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49화
50. 험준한 산골짜기(2)
경기 시작 후.
아몬드와 선수들 모두가 필드로 소환되었다.
산이 우거진 깊은 산골에 200명의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찬다.
그리고─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환호성이 무대를 뒤덮었다.
본선 경기장에 착석한 사람들을 그대로 투영하여 가상 세계에도 관중석이 구현된 것이다.
그 위쪽엔 디스월드에서 참관한 관중들도 있었다.
그러니까, 예선 규모의 2배 이상으로 관중이 많아진 것이다.
“……와. 이거 느낌 많이 다르다.”
“허…….”
선수들은 각자 관중석을 둘러보며 바뀐 환경에 적응하고 있었다.
‘관중도 관중인데.’
아몬드에겐 관중보다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아무래도 캡슐이 다르다는 거다.
‘캡슐 이질감도 조금 있어.’
그의 신체 반응에 맞춰서 만들어진 캡슐이 아니라 선수들 공용으로 쓰는 캡슐이다 보니.
뭔가 불편한 옷을 입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테스트할 때랑 다르네.’
테스트할 때도 이 이질감은 이미 느낀 바 있었으나.
아무래도 역시 실전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실전에 오니 이질감이 훨씬 부각되어 느껴진다.
그러나 별수 없었다.
어차피 다 같은 환경이다. 이 환경에 먼저 적응하는 사람이 결국 승자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아몬드는 그렇게 다짐했다.
‘오늘은 내가 중요하니까.’
늘 그래왔지만, 오늘 전술에선 유독 그가 중요한 역할이었다.
* * *
한편, 조선을 응원하는 관중석의 어딘가.
“와아아. 사, 사람 겁나 많아!”
아몬드 모자, 아몬드 박수 풍선, 아몬드 응원 조끼까지.
온몸이 아몬드가 되어버린 벌룬스타즈 멤버들.
-어디내놔도 창피한……
-얘네 패션 뭐임??ㅋㅋㅋ
-미호 그냥 아몬드 그 자체누 ㅋㅋㅋ
시청자들은 미호가 들고 있는 휴대용 카메라를 통해 응원 방송을 직관할 수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경기 중계를 화면에 띄워놓고, 이 응원 방송은 라디오처럼 들을 것이다.
“이야. 몬드. 이런 거 언제 만들었다냐? 돈 좀 벌겠다. 사이즈도 품절이고.”
풍선껌은 계속 위로 올라가는 조끼를 끙끙거리며 끌어내리고 있었다.
-형님 사이즈는 애초에 없던게 아닐까요?
-아니 이 형은 배 사이즈가 키보다 큰 거 같은뎈ㅋㅋㅋ
-기적의 비율ㅋㅋㅋ
-아이언볼 폼 미쳤다;
풍선껌의 사이즈가 원래 있었냐 아니냐에 대한 의문과는 별개로, 아몬드 굿즈는 확실히 많이 팔려 있었다.
그냥 육안으로 둘러봐도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아몬드 굿즈를 사 들고 온 게 보였다.
특히나 언뜻 럭비공처럼 생긴 아몬드 모자는 유달리 멀리서도 튀었는데.
관중석 곳곳에 봉긋 솟아오르는 아몬드들이 상당히 많이 보였다.
“당연하죠. 국가대항전 응원단 중에 거의 3할은 아몬드 팬일걸요?”
미호가 왠지 자랑스레 말한다.
“그걸 왜 네가 자랑스러워하는 건데?”
“아, 아니. 그…… 그야 같은 팀이잖아요? 저희도.”
미호는 괜히 핑크색 머리를 가다듬으며 다시 아몬드 모자를 똑바로 썼다.
멀리서도 아주 잘 보이게끔.
──뻑!
그때, 풍선껌의 등짝이 앞으로 휙 날아가듯 꺾인다.
“컥!?”
“오호홓! 오빠! 눈치 좀 챙겨!”
딸기 슈터가 등짝을 친 것이다.
“어우어우…… 얌마! 여기 디스월드 아냐!”
“아. 맞다. 오빠 미안.”
-무친ㅋㅋㅋㅋ
-헉ㅋㅋㅋ
-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
-디스월드인줄 착각했누 ㅋㅋㅋ
-아 개웃곀ㅋㅋ
풍선껌은 뭐라 한마디 하고 싶었으나, 원초적 공포에 사로잡힌 그의 신체는 전혀 그러고 싶지 않은지 입이 떼어지질 않는다.
“자. 사 왔습니다~ 어? 형님 왜 바닥에 누워 계세요?”
타코야끼가 아몬드 팝콘을 들고 등장했다.
“아. 나 잠시 스트레칭. 스트레칭. 와하하. 와하하…….”
“자 여기. 미호 것도~ 딸기 넌…… 안 먹는다고 했지?”
“예. 남자는 단백질이 아니면 안 먹습니다.”
-?
-??
-하나만 해
-ㅋㅋㅋㅋㅋ
풍선껌은 순간 뭐라 할 말이 매우 많은 듯한 표정이 되었으나, 가만히 아몬드 팝콘을 입에 털어 넣었다.
“으음? 괜찮네?”
아몬드 팝콘이라길래 뭔가 조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몬드는 핑계고 달달한 꿀 코팅에 아몬드 가루가 뿌려진 느낌이다.
식감도 좋고 달콤 짭잘 어디 하나 빠지는 거 없는 느낌.
“와하하. 맛있어요. 여러분. 달달하고.”
-뭐야 비주얼은 좋네
-아몬드 이제 팝콘도 팔아??ㅋㅋㅋㅋ
-굿즈 퀄리티 뭔 일이냐
-아몬드 프레츨 같은 느낌인가??
“호오? 아몬~도. 이 자식 꽤 하네?”
“와. 맛있다.”
와작. 와작.
미호와 타코야끼도 신나게 팝콘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러는 사이, 경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관중들은 모두 기대하는 눈빛으로 경기장을 내려봤다.
홀로그램이 어떻게 표현될지 모르니까.
“오……?!”
여러 빛이 쏘아지면서 뒤섞이더니, 점차 경기장의 지형이 바뀌기 시작했다.
홀로그램이 아니라, 꼭 진짜 땅이 바뀌는 것 같았다.
“와……!”
[험준한 산골짜기]
맵의 이름이 잠시 번쩍이고, 사라진다.
“아, 아니, 근데 이렇게 보면 너무 작게 보이는 거 아냐?”
무려 400명의 움직임이 한 번에 눈에 들어오고 있는 상황.
산골짜기 능선을 따라 조그마한 사람들이 이리저리 뛰는 게 보였다.
그런데, 당연히 너무 작아서 일일이 구별이 안 된다.
그 순간─
“오오오?”
슈웅.
옵저버의 인도에 따라 줌인되기 시작한다.
중계 화면에 보이는 것과 똑같은 배율.
그러니까, 마치 스타디움 전체가 거대한 중계 스크린이 된 거다.
단, 그 중계 화면의 표현 방식이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경기장 위로 3D로 펼쳐지는 것이다.
-캬
-ㅁㅊ
-이, 이게 시빌엠?
-와
-현장 갈만하누
-오우 쉣
옵저버가 시점을 이동할 때마다, 홀로그램 빛들은 열심히 움직여가며 그 지역의 새로운 지형을 금세 다시 3D로 구현했다.
관중들은 마치 게임 속에서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와 잘 보인다.”
“지금 이미 정찰 시작한 지 좀 됐나 본데?”
“이거 좀 볼 줄 아는 사람?”
“우, 우리 해설 듣자. 해설.”
그들은 각자 한쪽 귀에 중계 음성을 꽂은 뒤.
응원을 시작했다.
* * *
험준한 산골짜기에서 조선 병사들은 바이킹보다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1시대엔 일단 조선 병사들이 절대로 근처로 다가가지 않는 모습입니다.”
굳이 도끼가 아니더라도 바이킹의 1시대 전투력은 굉장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체력이 높게 설정되어 있어서 똑같이 공격을 주고받아도 바이킹은 살고 상대는 죽는다.
그러니 1시대에 바이킹과 싸워봐야 전혀 득이 없었다.
조선은 산골짜기라는 지형을 이용해 그들과 마주치면 죽어라 뛰어 도망쳤다.
“아니, 킹귤 님! 이렇게 2시대까지 버틸 수 있다면 굉장히 좋은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아마 그렇게 되겠죠? 이 맵 특성상 말이죠.”
이 맵이 나중에 어떻게 유불리를 정할지는 모르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1시대에 밀고 오는 바이킹의 전술은 원천 차단한다는 것.
“산악 지형이 대부분인 데다가 입구가 상당히 좁고, 거의 모든 자원이 마을회관의 보호를 받습니다. 1시대에 와도 별다른 피해를 못 줘요.”
“아아아. 초반이 강한 바이킹으로서는 이거 꽤 아쉽겠는데요!?”
바이킹은 초반에 본 이득을 바탕으로 나중을 버텨야 하는 문명인지라, 1시대를 허무하게 날리면 승산이 떨어졌다.
그래서 그들은 무작정 적진으로 쳐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더 멀리 보는 일을 도모하곤 했다.
“대신 바이킹은 1시대에 이 주도권이 있잖습니까?”
“아. 그렇죠. 마주치면 일단 도망가야 하는 건 조선이니까요!”
바이킹은 1시대에 원하는 대로, 아무 땅이나 탐험하는 게 가능했다.
“바이킹이 아마 이 맵 주도권을 이용해서 사냥감을 상당수 쓸어갈 겁니다. 특히나 이번 덴마크의 바이킹은 이 전술에 이골이 나 있거든요?”
“아……! 식량 통제를 하는군요?”
시빌엠에서 맵 주도권은 곧 식량을 독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식량은 병사, 일꾼 보충 및 유지 비용으로까지 쓰이는 핵심 자원이다.
특히나 병사의 전투력에 기대는 비중이 큰 바이킹에겐 더더욱 그렇다.
“예. 통제도 하고! 바이킹은 원래 사람이 자산인 문명이라. 식량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겸사겸사 식량도 가득 쌓는 거죠.”
킹귤의 말대로, 1시대의 바이킹들은 곳곳에 퍼져서 산짐승 등을 사냥 중이었다.
반면 조선은 이동 속도가 더 빠름에도 불구하고, 사냥에선 약세였다.
마주치지 않는데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
“아…… 조선은 지금 사냥감 확보에서 많이 밀리는데요. 이거 괜찮습니까? 산악 지형이라 농경지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래서 2시대를 최대한 빨리 넘어가야 하거든요? 아…… 말씀드리는 순간!?”
두둥.
[조선이 2시대로 진입합니다.]
조선이 놀라운 속도로 2시대로 진입했다.
“이야. 이건 진짜 엄청난 속도!?”
“패스트 2시대 궁병 러쉬할 때 급의 속도가 나왔어요. 지금 쿠키! 이 맵에 대해 잘 안다! 이거죠!?”
쿠키는 바이킹이 이 맵에서 1시대에 뭔가 할 수 없다는 걸 100% 확신하고 있었고.
방어에 대한 아무런 투자도 없이 곧바로 2시대로 넘어갈 수 있었다.
단 1원의 돈도 1초의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은 거다.
-ㅈㄴ 빠르네 ㄹㅇ
-와
-바이킹 소름 돋았을 듯 ㅋㅋ
“맵 선택권! 이게 이런 장점도 있죠! 미리 연습해 봤을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이 맵이 나온다는 걸 확실하게 알고 있던 조선 입장으로선! 분명히 최적의 테크를 연습했을 겁니다!”
맵에 대해 의아해하던 킹귤도 이 시점부터 상당히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는데.
“근데 제가 걱정되는 건! 여기서 이제 3시대로 직행하는지! 아니면 식량 싸움을 조금이라도 진행하는지! 이게 문제거든요?”
“아. 그렇죠. 3시대로 바로 가고 그때부터 식량을 확보하려 하면 너무 늦을 수도 있어요!”
2시대까지 달리는 건 모두가 예상한 기정사실.
그러나 여기서부턴 선택의 기로다.
2시대 병력으로 바이킹들을 조금씩 몰아내면서 식량을 확보할지.
식량을 최소화하고 3시대로 강행할지.
“단! 여기서 3시대로 강행하면! 식량이 너무 없어서 한 번 죽을 때마다 리스크가 너무 크거든요?!”
“예. 그럼 2시대에 좀 나가야 된다는 건데…… 여기서 맵의 딜레마가 나오죠?!”
“아. 딜레마요?!”’
“예! 단궁병을 뽑자니! 여기 나무가 너무 많아요! 여기서 활을 쏜다고 맞습니까? 효율이 너무 안 나옵니다?”
“아……!”
그랬다.
이 빽빽한 나무들.
궁수에게 있어선 상당히 방해되는 요인들이었다.
“그렇다고 고작 2시대 무장으로 바이킹에게 근접으로 덤빈다?! 아무리 1시대 바이킹이어도! 이거 완전 무리수거든요? 바이킹도 곧 2시대 따라갈 거구요!”
-ㄷㄷ
-아니 시대 차이가 나도 근접 싸움은 안됨?
-그럼 대체 뭐임
-어케하냐
쿵.
[궁병 훈련소]
그러던 중, 조선에 궁병 훈련소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 그냥 단궁병 뽑죠? 그냥 궁병으로 강행!?”
“조선! 일단 3시대 안 갑니다!? 일단 멈추고. 지금 식량을 확보하러 나가겠다는 거죠!”
뒤이어 대장간에서 단궁도 생산됐다.
“단궁 나왔어요! 진짜 가는 거죠!?”
병사들이 하나둘 단궁을 받으러 본진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건…… 그냥 바이킹이랑 숲에서 붙어보자!? 이건데요! 맵 선택권까지 써서 이거 맞습니까?!”
그중 가장 선주에 선 사람은 아몬드였다.
“어? 이번엔 아몬드가 처음으로 단궁을 받습니까? 뭔가 지금 대열이 그런데요?”
“오. 그럼 아몬드가 리더인가요? 이거 스크림 때 몇 번 그랬다는 정보만 얼추 들었는데. 실전에선 처음인데요!?”
조선의 움직임이 평소와는 뭔가 달랐다.
-ㄹㅇ
-뭐야 이게 전략!??
-걍 “아몬드 해줘”가 전략 ㅋㅋㅋ
-아아몬드가 출동한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