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3부-118화 (650/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18화

41. 진출 이후(1)

“조선! 아니! 대한민국! 본선 갑니까!?”

“아니, 저는! 고지대 먹고 그래도 자원이라도 한 번 돌리고 들어갈 줄 알았는데! 그냥 바로! 바로 갑니다!”

“기마 궁수 부대가! 본진조차 죄다 휘젓고 있어요! 일꾼 죄다 쓸려요! 아아아!”

“자 이제……!”

순간 중계진이 침묵하는 찰나.

채팅창조차 느리게 올라오고.

시간이 잠시 느리게 가는 듯했다.

[항복]

적의 항복 선언.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선수들은 너 나 할 거 없이 서로에게 뛰어들어 부둥켜안았고, 몇몇은 쓰러지듯 드러누워 버렸다.

쾅!

중계진 둘이 동시에 일어나며 고래고래 외쳤다.

“쥐이이이이이 쥐이이이이!!!”

허공에 어퍼컷을 연발하며 킹귤이 외쳤다.

“고조선 컷 당하더니! 이번엔 북조선 컷!”

“대체! 남한엔 언제 오는 건가요!! 에스파냐아아아!!?”

“이 게임 져도! 북조선!? 그건 우리 조선 팔도 중 최약체다! 하면 그만이었거든요!? 근데 이겼어요!”

-엌ㅋㅋㅋㅋㅋ

-아~ 남한엔 언제올거냐고~ㅋㅋㅋ

-ㄹㅇㅋㅋㅋ

-아무말이나 막하넼ㅋㅋㅋ

-조선 팔돜ㅋㅋㅋㅋ

-팔천왕 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

캐스터도 흥분하여 침을 튀며 외쳤다.

“그렇습니다! 에스파냐! 결국 조선 팔도 중 최약체를 상대로도! 제대로 기를 편 적이 없어요! 이게 강팀인가 싶을 정도로!”

“완전 인간 상성인 느낌이고! 지금…… 아, 잠깐만요! 본선은 어떻게 된 거죠? 이거…….”

잠시 둘이 디스월드 내 메시지를 확인한다.

제작진의 사인을 기다리는 것.

“결과가 나왔을까요?”

경우의 수는 생각보다 계산하기 복잡하기에 바로 단언할 수는 없었다.

중계를 하는 입장에선 신중해야 한다.

-아 제발ㅠㅠ

-확정 떠라 ㅠㅠㅠ

-확정임

-확정 같은데?

-무조건은 아닌가??

-ㅠㅠ아 개떨려

이 신중해야 하는 시간이 어떤 시청자들에겐 영겁 같았을 것이다.

“아…….”

영겁의 시간 후, 캐스터가 운을 뗀다.

“지금 들려왔습니다.”

그가 호흡을 가다듬은 후, 외친다.

“조선! 대한민국이! 본선에 진출합니다! 본선 진출 확저어어어어엉!!!”

본선 확정 소식에, 킹귤이 벌떡 일어나 두 팔을 벌리며 고함친다.

“조선! 본선에 개같이 진추우우우우우우우우울 합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같이 진출!!!

-캬

-이긴 건 북조선인데 왜 조선이 진출하나요? 진짜 모름.

-ㅠㅠㅠㅠ와 대박 ㅠㅠㅠ

관중석에서 재차 폭발적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확정 소식을 들은 것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대──한민국!”

북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구호.

에스파냐의 본진에 거대하고, 하얀 태극기가 펄럭거리며 게양되었다.

-ㅠㅠㅠ

-와 진출 ㅠㅠㅠ

-대박ㄹㅇ임??

-ㄷㄷㄷ

-도랏맨~!

-진짜 미쳤다

-ㅊㅊㅊㅊ

-캬

* * *

본선 진출의 여운은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몇 년 만의 진출도 진출이지만, 이번 경기 내용 자체가 완전한 역전승의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리라.

“아…… 이게 심장이 뛰는 게 멈추질 않습니다! 지금 경기 하이라이트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거 그냥 봐서는 에스파냐 하이라이트인지 조선 하이라이트인지 구분이 안 갑니다?!”

하이라이트에 나오고 있는 장면은 공성차 8대가 다 뺏기는 순간이었다.

-ㄹㅇㅋㅋㅋㅋ

-이거만 보면 에스파냐 대승 ㅋㅋㅋ

-에스파냐도 잘한듯 여기서

“이거 전향이 이렇게 제대로 들어가는 게 진짜 쉽지 않은데…….”

“그쵸? 당해주는 쪽에서 손발을 맞춰주지 않는 이상에야…….”

-앗 ㅋㅋㅋㅋ

-ㄹㅇ 주작 ㅋㅋㅋ

-맞네 ㅋㅋㅋ

“이거 진짜 누구라도 껌벅 속겠습니다. 아니 저렇게 혼비백산으로 공성차 안에서 사람 다 튀어나오면서 도망가는데! 누가 이게 당해준 거라고 생각하겠습니까?”

-ㅋㅋㅋㅋㄹㅇ

-나쵸는 속을 수밖에 없었을 듯

-수송 확장한게 신의 한 수임.

“그쵸. 나쵸도 다 카운팅하면서 전향을 걸었는데…… 뛰어나와서 도망치는 병사 숫자도 다 봤을 거거든요?”

“그렇죠.”

이어서 나오는 장면은 마라탕의 필사적인 성문 돌진이었다.

“아 여기 저희가 너무 급박해서 거의 언급을 못 했는데. 마라탕 선수의 활약도 굉장했습니다.”

“그쵸. 이 장면이 이어지지 않았다면, 쿠키의 전략도 별로 의미가 없어요.”

공성차 안에 들어갈 수 있었던 병사의 숫자는 한정적이었고, 때에 따라선 그 한정된 숫자의 병사들인 아무 역할도 못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해냈다.

적들에게 꽤 큰 피해를 입힌 데다가 성문을 열어냈다.

“자. 이때 기마 궁수…….”

이어지는 장면은 기마 궁수들이 난입하는 순간이었다.

“아. 리플레이로 봐도 정말 너무 빨라서 잘 모르겠어요. 그냥 무슨 버그처럼 성문을 통과했나? 생각됩니다.”

이후 기마 궁수들의 화려한 기예, 그리고 아몬드와 트레스의 대결 등이 흘러나온다.

“아아아아! 이거 또 명장면이죠?”

“그렇습니다. 이 장면이 없었다면, 경기가 이 시간에 절대 못 끝났죠!”

-ㄹㅇ

-진짜 이거 영화보는줄

-처음 봤을 땐 뭔 일이 일어난건지도 모름 ㅋㅋㅋ

-0.2배속으로 봐야 이해되는 전투 ㅋㅋ

-이거 클립으로 ㅈㄴ 돌아다닐듯

영상 속의 아몬드와 트레스는 서로를 향해 돌진했고, 어떤 공격이 오간다.

그 후 순식간에 트레스가 나가떨어져 죽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느리게 보면 전혀 순식간이라 할 수 없었다.

“제 생각엔 이거 옛날에 왜 전자파 선수의 점멸검 대 점멸검 미러전 있지 않았습니까?”

“아! 그렇죠. 그거랑 비슷하죠?”

“그거처럼 영상이 계속 돌 것 같습니다! 트레스는 하루 종일 죽겠네요!”

-엌ㅋㅋㅋㅋㅋ

-3년후) 오늘도 고통받는 트레스……

-영원한 치키챠 감옥 ㄷㄷ

-앗 그 영상……ㅋㅋㅋㅋㅋ

“자! 말씀 중에! MVP 투표가 완료됐다고 합니다!”

“아. 오늘은 굉장히 힘들었다고 하는데요?”

“예! 한번 보시죠!”

* * *

리포터는 오늘 웃음이 만개한 표정이다.

대한민국이 본선에 진출해서?

뭐, 그럴 수도 있다.

리포터는 아마 그렇게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촬영진 누구나 알고 있었다.

[MVP: 쿠키]

“와아아아아앗!”

쿠키가 MVP로 선정될 때 그녀가 본선 진출 순간보다도 더 방방 뛰었다는 걸.

“쿠키 님! 오늘 인터뷰를 하게 되어서 정말 정말 다행…… 아니! 영광입니다! 무한한 영광!!!”

-ㅋㅋㅋㅋㅋㅋ다행?

-리포터 텐션 무엇 ㅋㅋㅋㅋ

-인터뷰의 악마를 피해간 리포터 ㅋㅋ

-앜ㅋㅋㅋㅋㅋ

“쿠키 님! 오늘 본선 진출하게 되셔서 정말 감개가 무량하실 것 같은데! 일단 간단하게 시청자님들에게 자기소개 가능하실까요?”

“아…… 안녕하십니까. 쿠키라고 합니다. 이번 연도엔 처음 하는 인터뷰네요.”

쿠키는 멋쩍게 웃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리포터도 싱글벙글 질문을 시작한다. 가벼운 것부터.

“사실 지휘관이 MVP로 뽑히는 경우가 제가 알기로 잘 없다고 하는데. 이번에 쿠키 님이 뽑히셨어요. 그 이유를 혹시 추측하시는 게 있나요?”

쿠키는 대충 짐작 가는 게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아마 저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서 뽑아주셨다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겸손하네

-근데 ㄹㅇ 궁금하긴함 전략 ㅋㅋㅋ

-ㄹㅇ 일지도 ㅋㅋㅋㅋ

리포터는 연신 끄덕이며 호응해 줬다.

“너무나 겸손한 말씀이십니다! 아무래도 오늘 전략이 워낙에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MVP로 뽑히셨구! 질문도 많이 들어가게 될 거 같은데요!”

그녀는 지문 시트를 들어 보이며 웃는다.

“진짜 역대급으로 많은 질문 시트가 저한테 왔어요. 최대한 편하게 대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예…….”

아무래도 사람들이 쿠키에게 궁금해하는 건 이거였다.

“처음부터 전향 선교사를 예측한 듯 딱 맞아떨어지는 전략을 보여주셨어요! 이게 정말 처음부터 아신 걸까요? 전향 업그레이드 자체가 그리 흔하지 않잖아요?”

쿠키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 공성차를 처음부터 쓸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전향 선교사를 예측한 건 아니었어요.”

“에에? 그럼 안에 들어가서 즉흥으로?”

“맞습니다. 정찰 중에 아몬드 님이 상당히 오래 살아남아 주셨거든요? 아마 상대도 그건 예상을 못 했을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아몬드 이름이 나오자 리포터는 잠시 흠칫한다.

“아, 아…… 아몬드 님이…… 저…… 그, 그럼 뭘 보고 전향을 예측하셨나요?”

-PTSD ㅋㅋㅋㅋ

-아몬드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떠누 ㅋㅋㅋ

-아니 무슨 볼드모트냐곸ㅋㅋ

-이름을 불러선 안돼!

-볼드너트 폼 미쳤다ㄷㄷ

“선교사가 너무 많은 거예요. 절대적으로 많은 건 아니지만. 선교사치고 많은 거죠.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도 이상하고.”

쿠키는 아몬드가 살아남아 정찰한 것을 봤던 거다.

“산악 지형에서 전향 매복이 잘 통한다는 걸 고려했을 때. 전향을 선택했을 확률이 있겠구나. 생각했죠.”

“어? 그럼 확신은 아니셨던 거네요?”

“맞습니다. 그래서 기존 전략을 그대로 쓰면서도 전향을 카운터 칠 방법을 생각해야 됐어요. 그러다가 보신 대로 재밌는 전략이 생각이 난 거죠.”

-헐 ㅋㅋㅋ

-하긴 그거보고 100퍼 확신은 힘들지

-아 그래서 나온게 트로이 목마여? ㄷㄷ

-미쳤네 대응력이

“아……! 그, 그래서 그대로 공성차를 그대로 쓰셨군요? 해설분들이 의아해하셨거든요. 전향을 못 본 거 아닌가 하고.”

“예. 미끼로 좋지 않습니까. 공성 병기는 느린 데다가 인구수도 안 잡아먹죠. 게다가 병사에 비해 비싸고, 쓸모도 있으니까요.”

-와

-ㄷㄷㄷ

-미끼

-원래 쓰려했던 걸 미끼로 바꾼거네 ㄷㄷ

-이게 순간 판단? ㅁㅊ

생각보다 많은 수 싸움이 오갔다는 것에 시청자들이 놀란다.

“공성차를 그렇게 모으고 있는데. 제가 조금 더 확신할 수 있는 사건이 생깁니다.”

“아. 뭐죠?”

리포터는 기억을 돌이켜 봐도 그사이 별사건이랄 게 있나 싶었다.

그러나 생각을 해봐도 딱히 없었다.

적어도 지휘관이 아닌 일반인들에겐 그랬다.

“성을 짓고 있는 거죠. 매 날리기로 정찰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위치에.”

그러나 지휘관에겐 적이 성을 짓는 선택을 한 것조차 사건이었다.

“……아! 그, 그게 확신을 주는 사인이었나요?”

리포터는 점점 따라가기 힘들었다.

일반인의 기준에서 이들의 전략 싸움을 한 번 듣고 온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니까. 아무리 쿠키가 쉽게 설명해도 말이다.

“예. 에스파냐의 일반적인 3시대라면 선교사까지 그 정도 숫자가 준비됐으면 이쪽으로 공격적인 움직임을 취하는 게 이득입니다. 압박을 오는 거죠. 선교사 머스킷 병은 그런 압박에 특화되어 있거든요.”

“아…….”

“근데 성을 짓는다? 이건 저한테 오라고 하는 도발이거든요. 뭔가 다른 게 준비되어 있나? 생각할 수밖에 없죠.”

“아…… 그렇군요…….”

점점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리포터.

-???: 아 진짜?

-ㅁㅊ 이것도 이거 나름대로 고통이누 ㅋㅋㅋㅋ

-전략의 악마…… 강하다!

“여기서 한 80% 정도 전향을 확신했습니다. 그렇게 공성차로 러쉬를 보내는데. 역시나 전향이더군요. 그래서 처음 마라탕 선수에게 언질 줘 놓은 대로 갔습니다.”

“어, 어떤 언질이 있었을까요?”

“제가 사인을 주기 전까지 나오지 말라고 했죠.”

“아! 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은 된 건가요? 선수들이 혼란스러울 텐데.”

“아. 그런 건 못 합니다. 시간이 없어서. 그냥 결과만 전달해야죠.”

“그럼에도 마라탕 님이 제대로 이행해 주신 거군요?”

“예. 아마 대충 예상을 했을 겁니다. 쓸데없는 수송 증축까지 해서 나쵸를 속이려는 움직임이 있었…….”

이후로는 대부분 시청자들이 이해하던 대로였다.

물론 그럼에도 리포터는 끝도 없는 전략적 가위바위보 싸움의 원리를 듣게 되는데…….

“……끄, 끝으로!”

결국 그녀는 시간상 중간에 인터뷰를 끝내야만 했다.

“본선 진출에 대한 소감과 앞으로의 각오! 부탁드립니다!”

“아, 네.”

쿠키가 싱긋 웃으며 카메라를 바라봤다.

“일단 저희뿐 아니라, 상대도 무직함대로 만들어서 기쁘구요.”

“!?”

리포터의 얼굴이 섬뜩해졌다.

뭔가, 이거 데자뷔……?

-앗ㅋ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

-시체까지 패냐고 ㅋㅋㅋㅋ

-이, 이건 범죄 아닌가요!?

-아몬드가 갠방에서 여기서 배운거라고 했는데 진짜였엌ㅋㅋㅋㅋㅋ

“저는 사실 민망해서 직접 다큐를 보지는 못하지만. 듣자 하니 저희 팀 중에도 무직이 된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쿠키는 마지막에 그답지 않게 목소리를 키우며 각오를 다졌다.

“아무쪼록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저희 한 번 끝까지 잘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크

-가즈아!

-ㅠㅠㅠ 감동

-가봅시다아아!

* * *

이날 e스포츠와 별로 상관없는 언론들에도 조선의 본선 진출에 대한 기사들이 하나씩 실렸다.

[누구나 탈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던 “언더독” 조선. 로마에 이어 진출 확정]

[조선 “본선 진출 확정” 이번 연도의 조선은 무엇이 다른가?]

[시빌엠 국가대항전, “본선 진출” 확정 첫 무대는 일본의 “오사카”]

점점 게임과 상관없는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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