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3부-76화 (608/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76화

27. 이제야 깨달아요(2)

이번 방어탑 러쉬는 게임을 끝내기 위한 게 아니다.

“일단 침투에 성공하면, 그때부턴 모든 상황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쥐는 거야. 그때부터가 진짜 게임이 시작되는 거다.”

쿠키의 말에 따르면, 이 방어탑 러쉬는 게임을 제대로 시작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략이었다.

“에스파냐의 1, 2시대엔 조선 상대로 그리 좋은 팩션이 없다. 대신 걔넨 금을 빨리 캐서, 시대 진행이 한 템포 빠르지.”

딱 한 발짝 더 앞서가는 것.

이게 에스파냐라는 문명의 핵심이었다.

단순히 금을 캐는 속도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넓은 시야로 한 발짝 먼저 적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 정보를 토대로 한발 먼저 움직임을 결정할 수 있었다.

그 이후 한발 먼저 나오는 화약 무기로 빠르게 맵을 점령해 나가면서, 자원 차이를 극대화시키면서 결국 돈으로 찍어 누르는 게 에스파냐의 운영이다.

조선이 변칙.

에스파냐 스노우볼이다.

“스노우볼의 시작을 어떻게 저지하느냐, 어떻게 에스파냐의 자금줄의 바짓가랑이를 잡느냐가, 승리의 핵심이 될 거다.”

첫 번째 바짓가랑이를 잡는 작전이 바로 이 방어탑 러쉬였다.

1시대 방어탑 러쉬는 조선의 가장 강력한 변칙 전략 중 하나다.

병사들이 방어탑을 지을 수 있다 보니 운영이 매우 편하다.

느려 터진 일꾼을 적진까지 밀어 넣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병사는 한둘 정도 넣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런데 셋이나 들어갔군.’

한둘만 기대했을 뿐인데, 현재 적진에 침투한 건 셋.

나머지 일곱은 들키는 바람에 다시 본대와 합류했다만.

셋이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다.

‘이러면 방어탑을 무조건 완성시킬 수 있겠어.’

본래 병사가 들어가도, 적의 견제가 심하면 방어탑을 못 짓는 경우도 허다한데. 이번엔 그럴 일이 없어 보인다.

확실하게 하나가 올라갈 것이다.

[목재 방어탑 - 34%]

아니나 다를까 벌써 1/3이 공사가 끝나간다.

병사가 짓는 게 조금 더 느리다고는 하지만, 무려 셋이다.

같이 짓기 시작하면 빨라진다.

‘이러면 나쵸도 방어탑을 지어야겠지?’

쿠키가 바라는 건 나쵸가 방어탑을 따라 지어주는 것이다.

딱 그 정도만을 교환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나쵸는 방어탑을 짓고, 우린 일꾼 좀 털고.

그러면 얼추 2시대 진입이 서로 비슷해질 테고, 그것만으로 조선은 유리해진다.

* * *

“이야! 방어탑 건설되면 일꾼들 금 못 캘 거 같은데요?!”

조선의 방어탑은 분명 적의 금광까지 때릴 수 있는 위치였다.

완성되면 곤란해질 게 눈에 선하다.

“이거…… 에스파냐 입장에선! 금광을 지금 미리 옮기거나! 아니면 방어탑 건설을 막아야 되거든요?”

아예 처음부터 막거나, 아니면 대피를 하거나.

둘 중 하나는 선택해야 했다.

“금광 옮기는 건 돈과 시간이 너무 들어요!”

금광이 어디 아무 데나 있는 것도 아니고, 맵의 원리상 같은 자원은 늘 한참 멀리 떨어지게 되어 있었다.

즉 현재 금광을 포기하면, 한참 멀리 가서 금을 캐야 한다.

그러면 거리가 머니까 채광소도 다시 지어야 하고, 결국 다 돈이다.

“그럼 결국! 방어탑을 따라서 올리는 수밖에 없어요! 지금 1시대에 방어탑을 막을 수 있는 건! 방어탑뿐입니다! 여기 일꾼들 한가득이니까. 더 빨리 올릴 수 있거든요?”

그나마 적은 비용으로 적을 막는다면, 방어탑을 짓는 거다.

일꾼을 동원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드는 거긴 하지만, 이게 가장 싼 방법이다.

“근데 왜 안 올리죠?!”

“이건 어떻게 보면 조금 고집입니다!”

에스파냐는 무리한 수를 두고 있었다.

방어탑만 빨리 올리면 결국엔 깔끔히 막을 수 있는 견제인데.

상대 마음대로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거 조선이 너무 노골적으로 너네 방어탑 올려라!? 어? 하니까! 되려 안 올려주는 거죠!”

“아……!”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조선이 여기까지 침투했으면 예의상이라도 올려줘야 하거든요!?”

에스파냐는 최대 이득을 취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들이 그럴 능력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ㅋㅋㅋ예의상 ㅋㅋㅋ

-이건 걍 자신 있다 이건데?

-올프로 팀을 믿는건가?

-허허……

“아아! 에스파냐가 예의를 안 지키고 이러는 동안에도! 조선 방어탑은 계속 올라갑니다!”

[목조 방어탑 - 57%]

“벌써 절반이 넘었어요!”

“우리나라 군대가 삽질하면 아주 알아주잖아요!”

“우리나라 건설이 또 유명합니다! 빨리 짓기로!”

“크~ 주모오오!”

-주모 부를 일이 아닌 거 같은데 ㅋㅋㅋ

-병농일체의 위엄 ㅋㅋ

-이게 한국군의 삽질이다! 양놈들아!

-이때부터 전통 있는 문화였누 ㅋㅋㅋ

“아아니 근데! 에스파냐?! 끝까지 방어탑 안 짓습니까!? 미루면 미룰수록 투자해야 하는 일꾼만 늘어날 텐데요!?”

에스파냐는 탑 공사를 끝까지 시작하지 않았다. 금광을 캐는 일꾼들은 끝까지 금을 캐고 있었다.

“배에 힘 꽉 주고 버티고 있죠!?”

“우지이이익하게! 금 캐! 그게 맞아! 지금 그러고 있는 거예요!”

2시대가 눈앞인데, 포기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들은 믿고 있는 구석이 있다.

“아. 에스파냐. 아까 죽었던 병사 셋이 다 부활했어요. 얘네로 막겠다는 거죠?”

아까 매복당해 죽었던 병사 셋.

그들을 다시 모집해 놓은 것이다.

그들은 몽둥이를 들고 뛰기 시작했다.

“이 셋이 조선 셋을 이긴다고 거의 확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방어탑을 안 올렸죠!”

“예. 이게 지금 3 대 3처럼 보이지만, 사실 3 대 2거든요!?”

“예. 누군가 건물을 짓지 않은 채로 시간이 지나면! 건물이 자동으로 취소됩니다. 이게 방어탑 지었다 말았다 하는 심리전 때문에 나온 패치라고 하는데. 여튼! 사실상 3 대 2인 상황!”

조선 병사 중 하나는 방어탑을 지어야 해서 결국 3 대 2 싸움이다.

어쩌면 에스파냐의 판단이 옳다.

3 대 2 싸움 이겨서 막을 수 있는데, 굳이 방어탑을 지을 이유는 없는 것이다.

“누가 짓고 누가 싸우나요!?”

에스파냐의 3인이 조선의 방어탑에 거의 다다랐을 때.

조선의 두 병사가 싸울 준비를 하며 그들을 마중 나왔다.

롸떼와 아아몬드였다.

* * *

적들이 온다는 걸 알았을 때.

당근이 다급하게 말했다.

“내가 짓고 있을 테니까! 둘이 막아!”

롸떼, 그리고 아몬드가 몽둥이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오케이~”

적은 셋이고 여긴 둘.

3 대 2 정도는 해볼 만한 싸움이었지만.

에스파냐는 알다시피 올 프로 팀.

‘조심해야 돼.’

아몬드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몽둥이질은 아몬드의 전문 분야도 아니었으니까.

“쳐라아아!”

에스파냐의 병사 셋이 고함을 내지르며 뛰어오기 시작하자.

롸떼가 다급히 말한다.

“형님. 제가 오른쪽을 맡을 테니까. 왼쪽이랑 가운데를 맡아주시죠.”

“?”

-너무 자연스럽게 2 대 1을 맡게 하누 ㅋㅋㅋ

-왜 너가 한 명이야 ㅋㅋㅋ

-ㅋㅋㅋㅋ

“……그래.”

어찌 됐든 롸떼가 먼저 한 명을 처리하면 금세 2 대 2가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몬드는 두 명을 향해 달렸는데.

“?!”

2 대 1은 무슨.

셋 다 아몬드를 향해 뛰어왔다.

“저 새끼다아!”

“……내가 잡는다!”

“내가 잡는다! 넌 건물을 견제해!”

“네가 가라 건물 견제!”

-ㅁㅊㅋㅋㅋㅋ

-아니 ㅋㅋㅋ

-현상금이 우승 상금보다 많이 모인거 아녀?ㅋㅋㅋㅋ

-이게 무슨ㅋㅋㅋ

적들의 포커스가 순간 아몬드 쪽으로 쏠려 버렸다.

억울하긴 한데…….

‘이건…….’

아몬드는 눈을 번뜩였다.

오히려 좋은 상황이다.

근접 전투의 다구리는 둘이 가장 이상적이다.

셋 이상부터는 손이 꼬이면 지들끼리 때릴 가능성이 높다.

적은 지금 셋이서 몰려온다.

그것도 마구잡이로.

아몬드의 눈이 번뜩였다.

‘온다.’

따악!

아몬드는 가장 정면에서 달려오는 놈의 몽둥이를 쳐내면서, 미끄러지듯 놈의 머리를 후려쳤다.

뻐억!

[기절]

곧바로 한 명이 전투에서 아웃.

[이야아아아! 아몬드! 바로 한 사람 치워 버립니다! 이러면 수적 우위가 의미 없죠!?]

나머지 둘은 저들도 아몬드를 치고 싶어 버둥거리지만, 각이 안 나온다.

“돌아가! 돌아서 치라고!”

“네가 절로 돌아야 하는 거 아니냐!?”

정석은 아몬드의 뒤를 잡는 것이나,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겠는가?

아몬드는 쉽게 뒤를 내주지 않았다.

오히려 뒤를 내준 건 아몬드의 뒤를 잡으려고 무리하던 상대였다.

“나도 있다 빙시들아!”

롸떼가 한 놈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후려친다.

빠각!

[기절]

적은 당황한다.

“……?!”

분명 에스파냐 숫자가 더 많았는데. 순식간에 2 대 1이다.

놈은 잠시 주춤하며 물러난다.

지원을 기다리는 거다.

[아아! 잠시만요! 지금 또 병사가 나왔습니다!?]

에스파냐에서 또 병사가 생산되고 있었으니까.

[저 멀리서 조선 본대랑 싸우다 죽은 병사들이 여기서 다시 생산되고 있습니다!]

에스파냐 병사 둘이 더 달려온다.

그 뒤에 하나가 더 생산되고 있었다.

[아아아 이러면! 방어탑 진짜 못 짓나요!?]

방어탑이 현재 얼마 남았는지.

아몬드와 롸떼는 알 수 없었다.

그런 걸 체크할 여력도 없었다.

“오…… 옵니다! 아몬드 형님!”

이제부턴 진짜 개싸움이었다.

퍼어억!

퍼억!

엉키고 엉켜 서로 반쯤 허공에 휘두르는 몽둥이들.

“뒤져! 새끼야!”

“끅!”

“으아아!”

급소를 안 맞아서 기절은 안 되고 있으나, 체력이 점차 빠진다.

그때, 당근이 뒤에서 뛰어온다.

“아몬드! 나랑 교체해요!”

“뭐?”

“지금 방어탑 1% 남았어요!”

“!”

아몬드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곧바로 알아들었다.

당근이 다른 몽둥이 병사를 막아서고, 아몬드가 뒤로 뛰었다.

“야, 야! 나는!? 나는!?”

“넌 그냥 여기서 죽어!”

롸떼는 억울하다는 듯 울상을 짓는다.

“허억…… 지, 진짜!”

퍼억!

퍽!

에스파냐 쪽 숫자가 이내 넷이 되었고.

“너, 너무 많은데!?”

“아씨…….”

롸떼와 당근은 완전 구석에 몰려 에스파냐 병사들에게 몽둥이찜질을 당하기 시작했다.

“죽어어!!”

상대의 몽둥이가 살벌하게 치켜 올려지던, 그때였다.

“으윽! 살려줘! 살려─”

──피융!

상대의 머리에서 피가 솟구쳤다. 화살이 박혀 있다.

“?”

상대는 멍하게 위를 올려다보고서야, 알게 됐다.

목재 방어탑 저 위, 아몬드가 활을 든 채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털썩.

화살 맞은 병사가 쓰러진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한국 쪽 응원단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져나왔다.

침투할 때 나오던 함성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다란 함성이다.

[방어탑에! 아몬드가 올라갔습니다! 아니, 이러면 일반적인 방어탑의 공격력이 아니죠!?]

[그렇죠! 조선의 에이스 궁병입니다! 보여줍니까!? 아몬드!!!]

아몬드가 그에 대한 대답이라도 하듯이 상대 병사들을 향해 화살이 쏘아지기 시작했다.

피유웅!

피융!

일반 방어탑보다 확연히 빠르게 쏘아지는 화살들.

“미, 미친!?”

“컥!”

쏘는 족족 머리와 정수리에 꽂히는 화살.

푸욱!

퍽!

야만 병사들은 기본 갑옷조차 없으니, 머리 어디를 맞혀도 쉽게 쓰러져 버렸다.

“으억!”

“억!”

“씨, 씨발 그냥 튀어!”

뒤돌아 도망쳐보지만, 역시나 쓰러진다.

퍼엉!

그의 뒤통수에 박힌 화살에선 하얀빛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거 아십니까!? 조선은 방어탑의 활도 ‘집중’ 팩션의 힘을 받습니다!]

[아아아! 그렇군요! 그래서 지금 멀리까지 날아가서 또 죽는 거군요!]

조선의 방어탑에 직접 병사가 올라가게 되면 무서운 점이 바로 이 ‘집중’ 팩션의 적용이다.

이렇게 높은 높이에서 집중까지 받으면, 적 입장에선 방어탑 사거리가 2배는 길어진 듯한 느낌일 거다.

[방어탑 안에서 조준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방어탑은 화살을 쏴야 화살이 재생돼서 쏘는 속도도 제한적인데! 너무 빠릅니다!?]

[근데 다 맞아요!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빠른데 다 맞아버리는 화살.

이 앞에서 1시대 병사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중세 시대에 기관총을 들고 나타난 격이니.

롸떼 당근과 싸우던 병사들은 결국 다 죽고 말았다.

털썩……!

마지막 병사가 쓰러진 후.

응원단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전부 쓸렸습니다아아아!]

[아아아! 아주 시~~~원합니다! 조선! 1시대부터 활로 쓸어버리네요! 이거 엄청난 이득인데요!?]

킹귤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친다.

[우린 원래 고조선부터 활을 쐈어요! 1시대에 활 맞으니 어떠냐! 이 야만족들아아아아!]

-급발진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

-2시대에도 활 없는 찐따 문명ㅋㅋㅋ

-맞지 ㅋㅋㅋㅋ

-캬

* * *

쿠키의 눈이 커진다.

‘음?’

본래는 에스파냐의 경제적 손해를 초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3시대에 준비한 디스트로이 작전을 시행하는 것이 계획이다.

그런데, 막상 병력이 침투하고 진짜 방어탑을 지어보니 생각과는 너무 달랐다.

‘잠깐, 이건…….’

믿기가 힘들었다.

지금 자신의 눈에 보이는 이 각이 진짜라고.

쿠키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어떻게 된 거지?’

그 에스파냐를 상대로, 지금 겨우 1시대에 게임을 끝낼 각이 보이고 있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