠를 당긴다.

타앙!

다시 볼트를 당기고, 밀고, 타앙!

타아앙! 탕!

“그, 그만!”

한나는 8초 안에 전부 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8초가 지난 모양이다.

날아간 탄 수는 총 다섯 발.

‘느리다.’

기대보단 느린 격발이었다.

‘응?’

쉬익.

이런 소리와 함께, 잠시 화면이 전환되더니.

슈우우웅.

총알이 날아가는 장면이 나왔다.

저격 연출인 셈이다.

총알은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목표 지점을 향해 날아간다.

커튼 월 유리 너머의 적들이 보인다.

타깃의 얼굴이 보인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회의실의 상석에 앉아 있다.

쨍그랑!

유리가 깨진다.

그때, 곧바로 반응한 경호원들.

그러나 당연히 총알이 훨씬 빠르다.

──퍽!

총알이 요인에게 맞았다.

다만, 어깨가 맞았을 뿐이다.

피가 느리게 솟구치며 모두가 경악한 표정으로 바뀌어 간다.

이후 아몬드가 쏜 총알들은 전부 경호원들의 방탄 실드 혹은 그들의 몸에 맞아버렸다.

퍼버벅!

‘이런.’

저격은 실패였다.

요인이 부상을 입긴 했으나 생명에 지장이 없었다.

아몬드의 화면으로 다시 돌아온다.

“아.”

아몬드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한 번만 더 해보면 될 것 같은데.

-헐 ㄲㅂ

-실패야? ㅠ

-아 왜 첫 시도에 안되면 ㅈㅈ라는지 알겠누

-이미 경계 태세 빡세게 들어갔을 거 같은데ㅠㅠ

“요원님. 이제 총성 위치를 기반으로 이곳으로 헬기들이 출동할 겁니다. 이동해야 합니다.”

“…….”

그래. 약속은 약속이니까.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그가 아무 생각도 없이 첫 사격 후에 도망간다고 했던 게 아니다.

“대신 위치를 옮기자.”

“……예?”

“위치를 옮겨서 다시 시도하자고.”

“하, 하지만…….”

“다쳤으니까. 앰뷸런스 타고 갈 거 아냐. 그걸 노리자.”

“……차로 이동하는 걸 쏘자구요?”

“그래.”

이번엔 자신이 있었다. 감을 잡았다는 느낌이 왔다.

“지금 더 가까이 붙는 건 불가능합니다.”

“더 멀리서 해도 상관없어.”

“요원님!?”

“안 그러면 나 안 가.”

-ㅋㅋㅋㅋ응애 나 안가

-아몬드는 아가야 아무데도 안가

-와 더 멀리서 쏜다고?

-이걸 위해 동의한거구나?ㅋㅋ

한나는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퍼레이터에게 작전 제안 전달하겠습니다. 일단 이동하시죠.”

* * *

한나와 아몬드는 호텔에서 빠져나오는데.

“저기다!”

“어이! 거기!”

도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수상한 자들 몇이 그들을 부르며 따라온다.

한나가 인상을 찌푸렸다.

“하. 들켰─”

──타다다당!

아몬드는 이미 기관 소총을 꺼내 쏴버리고 있었다.

모든 발수가 명중해 수상한 자들은 순식간에 쓰러졌다.

“43만 원~ 44만 원~”

돈 카운팅이 올라간다.

-아 킬당미션도 있지 ㅅㅂㅋㅋㅋ

-도랏ㅋㅋㅋ

-이걸 안까먹었네

돈이 벌리는 건 좋다만. 여긴 뉴욕시 한복판.

“꺄아아아아아아아아!”

“초, 총!”

난리가 나버렸다.

“뛰세요! 요원님!”

한나는 아몬드를 끌고 뛰며 오퍼레이터에게 연락을 걸었다.

“오퍼레이터?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기다!”

투두두둥!

투둥!

“45만 원! 46만 원! 47만 원!”

그러는 사이에도 총격전은 계속 벌어졌다.

“커억……!”

“윽!”

“50만 원!”

아몬드는 총을 쏘느라 계속 뛰는 게 늦어지고 있었다.

“요원님! 도망치는 게 더 중요합니다!”

“51…… 아, 알았어.”

-방아쇠 한 번 당길 때마다 만원~ㅋㅋㅋㅋ

-???:아 놔봐! 쟤네 다 돈이라고!

-달러만 환율이 있나요? 사람 목숨도 환율이 있답니다!

치지지직.

오퍼레이터가 연결됐다.

[여긴 오퍼레이터 03. 무슨 일인가? 이제 와서 날 찾고.]

오퍼레이터 03은 필요할 때만 자기를 찾냐며 투덜댔으나.

“요원 아몬드! 사이드킥 한나! 저격 실패했으나. 제안드릴 대체안이 있습니다.”

[말해보라.]

잠시 몇 명의 적들이 더 죽어나가는 총격전이 이어진 후.

[흠…… 알겠다.]

오퍼레이터는 아몬드의 작전 제안이 일리가 있다며 찬성했다.

[나쁘지 않군.]

그는 어쨌거나 적 보스를 반드시 죽이고 싶어 하니까.

[일단 요원 아몬드와 한나를 보호하기 위한 차량을 보낼 것이다. 지정한 포인트까지 도주하도록.]

* * *

잠시 후.

한나와 아몬드는 다시 안전한 차량 안으로 탑승할 수 있었다.

오퍼레이터는 둘에게 작전 설명을 시작했다.

[요인의 부상이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충격에 의식을 잃은 것으로 확인된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급히 응급실로 갈 것이다.]

응급실로 향하는 요인을 죽이는 게 이번 작전의 핵심이다.

[이들은 앰뷸런스가 아닌 개인 호송 차량에 탑승하여 이동할 예정이다. 자사의 제안은 차량이 멈춰 있을 때 쏘는 것이다. 20초 이상 신호에 걸리는 구간을 알아놨다.]

지잉.

지도에 특정 포인트들이 표시된다.

[요원의 추천 저격 포인트다.]

이번엔 포인트가 몇 개 없었다.

아몬드는 이걸 골랐다.

[Point – 03]

[4.1㎞]

-ㄷㄷㄷ

-4.1 ㅋㅋㅋㅋ

-410만원 ㅋㅋㅋ

-오히려 좋아~

“하…….”

한나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그 포인트를 기점으로 작전 준비하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퍼레이터는 작전 루트를 짜기 시작했고.

부우웅.

한나와 아몬드는 이동을 시작했다.

* * *

“포인트 03에 도착했습니다.”

그들은 작전 포인트에 도착했다.

한 번 해봤던 터라 준비하는 데에는 절반 정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철컥. 철컥.

둘은 아무 말도 없이 기계처럼 저격 준비를 마쳤고.

한나가 쌍안경으로 들여다본 후, 위치를 보정해 줬다.

“곧 차량이 올 예정입니다. 차량이 오면 다시 보정해 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적의 호송 차량이 등장했다.

한나는 다시 보정을 시작하는데.

잠시 놀라서 멈칫한다.

“……잠깐. 저 차량 방탄 차량인데.”

“?”

“이전 작전 때 본 적 있습니다. 유리가 전부 방탄이에요. 이 작전은…….”

취소해야 한다?

어림도 없지.

“쏴보긴 해야지.”

아몬드는 그렇게 말하더니 조준경에 눈을 들이민다.

“요, 요원님. 저는 타이어를 추천드립니다.”

“예. 차를 무력화해서 요인을 나오게 한 후 재차 저격합니다. 현재 요인은 응급사태이므로 이동 속도가 빠르지 않고, 동선이 예측 가능합니다.”

“오.”

그것도 좋네.

아몬드는 그렇게 중얼거린 후.

흡.

숨을 머금는가 싶더니.

──타아앙!

망설임을 없애는 속도만큼은 세계 제일인 요원 아몬드의 격발이 이미 시작됐다.

철컥!

그는 곧바로 볼트를 당기며 탄피를 빼내고, 다시 밀어서 총알을 넣었다.

‘이번엔 느리면 안 돼.’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앙!

곧바로 볼트를 당긴 후.

철컥!

탄피를 빼내고, 다시 밀어서 총알을 넣었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긴다.

타아앙!

이후 같은 동작을 미친듯이 빠르게 반복.

타앙! 탕!

타다당!

“시간 지났습니다!”

시간이 지났다고 하지만, 아몬드는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여기서 완전히 맞히지 못하면 죽은 목숨이다.

타아앙!

타앙!

거의 열다섯 발을 쏘고서야 멈춘 아몬드.

“요원님! 시간…… 어?”

쌍안경으로 들여다보던 한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일어선다.

“……타이어 쏘는 거 아니었어요!?”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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