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307화 (587/699)

20. 예선 개막(3)

한국의 게임 시장은 그 인구수에 비해서 굉장한 편이었다.

사실 인구수만 놓고 보면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한국 시장을 신경 쓰지 않아야 마땅한데.

한국에서 특히나 잘 팔리는 온라인 포맷의 경쟁 게임들은 한국 시장을 신경 쓰지 않기는커녕 가장 우선시하기도 했다.

일단 한국은 이스포츠에 있어 선두주자인 곳이기 때문에 경쟁 게임 하나가 인기를 끌면 그에 따라오는 2차, 3차 수익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시빌 엠파이어의 한국 지부는 늘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도대체가. 이놈의 게임은 왜 백날 홍보해도 우리나라에서 팔려 먹질 않냐?”

유독 한국에서만 안 팔리는 게임을 유통하고 있으니까.

본사가 보기에 이쪽이 문제가 있다고 보이는 게 당연했다.

“그러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사에 관심이 적어서 그럴까요?”

“그럼 미국놈들은? 미국놈들 자기 나라 어디인지 짚지도 못한다며!”

“그런 사람도 많지만, 역사 덕후들도 많죠. 별사람이 많은 곳이니.”

여러 이유를 대봐도 솔직히 찾기 힘들었다. 한때 RTS가 민속놀이라고도 불렸던 나라에서.

RTS가 인기가 없다니.

“유독 이런 문명, 역사 기반 게임이 우리나라에선 전통적으로 인기가 없었습니다. 희한하죠. 사극은 전 세계에서 제일 많이 찍을 텐데.”

종잡을 수 없는 이유로 한국에서 인기가 없는 게임은 사실 꽤 많았다.

“우리만 그런 거 아니에요. 해외 IP 중에 우리나라 안 먹히는 게 얼마나 많은데요. 포해머 같은 것도 해외에선 그렇게 인기인데. 우리나라는 아는 사람도 없잖아요.”

포해머뿐이 아니다.

예를 들려면 손가락 개수가 모자랄 지경이었다.

시빌 엠파이어도 그런 게임 중의 하나다.

“어휴. 내년도 또 긴축재정이네.”

“그러게요…… 사원들도 줄겠네요…….”

사원은 늘 줄고, 본사로부터 예산도 늘 줄여 받던 이때가 바로 작년.

시빌엠 한국 팀이 예선을 탈락하고, 릴드컵은 한국 팀이 극적으로 우승했던 때였다.

* * *

시간은 흘렀고, 새해가 왔다.

신년마다 늘 있는 국가 대항전이지만. 이번 연도의 시빌 엠파이어는 뭔가가 달랐다.

특히 한국 지부는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들었어? 예산이 또 왔어…….”

“진짜 밀어주나 봐.”

“이번에 못 하면 진짜 나락이다.”

본사로부터 푸쉬가 오기 시작했다.

발단은 작년 말쯤 새로운 인기 스트리머의 장기간 플레이로 인한 매출 상승이었다.

특히나 그는 양궁 국대 유망주 출신이었던 터라, 국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빌 엠파이어 게임과 시너지가 상당히 좋았다.

단순히 인기 스트리머 하나가 플레이해 줬다…… 정도 이상의 뭔가가 있었던 거다.

“커뮤니티에 사람도 겁나 많아.”

“엄청 오래 하시네. 심지어.”

단순히 몇 번 플레이하고 만 게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S+ 랭크까지 달리는 컨텐츠를 찍었으니.

시빌 엠파이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최대치로 솟고 있었다.

거기에 큰 사건이 하나 더해지는데.

“이건 적기다…….”

“신께서 딱~ 한 번 기회 주시는갑다!”

릴드컵 역사상 최악의 해가 펼쳐진다.

한국 리그, LAK(LIL Avatars Korea)의 어떤 팀도 결승에 오르지 못한 채 전원 8강 탈락.

릴은 국내 시장이 세계 시장 중 탑3 안에 들 정도로 큰 게임이었다.

시빌 엠파이어와는 정반대되는 입장이었다.

그런 게임이 세계 대회 성적을 말아먹었으니.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전자파의 부재가 결국…….]

[시바 솔직히 ck entus 전성기 시절이었음 ㅠㅠㅠ]

[LAK가 강한 게 아니라 전자파가 강한거였다……]

[LAK는 무슨ㅋㅋ 이제 다들 ROKA 로 드가자~~~]

전자파의 공백 무려 3년.

그뿐만 아니라, 그를 주축으로 한 구 ck entus의 멤버가 이젠 모두 은퇴를 하거나 타 리그로 팔려나갔다.

한국 리그는 극적인 세대 변화와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반면, 중국 리그는 이전부터 탄탄히 쌓여온 루키들이 베테랑들과 합쳐지면서 최강의 폼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자파님 ㅠㅠ 돌아와요ㅠㅠ]

[이 시대의 매국노 <<< 전자파 은퇴 허락한 새끼]

[대체 전자파는 그 절정인 폼에서 왜 은퇴함??]

[ㅅㅂ 이제 안볼란다 미드 시즌부터 털리더니 결국 다 따이네]

이미 연말에 열리는 릴드컵(월드챔피언십)뿐 아니라, 여름에 개최했던 미드 시즌 컵도 중국에게 헌납한 터.

여론은 흔한 말로 ‘나락’이었다.

[???: 내 독기에 범벅이 되어 죽어라]

[8강부터 볼게 없어지다니 상상도 못했다]

[내 치킨이 식기 전에 전부 떨어졌누 ㅋㅋㅋ]

그러나 누군가의 하락이 있으면, 누군가의 상승의 기회도 찾아오는 법.

[다른 거 볼 거 없냐 ㅈㄴ 허무하네]

[이번에 하는 시빌엠 국가대항전이나ㄱㄱ]

[국뽕 한번 거하게 들이키고 싶다……]

연말에 개최됐던 릴드컵이 허무하게 끝나자, 사람들은 다른 볼거리를 원했다.

그들은 한국인이 게임에서 뛰어나다는걸 다시 한번 증명하는 시나리오를 원했다.

단순히 이기는 걸로는 부족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뚫고 올라가 실력으로 짓밟는 그런 서사가 필요했다.

“그게 우리야.”

예선전 직전.

쿠키가 모두들 앞에서 말한다.

“한국은 시빌 엠파이어에 늘 관심이 없었고, 그래서인지 뭔지 우리는 항상 고전했었지.”

게임 강국, 아니, 이스포츠 강국인 한국이 유일하게 늘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게임.

그런데 세계는 주목하는 게임.

만약 한국이 8강이라도 올라가면 엄청난 업셋이 되는 게임.

그게 시빌 엠파이어의 국가 대항전이다.

“그렇게 고전해왔던 역사 덕에, 처음으로 지금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니까 이번 기회를 잘 살리면 충분히 보상받을 거야. 물론 다들 보상받겠다고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약하기 때문에 주목받는 현 상황.

좋아해야 하는 건지, 싫어해야 하는 건지, 모호했으나.

하나만은 확실했다.

“관중이 많아서 나쁜 스포츠는 없겠지.”

관중이 많은 걸 싫어하는 선수는 없다.

좋고 나쁘고 고민할 이유가 없다.

무조건적으로 좋은 것이다.

[입장!]

촤악!

시간이 되어, 시빌 엠파이어 선수단 모두가 전장으로 소환되었다.

푸른 초원 위 떠 있는 뜨거운 태양.

중세의 어느 이름 모를 한 시골 영지 같은 모습. 이곳이 시빌 엠파이어의 전장이다.

잠시의 대기 시간.

[All Dive System Operated]

난트전에서 시범을 보이고 현재 모든 대회에서 쓰이고 있는 올다이브 시스템이 펼쳐졌다.

모든 관중들이 일제히 소환되며, 동시에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거의 압도적인 숫자의 파란 옷들.

프랑스의 응원단이었다.

그러나, 그들만 있는 건 아니다.

“와아아아아……!”

빨간 옷을 입은 사람들이 관중석에 보이고 있었다.

한국의 응원단이다.

‘이럴 수가…….’

‘헐.’

다른 병사들은 물론이고 두 지휘관인 식빵과 커피마저 놀라서 휘둥그레졌다.

숫자와 상관없이 응원단의 존재 자체가 그들에겐 고마운 것이다.

-캬

-릴악귀들이 다 여기로 왔냨ㅋㅋㅋ

-와 그래도 20%는 되네

-이게 천조국 겜……

“국기! 게양!”

가장 선두에 선 총 지휘관들은 자신들의 나라 국기를 펼쳐 본진에 꽂아놓는다.

두 나라가 모두 국기를 꽂아놓은 시점부터 30초 후에 경기가 진행된다.

펄──럭!

거대한 태극기가 본진 마을 회관의 머리 위에 꽂혔다.

‘…….’

태극기.

국가대표를 꿈꿨던 아몬드의 눈엔 이 국기는 단순한 나라의 상징이 아니었다.

그의 꿈이 바람을 타고 나부끼며 나아가는 모습 그 자체였다.

“와아아아……!”

숫자는 한참 적지만,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의 함성이 거세졌고.

잠시 후엔 푸른색 옷의 응원단 함성이 전 경기장을 뒤덮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보이진 않지만, 아마 프랑스 쪽도 자신들의 삼색기를 꽂고 있는 것이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30초 후 게임 시작]

[29]

[28]

.

.

.

꿀꺽.

모두가 긴장한 듯 마른침을 삼켰다.

* * *

“퍼어어얼럭!”

태극기가 게양되는 순간 킹귤이 벌떡 일어나며 국기에 대한 경례 자세를 취한다.

-ㅁㅊㅋㅋㅋㅋ제대로 국뽕 연습했눜ㅋㅋㅋ

-미친ㅋㅋㅋㅋ

-절도 뭔데 ㅋㅋㅋㅋ

-앜ㅋㅋㅋ

-입으로 펄럭 ㅇㅈㄹ

옆에서 캐스터도 흥을 돋군다.

“이야! 이거 클럽 대전인 릴드컵하고는 느낌이 아예 다른데요!? 시빌 엠파이어는 제대로! 제대로! 국대전이잖아요?”

“그렇습니다! 저도 심장이 두근대고 미치겠어요!”

“심지어 예선부터 응원 와주신 분들이 꽤 있습니다!? 비인기 게임인데도!”

프랑스 응원단 숫자가 압도적이었으나. 응원단이 왔다는 거 자체가 놀라운 것이다.

원래 예선 때는 아예 없다시피 했었으니까.

“아, 이게 아무래도 릴드컵이 망해서 그런가요?”

“아…….”

“그래서 저희도 여기에 있잖아요?”

-앗……

-숙연……

-본업이 망하신……

-ㅋㅋㅋㅋㅋ엌ㅋㅋ

-릴 해설진이 이러니까 개웃기네

“저분들도 저희처럼 여기로 피신 오신 거군요?”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죠. 하하…….”

이러는 사이, 게임은 시작됐다.

“자! 잠시 얘기 나누는 가운데!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됐습니다!”

옵저버가 양 진영을 번갈아 잡아준다.

“6시에! 대한민국 팀. 조선 문명이죠. 파워 랭킹 57위! 그리고, 12시에 프랑스의 팀. 프랑크 문명! 파워 랭킹 31위!”

각 문명의 랭킹도 표시된 걸 읽던 캐스터는 고개를 갸웃한다.

“아. 조선은 그렇다 치더라도, 프랑크의 파워 랭킹이 생각보다 안 높습니다?”

“예. 파워 랭킹은 최근 성적 기준이라서요. 아무래도 작년에 예선 탈락해 버린 게 파워 랭킹에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예!? 우승 1회라면서요?”

“그게…… 국가 대항전 첫 대회 우승입니다. 벌써 몇 년 전이라…….”

“아…… 초대 우승팀이군요!? 어쩌면 이 조에서 제일 할 만한 팀이네요?”

“그렇습니다. 상성만 아니라면요.”

“자, 말씀드리는 순간! 각 진영의 병사들이 정찰을 시작합니다!”

맵 상에서 총 400의 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킹귤님. 아까 상성에 관한 거 설명을 더 해주시기 바랍니다!”

“예. 일단 프랑크 문명의 강점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 어떤 게 있죠?”

“기사입니다. 프랑크 문명은 ‘왕실 기사’ 클래스를 무려 2시대부터 뽑아낼 수 있어요. 기사는 일반 기마대랑 다르거든요? 장비가 완전 달라요. 이게 프랑크의 강점입니다.”

“아…… 기사도의 나라답게 기마대가 강점이군요. 2시대에 있어 우리나라의 강점은 뭡니까?”

“이게 안 좋게 맞물리는데요. 우리나라는 2시대고 3시대고 활이 강합니다.”

“이게 안 좋게 맞물린 건가요?”

“예. 기마병들이 제일 잘 잡는 게 궁병들이거든요.”

“아……!”

그랬다.

조선은 보병이 강력한 문명에는 오히려 잘 맞서 싸우는 편이지만.

프랑크처럼 기마대가 강력한 문명에는 약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럼 이걸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뭐, 팩션을 무시하고 창병을 뽑을 수도 있겠죠.”

“팩션이요?”

“문명의 강점이 담긴 특성들을 여기선 팩션이라 합니다. 한마디로 조선의 강점인 궁병 안 뽑고 창병 뽑는다는 말이죠.”

“예. 용어 설명 좋습니다. 이거 처음 보시는 분들 많~ 거든요!?”

-ㄹㅇㅋㅋㅋ

-지금 초집중중ㅋㅋㅋ

-유입 천지ㅋㅋㅋㅋ

“기마대가 창병에 약해서 그런 거죠?”

“예.”

“그럼 그냥 창병 뽑으면 되네요?”

물론 얘기가 그렇게 쉬울리는 없다.

“효율이 떨어지죠. 프랑크도 궁병 뽑으면 되니까요.”

상대도 바보가 아닌, 국대급 전력이라는 걸 늘 고려해야 했다.

“아…… 외에 또 방법이 있나요?”

“예. 초반에 완전히 흔들어놔서! 아예 기사가 못 나오게 하는 거죠!”

어? 말로는 그럴듯하게 들린다.

몽둥이 앞에 모두가 평등하니까.

“오? 좋은데요? 그게 잘 먹힙니까?”

“아뇨! 적도 그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늘 몽둥이질은 유럽 쪽 문명이 조금 더 셉니다!”

-뭐야 ㅁㅊㅋㅋㅋ

-어쩌라고 ㅋㅋㅋ

-팩트) 이기는 방법 없다

-아뇨! ㅋㅋㅋ 왤케 활기찬데 ㅋㅋ

하하하.

킹귤은 웃어넘기며 생각했다.

‘들은 게 있긴 한데…….’

이번 중계를 준비하면서 국대팀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많았던 만큼.

그도 들은 게 많았다.

조선이 프랑크를 이길 방법. 운좋게 스크림 관전으로 알게 된 게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일단 말을 조심하기로한다.

‘괜히 지면 욕먹어.’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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