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3부-103화 (635/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03화

36. 주 무기는 마이크입니다(1)

주혁은 가끔 소파에 누워서 작업하는 걸 좋아한다.

이걸 실제로 작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푸훕…… 푸하하하!”

누워서 올튜브를 보는 것도 그의 작업 중 하나라고, 주혁은 늘 그렇게 생각한다.

“아…… 하하하! 골때리네. 이거.”

휴대폰 한편에서 올튜브 게임 방송을 보면서, 다른 화면에선 아몬드의 올튜브 영상 목록을 살펴보고 있었다.

[가짜 국대 ep.1 마음만은 진짜.]

[302.8만]

놀라울 정도의 조회수가 나온 영상이 눈에 띈다.

업로드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것이 300만 조회수다.

보통 아몬드의 영상들은 업로드되고 몇 달이 지나도 이런 조회수가 나오는 것은 거의 없었으니.

이 영상은 단박에 아몬드의 최고 인기 영상 중 하나로 올라간다.

“돈 들인 보람이 있나.”

주혁은 이번 영상의 반응을 보면서 확실히 돈을 들여서 찍는 프로젝트 컨텐츠가 잠재력이 높다고 느꼈다.

“흠…….”

그의 휴대폰 한편에서 재생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짜깁기 영상의 소리가 점점 줄어든다.

생각에 잠긴다.

‘이런 거 괜찮을지도.’

처음엔 긴가민가했으나, 가짜 국대의 반응이 너무 좋다.

아몬드 채널이 구독자 100만을 넘어 200만, 300만으로 가기 위한 길은 어쩌면 이런 프로젝트성 컨텐츠일 수도 있다.

‘물론 리스크는 크겠지만…….’

이런 대형 컨텐츠는 일단 투자 비용이 생긴다.

그 투자 비용을 스폰해 줄 기업들을 구해야 한다.

만일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생긴다면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내야 했다.

이런 일을 무리해서 벌이다가 망한 올튜버들도 분명 있었다.

‘그래도 확실히 화력이 달라.’

그럼에도 이런 컨텐츠들이 필요한 건 ‘확장성’ 때문이다.

올튜브엔 단순히 1인 게임 방송을 보는 사람들 외에도 수많은 잠재적 시청자들이 존재한다.

어떤 사람들은 예능 편집본을 보고, 어떤 사람은 요리 방송을 보며, 어떤 사람은 다큐를 본다.

이런 사람들 중 아주 독특한 소수를 제외하고 대다수를 끌어들일 수 있는 게, 바로 이런 기획형 컨텐츠이다.

기성세대가 봐왔던 TV 예능의 형식을 빌려서 요즘 감성으로 만든 것들이니 모두가 즐기기 편하다.

‘일단 추이를 보고, 나중에 장 피디님이랑 얘기 한번 해봐야겠는데.’

주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슬슬 소파에서 일어났다.

이제 오늘의 가짜 국대 영상이 곧 시작될 때이다.

[가짜 국대 ep.2 놓아주다(Release)]

[지금 최초 공개 중!]

주혁은 소파에 앉아 홀린듯이 영상을 감상했다.

“오…….”

이번 영상의 촬영 시점은 로마전을 지고 나서부터였다.

그러니 시작부터 큰 갈등을 암시하는 장면이 들어가 있었다.

[현재 시청자: 28.7만]

시청자들도 상당했다.

저번 실시간 시청자는 20만 초반대였는데, 이번엔 무려 28만.

거의 30만에 가까운 인원이 최초 공개를 관람 중이다.

저번 1편이 화제가 되면서 사람들이 더 모여든 것 같았다.

‘실시간으로 30만이라니.’

비록 라이브를 보는 게 아닌, 제대로 편집된 고가의 기획 영상을 보러 온 것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 수치가 실시간으로 찍히는 건 굉장했다.

국내에서 현 스트리머 업계 탑인 큐티파이의 라이브 시청자와 비벼볼 수도 있는 수준이니까.

[지금부터 놓아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난 아직 조준도 제대로 못 해봤거든.]

마지막 파트는 상현과 치승이 김치찌개 집에서 밥을 먹는 장면이었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영상의 마지막은 상현이 치승에게 해주는 말로 끝났다.

“……!”

주혁은 여기서 끝날 줄 전혀 몰랐는지, 잠시 멍하니 다음 추천 영상인 ‘인터뷰의 악마’로 넘어가는 카운트다운을 보고 있었다.

“아. 끝났구나.”

최초 공개 시간이 끝나고, 이젠 실시간 채팅형 댓글이 아닌 진짜 댓글들이 게시글에 달리기 시작한다.

-마지막에 아몬드 누가 더빙한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니까 ㅋㅋ 우리 몬드가 이렇게 말을 잘할 리가 없는데 ㅋㅋㅋ

└ㄹㅇ 대놓고 주작방송 ㅋㅋㅋ 누가봐도 마지막에 아몬드 이거 왜 불 조절 안되냐 불 점유율 싫다 이러고 있었는데. 이걸 더빙을 해버리네.

└불 점유율 ㅇㅈㄹㅋㅋㅋㅋㅋㅋ

└불 점유율은 뭔뎈ㅋㅋ 프로메테우스임?

일단 아몬드의 언어 능력 급상승에 대한 의문을 품는 댓글이 가장 많이 달렸고, 가장 많은 추천을 받고 있었다.

그 밑으로는 다음 추천 영상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이 다음 추천 영상ㅋㅋㅋ 아몬드 시빌엠 인터뷰 뜬 거 실화?

└그것도 변화구 지리는데 얘 알고보면 말 잘함. 지가 원할 때만.

└그건 걔 인터뷰 중에 양반임 시상식 인터뷰를 보면 죽고 싶어짐.

└???: 내게 인터뷰는 살인이다……(진짜로 보는 사람이 죽고싶어짐)

물론 주혁도 빵 터져 버린 부분인 김치승의 이른바 ‘고백 공격’에 좋아라 하는 댓글들도 다수였다.

-아니 김치워리어 ㅁㅊ놈임???ㅋㅋㅋㅋㅋㅋㅋㅋ 고백 공격ㅋㅋㅋㅋ

-진짜 리얼리티에서 고백으로 공격을 하다니…… 그저 빛치승.

└빛치 ㅋㅋㅋㅋㅋ

-아씨 ㅈㄴ 심각하게 보고있다가 고백 공격보고 빵 터졌네 ㅁㅊㅋㅋㅋㅋ

-와 오늘 영상 주인공은 완전 치승이네 ㅋㅋㅋ 잼따 ㅋㅋ

-고백 공격 성공하고 잼민 펀치 자세 후 “컷” 이라니. 이것은 현대 예술입니까?

가짜 국대 두 번째 영상은 첫 편보다도 오히려 더 큰 화제가 되었고.

[조선 vs 프랑크]

[현재 시청자 28.7만]

그들 중 일부는 시빌 엠파이어 중계방송 시청자로 옮겨가, 오늘도 중계방송 시청자 수는 고공행진했다.

“왠지 느낌이 좋은데?”

프랑크가 문명이 상성이라지만, 가짜 국대 영상을 본 후 왠지 주혁은 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상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봤던 치승의 눈빛.

‘잘해낼 거야.’

그 눈빛엔 강한 결의가 느껴졌다.

* * *

“자, 오늘 조선 대 프랑크, 프랑크 대 조선의 경기…….”

프랑크는 한 번 이겼음에도 조선에게 여전히 어려운 상대였다.

조별 예선 국가 중에 문명적 상성이 가장 좋지 않은 곳이니까. 그런데 프랑크는 조선에 패한 건 물론. 이번 조별에서 단 한 판의 승도 거두지 못했다.

그들은 남은 경기를 하나 빠짐없이 다 이겨야 하는데.

우습게도 오늘 조선에게 완패를 당하면서, 마지막 희망이 꺾인다.

“밀어요! 밀어! 밀…… 으아아악!”

“아아아아! 쥐이이쥐이이이이이!!”

쾅!

킹귤이 중계석에서 벌떡 일어나며 두 팔로 희한한 포즈를 취한다.

“조선! 프랑크 상대로 압! 승!”

-압! 승! ㅋㅋㅋㅋㅋㅋ

-ㅅㅂㅋㅋㅋ뭔데

-이상한 거 밀지 마라 ㅈ귤아

“어이, 프랑스! 우릴 이기려면 음바페 정도는 데려와라!!”

킹귤이 호들갑을 떠는 이유가 있었다.

조선은 오히려 1차전보다도 더 완벽하게 프랑크를 이겨내 버렸다.

“프랑크는 결국! 조선의 강력한 금 견제를 못 견뎠죠!? 사실상 거기서 끝난 겁니다!”

“전략적으로 완전 우위에 섰던 경기였습니다. 로마전하고는 완전 다른 폼을 보여주는 조선입니다!?”

“그렇죠? 아무리 상대가 다르다고 해도 지금 날이 서 있어요! 날이! 혹시 오늘 가짜 국대에서 나왔던 김치워리어의 각성이 의미가 있었던 걸까요!?”

“아. 그렇죠! 가짜 국대 얘기를 안 하기 또 힘들죠! 오늘 개인적으로 진짜 인상적인 화였거든요?”

어차피 시빌엠 코리아 지부의 도움을 받아 제작하는 영상이기에 중계진은 거리낌 없이 가짜 국대를 언급해도 됐다.

아니, 오히려 그걸 장려하기도 했으니 언급하면 더 좋아라 한다.

-가짜 국대??

-빛치승 ㄷㄷ

-ㅠㅠㅠ진짜 각성한거냐고! 김치승!!!

-치승이 알바녀랑 사귀기 기원 1일차 (기도)

-고백 공격까지 쓰는 전략가라면 프랑스 따위……

캐스터는 다시 게임 얘기로 돌아오기 위해 운을 뗀다.

“조선은 싱크 탱크 팀의 각성이 승리 요인이고. 대표적인 강호였던 프랑크는 지금 탈락 확정인데. 뭐가 요인 같습니까? 킹귤 님.”

“일종의 자원의 저주라고 하죠?”

“자원의 저주요? 어떤 점이?”

“강점이 너무 명확한 문명이라, 그것만 써요.”

“아!”

자원의 저주.

석유 등의 자원이 너무 풍부한 나라는 결국 그 자원에만 의존하다가 후에 경제적으로 멸망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인데.

현재 프랑스 팀에 딱 맞는 표현이었다.

“음바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축구로 치면 빌드업과 패스맵이 맨날 똑같은 겁니다. 무려 5년째요! 그럼 아무리 못하는 팀이어도 상대도 국가대표인데. 당연히 파훼하거든요?!”

-ㄹㅇ 딱 맞는 말

-캬 이거지

-음바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는 무슨 지가 음바페 얘기한 거 아님???ㅋㅋㅋ

-프랑스는 그냥 축구나해라~^^

-ㅋㅋㅋㅋ대차게 까이네

중계진은 이만 본선 진출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아무래도 시청자들이 이 사안에 가장 관심이 많을 테니까.

“이제 조선이 3승. 일단 오늘 로마와 에스파냐 경기를 봐야겠지만. 현재 로마와 동점이에요. 본선 진출 가능성 얼마나 보십니까?”

-와

-ㄹㅇ 가냐?

-스페인이 로마한테 지면 걍 확정인가?

-크 ㅠㅠ

-갓로마 성님들 힘 한번 보여주시겠누

-가즈아아아

“지금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있는데…… 아…… 에스파냐가 변수입니다. 에스파냐가 로마에게 오늘 진다고 하더라도, 저희를 이기고, 다시 프랑스를 이긴다면 3승을 쌓으면서 동점이 되거든요?”

“만약 로마가 에스파냐를 이기고 저희가 또 에스파냐를 이겨 버리면 아예 변수가 없겠죠?”

“예.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조선이 4승을 챙기면서 변수가 사라지죠.”

조선은 이제 본선 자력 진출이 코앞이었다.

이다음 매치업인 스페인과의 경기에서만 이긴다면, 본선은 일단 확정이다.

“오늘 스페인이 이탈리아를 이기면 어떻게 됩니까?”

“아…… 그건…….”

이런 중계석에서 다 얘기하기엔 아직 경우의 수가 많은 상황이다.

-월드컵식 진출 멈춰!

-킹우의 수 계산은 나중에 하자 ㅠ

-에스파냐가 로마에 지고 조선이 에스파냐 이겨야 확정인가?

-나 본선 가면 ㄹㅇ 일본 간다 ㅠㅠ

캐스터는 채팅을 언급하며 계산을 멈춘다.

“아…… 하하. 경우의 수 멈춰! 알겠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인 심정입니다. 그냥 딱 한 방에!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죠. 재경기하고 가고 이러면 진 빠져요!”

“그럼 본선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요? 지금 거의 진출이 보이거든요?”

이다음 경기에서 본선이 확정될 수도 있기 때문에, 중계진은 본선에 대한 안내를 해준다.

“예. 일단 이번 국가대항전 본선 장소는 일본의 오사카입니다. 32개 팀이 출전하고요. 토너먼트 형식입니다.”

“아…… 오사카! 한국분들 좋아하시는 곳이죠?”

“예. 뭐 이제 사실상 리버스 일제강점기다. 뭐 이렇게 말씀하실 정도로 한국 분들이 많고! 또 좋아해 주시죠.”

-리버스 일제강점기 ㅁㅊㅋㅋㅋ

-거기 가면 조선 순사가 일본인 헌팅한다고함.

-ㄹㅇ 한국인 ㅈㄹ 많음

-오사카에서 하면 근데 개꿀이다 간김에 먹방도 찍고 ㅋㅋㅋㅋ

“아. 꼭 저희도 오사카 가서 중계하길 바랍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죠? 본선 진출 시 만날 팀.”

“아! 그렇죠! 어딥니까?!”

-ㄷㄷ 큰 거 온다

-아마 바이킹 아니면 쿠만이었나??

-오……

-김칫국 제대로네 ㅋㅋㅋ

본선에 진출할 시에 만나게 될 팀.

본선부터는 토너먼트로 지면 바로 떨어지기 때문에 어쩌면 가장 중요한 운적 요소였다.

“일단 상대 쪽도 조 1, 2위가…… 정해진 게 아니거든요? 근데 본선 진출은 거의 윤곽이 보입니다. 일단 바이킹.”

“오……! 덴마크의 문명이죠?”

“예. 노르웨이도 이 문명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번에 온 건 덴마크입니다.”

-크

-바이킹 ㅈㄴ 무섭다ㅠ

-바이킹이 나온다고? ㅋㅋㅋㅋ

“바이킹이 가장 유력하고, 또 어딥니까?”

“다음은 쿠만이랑 오스만이죠.”

“이야. 오스만. 오스만 굉장히 강력한데. 무섭습니다?”

“예. 근데 이번 조별에선 바이킹에 밀리고 있습니다.”

“아. 말씀드리는 중에! MVP 선정되었고…… 놀랍습니다!?”

[MVP: 아아몬드]

이번에도 아몬드였다.

“아아! 몬! 드!!”

척!

킹귤이 또 희한한 자세를 취했다.

캐스터는 놀라울 정도로 눈길도 안 주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승리 경기 전부 아아몬드가 MVP를 가져가고 있어요?!”

“이거 편파 투표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는데. 이 투표는 시빌엠 본사 쪽과 대부분 해외 심사 위원들이 하는 거라 아몬드가 누군지 국가 대항전 보고서야 알게 된 사람들입니다!”

“맞습니다. 굉장한데요? 여튼 인터뷰! 들어보시죠!”

어느새 화면엔 아몬드가 익숙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직감했다.

-왔다 본게임……

-나 벌써 입꼬리 승천중 ㅋㅋㅋㅋ

-아 견터뷰 ㅋㅋㅋ

본 게임보다 흥미진진한 뭔가가 시작됐다는 것을.

-주의! 가짜 국대 시청하신 분들은 이제 나가시면 됩니다~

-활 잡은 아몬드 vs 마이크 잡은 아몬드 뭐가 더 쎔??

-녀석이 진짜 무기를 꺼내 들었다……

-빛치승 고백 공격 vs 아몬드 인터뷰 공격 뭐가 더 쎔?

-오늘 가짜 국대 보고 감동받았는데 이제 와장창 깨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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