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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3부-140화 (672/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40화

46. 브이로그(2)

“브이로그 끝.”

짝.

박수를 치며 아몬드 vs 타코야끼 방송을 끈 뒤, 무직함대 멤버들은 2차로 향했다.

“2차는 내가 살게.”

아까 방송하느라 제대로 얘기도 못 한 게 미안했던지, 2차는 상현이 쏜다고 한다.

뒤쪽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키야~!”

“와아아아아아!”

“감사함돠!”

팡어도 은근슬쩍 동생들 사이에 껴서 환호를 내지른다.

“이게 영앤리치핸섬?! 이게 영앤리치핸섬?! 이게 영앤리치핸섬?!”

팡어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그들은 근처 유명한 이자카야로 향했다.

여긴 출장 왔을 때도 온 기억이 있는 곳인데.

일본 특유의 술집 문화인 ‘노미호다이’가 가능한 곳이다.

즉, 지정된 시간 동안 맥주는 물론이고 이곳의 아무 술이나 음료가 무한 리필이 가능한 곳이었다.

치승은 그 말에 깜짝 놀라며 되묻는다.

“와…… 지, 진짜 무한? 진짜 막 먹어도 되는 거야? 아니, 이런 거도?”

그는 과일을 섞은 칵테일류를 가리키며 흥분한다.

“아니. 오빠 오늘은 기압 차 때문에 칵테일은 안 된대.”

“야!”

잠시 후.

주문된 술과 음료들이 먼저 나왔다.

“자, 자. 아까 타코야끼 집 좁아서 건배도 못 했는데. 다들 건배하자.”

“완전 아재.”

당근이 한마디 했으나, 팡어는 아랑곳 않았다.

애초에 그는 아재처럼 하는 걸 즐기는 주의다.

“자! 조선! 결승까지! 가즈아아아!”

다행히 건배사는 무난하게 가는 편이었다.

짠.

수많은 잔이 부딪히며 거품이 찰랑거린다.

“크아~!”

“괴수!”

무한 리필이라고는 하지만 생맥주 퀄리티가 상당한 편이었다.

솔직히 국내 호프집보다 훨씬 낫다.

“안주 뭐 시킬까? 어?”

“난 저거 참치랑 계란 노른자 나오는…….”

“아! 저는……”

“아니. 왜 아저씨가 시켜? 아몬드 오빠가 사는데.”

신나서 안주를 시키는 모습을 보며 상현은 괜히 웃음이 나왔다.

‘놀러온 거 같다.’

처음으로 해외로 놀러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큰돈 큰 시간 쓰며 해외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데.

어렴풋이 왜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이다.

* * *

“하아. 배 부르다.”

2차로 갔던 이자카야에서 한껏 먹고 나온 멤버들이 배를 두들긴다.

“자, 자. 이제 우리. 진짜 술을 마셔보자.”

팡어가 씩 웃으며 치승과 상현을 붙잡았다.

“……아까 거기 술 무한 리필이었는데요?”

치승이 진짜 술이라는 말에 황당해하며 되물었다.

“아. 이 자식들. 맥주가 뭔 술이야!”

“뭔 술이야!”

옆에서 롸떼가 잔뜩 취해서는 팡어의 말을 따라 하고있다.

“진짜 술 마셔보자. 내가 산다!”

“어. 그럼 나도.”

당근은 안 가려는 듯하더니, 팡어가 산다는 말에 쏙 낀다.

“아! 좋아. 좋아. 너네들…… 일본이 위스키로 유명한 거 모르지? 형님이! 딱~! 아는……!”

휘청.

위스키는 무슨 맥주 한 잔에도 쓰러질 것 같은 걸음걸이인데.

“아…… 아는 바가 있어! 어? 걸로 가자! 살게! 다아아안!”

단?

그가 검지를 치켜세우며 경고했다.

“단! 따, 딱…… 한 잔만 마셔라. 응? 나 무즈억…… 함대야…….”

“무직이겠죠.”

옆에서 치승이 부축하며 한마디하자 모두가 꺄르르 웃는다.

“여튼 어딘데요?”

“안 멀어…… 저, 저기. 어…… 저기다.”

후에 알게 된 거지만, 우습게도 팡어는 자신이 알던 바로 간 게 아니었다. 그냥 근처 바 아무 데나 가리킨 거라고 나중에 실토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아몬드로서는 잘된 일이었다.

반가운 얼굴을 보게 됐으니까.

“이라샤이마…… 에에?”

바에서 잔을 닦고 있는 청년이 굉장히 낯이 익었는데.

“아…… 아몬두 상?!”

마침 그 사람도 아몬드를 알아봤는지 인사를 건낸다.

‘뭐지.’

아몬드는 잠시 기억을 돌려보는데.

그가 다급하게 말한다.

“위스키! 위스키 데쓰.”

위스키? 그래 여기 위스키 파는 데인 건 아는데. 얼굴이 낯익다.

“위스키.”

그가 한 번 더 자신을 가리키며 말하자.

“아!”

그제야 기억난 상현.

시빌엠에서 만났던 일본인 플레이어, 위스키였다.

* * *

[브이로그 ep.2) 아몬드 vs 위스키]

갑자기 밤 중에 켜진 방송에 시청자들은 의아해한다.

-??

-뭔 ㅈ버그여

-제목이 다른데?

-뭐냐 ㅋㅋㅋㅋ

-술방임? 위스키?

-실수?

누군가는 이게 실수라거나 버그라고까지 생각했다.

그야 아몬드가 하루에 방송을 두 번이나 켜는 일이 흔한 건 아니니까.

“어…… 들리나요?”

그런데 이건 진짜였다.

아몬드의 얼굴이 나오고,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면엔 이내 그의 배경에도 포커스가 잡히기 시작했는데.

웬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바였다.

시청자들은 여기가 바라는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정말 아몬드가 위스키 먹방을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들려요!

-ㅋㅋㅋㅋㅋㅋㅋ

-하루에 에피 2개 캬

-브이로그 앞에 가짜라도 붙이시죠?

-위스키?? 헐

-진짜 가짜 브이로그 ㄷㄷ

-대박ㅋㅋㅋㅋ

“아. 여러분. 혹시 이분 기억하시나요?”

아몬드는 카메라를 잡고 점점 바로 다가가 누군가의 얼굴 옆에 자신의 얼굴을 옮겼다.

“아뇽하세요~!”

어색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내는 바텐더. 시청자들에겐 단순히 그렇게만 보였다.

-?

-여녜가중계~! 어디?

-바텐더가 한국말 하누

-캬

-이건 견과류가 아냐…… 한류다!

그래서 일본에서 한류 열풍이니 뭐니 보여주기 위해 찍은 줄로 알았는데.

“아니. 그 위스키 님. 모르세요?”

-???

-위스키님?

-대뜸 방송 켜서 어떤 일본인 모르냐고 물어보냐고 ㅋㅋㅋㅋ 무친ㅋㅋㅋ

-어??????

-헐

-저 사람 그거다

아는 사람 반 모르는 사람 반 정도 비율 같았다.

“그 시빌엠파이어 저 초창기에 할 때 도와주셨던 일본인 플레이어분.”

여기까지 말하자 위스키 씨가 갑자기 뒤에서 리액션을 해줬다.

“나니이이이이이!?”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니좌 ㅋㅋㅋㅋㅁㅊㅋㅋㅋ

-헐ㅋㅋㅋ 만난거야??

-대박

-나니좌였어 ㅋㅋㅋㅋ

위스키씨의 나니 한 방에 대부분 사람들이 알게 됐다.

-헐 진짜 만나다니

-와 나니좌 ㅠㅠ

-나니해주는거 개호감ㅋㅋㅋ

“제가 여기 바 한번 보여드릴게요. 여기 위스키 님이 운영하시는 바예요.”

아몬드가 재밌다는 듯이 카메라를 돌려 바를 구경시켜줬다.

마호가니 나무 색채의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다.

그 앞에 양복을 차려입고 자리잡은 위스키씨는 꽤나 그럴듯하게 어울려보였다.

그런데, 그가 손을 흔들며 뭔가를 해명한다.

“아…… 제, 제가 오우너는 나이…….”

자신이 오너는 아니라는 말 같았다.

“아, 그런가요? 그럼…….”

“오또상…… 아, 아빠가.”

“아……!”

이곳은 위스키 씨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바인 모양.

-오 역시 일본답게 물려 받나

-크~ 낭만있누

-와 그렇구나 대박이네??

-그래서 위스키였눜ㅋㅋㅋ

-술수저였누 ㅋㅋ

그렇게 위스키 씨를 시청자들에게 인사시킨 후.

아몬드는 다시 자리에 시청자들에게 속삭였다.

“여러분. 이거 그냥 우연히 들어왔는데 만난 거예요. 팡어형이 자기가 아는 바라고 데려온 건데.”

-ㅋㅋㅋㅋ왜 속삭이냐고 ㅋㅋ

-ㄹㅇ???

-아아가는 신기해. 모든게 신기해~

-시빌엠 커넥션 아님? 말이되냐고 ㅋㅋㅋ

-팡어가 위스키 알던거 아니냨ㅋㅋ

팡어가 위스키를 알던 걸까?

그러고보니 둘 다 시빌엠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긴 한데.

“으어…… 아…… 여, 여긴 어디냐?”

팡어가 이제 막 정신을 차린 사람처럼 두리번거린다.

“어디냐니. 형이 추천하는 바라고 데려왔잖아.”

이에 팡어는 정신없이 두리번거리다가 바 이름을 보더니 고개를 내젓는다.

“어? 나, 난…… 여기 아닌데? 모르는 곳인데? 여기 뭔데?”

“……?”

-ㅁㅊㅋㅋㅋㅋㅋ

-아니었던 걸로 ㅋㅋㅋ

-순수 100% 운빨이었던 거임

-운몬드 폼 미쳤다

-ㄷㄷ

-그저 주사위 ㅋㅋㅋㅋ

“형이 다 산다고 한 건 기억하죠?”

“……뭐? 무, 무슨. 내가 그, 그딴 소리를? 그, 그거 나 아니야. 내 안에 사, 사탄이 들렸어. 사탄……”

이럴 수가.

3차 쏜다고 한 걸 빠져 나가려 하다니.

-아니 ㅋㅋㅋㅋㅋ

-아몬드 술 겁나 센가봐 사람들 다 정상이 아닌뎈ㅋㅋㅋ

-어딜 갔다오신겁니까……

-아니 아몬드 악마다 ㅋㅋㅋ 이걸 덮어씌우려하네

“아니. 덮어씌우려는게 아니라. 진짜 그렇게 얘기했는데요?”

-ㅋㅋㅋㅋㅋㅋ구라 ㄴ

-무직함대가 술을 어케 삼 ㅋㅋ

-에이

“진짠데……”

억울해하는 아몬드를 보며 시청자들은 좋아라 웃어댔다..

“크흠. 위스키나 먹겠습니다.”

아몬드는 메뉴로 고개를 돌렸는데. 솔직히 아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고급 주류를 직접 시켜본 적이 있어야지……

그때였다.

호박빛의 술이 담긴 크리스탈 잔이 앞에 들이밀어졌다.

“서비스 데쓰.”

위스키 씨가 서비스로 주는 거라한다.

-오오오

-이거 광고네요

-캬

-인싸의 삶……

-뭐지? 위스키 사실 여자인가?

-“저쪽 테이블의 신사분이” 어디감?

상현은 놀라움에 두 손으로 받으며 꾸벅 숙였다.

“와…… 감사합니다.”

위스키 씨는 다른 멤버들에게도 한잔씩 서비스로 돌렸다.

다들 신나서 넙죽 받아먹는다. 처음 마셔본 치승은 특이한 맛에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으나.

팡어는 ‘크~’ 소리를 내며 엄지를 마구 치켜들었다.

‘나도…….’

상현도 한 모금을 넘겨본다.

‘오.’

예전에 먹었던 위스키는 감기약 같은 맛으로 기억하는데.

이건 아무것도 없는 스트레이트인데도 꽤나 맛과 향이 뛰어났다.

‘이거 엄청 비싼거 준 거 아냐?’

대뜸 걱정까지 된다.

아무 생각없이 받았는데 너무 비싼 술일까 봐.

“……맛이 좋은데. 혹시 이거 얼만지 아시는 분?”

-??

-그거만 보고 어케 알어 ㅋㅋ

-맛은 봐야 알짘ㅋㅋㅋ

“너무 비싼 거일까 봐…… 좀 무섭네요. 그냥 주셨는데…….”

-엌ㅋㅋㅋ

-무섭대 ㅋㅋㅋㅋ 커엽

-에이 설마 너무 비싼걸 주진 않았겠죠

-그래도 줬으니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하긴 준 걸 마다하는 것도 예의가 아닐 수 있었다.

위스키가 흔쾌히 준 선물이니, 맛있다는 표현 열심히 해주고 즐거워하면 될 것이다.

[맛도리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그냥 엄지라도 들어주죠!?]

“아. 감사합니다. 맛도리 님. 그럴까요?”

상현은 그래서 위스키에게 연신 엄지를 세워가며 위스키를 홀짝였다.

척!

-엄지 척 ㅋㅋ

-아 ㅋㅋㅋ

-일본에선 아몬드 리액션을 만원에 볼 수 있다!? 환율 무엇!?

아몬드는 한 모금 마실때마다 엄지를 들어댔다.

척!

척!

처억!

처음엔 웃으며 끄덕이던 위스키도 틈만 나면 엄지를 세워대니, 나중엔 고개를 끄덕이는 각도가 점점 줄어든다.

-ㅋㅋㅋㅋ

-아니 ㅋㅋㅋ 그만 표현하라고 ㅋㅋㅋ

-엌ㅋㅋ

-한 잔에 엄지가 대체 몇번이냐 엄성비 미쳤다!

-위스키 후회중ㅋㅋㅋㅋ

-위스키좌 고개각도 줄어드는 거 개웃기누 ㅋㅋㅋㅋㅋ

[구구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그…… 엄ㅈㄹ은 그만하는 게……?]

-엄지랄ㅋㅋㅋㅋㅋ

-엌ㅋㅋㅋ

-멈춰!

-ㅁㅊㅋㅋㅋㅋ

“엄ㅈ…… 아. 예. 그만할까요? 술이나 마시겠습니다. 근데 여기 좀 조용한 분위기라 말하기가 뭐 하네요.”

바의 특성상 아몬드는 방송 내내 조곤조곤 말할 수밖에 없었는데.

덕분에 시청자들은 이날 방송은 바에서 조용히 아몬드와 둘이 술을 나누는 듯한 기분으로 즐길 수 있었다.

-꺄아 오빠! 이게 랜선 데이트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요!? (덜렁)

-나 남잔데 심장 떨리누ㅋㅋㅋㅋ

-혀, 형…… 사…… 아냐!

-ㅁㅊ놈들ㅋㅋㅋ

-아니 ㅋㅋㅋㅋㅋㅋㅋ

-와 분위기 좋긴하네

-캬 끌고 온 팡어 칭찬해

* * *

다음 날.

상현은 아침에 눈을 떴는데.

누군가 머리 맡에 박쥐처럼 매달려 기다리고 있었다.

‘음?’

그의 손엔 토르의 망치 같은 것이 들려있었는데.

그가 한 번 히죽 웃더니, 머리통을 후려쳤다.

띠잉──!

“으…….”

숙취다.

상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를 감쌌다.

옆에 팡어도 일어나 있었던 건지 한마디한다.

“꿈인가? 어떻게 아직까지 술맛이 느껴지냐?”

“몇 시까지죠?”

“오늘…… 아. 10시.”

“일어나죠. 그럼.”

“그래. 일어나자.”

“일어나죠?”

“그래. 일어나.”

“…….”

“…….”

둘은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셋하면 일어나자.”

한 삼십까지 세고 나서야 상현이 먼저 몸을 일으킨다.

그는 얼른 양치부터 하면서 몸을 대충이나마 찬물로 씻었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10시까지 모이기로 했는데.’

그야 오늘은 대진 추첨이 있는 날이다. 경기장으로 가서 다른 나라 플레이어들도 잔뜩 만날 거다.

‘이제 진짜 시작되는구나.’

짝.

거울 속 상현이 볼짝을 때린다.

경기장에 간다고 생각하니, 이제 진짜 국가 대항전 본선에 온 게 실감났다.

“어, 상현아. 이거 입어라. 어제 전달해 준다 하고 깜빡했다잉.”

특히나 게임사에서 제공해 준 상의를 입는 순간에 더욱.

“……이런것도 줘?”

“그럼. 나름 구색은 갖춘다. 본선이잖냐?”

팡어가 킬킬대며 샤워하겠다며 욕실로 향한 후.

상현은 거울에 한번 옷을 입은 자신을 비쳐봤다.

‘KOREA’

뒤에 큼지막하게 박힌 국가 이름에 그의 시선이 한참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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