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뜻밖의 팀플레이(3)
흐흐.
주혁은 열심히 표정을 관리했지만, 저절로 입꼬리가 귀에 걸리는 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화장실이 급한 거처럼 보일 정도로 그저 최대한 빠르게 부스를 빠져나오는 거다.
거기서 한참 더 걸어서, 아예 부스가 안 보일 지경이 된 곳까지 간 후.
그는 두 팔을 벌리며 외쳤다.
“크아아아아!”
무슨 공룡이라도 된 것 같은 함성.
행인들이 그를 힐끔거리며 쳐다봤으나 상관없었다. 여긴 지스타다.
온갖 광인들이 넘쳐난다.
물론 대체로 그들은 주혁처럼 정장을 입고 있진 않았다만…… 어쨌든.
“아자아아아!”
주혁은 이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주먹을 허공에 휘두르며 세리머니를 한판 펼친 후에야 자신을 가라앉힌다.
“후우.”
심호흡 후.
흥분으로 부푼 가슴을 진정시키며 셔츠 매무새를 단정히 했다.
헝클어져 내려온 머리도 다시 위로 올려둔다.
“좋았다. 좋았어.”
그가 이렇게 흥분하는 것도 당연했다.
역대 광고 수익 중에 아마 최고다.
주혁 같은 자본주의의 악귀가 돈을 주는 사람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기 쉽지 않은데.
이건 그 정도였다. 그만큼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계약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쪽은 과장 혼자 주혁을 상대했지만.
이쪽은 사실상 둘이 과장을 상대한 셈이었다.
상현은 계속해서 말도 안 되는 플레이로 포인트 압박을 해냈고.
그가 포인트 압박에 실패했을 땐 주혁이 회사 사정을 물고 늘어지며 과장의 멘탈을 흔들었다.
같은 공간에 있지는 않았지만, 주혁과 상현은 분명 팀플레이를 한 것이다.
“후아. 좋았다. 좋았어.”
혼자서 광고를 따오거나 어려운 딜을 성사시킨 적은 많았다.
그런데, 혼자 해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기뻤다.
이유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일전에 상현이 비슷한 말을 한 적 있었다는 것만 기억났다.
한참 난트전이 진행 중이었을 때였는데.
「팀원들의 손발이 맞아서 연계될 때 짜릿함이 있어. 혼자 하는 스포츠에선 느낄 수 없는…….」
그 역시 하나의 팀으로서 진행하는 스포츠는 처음이었다.
상현은 그게 나쁘지 않다고 말했었다.
당시 주혁은 두루뭉술한 그의 말을 흘려들었었지만.
어쩌면 지금은 무슨 말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얘는 아직 안 끝났나.”
주혁은 휴대폰을 펼쳐 방송을 확인한다.
상현은 아직도 게임 중이었다.
후원받느라 정신이 없는 중이다.
단일 후원으로 410만 원이 들어온 데다가, 이어서 후원이 더 들어오고 있었다.
“이건 커뮤니티에 좀 퍼지겠는데?”
주혁은 자연스레 지스타 관련 언급이 제일 많은 커뮤니티 하나에 들어가서 검색해 본다.
커뮤니가든 중 스트리머 관련 이야기를 하는 가든이었다.
수많은 스트리머들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가 있을 땐 여기만큼 활발하게 관련 이야기가 올라오는 곳이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아몬드에 대한 언급이 나오고 있었다.
[실시간 견과류쉑 하루 일당 ㅋㅋ]
[사람이 아니라 견과류로 태어날걸…….]
[속보) 그 견과류 미션 금액 수준 ㄷㄷ]
조회수도 상당히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었다.
“역시…….”
주혁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아무리 여러 겹의 포장지를 두른다고 해도, 인간사에서 ‘누가 얼마를 받았다더라’ 따위의 말만큼 확실하게 관심을 끄는 소재는 없었다.
-410만 원???
-미쳤네 ㅋㅋ
-와
-???: 아성이요? 제 하루 일당이었습니다
-도랏네 ㅋㅋ
-지스타에서 터진 거임? 형 대체 뭘 한 거야……
-와씨…… 내 월급보다 많누 ㅠㅠ
-액수가 무슨 여캠방이누?
└견 정도면 남캠방 ㅇㅈ이지
└남캠방? 여캠방인데?
└└???
조회수만큼이나 댓글도 순식간에 달리기 시작했다.
흐뭇하게 웃으며 스크롤을 내려보던 주혁은 이내 표정이 굳어버린다.
자극적인 어그로인 만큼 당연히 속도도 빠르고, 그만큼 부작용도 있다.
-스트리머 돈벌기 전나 쉽네
-캬 앉아서 410만 원~ 꿀꺽~ 인생 달다!
-스폰 아님? ㅅㅂ 400만 원 ㅋㅋ
└뭔 스폰이여 후원자가 빅손인데
질투심에 까내리는 자들이 달라붙는 것이다.
주혁처럼 건실한 삶을 살아온 사람은 아마 평생 이해 못 할 부류들.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이들을 볼 때마다 그가 눈살을 찌푸리는 이유였다.
-그래서 ㅈ망사용료 도입 언제 하는데 ㅅㅂ 돈 편하게 버는 거 개같누
└응~ 망사용료 도입하면 제일 먼저 주저앉아 울 새끼는 너같은 개백수ㅋㅋㅋ
└응 지랄하지 마~ 도입할 거야~ 봉준호, 송강호, 손흥민, 김연아, 제이퐉 k통신사 렛츠고~
└ㅅㅂㅋㅋㅋㅋㅋㅋㅋ또라이네 이거
-역사상 스트리머 새끼들만큼 돈 편하게 버는 직업이 있었음? 진짜 모름.
-410만 원 ㅅㅂ ㅋㅋㅋ 겜돌이한테ㅋㅋ
“참내.”
주혁은 어이가 없었다.
이들은 아몬드를 비롯한 스트리머들이 돈을 편하게 번다고 여기고 있다.
얼추 보기엔 편하게 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터다.
그저 앉아서 웃고 떠드는 것만으로도 후원이 들어오는 방송인들도 있으며, 하다못해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만 해도 누군가에겐 꿈만 같은 일이다.
하지만 그 많은 스트리머들 중, 그 많은 웃고 떠들 수 있는 사람들 중, 그렇게 많은 게이머들 중……
왜 이들에게만 후원이 오는 걸까?
왜 그들만이 매력을 갖고 있을까?
‘대체 불가능한 캐릭터, 대화 능력, 멘탈, 친화력…….’
주혁의 머리엔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요건들만 이렇게 많은데.
이들은 모른다.
아니, 모른다고 주장한다.
생각하고 싶지않은 거다.
그것이 더 편하니까.
애초에 그저 마음 편히 돌을 던지고 싶은 것 뿐이다.
복잡한 사실 관계는 알면 알 수록 돌을 던지는 어깨만 무거워지는데.
왜 알려고 하겠는가?
-알빠누? 쉽게 돈 벌면 맞아야지~
요즘엔 애초에 알려고 하지 않는 자세조차도 당당히 내세우는 풍토마저 있다.
‘지랄들을 하네.’
주혁은 너무 화가 날 때면 댓글을 하나쯤은 남겨주고 떠난다.
└정보) 가장 쉽게 돈을 버는건 지금 방구석에서 키보드나 치면서 오늘도 엄마 용돈을 타 쓰는 이 새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
‘이래봤자 소용은 없지만.’
아무리 팬들이 나서서 팔 걷어부치고 청소를 해봐도 무의미했다.
하나가 사라지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채운다.
마치 이 세상에 악당 할당량이라도 있는 듯이.
아마 이건 그냥 유명인이 되면 늘 따라올 수밖에 없는 부산물이다.
그럼 유명인이 되는 것이 불행한 일일까?
‘그건 아니지.’
주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몬드 표정 커여워 ㅠㅠ
-와 지린다 4.1킬로 저격 성공한거??
-클라스 ㄷㄷ
-아들! 넌 커서 꼭 아몬드가 되거라!
-???: 인간시대의끝이도래했다.견과류의시대가다가온다.
만약 그 무게를 견딜 수만 있다면, 유명인이 되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이렇게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내가 잘하는 것으로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건, 굉장히 명예로운 일이다.
-4.1킬로 저격 성공한건 말 안 하고 410만 원 받은 것만 말하네 ㅉㅉ
-아니, 저거 신기록 아녀??? 게임이긴 하지만ㅋㅋㅋ
-4.1킬로 ㄷㄷㄷ
-지하철 4정거장 ㅅㅂㅋㅋㅋㅋㅋ
비록 처음엔 받은 돈으로 관심을 받았지만, 점차 그가 한 일에 대해서도 알게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저 미션 다른 스트리머들은 줘도 못먹음ㅋㅋㅋ
└ㄹㅇ풍선껌이 같은 미션 받았으면 5천 원도 못받았다
└5천 원은 ㅅㅂ ㅋㅋㅋㅋㅋ 새총이냐?
└우솝ㅋㅋㅋㅋ
-왘ㅋ 아몬드 리액션 한대!!
└ㄹㅇ??
└이 정도면 할 만하지 ㅋㅋ
자신이 잘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 더 넓게 가서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
그건 어쩌면 상현이 처음부터 꿈꾸던 삶과도 닿아 있었다.
‘어쩌면 아직도 그 꿈으로 가고 있을지도.’
양궁 선수에서부터 게임 스트리머로.
우스울 정도로 많이도 돌아왔지만, 그는 어쩌면 아직도 꿈에 다가가고 있는 셈이었다.
* * *
촤르르르륵!
한나가 무기 보관함 하나를 펼쳐내며 말했다.
“여기 있습니다. 요청하신 무기고입니다.”
아몬드는 싱글벙글하며 무기들을 살펴봤다.
한참을 이리저리 뒤적이던 그는 척 보기에도 무지막지해 보이는 뭔가를 집었다.
“오. 이게 좋겠네.”
한나의 안색이 파리해진다.
“요원님. 그건…… 탱크에나 쏘는 무기입니다.”
한나는 그가 들고있는 무지막지한 무기를 갸우뚱하며 바라본다.
여지껏 그냥 냅두는게 훨씬 낫다는 결론에 몇 번이고 도달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 무기는 좀 지나치다.
“다음 미션을 위해선 이젠 정말 추천드리는 무기로…….”
“한나.”
“예?”
“최대한 멀리 떨어져.”
“……?”
“빨리.”
한나는 아몬드의 말에 뒷걸음질치며 멀리 떨어졌다.
“요원님……? 그걸 왜 위로?”
철컥……!
아몬드가 대전차 포를 위로 조준하는 모습.
한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무친넘 무친넘 무친넘
-엌ㅋㅋㅋㅋㅋㅋ
-이렇게 간다고? ㅋㅋㅋㅋㅋ
-설마 이거 그거냐?
딸각.
한나가 무어라 되물을 시간도 없이, 아몬드는 방아쇠를 당겼고.
콰아아아앙!!!
무지막지한 소리를 내며 폭발물이 위로 쏘아졌다.
‘잘 올라간 거 같은데.’
아몬드는 각도를 살펴본 후, 두 팔을 위로 벌렸다.
“후원 감사합니다아아!”
슈우웅……
발사체가 떨어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아…… 근데 얼마더라…….’
그는 무언가를 계산하고 있었다.
하늘 위 고점까지 올라갔던 로켓이 다시 무서운 속도로 낙하하기 시작한다.
아몬드도 계산을 마쳤는지 시청자들에게 말한다.
“그리고 킬당 미션은 73만 원에! 만 원 추가해서 74만──”
그런데, 그때.
“요원님!”
──와락!
한나가 갑자기 뛰어들었다.
“위험해요! 자사는 요원님이 없으면……!”
-???
-아니, 이걸 뛰어들어?
-본인 죽이는 것도 만 원에 포함시키는 거 뭔데 ㅋㅋㅋㅋ
-찐사랑이네 ㄹㅇ
-페이스아이디가 여기서?!
“어……?”
한나가 구하러 오는 건 예상하지도 못했기에, 아몬드도 당황했는데.
이미 한참 늦었다.
그가 쏘아올린 로켓은 이미 아몬드의 머리 위로 안착했다.
──퍼어어어엉!!!
하얗게 타올라 산화해 버린 아몬드와 그를 끌어안은 한나.
-한나야 ㅠㅠㅠ
-나쁜남자 아몬드 ㅠㅠ
-아니 ㅋㅋㅋ 왜 달려오냐고 다시 ㅋㅋ
-ㅋ큐ㅠㅠㅠㅠ
그뿐 아니라 반경 몇 미터가 폭발에 휘말려 초토화되어 버린다.
콰과과광!!!
요원 아몬드의 체력 역시 0이 되는 건 너무 당연했다.
[미션 실패]
그에 따라 미션도 실패로 마무리 되며, 게임이 종료됐다.
* * *
게임이 꺼진 후.
[정산 중……]
쌓은 포인트가 정산되고 있었다.
아몬드는 머리를 갸웃거리더니, 시청자들에게 묻는다.
“이러면 75만 원인가요?
킬당 미션을 말하는 것이다.
-왜 75임? 74라며
-바로 환전해 버리기?
-아니 ㅋㅋㅋ 한나 죽인 것도 포함시켜 달라는 거냐???ㅋㅋㅋㅋㅋㅋㅋ
본래 73만 원까지 갔던 미션 금액에 아몬드의 목숨과 한나의 목숨이 추가되어서 75만 원이 되었다.
무서운 집념이었다.
-설마 2만 원 추가가 본인이랑 한나임??
-“싸이버 싸이코”
-이래서 인싸는 안된다고~ 환전연애 한다고~
-엄마…… 인싸는 이렇게 무서운 건가요?!
-환전연애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환전연애 미쳤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달러 환율도 높은데 한나나 환전해 버려~
.
.
.
환전연애니 뭐니 난리가 난 채팅창이지만. 와중에도 들어올 돈은 딱딱 들어온다.
빠바밤!
[미션 성공!]
[수줍은여포 님이 무려 75만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주…… 죽여줘…… 아몬드……]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