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3부-86화 (618/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86화

30. 괜찮아, 다시(3)

로마와의 대결까지 부여된 시간은 그리 짧지만은 않았다.

다른 팀들의 스케줄 때문이다.

덕분에 국가 대항전 팀에겐 거의 일주일에 가까운 시간이 주어졌다.

희철은 팀원들에게 잠시 휴식할 것을 제안했다.

“각자 잠깐 머리를 비우고. 다시 한번 대비해 보자.”

그렇게 말한 후,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 중 가장 한적한 곳으로 향했다.

휴식이라 해봐야 희철이 뭔가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었다.

그저 창가 너머 바다를 바라보며, 밀려오는 하얀 파도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리고, 바다와 하나가 된 듯 이 깨끗한 공기를 있는 힘껏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이다.

마치 몸 안의 더러운 것들을 전부 정화하듯이.

파도가 밀려들어 오면, 그는 숨을 내쉬어 폐를 전부 비웠고.

물이 다시 빨려들어 가면 그는 들이쉬어 다시 폐를 가득 채웠다.

“후우…….”

정신이 한층 맑아지면, 그는 커피 한 잔을 타 와 시빌엠에 관련된 기사나 찾아본다.

이것이 희철에겐 최고의 휴가였다.

[국가대항전을 앞세운 시빌엠파이어, 차트 역주행 조짐]

[시빌 엠파이어, 조선의 승리 전략 파헤치기]

[시빌엠 조선 2승 “본선 진출” 가능성 유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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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시빌엠 기사를 본다면, 외국 사이트를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이젠 국내 게임 포털에서도 시빌엠에 대해서 꽤 다뤄주기 시작했다.

“오래 살고 볼 일이네.”

희철은 자조 섞인 농담을 하며 싱긋 웃었다.

비인기 게임의 프로 혹은 마니아들은 늘 이런 꿈을 꾸곤 한다.

자신이 하는 게임이 언젠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북적거리게 되는…….

조금 더 욕망에 솔직해지자면 유명세도 조금 얻고, 사람들의 인정도 좀 더 받고 등등.

물론 희철쯤 되면 이미 그런 욕망으로부턴 초연해져 버린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기간 동안 팀을 이끌면서 꾸준히 대회에 참가하고 발전해 올 수 없었다.

“판매량이 12% 상승…….”

희철은 첫 번째 기사를 들어가서 그래프를 확인해 본다.

한국에서의 판매량이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기사였다.

12%가 큰 숫자는 아니지만, 이미 나온 지 꽤 된 이런 게임이 판매량이 상승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겨우 2승으로 이 정도라니.”

조선의 승리는 아직 단 2승뿐이었다.

조별 리그에서 치러야 할 게임만 아직 4게임이나 남았다.

따지고 보면 반도 못 이긴 상황이다.

그럼에도 시빌 엠파이어의 넷상에서의 파급력이 이렇게나 상승했다.

심지어 시빌엠 한국 지부도 이를 아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평생 하지도 않던 신규 유저 혹은 복귀 유저 이벤트를 열고 있었다.

인생엔 다 제때가 있다고 했듯, 게임도 다 제때가 있는 모양이다.

릴드컵에서 한국 팀이 처참한 성적을 거둔 후. 마치 그 반작용처럼 국가 대항전에서 조선이 활약하기 시작하고…….

‘아몬드가 들어왔지.’

무엇보다, 스트리머인 아몬드의 영입.

여기서부터 모든 게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인기 중견 스트리머로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건 물론이고, 게임에서 다른 어떤 선수들보다도 더 활약했다.

안 그래도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스트리머가 활약까지 하니, 그 주목도는 굉장했다.

그렇게 사람이 별로 없던 엠불의 현 상황을 보라.

[관리자 서버 증설 안 하냐?]

[아니 ㅋㅋㅋ 오늘도 트래픽 터짐??]

[오늘은 조선 경기도 아닌데 ㄷㄷ하네]

[유입 진짜 많이 늘었다는게 느껴지는 점. txt]

리젠 글이 늘어나고, 척 봐도 게시판에 활기가 돈다.

공격적인 태도가 기본인 온라인임에도, 이런 글들이 올라오고 이슈 글이 되기까지 했다.

1위) 이게 대단한 인기는 아니지만, 이 정도 인기라도 얻게 돼서 정말 고마운 이유

-글 읽고 진짜 광광 울었다 ㅠㅠ

-이상해. 인터넷이…… 이렇게나 따뜻해?

-ㅠㅠㅠㅠㅠ

-앞으로 더 인기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메호대전 음란대전 하러 들어온 릴프로 유입인데 눈물 흘렸음 빅추 ㅋ

└아래 위로 울며 개추

└ㄹㅇ……

└시빌엠엔 사람은 없어도 감동이 있다……

└ㅋㅋㅋㅋㅁㅊㅋㅋㅋㅋ

└이제야 깨달아요 시버지……!

엠불이란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보여주듯, 이슈글도 하나같이 긍정적인 것들뿐이었다.

2위) 아몬드 마지막 화살 토스 후 슈팅 gif

3위) 아몬드 << 얘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 몰랐음 ㅋㅋ

4위) 로마전까지 이기면 일어나는 일들…….

시빌엠의 인기 상승 그 이상으로, 아몬드의 인기도 고공행진했다.

조회수에 비해 지지부진하던 그의 올튜브 채널 구독자도 어느새 100만을 향해 널뛰기를 시작했고.

[아몬드]

[구독자 93.8만]

해외 시청자 비중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아마 앞으로 경기를 이어나가면, 혹은 로마전을 이긴다면 곧바로 100만을 찍을 것이다. 계속해서 치솟을 테니 100만은 금세 찍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영향력이 이 정도라니.’

희철은 씁쓸하게 웃는다.

이제 2승인데 벌써 이런 만감이 교차한다.

‘다른 녀석들도…… 잘 될 수 있으려나.

이 기세를 타서 자신과 함께 고생해줬던 열정을 불태웠던 동료들이 나름의 보상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그들이 보상을 바라고 대회를 준비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희철은 늘 마음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플레이어들이 희철처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진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쏟을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세월의 풍파에 쓸려 나간다.

그들 중 그의 동료였던 자들이 상당수였다.

‘이번 기수만큼은…….’

희철은 더 이상 동료들이 그런 식으로 시빌 엠파이어와 이별하는 걸 원치 않았다.

차라리 이 게임이 질려서, 게임에 진절머리가 나고 흥미를 잃어서 나가떨어진다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말로는 그랬다.

「이제 게임 할 나이는 지났지.」

「이제 재미없어졌어.」

하나둘 떠나갈 때 모두 그럴듯한 이야기를 했으나.

그들과 함께한 시간 덕에 희철은 그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모두 거짓말이라는 걸.

희철은 가만히 눈을 감고 되뇐다.

‘둘도 없는 기회야.’

단순히 조선의 본선 진출 기회를 놓고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와 함께 이 게임에 열정을 쏟아부어 준 동료들, 그들이 모두 자신의 열정과 삶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기회.

희철이 바라는 팀의 모습을 그려나갈 기회.

당장 이번 연도에 모든 게 바뀌진 않더라도, 해를 거듭해나가면서 나아간다면.

반드시 이뤄지리라.

그에게 메시지가 전달된다.

띠링.

[시빌엠 코리아 홍보팀장]

[안녕하세요. 쿠키 님.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국가 대항전 팀과 기획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시빌 엠파이어 코리아.

그쪽에서 메시지가 직접 오는 게 쿠키에게 희한한 일은 아니었다.

워낙 한국의 시빌엠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니, 이들과 모두 안면을 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

그럼에도 희철은 마치 굉장히 낯선 사람에게 온 메시지인 듯 그것을 한참 들여다본다.

그건 아마 메시지의 내용 때문일 것이다.

[……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촬영을 해서 업로드하는 게 어떨까요? 쿠키 님께서 대회에 방해될 만한 미디어 노출을 꺼려 하신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만 저희는 이번 기회를 살려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자세한 사항은 전화로…….]

팀 다큐멘터리.

희철도 뭔지 안다. 사실 장르 이름을 다큐라고 해서 그렇지, 예능에 더 가까운 편이다.

‘이딴 걸. 지금. 대회 중에……?’

쿠키의 인상이 금세 딱딱하게 굳었다.

원래의 그라면 절대 허락할 수 없는 컨텐츠였다. 선수들이 대회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내 그는 고민에 깊게 잠긴다.

“하.”

시선은 창밖의 먼바다로 향했다.

스스로 자신을 깊게 돌아보기 위해, 그는 다시 심호흡을 시작한다.

쏴아아아아…….

파도가 하얗게 밀려오면 숨을 들이쉬고, 물이 빠지면 내쉬고.

* * *

“자. 천천히. 숨을 들이쉬어 보세요.”

스으으으읍…….

냉소적일 만큼 하얀 천장과 하얀 불빛 아래, 희한한 소리가 난다.

“천천히 내쉬고. 자. 잘하고 있습니다.”

스우우우우…….

숨을 쉬는데 왜 다스베이더 같은 소리가 나는 건지.

그야, 그가 쓰고 있던 호흡기 같은 마스크를 본인도 쓰고 있기 때문일 터다.

“보호자분? 호흡이 안정된 거 같으니, 이제 호흡기를 떼겠습니다.”

“아, 예.”

주혁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힘겹게 눈을 돌려 보니, 그의 큼지막하고 단정한 짙은 녹색 패딩 끝자락이 보인다.

“파하!”

의사가 산소마스크를 벗기자, 지아는 참았던 것을 토해내듯 숨을 뱉었다.

“하아…… 하아…….”

잠시 거칠게 몰아쉬던 숨은 금세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의사와 함께했던 심호흡법이 잘 들은 것일 수도.

주혁이 그의 손을 꼭 쥐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어떻게 된 거야.”

지아의 목소리가 힘겹게 흘러나왔다.

“은행에서 기절해 있었다는데. 기억 안 나?”

“은행…… 윽.”

지아는 잠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다시 기억이 난다.

“자. 환자분. 과호흡 증상으로 인해 기절하신 겁니다. 일단…….”

의사는 그녀에게 무리하지 말고 안정을 취하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잠시 보호자와 이야기할 시간을 주었다.

촤락.

병원의 하얀 커튼이 쳐진 후. 주혁이 다가와 묻는다.

“무슨 일이야? 대체.”

“무슨 일이라니. 그냥 과로한 것뿐이야. 과로한 주제에 공복으로 계단 뛰어 내려가고. 은행 가서…….”

지아는 힐끔거리며 자신의 팔에 꽂힌 링거를 바라봤다.

“이거 하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당분간 편집은 쉬어. 보조 편집자랑 연락이 닿았어. 그 사람한테 일단 전임으로 맡길…….”

“안 돼!”

지아가 갑자기 빽 소리를 질렀다.

“깜짝이야. 뭔데?”

“아…… 아니, 일은 계속 해야지.”

“이 지경이 났는데. 무슨 일을 계속해?”

해야 한다.

빚을 일단 갚아야 하니까.

지아가 고개를 떨군다.

주혁의 눈을 보기 힘들었다.

‘음?’

그때, 내려다보는 주혁의 안경에 병원의 하얀 빛이 번뜩였다.

그는 뭔가 눈치챘다.

“무슨 일이야.”

“그냥 무리한 거라니까.”

지아는 고개를 아예 돌리며 중얼거린다.

“무리한 거면 쉬어야 하는데 쉬기도 싫다며.”

“심각한 게 아니니까.”

주혁에게 이야기하긴 싫은 게 당연했다.

치욕스러운 기억이다.

절대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얼마나 멍청한지.

“갑자기 은행 한복판에서 기절했는데. 심각한 게 아니야?”

“……나 지금 완전 멀쩡해.”

“그냥 말해.”

“뭘 말해.”

퉁명스러운 대답과는 다르게, 그녀의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

「──!」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지아야. 나 속이려 하지 마. 먹히지도 않아.”

“뭘 속여.”

“그냥 말해줘. 내가 해결해 볼게.”

“놔…….”

지아는 손을 뿌리치려 했으나.

주혁은 더 꽉 쥐고는 잡아당겼다.

“무슨 일이든, 만약 내가 모르고 지나간다면 난 그게 더 고통스러울 거야.”

“…….”

“내가 해결할 수 있어. 아니, 둘이 함께라면 해결할 수 있어. 뭐든.”

지아의 눈이 떨렸다.

“날 미워하게 될 거야.”

이 말을 내뱉는 목소리도 떨렸다.

그러나, 주혁은 한 치 떨림도 없이 대답해 줬다.

“괜찮아. 금세 다시 반할 테니까.”

댕──!

그녀 안에서 울리는 소리.

뭔지 몰랐던 그 소리는, 커다란 금빛의 종이 울리는 소리였다.

하얀색 실크 천이 날아다니는 오색 빛의 꽃밭. 그 위에 놓인 커다란 금색 종.

그 금빛 세상 위로 지아의 얼굴이 비추었다.

그 입이 꿈틀거렸다.

“전에 만났던 사람 얘기야…….”

지아는 옛이야기를 꺼내기로 한다.

“그 사람이랑 공동 대표로 법인을 만든 적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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