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79화
28. 고조선(3)
조선 VS 에스파냐 매치가 시작되기 전.
늘 그렇듯이, 각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조선의 승률에 대해 서로 점쳐보곤 했다.
역시나 전문적인 커뮤에 가까운 엠불에선 꽤나 진지한 토론이 오가긴 했으나.
[장문 주의) 양 팀 전략 예상]
[오늘 경기 조선이 해볼 만한 포인트 정리]
[에스파냐 예상되는 전략 분석]
이런 생산적인 토론과는 거리가 먼 한 대형 커뮤니티가 있었으니……
[ㅈ선 한 번 이기고 기고만장 하는 게 진짜 월드컵 보는 거 같누 ㅋㅋㅋ]
[날빌로 한 번 이기고 또 이길 거라고 생각함??? 염치 무엇? ㅋㅋㅋㅋ]
바로 ‘릴프로’다.
여기선 토론이라기보단 사실상 디스전에 가까운 말들이 오가고 있었다.
[하몽으로 절여질듯 ^오^]
[국뽕 새끼들 호들갑 알아줘야 함 ㄹㅇㅋㅋㅋ]
[ㅈ선은 그냥 프랑크 이긴 것만으로 감사해라]
조선이 프랑크를 이긴 건 요행으로 쳐야 한다.
이번에도 승리를 기대하면 안 된다.
따위의 주장을 펼치는 쪽과……
[매국노 일뽕쉑들 거꾸로 매달아서 ㅈㄴ 패고 싶네]
[조선이 프랑크보단 스페인이 더 할 만한데???]
[대체 여기 놈들 ㅋㅋㅋ 시빌엠에 대해 뭘 안다고 나불나불하는 건데 ㅋㅋ 걍 응원이나 해~]
[스페인 할 만한 거 팩트인데 쿨찐들 ㅈㄴ 많네]
조선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거나, 우린 아무것도 모르니 그냥 응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력.
이 두 세력이 서로에게 인신공격을 퍼부으며 마구 싸우고 있었다.
-아 그냥 즐겨~ 찐따 새끼들아 분위기 곱창 내지 말고
└ㄹㅇ 걍 ㅋㅋㅋ 못 이길 거 같아도 이긴다고 생각하고 응원하는 게 재밌는 건데 ㅄ들임
└지네 인생은 다 패배해서 그럼 이해좀
└ㅈㄹㅋㅋ 그저~~~ 국뽕이라면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들어서 물고 빠는 무뇌쉑들
└ㅗ
분명 프랑크전 때만 해도 모두가 한마음이었는데, 왜 갑자기 세력이 분열된 걸까?
이들이 제기한 문제는 릴프로에서 릴 얘기를 너무 안 한다는 거였다.
[시빌엠 얘기하는 놈들 좀 쳐내 매니저]
[ㅅㅂ 여기가 릴프로여 엠불이여]
[릴 얘기 좀 하자]
시빌엠이 흥한 이후로 릴 얘기가 아예 사라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릴프로니까 릴 얘기만 하자.
논지만 놓고 보면 문제 하나 없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 당연한 논지가 현재 먹히지 않고 있는 이유도 당연히 있었다.
[우리 방 빼면 ㅈ목질 또 하려고? 어림도 없지 ㅋㅋㅋ]
시빌엠 이전, 릴드컵이 망한 후의 릴프로 모습이 너무나도 처참했었기 때문이다.
[릴포칼립스로 절대 안 돌아감]
[친목 단톡방 시절보다 시빌엠 강점기가 낫다면 빅추 ㅋㅋ]
[그저 친목질 못 하니까 화가 나서 조선이 질 거라 하는 선동하는 중 ㅋㅋㅋ]
그러니까, 이전에 릴프로를 점유했던 세력이 조선이 질거라며 분탕을 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시빌엠으로 단합하는 것이 아니꼬운 것이다.
그러나 이 분탕들도 그리 오래 설칠 수는 없었다.
지금 게임의 흐름 때문이다.
[미쳤다 이거 진짜 1시대에 터지는데??]
[겜 터진 거 아님? 지금?]
[저걸 받아서 쏜다고!?]
아몬드가 에스파냐의 방어탑을 사실상 무너뜨려 버리면서, 게임이 완전히 넘어갔다.
당연히 커뮤니티는 순식간에 이에 관한 글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한 줌뿐인 친목질 세력은 이 화력에 도저히 낄 수가 없었다.
[아몬드는 신이야! 아몬드는 신이야!]
[오늘 아몬드 폼 미쳤다]
[에스파냐 유일한 희망의 탑이 ㅋㅋㅋㅋㅋ]
[신에게 대항한 바벨탑이 무너진다……!]
[일꾼 충원 오는 거까지 죽이는 거 미쳤다 ㄷㄷㄷㄷ]
[이게 중국 옆에서 살아온 조선의 활이다 지중해 꿀통 빤 럭키 해적 새끼들아~!!!]
.
.
.
현재, 조선이 승리를 거두기 직전이다.
만약 이대로 조선이 정말로 스페인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면, 릴프로는 완전히 시빌 엠파이어 커뮤니티화되어 버릴 것이다.
적어도 국가대항전이 진행되는 동안, 일종의 식민지화가 되어버릴 것이다.
릴프로라면 게임 커뮤니티 중에선 가장 큰 곳인데.
그곳이 시빌 엠파이어라는 작은 게임에 식민지가 된다니.
후에 이 일의 여파가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지만.
모두는 일단 지금의 승기에 환호하기로 했다.
* * *
와아아아아아아!
엄청난 군중의 함성을 뚫고, 킹귤이 고함쳤다.
“에스파냐! 방어탑! 와르르맨셔어어어어언!”
쿠구구궁……!
에스파냐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방어탑 건설이 취소되는 순간.
-ㅋㅋㅋㅋㅋㅋ
-억장이 와르르
-엌ㅋㅋㅋ
-와 ㄹㅇ 지렸다
-아몬드 폼 미쳤다
채팅창도 순식간에 스크롤이 올라가며, 마비되기 직전까지 몰려 버린다.
“지, 지금 저거 취소된 겁니까!? 일부러 취소한 게 아니라! 그냥 취소당한 거죠!?”
“맞습니다! 돈도 못 돌려받아요!! 강제 철거당한 겁니다아!!”
방어탑을 건설한 채로, 한동안 건설을 진행하지 않은 채 가만히 두게 되면 강제로 취소되어 버린다.
“이게! 한때 몽골과 조선의 방어탑 러쉬가 너무 성행하고, 심지어 방어탑 지었다 말았다 지었다 말았다 하면서 상대 자원 소모 유도하는 심리전이 있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조선과 더불어 방어탑 러쉬로 또 유명한 것이 몽골이다.
몽골은 방어탑을 지었다 말았다 하며 한참을 장난질하는 심리전을 자주 구사했는데.
이 편법으로 너무 쉽게 승리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다.
게임사는 결국 몇 초 이상 건설 지속을 하지 못하면 취소해 버리는 패치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패치는 애석하게도 꼭 방어탑 러쉬 심리전을 막는 데에만 쓰인 게 아니었다.
“아니! 에스파냐는 방어탑 러쉬를 막으려 한 건데! 오히려 방어탑 러쉬를 견제하는 패치에 당해 버렸어요! 이거 완전 가해자를 위한 법 아닙니까!!?”
지금 에스파냐의 꼴을 보면 완전 반대로 당해 버린 셈이었다.
-가해자를 위한 법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ㅋㅋ
-“조선에선 조선 법에 따르라”
-K형법 ㅋㅋㅋㅋ
“날강도를 잡으려고 만든 법에 인질이 당하고 있습니다!?”
“예, 뭐! 날빌이 RTS에선 중범죄긴 한데! 우리도 깊이 반성 중이고! 초범이니까! 한 번 봐주세요!”
“아니! 날빌 초범 아니잖아요!?”
“아아니! 그럼! 그냥! 1시대는 촉법시대니까! 봐주세요!”
-촉법시댘ㅋㅋㅋ
-엌ㅋㅋㅋㅋㅋ
-개억지인데 진짜 저런다는 게 웃프다
-초범이 아닌게 개웃기넼ㅋㅋ
-마늘 먹고 사람된 지 얼마 안되서 촉법입니다~ 봐주세요~
-어질어질하네 ㅁㅊ ㅋㅋㅋ
물론 해설들의 꽁트만큼 에스파냐가 억울한 상황은 아니었다.
모든 패치는 공정하게 모두에게 적용되며, 에스파냐도 알고 있던 룰이다.
만약 조선이 실수했다면 조선 건물이 취소됐을 것이다.
단지, 에스파냐는 자신들의 건물이 취소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해서 이 작전을 감행했던 것뿐.
책임은 결국 에스파냐의 총지휘관에게 가게 될 터다.
“지금 나쵸의 표정이! 아주 붉으락푸르락합니다!”
-나쵸 도리토스화 ㅋㅋㅋ
-ㄹㅇ이넼ㅋㅋㅋ
-ㅈㄴ 화난 거 같은데???
총지휘관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그만큼 지금 상황을 전혀 예상치 못한 모양이었다.
“궁병이 없는 에스파냐 입장에선!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생각은 못 했을 겁니다! 설마하니! 화살을 토스해서 쏠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진짜 조선의 궁병들이니까 쓸 수 있는 전술이었습니다! 둘 다 서로 실수 한 번 하면 끝장나거든요!”
“예! 잘못 쏴서 너무 이상한 각도로 바닥에 꽂히면! 부러집니다!? 이게 쉬운 게 아니에요!”
화살을 쏴주는 쪽도 주워서 쏘는 쪽도 합이 맞아야 쓸 수 있는 전술.
“그러니! 궁병도 없는 나쵸는 상상도 못 할 만하죠!”
애초에 궁병이라는 병과 자체가 없는 에스파냐 입장에선 예상하기 힘든 허를 찌르는 전술이었다.
“아아아! 조선의 방어탑이 완성됩니다!”
[목재 방어탑 - 완료]
당근 혼자서 건설을 하고 있던 조선의 방어탑이 올라섰다.
피융!
피융!
방어탑 위에서 당근이 도축장에 있는 일꾼들을 쏴 죽이기 시작한다.
에스파냐의 식량 자원이 점점 떨어진다.
“식량이! 식량이 점점 수급이 안 되고 있습니다!? 지금 본대에서 죽는 병사들! 부활을 못 시켜요!”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는 전선에서 죽어 나가는 병사들의 숫자는 수십 단위였다.
이들을 다 부활시키려면 식량 공급이 당연히 원활해야 했는데 그게 안 됐다.
도축장이 없으니까.
그런데—
두둥!
[에스파냐]
[2시대]
“이 와중에! 에스파냐는 2시대로 올라갔습니다!”
“에스파냐의 팩션 무기인! 할버드를 생산 시작하긴 하는데요……!”
-지금 올라가면 의미 있냐?ㅋㅋ
-명예만 남은 2시대…… 이거 무적 함대 아님? ㅋㅋㄹㅃㅃ
-허울 뿐인 2시대
-할버드 뽑으면 모르나?
에스파냐는 창 대신 할버드를 뽑을 수 있었는데.
도검과 창의 성능을 고루 갖추고 있어서 꽤 괜찮은 팩션이었다.
창, 칼 다 호환되니 보병끼리의 전투에서 그저 할버드만 생산하면 그만이기에 물량 수급이 수월하다는 게 특장점이다.
그런데, 다 소용 없다.
“그럼 뭐 합니까! 지금 무기를 생산해도! 쓸 병력이 없습니다!!”
식량이 없어서 병사 재생산이 안됐다.
다른 병사들은 죄다 할버드 받기엔 너무 먼 곳에서 싸우고 있었다.
“에스파냐! 이건 결단 내리나요!?”
“본대가 전부 뒤돌기 시작합니다!”
[후퇴]
결국 그들은 전선을 물리고 후퇴를 시작한다.
일부만 후퇴했다가는 오히려 나머지가 다 죽어버리니까.
전군이 일제히 후퇴하는 것이다.
“거의 절반 이상 죽어도! 어떻게든 할버드를 들게 만들겠다는 거죠!?”
후퇴하다 죽는 사람이 많더라도, 살아남을 놈들만 살아남으라는 식이었다.
어떻게든 할버드만 수십 명 쥐여주면 몽둥이나 휘두르는 야만 병사들은 상대가 안 된다.
에스파냐가 믿고 있는 구석은 바로 그것인데.
“이제 얼마나 죽느냐가 중요합니다!? 정말 다 죽으면 할버드 들어도 소용없어요!!”
도망치는 병사들만큼 약한 것은 없었다.
[죽여라아아!]
[잡아! 싹 다 잡아!]
퍼어억!
퍽!
조선 병사들이 뒤따라가며 미친 듯이 몽둥이를 휘둘렀다.
[히랴아아!]
촤아아아악!
보조 지휘관들은 말을 타고 달리며 칼춤을 춰댔다.
제아무리 에스파냐 팀의 전투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근거리 무기를 들고 도망치면서 싸울 수는 없었다.
[어어억……!]
[윽!]
[켁……!]
순식간에 수십이 죽어 나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후퇴] 명령은 꺼지지 않았다.
나쵸는 할버드를 쥔 10명만이라도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에스파냐 병사들은 죽어라 뛰어서 결국 본진 앞까지 당도했다.
그러나 거기엔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에스파냐의 전사들이 고향에 돌아왔습니다아! 아아! 그러나! 반겨줄 가족이 있습니까!?”
“반기는 건 조선의 안녕화살법!!!”
피융! 피융!
피유웅!
2개의 방어탑에서 쏘아지는 화살들.
-ㅁㅊㅋㅋㅋㅋㅋ
-안녕하살법ㅋㅋㅋㅋ
-여기가 지옥이다 ㅋㅋㅋㅋ
[어억!]
[큭!]
[젠장]
“앞에는 화살! 뒤에는 몽둥이! 어디로 선택합니까!?”
“너무 많이 죽는데요!?”
지휘 체계가 완전히 망가진 걸까?
그래도 꽤 살아 돌아왔던 에스파냐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조선의 일방적 학살이 시작됐다.
“조선! 심지어 병사들이 에스파냐 진영에 따라 들어와서! 방어탑을 더 짓습니다!”
“이게 조선 진영인지! 에스파냐 진영인지!?”
이 흐름을 놓칠세라, 조선은 방어탑을 마구 늘리기 시작했다.
[목재 방어탑 - 1%]
[목재 방어탑 - 1%]
[목재 방어탑 - 1%]
[목재 방어탑 - 1%]
.
.
.
“아아아! 조선 병사들에 이어서 일꾼들까지 달려옵니다! 끝내기하겠다는 거예요!”
거기에 일꾼까지 달려온다.
방어탑을 더 빨리 짓겠다는 것이다.
“조선 병사들도 다 따라 들어와서! 이제 방어탑에 올라갈 병사도 많아요!!”
-ㅁㅊㅋㅋㅋㅋㅋ
-방어탑이 에스파냐 건물보다 많은데??ㅋㅋㅋ
-도랏닼ㅋㅋㅋㅋ
“에스파냐! 할버드 쥔다고 해서 이게 지금 극복이 되나요!?”
“글쎄요! 여포가 방천화극을 들고 환생하지 않고서야! 이게 되겠──”
그 순간, 중계진의 목소리가 갑자기 끊겨 버렸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중계진의 목소리를 묻어버린 건, 응원단의 함성이었다.
한국 응원단의 함성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항복]
적이 항복을 선언했으니까.
“쥐, 쥐이이이 쥐이이이이이!!!”
“까아아아아아아아악!”
중계진도 벌떡 일어나며 고래고래 고함을 쳤고.
채팅창도 엄청난 버퍼링이 걸리기 시작했다.
-킹귤 ㅁㅊㅋㅋ
-와 ㄹㅇ 이겼다고!?
-미쳤다 ㅋㅋㅋㅋ
-엌ㅋㅋㅋㅋ
-ㄷㄷㄷ
-까마귀냐고 ㅋㅋㅋ
-ㅁㅊ
-왘ㅋㅋㅋㅋ
“조선이! 조선이! 에스파냐마저 무너뜨립니다아아!”
캐스터의 외침 후, 킹귤은 익룡 소리를 낸 것으로는 성에 안 찼는지, 허공에 주먹질을 하며 윽박질렀다.
“또 말해봐! 에스파냐! 뭐? 조선이 약해!? 너흰 고조선에서 컷이야아아!!!”
-ㅁㅊㅋㅋㅋㅋㅋㅋ
-고조선 컷ㅋㅋㅋㅋㅋㅋㅋ
-ㄹㅇ 1시대면 고조선임ㅋㅋ
-엌ㅋㅋ초맞말
-날빌 컷 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
-조선까지 오지도 못함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