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3부-106화 (638/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06화

37. 무직 함대(2)

조선이 속한 E조의 이변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최근 외신과 국내 게임 웹진에서 가장 큰 이변으로 다루는 사례는 역시 ‘프랑스의 전패’이다.

전패라고 해도, 현재까지의 이야기이지만.

지금에 와서 ‘전패’라는 치욕적인 기사들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했다.

[프랑스 국가대항전 “예선 광탈” E조의 이변]

[프랑스, 이유 있는 “추락” 날갯짓을 멈춘 대가]

[매너리즘에 빠진 프랑스의 국가대항전]

프랑스는 조선과의 경기를 끝으로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일단 벌써 탈락자가 발생했다는 건 분명 남은 팀들에겐 희소식이었으나.

동시에 비보이기도 했다.

특히나 스페인에겐, 더더욱이 그랬다. 분노한 스페인 사람들이 점령한 기사 댓글을 보면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빌어먹을 프랑스 놈들. 무적함대 어쩌고 같이 놀리더니. 한 판을 못 이겨???

-이제 알았다. 한국인은 개를 먹지 않는다. 프랑스를 먹는다.

-프랑스는 앞으로 빵이나 만들 것.

-빵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더니. 정말 죽었다.

-너넨 유로에서 퇴출됐다.

프랑스에 대한 분노가 절절히 느껴지는 댓글들.

사실 프랑스 대표팀은 본인 나라 사람들에게도 욕을 먹어야 하는데.

생판 남인 스페인에게도 이렇게나 욕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억울할지도 모른다.

잘못한 거라고는 그냥 못한 거뿐이니까.

그러나, 며칠 후. 스페인 시청자들의 분노는 결국 프랑스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띠링.

[가짜 상대]

아몬드의 채널에 인터뷰 영상이 업로드됐으니까.

-가짜도 아니고 가짜 상대 ㅋㅋㅋ

-다 가짜고 활쏘기랑 인터뷰만 진짜인 놈……

-편집자님 회복하심?? ㄷㄷ 올라왔네

-간만에 그냥 영상이누

-오 최초공개 없이 바로네 ㅋㅋ

* * *

본인이 응원하는 팀이 이겼을 때도 인터뷰까지 챙겨보진 않는 사람이 대다수인데. 본인과 상관도 없는 팀 간의 경기 인터뷰까지 챙겨본 스페인 사람들은 얼마 없었다.

물론 그 ‘아아몬드’가 인터뷰를 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기다렸던 스페인 시청자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선수들이라든가.

그러나, 일반적인 대중들은 어떤가?

9시에서 6시까지 일하며 남는 시간에 그냥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며.

그나마 여유가 돼야 본 중계를 보곤 한다.

그런 이들이 인터뷰까지 볼 여유는 없었다. 스페인이 나오지도 않는 경기에서.

저번에도 그랬듯이, 이들이 결국엔 아몬드의 인터뷰를 보게 되는 경로는 올튜브였다.

[가짜 상대]

아몬드의 프랑스전 인터뷰 내용을 담은 이 영상은 여러 가지 언어 자막을 지원하는데, 상대였던 프랑스의 프랑스어는 물론이고, 스페인어, 러시아어, 영어 등.

꽤 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자막이 깔리게 된다.

한마디로 작정하고 적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영상이라는 것.

특히나 아몬드의 채널이 현재 외국 시청자 증가 추이가 높으니, 시빌엠에 관련이 있는 알고리즘에 반드시 뜨게 되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상대에 대한 존경이 없나?

-운 좋아서 1시대에 이겨놓고 입으로는 로마도 이기고 온 줄

-조선이야말로 에스파냐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데. 주제를 좀 파악하길.

등등. 적나라한 악플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물론 한국어가 아니라 스페인어다.

다만 한국어로 된 악플들도 상당수였는데.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를 반복하여 도배하는 악플이라든가.

-제발 입 좀 다무세요. 제발 입 좀 다무세요. 제발 입 좀 다무세요.

그냥 욕을 하는 악플 등.

아주 간단한 언어들로 구성된 패턴이었다.

이는 사실 스페인 사람들이 굳이 번역기를 돌려서 한글로 테러를 하는 것이다.

물론 적들이 싫어하는 만큼, 아군들은 그 이상으로 좋아라 했다.

-스페인 뿔 잔뜩 났누 ㅋㅋㅋㅋ

-까먹었을 뿐이데. 문제라도?

-언급해도 난리 안해도 난리네 ㅋㅋㅋㅋ

└ㄹㅇ이네 ㅋㅋㅋㅋ

└무적함대 샤라웃까지 해줬는데 뭐라해서 언급 안했더니 또 뭐라하누? 어쩔;

이들 입장에선 상대가 열받아 하는 꼴도 재밌었고.

이렇게 서로 갈등이 생긴 채로 게임을 한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꼭 어렸을 때보던 프로레슬링 대회 같닼ㅋㅋㅋㅋ

어떤 이는 이를 두고 프로레슬링 같다 평가했다.

프로레슬링은 모든 결투가 다 짜여있는 가짜였으나, 사람들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갈등과 대립 구도에 열광하곤 했다.

아무래도 그냥 싸우는 것보단 서로 스토리가 있다면 더 많은 대중들의 눈길을 끌게 되니까.

아몬드는 의도치 않게 국가대항전에 이런 장치를 마련해 버린 것이다.

그래서일까?

[조회수 33.2만]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순식간에 30만 조회수를 돌파한 모습이다.

이 추이라면 통계적으로 150만 이상은 찍게 된다.

“……활만 잘 쏘는 게 아니네.”

이 추이 그래프를 바라보던 지아는 중얼거렸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그녀의 안색은 이전에 비해 훨씬 나아진 상태였다.

그랬으니 오늘 영상도 올라갈 수 있었을 터다.

“자체가 노이즈 마케팅이야.”

그녀는 아몬드의 인터뷰에 이런 의도성이 없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유상현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만약 그가 누군가를 말로 공격하려 했다면 이렇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번엔 정말 로마전만 머릿속에 있어서 이렇게 대답이 나온 것이고.

일전의 무적함대는 그냥 웃긴 농담이라고 생각해서 활용했던 것뿐일 터다.

근데 반응은 이렇게 화끈했다.

이런 걸 두고 뭐라 해야 할까.

아마 ‘타고났다’라는 말 외에 딱히 붙일 수식어가 없을 것이다.

특히나 이번 인터뷰 영상엔 별다른 편집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냥 인터뷰 영상을 고대로 잘라서 붙여오고.

“굳이 한 게 있다면 이건가.”

영상의 마지막에 붙여진 이후 에스파냐가 로마에게 참패했다는 소식. 이게 전부다.

이렇게 붙여놓으니 마치 아몬드의 인터뷰 때문에 에스파냐가 진 것처럼 보이긴 한다만…….

진실은 에스파냐만이 알 것이다.

물론 그들은 끝까지 부정할 테지만 말이다.

-에스파냐는 인터뷰 때문에 진 게 아니다. 건방진 태도를 취하지 마라

-세상이 네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거냐? 불량 견과류는?

-튀겨버리고 싶은 놈.

.

.

.

해외에서 달려오는 댓글이 계속해서 늘어났다.

“어휴.”

[번역 끄기]

지아는 번역 끄기 버튼을 누른다.

이러면 스페인어를 모르는 입장에선 뭔 말인지도 모르니, 그냥 넘어가게 된다.

설사 한국어로 악플을 단다고 해도 뭐 어떤가?

영상 조회수는 고공행진하고 있으며, 스페인만 제외한다면 모두의 반응이 긍정적이다.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고, 흐뭇할 지경.

“근데…….”

잠시 그렇게 영상의 상황을 관찰하던 그녀는 뭔가를 뒤늦게 깨닫는다.

“할 게 없네.”

로마전을 지는 바람에 인터뷰라고는 이 영상뿐이고. 아몬드가 그사이 잠깐 진행한 방송도 올튜브로 올릴 만한 건 별로 없었다.

“인터뷰가 없으면 이렇게 되는구나.”

심지어 이긴다고 해도 인터뷰를 못 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본선까지 진출하면 앞으로는 정말 할 게 없어질 것이다.

졸지에 백수가 되는 것이다.

지아는 가만히 아몬드 채널을 살펴본다.

현재 최고로 추이가 좋은 3개의 영상이 ‘인기 업로드’에 떠 있다.

[가짜 국대 ep.1 마음만은 진짜]

[가짜 국대 ep.2 놓아주다(Release)]

[shorts) 가짜 국대 쿠키 영상]

가짜 국대.

지아는 참여하지 않은 컨텐츠이다.

다른 제작팀에서 만든 영상이었다.

지아 본인이 관리하고 키워온 채널의 최근 탑 3 영상이 전부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이라니.

묘한 기분이다.

그녀도 처음엔 조금 인정하기 싫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달라.”

가짜 국대는 한 번 보고 나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은 프로들 중 프로.

그들이 만든 건 달랐다. 회사 단위로, 조직 단위로 제작하는 프로젝트란 이런 거구나.

새삼 다시 느껴진다.

퇴사한 지 오래되어 기억이 별로 없었던 터라 잊고 있었는데.

‘그 회사에서 만드는 제작물도 꽤나 퀄리티가 괜찮았었는데…….’

지아는 예전 회사 기억이 떠오른다.

‘아니지.’

휙, 휙.

털어내듯 고개를 저어보지만.

한 번 떠오른 기억은 물 밀듯 파고들어 온다.

「이 과장님은 이거 패스해 줘? 대체 왜일까. 너무 궁금하네.」

「지아 씨. 하…… 아냐. 됐어. 그냥 내가 할게. 일일이 말해야 되는 것도 힘들어.」

「그 학교에선 이거 안 배웠어?」

“……으.”

지아는 인상을 찡그린다.

사람과 부딪히는 거, 사람들이랑 일로 부딪히는 거.

자신 없다.

그냥 혼자 일하는 게 나아.

일은 혼자 하더라도, 난 주혁이도 있고, 아몬드도 있어.

“하아.”

그녀는 낮게 한숨을 뱉어내며 책상 위로 엎드린다.

띠링.

아몬드 채널에 알림이 울렸다.

[가짜 국대 ep.3 무직 함대]

[1시간 후 최초 공개!]

오늘이 스페인과의 경기 날이니, 가짜 국대 영상이 올라온 것이다.

-ㄷㄱㄷㄱㄷㄱ

-올 것이 왔다

-당근 누님 좀 나오게 해주세요

-경기 보기 3시간 전. 최고의 선택.

-ㅎㅇㅎㅇ

-또초 공개네 ㅅㅂ ㅠㅠ

.

.

.

* * *

영상은 늘 그렇듯, 익숙한 노이즈 화면과 함께 시작한다.

치지지직.

“아니, 사장님.”

카메라 앞에 선 치승이 당황한 듯 반문한다.

말하는 대상은 보이지 않는다.

전화 통화를 하는 중이니까.

“그게 무슨 소리예요? 갑자기 그만두라뇨?”

전화 내용은 들리지 않았으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제, 제가 고백했다고 ‘───’가 말했다구요?! 아니, 뭐 이런…….”

하도 어이가 없는 통에 치승이 자기 입으로 다시 한번 방금 들은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고백 공격의 부작용 ㄷㄷ

-도랏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ㅋ

-와 걔도 진짜 독하다 독해

“아, 아뇨. 진짜 했는데. 그게 하긴 한 건 맞는데…… 예…… 알바끼리 연애 안 된다고. 하셨죠. 네…… 치근덕대지 말라고……도 하셨죠.”

치승의 말만 들어도 왠지 어떤 식으로 소통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우 사장 말투 내 머리에 울리는 거 같음 ㅋㅋㅋ

-지 말만 ㅈㄴ 하나보네

-이건 희망이 없다;;

그럼에도 치승은 해명하려 해봤으나.

“네. 근데 그게 아니라니까요? 아니. 고백한 건 맞다구요. 근데…….”

결국 답답한 듯 가슴을 두들긴다.

-고백한 건 맞댘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설명을 어케하누 ㅋㅋㅋ

-앜ㅋㅋㅋㅋㅋ

-걍 다른 알바 하자 ㅅㅂ

“아니, 솔직히 제가 일 더 잘하잖아요? 제가 더 오래 했잖아요?!”

고백 공격이라는 걸 설명하긴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치승은 이제 막무가내로 자기가 일을 더 잘한다고 어필 중이다.

그러나, 이런 작전도 먹히진 않는다.

“예…… 걔 때문에 오는 손님들…… 있긴 하죠.”

치승의 고백을 받은 그녀 역시 이 매장의 중요한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혹시 저 때문에 오는 손님은 없나요? 아…… 예. 아뇨. 장난친 거 아닙니다. 예. 진지하게 듣고 있습니다.”

-???

-얘 뭐하냨ㅋㅋ

-이 와중에 ㅋㅋㅋㅋㅋㅋ

-치승아 ㅠㅠㅠ ㅋㅋㅋ

-없나봐 ㅁㅊㅋㅋㅋ

한참 이런저런 말을 해봤으나, 소용은 없다.

“하아. 됐습니다. 그냥 안 할 테니까. 남은 잔금이나 주세…… 사장님? 여보세요?”

전화는 도중에 끊어져 버렸다.

“자, 잔금…….”

치승의 얼굴이 벌게지더니, 관자놀이에 핏줄이 툭 치솟았다.

참을 만큼 참았다. 더 이상은 안 된다.

그가 입을 쩍 벌리며 분노의 포효를 터뜨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 ──! 으아아아아!”

쿵!

샤우팅과 함께 화면이 암전하며, 타이틀이 나온다.

[가짜 국대]

[Fake Athelete]

-ㅁㅊ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돌겠닼ㅋㅋㅋ

-인트로 봤던 것 중에 젤웃기눜ㅋㅋㅋㅋㅋ

-속이 뻥~ㅋㅋㅋㅋ

-ㅈㄴ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삐 처리가 몇 개가 된거얔ㅋㅋㅋ

-이래서 무직함대야??ㅋㅋㅋ

-진짜 짠내난다 짠내 ㅠ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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