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2부-324화 (604/699)

26. WANTED(4)

게임이 시작했을 때.

에스파냐의 모든 병력들에겐 이 명령이 떨어졌다.

[조선 전 병력 동태 파악]

단순 정찰이 아니라, 조선 병력들의 동태를 파악하라는 것이다.

조선 병사들이 몇 명이라도 에스파냐 진영으로 침투하면 방어탑을 지으면서 농성이 가능하기 때문인데.

“여기 발견! 돈다!”

“우회!”

이들은 자신들의 시야 수치가 1이 더 높은 것을 활용하여 조선 병사들을 먼저 발견하고, 그들의 경로를 아슬아슬하게 우회하면서 조선 병력들의 동태를 기록한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돌면서 서로 교대하는 정찰 병력을 보며 총지휘관 나쵸는 생각했다.

‘역시 훈련이 잘되어 있어.’

장인이 섬세하게 조율한 시계 톱니처럼 맞물리면서 상대의 시야 밖에서만 움직이는 에스파냐의 병력들.

만족스러운 무브먼트다.

올 프로 팀 정도 되는 실력자들의 모임이 아니라면 감히 시도할 수도 없는 퍼포먼스다.

‘이 촘촘한 수비를 뚫고 그냥 들어올 순 없지.’

에스파냐의 병력이 2인 1조로 훨씬 더 고르게 퍼져 있는 데다가, 시야도 1이 더 높기 때문에 침투해야 하는 입장에선 빈틈이 없었다.

저들에게 들키지 않고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거의 다 발견되어 가는군.’

나쵸는 이런 식으로 조선의 5인 1조 정찰대를 거의 다 발견한다.

‘40개 중에 35개…….’

40개 조 중에 35개 조가 발견됐다.

그들 모두 에스파냐 쪽 진영으로 다가오고 있긴 하지만, 전부 동향이 파악되는 중이다.

‘방어탑을 지으려고 한다면 곧바로 대응할 수 있다.’

이렇게까지 적 병력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면, 타이밍 러쉬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조선이 뭉쳐서 힘으로 밀고 들어가려 한다?

‘곧바로 뭉쳐서 다시 5인 1조가 된다. 그것도 이미 다 짜왔어.’

지금은 2인 1조처럼 보이나, 조선이 힘으로 밀려고 하는 조짐이 보이는 순간 서로 뭉치게끔 되어 있다.

‘이대로 3시대로 달리면. 완전히 유리해.’

나쵸는 금과 생산 지역의 일꾼들을 확인한다.

2시대로 넘어갈 자원이 모이고 있었다.

조금만 더 모으면 2시대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다.

조선보다 아마 몇 걸음은 더 빠른 속도.

쓸데없는 방어탑 만들기 따위에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온전하게 2시대를 향해서만 달린 결과였다.

그런데, 그때─

[공격당함]

──티잉! 팅!

시야 한편이 빨갛게 되면서 메시지가 뜬다.

병사들이 공격당했다고.

“뭐?!”

계획대로 했다면 공격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 * *

스슥.

“모였나?”

수풀의 가장 가운데에서 웅크리고 있는 팡어가 인원을 체크한다.

“……아몬드?”

“예.”

“아. 다 왔네. 끝.”

“……?”

“너 왔음 다 온 거야.”

-다른 애들은 필요 없냐?ㅋㅋㅋ

-아몬드만 있으면 체크안해도 되나봄ㅋㅋㅋㅋㅋ

-보통 아몬드가 혼자 낙오되나 ㅋㅋㅋ

-ㅅㅂㅋㅋㅋㅋ

-관심 병사 ㅠ

모인 열 중에는 아몬드, 스팸, 롸떼, 당근 등…… 원래 항상 모이는 5인조를 포함해 다른 에이스 병사 다섯이 함께였다.

“자. 지금 쿠키 님 말대로라면 에스파냐 놈들이 우리 시야 밖에서 빙빙 돌면서 장난질하고 있거든?”

팡어가 수풀 가장자리로 가서 적들을 확인하며 괘씸하다는 듯 중얼거린다.

“제대로 낚아버려야 된다.”

“근데 어디 있어요? 이거 헛짓하는 거 아니에요?”

롸떼가 팡어 옆에 끼어들며 눈알을 굴린다.

적들이 일단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당근이 한심하다는 듯 쏘아붙인다.

“헛짓이어도 어쩔 건데? 이게 일단 우리 팀 전략이야. 그리고 내가 봤을 때 높은 확률로 이 근처야. 계속 발자국이 찍히고 있었다고.”

“근데 그럼 우리가 여기로 들어오는 거 본 거 아냐?”

“그럴 확률은 적어. 우릴 계속 보면서 시야 1칸 차이를 활용하는 건 너무 위험해서, 보통 몇 초에 한 번씩 보거든.”

“그 몇 초에 한 번으로 봤으면?”

“그럼 우리 조는 허탕이고, 다른 조가 해줘야지.”

이쪽 10인대 말고도, 다른 구역의 매복 10인대가 서넛 정도 더 있었다.

병사들이야 제대로 된 상황은 모르지만, 그렇게 하기로 되어 있었다.

“쉿.”

땅에 귀를 대고 있던 아몬드가 이들을 조용히 시켰다.

“오냐?”

아몬드가 끄덕거린다.

5인조를 제외하고도 모든 10명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ㄹㅇ인가?

-오 보인다

-ㅁㅊ 진짜 근처에 있었나봐. 사라지니까 찾으러 왔누

적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3인 1조로 구성된 정찰조다.

그들은 조선 병사들의 흔적을 찾으려는 듯 땅바닥을 살핀다.

그들 입장에선 계속 조금씩 앞으로 오는 것 같던 조선 병사들이 갑자기 멈춰 버린 것 같을 거다.

“와씨…… 진짜 있네.”

이제서야 거의 처음으로 에스파냐 병사들의 실체를 본 조선.

“시야 플레이 진짜 잘하네요. 이렇게까지 극한으로 당하다니.”

롸떼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팡어가 그의 어깨를 툭 친다.

“올 프로래잖아. 자. 하지만? 우리가 낚았다 이 말이야.”

척.

그가 방망이를 들고 당장에라도 튀어 나갈 준비를 마친다.

“놈들이 우릴 보고 놀라서 도망갈 게 뻔하거든? 나랑 롸떼랑 우회해서 도주 경로를 막을게. 너네는 한 템포 늦게 출발해라.”

“예.”

“5초만 새고 출발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쿠키로부터 명령이 떨어졌다.

[공격]

티잉!

그 순간 팡어와 롸떼는 멀리로 돌아서 뛰기 시작했고.

당근이 다섯 손가락을 하나씩 접기 시작했다.

마지막 손가락이 접혔을 때.

모두가 뛰기 시작했다.

이 일은 조용히, 순식간에 처리돼야 했으니, 아무도 함성 따위는 지르지 않았다.

스스스슥……!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만이 옅은 적막에 작은 금을 내고 있었을 뿐이다.

잠시 후.

팟!

수풀 밖으로 갑자기 튀어나온 조선 병사.

“!”

에스파냐 병사들이 놀란다.

“으앗!”

응?

그런데, 그들은 이내 한 번 더 놀라는데.

“어어어!?”

수풀에서 튀어나온 자의 얼굴을 가리키며 놀라는 것이다.

그 얼굴의 주인공인 아몬드.

그는 이상하다고 느꼈다.

튀어나온 것에 놀랐으면, 도망이나 갈 것이지.

계속 얼굴을 가리키면서 소리를 지른다.

“저, 저 자식은─”

──터엉!

아몬드의 몽둥이와 그의 몽둥이가 맞부딪혔다.

몇 번의 합이 오가더니, 아몬드의 몽둥이가 신묘한 경로를 그리며 놈의 머리를 쳐버린다.

뻑!

[기절]

놈은 기절해 쓰러졌다.

이 모든 게 몇 초 안에 벌어졌다.

아몬드는 급하게 고개를 돌리며 외쳤다.

“잡아…… 어?”

도망간 놈들을 잡아야 한다고…… 말하려 했었다.

그야 3인 1조가 대여섯 명과 조우했으니, 당연히 도망갔을 거라 여긴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반대였다.

“개자식!”

한 놈은 이미 다른 병사들과 싸우고 있었고, 한 놈이 욕을 지껄이며 아몬드에게 무작정 달려든다.

“?”

아몬드는 의문스러웠다.

‘이걸 안 도망가?’

왜 안 도망가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애초에 이 자식들은 조선이랑 눈만 마주쳐도 도망가라고 명령을 받은 거 아니었나?

당근의 추측이 틀린 건가?

별생각이 다 머리를 스치고 갔다.

후웅!

몽둥이도 머리를 스치고 갔다.

“흡.”

잠시 멍 때린 와중에도 피해버린 아몬드다.

“이…… 새끼 좀 치는구나!?”

상대는 개의치 않으며 다시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러나─

이쪽은 숫자가 10명이나 된다.

진작에 그의 뒤에서 나타난 당근이 때려눕혀 버렸다.

──퍼억!

[기절]

놈은 기절 판정을 받으며 드러눕는다.

“뭐지…….”

그녀 역시 희한하다는 듯 그를 내려본다.

“왜 달려드는 거야.”

고민이 길진 않았다.

덕분에 일이 훨씬 편해졌으니.

“덕분에 엄청 빨리 치우긴 했네요. 도망가는 거 잡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뭐냐 ㅋㅋㅋㅋ

-아몬드 어그로 ㅋㅋㅋ

-현상금 걸려서 그러는거임 설마??

-에스파냐 행님들 화끈하누 ㅋㅋㅋ

-적조차 미치게 만드는 미친 스타성!

“마무리하자.”

당근이 몽둥이를 들고 기절한 병사들을 치기 시작한다.

“인디언~ 밥!”

“스페인 놈들. 진짜 인디언 밥으로 줘야 하는데.”

다른 병사들도 모여서 농담을 치며, 매타작을 시작했다.

퍼버버버벅!

[사망]

[사망]

[사망]

이로써 3인을 모두 사살했다.

-몽둥이로는 죽이는 것도 쉽지가 않네 ㅋㅋㅋ

-진짜 패죽이누 ㅋㅋㅋ

-인디언밥ㅋㅋㅋㅋㅋㅋ

-실제로는 인디언이 스페인의 밥이었답니다~

“어? 뭐야. 진짜 다 잡았잖아? 쿠키 님이 잘못 오더한 줄 알았는데.”

뒤늦게 돌아온 팡어와 롸떼가 신기하다는 듯 뻗은 놈들을 바라본다.

“맞서 싸우더라구요. 덕분에 제자리에서 깔끔하게 잡았어요.”

“허허…… 낚여 버렸네.”

팡어는 머리를 긁적이며, 다음 진격지로 손짓했다.

“자. 이제 적에게 빈틈이 생겼다.”

방금의 습격으로, 에스파냐 정찰 인력에 구멍이 생겼다.

* * *

나쵸는 공격당했다는 메시지를 분명 확인했으나.

[공격당함]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작전대로라면 공격당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병사들 전부 작전대로 해주고 있었다.

‘트레스가 무리해서 멧돼지라도 잡으려 했나?’

나쵸는 사냥하다가 발생한 일이라 생각하며, 생산 관련 조율을 조금 더 손보다가 화면을 돌렸다.

맵 상에서 빨갛게 되어 있는 부분을 줌해봤는데.

“!”

없었다.

“……뭐야.”

시야가 없었다.

그쪽에 있는 병사가 다 사라졌으니까.

뭐에 당했는지도 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당했다고?’

나쵸로서는 황당했다.

1시대에 도망치는 병사들을 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정찰조 하나가 이렇게 순식간에 사라졌다니.

‘구멍이 났잖아?’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그로 인해 정찰 인력에 구멍이 생겼다.

효율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정찰하던 입장에서 한두 명이라도 구멍이 나면, 감당하기 힘들었다.

* * *

다시 수풀로 몸을 숨긴 10인대.

그들에게 이런 명령이 떨어졌다.

[진입 대기]

에스파냐 진영 진입 전, 뭔가를 기다리라는 것이다.

그때, 뒤쪽에서 말 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히랴아!”

다그닥! 다그닥!

[커피]

보조 지휘관 커피였다.

이번 작전엔 보조 지휘관도 동행하는 것이다.

그가 직접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곧 각개 침투가 시작된다! 준비해!”

동시에 그는 자신의 어깨에 앉아 있던 매를 위로 올려보낸다.

[매 날리기]

휘이이이이──!

희한한 울음소리와 함께, 시야가 널리 확보됐다.

물론 총지휘관 입장에서의 시야였다.

이제 쿠키가 에스파냐 정찰 병력에 생긴 구멍을 어떻게 파고들지 정할 것이다.

병사들의 눈높이에서는 볼 수 없는 루트를 쿠키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핑!

[침투 경로]

곧 쿠키로부터 명령이 떨어졌다.

우우웅……!

희미하게 빛나는 길이 눈 앞에 펼쳐진다.

10명이 전부 다 다른 길을 부여받았다.

그랬다.

이번 작전은 개인이 따로 침투하게 된다. 말 그대로 각개전투.

최대한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아몬드는 쿠키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1시대에 조선의 병사 단둘이라도 적진에 들어간다면, 우리가 유리하다.」

쿠키의 목적은 최소 둘을 살려 들여보내는 것일 터다.

“자. 살아서 보자!”

팡어가 이런 말을 하며 달리기 시작했고, 아몬드 역시 길을 따라 달렸다.

타다다다닥……!

아몬드 포함 10명 중 누군가는 다른 정찰병에 걸리고, 누군가는 통과할 것이다.

그게 누가 될지.

결과는 아무도 몰랐다.

이것은 순전히 운의 문제.

아몬드는 그저 루트를 따라 뛰고 또 뛰었다.

“하아…… 하아…….”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아직도 그는 발각되지 않았다.

이번 작전에서 운이 따라주는 건가? 라고 생각하는 순간.

“!”

이히이잉……!

말의 투레질 소리가 들려온다.

명백하게 커피의 것은 아니었다.

저 멀리 적의 보조 지휘관이 보였다.

-앗

-저기 뭐 있는데?

-헐

아몬드가 그를 봤다는 것은 그도 아몬드를 봤다는 얘기다.

그들의 시야가 1 더 높으니까.

-ㄷㄷ

-하필 보조 지휘관??

-ㅈ망

-아 ㅠㅠ

아무래도 아몬드는 적진으로 침투하는 사람이 될 운명이 아닌 걸까?

“전 시간 끌어야 하는 쪽인가 보네요.”

-ㄹㅇ……

-ㄲㅂ ㅠㅠ

-아몬드가 들어가야하는딩

보조 지휘관이 눈치채고 이쪽으로 슬슬 말을 몰기 시작했다.

‘어.’

그런데, 저 얼굴…….

낯이 익다.

-아 오지마 ㅠㅠ

-쟤 인터뷰했던 걔 아니냐?

-거 참 인상 사납네

-어그로 끌던 애네 ㅋㅋ

-와 관상은 과학……

그는 트레스였다.

“너…… 너 이 새끼이이이!!!”

그의 눈에 불길이 확 치솟았다.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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