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50화
50. 험준한 산골짜기(3)
[궁병 훈련소]
궁병 훈련소를 지으면 병사들의 병과를 궁병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그런 건물을 이 타이밍에 올렸다는 건, 2시대에 궁병이 나올 거라는 이야기다.
캉……!
아니나 다를까, 대장간에서도 단궁 생산을 시작했다.
[단궁]
[생산 중 - 1%]
“자. 이렇게 되면 빼도 박도 못하고 단궁으로 일단 간다는 건데…….”
“대미지 계산해 볼 수 있습니까?”
“단궁으로 헤드샷 2대를 맞혀야 쓰러집니다. 헤드샷이라는 게 문제에요. 바꿔 말하면 바이킹들은 대충 방패로 머리만 가려도 된다는 소리거든요?”
[단궁 - 생산 완료]
첫 번째 단궁이 생산됐다.
“자. 아몬드. 아까 예상했던 대로! 아몬드가 단궁을 첫 번째로 하사받습니까?!”
빠밤──!
[바이킹 - 2시대]
그사이, 바이킹이 2시대로 따라왔다.
* * *
바이킹의 2시대.
‘생각보다 빠르다.’
쿠키의 손이 조금 떨렸다.
아무리 그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조선이 보여줬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승리 플랜을 짜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제대로 투자해야 된다.’
약 20명 정도가 나올 때까지 병력을 생산하는 게 목표였다.
이렇게 되면 3시대로 올라가는 시간이 한참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단궁을 20개 뽑는 데 걸린 자원만큼을 일꾼들이 더 벌어줘야 하니까.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쿠키는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선택이 준비해 온 전략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할 거라는 거.
그리고, 아마 지켜보는 사람들은 의아해할 것이다.
바이킹을 상대로 2시대 싸움을 거는 전략 따위를 설마하니 맵 선택권이 주어진 판에서 짜오다니.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아마 상대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 거다.’
바이킹들 역시 이런 맵에서 자기들과 2시대부터 싸울 거라 생각지도 않을 거다.
아마 마음 놓고 식량을 챙겨가며, 병력을 최대한 넓게 흩뿌려서 최대의 이득을 취하고 있을 거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그들이 조선의 2시대 병력 따위에 당할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그렇지.’
쿠키의 눈에 비장함이 깃들었다.
단궁병 20명이 모였다.
그들 중 리더가 임명됐다.
[아아몬드]
아몬드가 이 부대의 리더가 되었다.
이는 그더러 리더로서의 통솔력을 바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부대가 이번에 해야 하는 역할을 분명하게 상징하고 있었다.
[공격]
그들은 짐승이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지역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연습한 대로 된다면…….’
* * *
피잉!
쿠키의 명령이 떨어졌다.
아몬드는 손에 든 단궁을 꽉 움켜쥐었다.
‘연습했던 진행이다.’
2시대에 싸움을 건다는 건 이미 예정된 계획이었다.
아몬드뿐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병사가 이 타이밍을 알고 있었다.
조선은 이 맵을 미리 고른 채로 연습할 수 있었으니까.
턱.
뒤쪽에 팡어가 어깨를 짚으며 말한다.
“리더님. 걱정 말어. 우리 다 죽어라 연습했으니까.”
롸떼와 당근이 어이없다는 듯 끼어들었다.
“형님. 다리 후들거리는 거나 멈추고 말하시죠.”
“아저씨만 잘하면 되잖아…… 연습 때 제일 못해놓고.”
그들의 말은 단순 농담이 아니었다.
“…….”
실제로 팡어는 몸을 떨고 있었다.
그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데 이토록 긴장한 모습이라니.
아마 연습 때 가장 부진했기 때문이리라.
팡어는 나이가 가장 많은 플레이어다.
그간 했던 게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전투에 적응하는 데에는 다른 젊은 선수들보다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모든 게 다르니까.’
아몬드는 그게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지금까지 조선이 싸우던 방식과 모든 게 다른 상황이었다.
허를 찌르는 날빌도 아니고, 반전이 있는 전략도 없다.
단순 반복과 연습을 통해 만들어낸 기술로서 정면 돌파로 극복해야 했다.
한마디로 바이킹 쪽과 정정당당하게 전투력으로 붙어버리는 셈이다.
“후아. 후아.”
“숨 좀 크게 쉬지 마. 방해돼.”
“하 씨…….”
아몬드를 제외한 모두가 불안함을 완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게 팡어가 아닌 아몬드를 리더로 임명한 이유일지도 몰랐다.
안정적인 호흡, 평소와 같은 심박수, 손발의 떨림도 없다.
아몬드는 현 상황에서 이뤄낼 수 있는 최대의 평온을 구현해 내고 있었다.
이번에 선보일 기술의 주인이 아몬드 자신이기 때문일까?
혹은, 그가 이미 다른 이들과는 다른 경지의 정신력을 소유해서일까?
어찌 됐든 그는 요동치는 신경계를 완벽하게 컨트롤해 내고 있었다.
“가죠.”
그는 앞장서며 뒤쪽으로 손짓으로 사인을 보냈다.
20명의 부대원이 리더를 따라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이동합니다!?”
“바이킹은 전혀 예상 못 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건 호재죠?”
“아…… 그렇죠? 사실 예상하는 게 이상한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ㄹㅇ
-자살작전을 할거라고 누가 예상함
-이거 맞냐? 아직도 모르겠누
-뭘 하려는 거지??
채팅창에서 이 작전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는 만큼, 중계진의 목소리가 한층 뜨거워진다.
이게 승리로 이어지든 패배로 이어지든, 곧 조선의 본선 첫 전투가 펼쳐진다.
이 경기 최초로 큰 운명의 갈림길이 생겨날 거라는 뜻이다.
“아…… 제가 다 긴장이 되는데요! 킹귤 님! 이 전투에서 이기면 뭐가 이득인가요?!”
점차 양 진영 병사들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중계진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이, 이긴다면! 당연히 엄청난 이득이죠. 바이킹이 초반의 강함을 활용해서 식량을 독점해야 하는데! 그게 한 번 막히는 거죠? 식량 독점은 바이킹의 가장 정석적인 승리 플랜인데! 이걸 막는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ㄹㅇ이기면 의미 크지
-바이킹은 사냥 막히면 ㅈㄴ 곤란해짐. 농업 효율 구대기라
-숨 넘어가겠누 ㅋㅋㅋ
-이거 이기면 바로 쿠버지 샤라웃 해줘야함ㅋㅋㅋㅋㅋ
바이킹은 승리하는 데 있어서 대단한 자원이 필요하지 않은 문명이다만, 유독 식량에 관해서는 많은 구속을 받는다.
아무래도 인적 자원으로 승부를 보는 문명인 데다가 농업 문명도 아니라서 후반에 안정적인 식량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 그럼 이긴다는 게, 그 식량을 못 먹게 막는 걸 말하는 거군요?!”
조선이 바이킹들 상대로 해야 하는 일은 단순했다.
그들을 쏴 죽인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식량 수급만 어렵게 해도 된다.
킹귤은 그것만으로도 조선이 이득이라 하는 것이다.
“맞습니다. 조선이 인명 피해 없이 식량 수급을 방해하면 되거든요!”
“그러면 히트 앤 런? 하면 어떻습니까!?”
히트 앤 런.
캐스터의 생각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조선은 산악 지형에서 더 빠른 이동속도를 갖고 있다.
아무리 근접 병사가 원거리보다 빠르다고 해도, 산악 지형에선 달랐다.
조선 궁병이 적의 근거리 병사보다 빠르다.
그러나 킹귤은 고개를 젓는다.
“쉽지 않을 겁니다. 바이킹이 2시대에 배우는 팩션 때문에, 일단 마주치면 따라잡힙니다.”
“아, 어떤 겁니까?”
“전투광이죠.”
-ㅈ투광 ㄹㅇ 개사기
-아 맞네
-근데 저거 없음 바이킹 쓰레기임ㅋㅋ
게임사에서 제공하는 전투광에 대한 설명은 이러했다.
[전투광]
[적을 향해 달려갈 때 순간의 매우 빠른 돌진력을 얻습니다.]
적을 발견만 한다면, 바이킹은 무조건 따라잡을 수 있게 된다.
“아아아! 전투광! 그게 산악 민족보다 빠른가요!?”
“예. 같은 근접 병사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근접 대 원거리이지 않습니까?”
“아…… 그럼 히트 앤 런도 안되고? 어떻게 방해합니까!?”
“그거야 모르죠!”
-파워당당ㅋㅋ
-ㄹㅇ 어케암ㅋㅋㅋ
-쿠키만 알지
-엌ㅋㅋㅋㅋㅋ
“자. 말씀드리는 순간. 지금 바이킹들이 넓게 넓게 퍼져 있거든요? 잘만하면 하나씩 죽일 수도 있어 보입니다?”
바이킹 병사들은 2-3인이 짝을 지어서 온 맵에 퍼져 있었고.
아주 여유롭게 짐승들을 사냥하고 다녔다.
“한두 명은 죽일 수 있을지라도, 절대 큰 피해는 못 주게 되어 있는 진형입니다. 조선이 궁병을 20이나 뽑은 걸! 바로 알게 되잖습니까?!”
“아아아아!”
사냥을 효율적으로 함과 동시에 그들은 정찰병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었다.
“지금! 만나기 직전!!”
“지금 조선 목적지가 저기 계곡 근처에 사냥터! 저기가 아주 명당이거든요!? 저기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전에 들킬 거 같습니다?”
“지금 주변을 돌아다니는 바이킹 몇 명과 마주치기 직전! 아니! 마주쳤어요!!!”
바이킹 병사 셋이 조선 궁병들과 맞닥뜨렸다.
-들켰누
-아
-빨리 죽여!!
-이거 숨으면 죽일 수나 있음???
그 순간, 아몬드가 앞으로 뛰기 시작했다.
오히려 바이킹과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자아! 아몬드! 달립니다!? 오히려 앞으로!? 아니!? 왜 이렇게 빠르죠!? 이동속도에 실력 계수 붙었나요!”
-ㄹㅇㅋㅋ
-뭐냐
-플라시보효과 ㅋㅋㅋ
“아아! 굉장히 빠르게 달라붙으면서! 엄폐할 각을 안 주겠다!?”
“제가 알기로 아몬드는 엄폐해도 잘 쏘지 않나요!?”
거리가 벌어지면, 숲에선 사격이 힘들어지기에 이런 판단을 하는 것인데.
사실 아몬드의 커브샷은 워낙에 정확도가 높은 걸로 유명해서 이런 움직임은 중계진이 예상하지 못했다.
「보여주지 않는 게 좋아」
이는 이미 사전에 얘기된 전략 때문이다.
적이 커브샷을 고려하는 걸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
「때가 오기 전까진」
적절한 때와 장소.
이게 갖춰진다면 그때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아몬드는 직선거리로 쏘기 위해 앞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그, 그런데 이게 되나요!? 원거리 병사가 붙어버리면! 무슨 소용입니까!? 도끼에 참교육 당합니다아!?”
“아, 아니! 이건 나 공격해라 이런 거 같은데요!?”
아몬드가 직선거리가 확보되자, 팽팽하게 당기고 있던 활을 들어 올렸다.
화살촉이 적의 머리를 정확히 노리고 있었다.
[집중]
우우웅……!
촉 끝에 타오르는 하얀 빛.
“아아아! 집중!? 집중을 모읍니다?! 집중으로 헤드샷이면!”
집중 풀차지 후 헤드샷이라면 바이킹도 한 방이다.
문제는 거리다.
“근데 그전에 바이킹이!?”
바이킹 병사 땅을 박차며 날아든다.
콰앙──!
[전투광]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온 그는 곧바로 도끼를 휘둘렀다.
──훙!
대각선 아래로 내리그어지는 일격, 어디로 피할 각도 없었다.
그런데─
“아니!?”
“스, 스팸! 옆에서!”
──캉!
다른 쪽에서 날아든 화살이 손목 보호대에 적중하며 불꽃이 튄다.
도끼질의 경로가 확 바뀌었다. 완전한 헛방.
훙.
도끼는 허공만 갈라 버린다.
-캬
-와
-미쳤다
-노렸구나
-미끼였네
바이킹이 놀라 눈을 부릅뜬다.
축소된 그의 동공에 비춰진 건─
“──집중 풀차지!!”
하얀빛으로 활활 타오르는 화살촉.
아몬드는 처음과 똑같은 무표정으로 오른손에 힘을 푼다.
화살이 순식간에 머리를 관통하여 지난다.
퍼엉!
시뻘건 혈흔이 비산하며, 허무하게 뒤로 쓰러진다.
이 게임에서 발생한 첫 번째 사망.
이때 모든 플레이어들의 눈엔 그가 쓰러지는 그 순간이 몇 분은 되는 것처럼 느리게 지나갔다.
텅……!
이미 시체가 된 바이킹의 육신이 흙에 닿는 순간.
“일격에에에! 커어어어어어엇!”
킹귤이 벌떡 일어나며 허공에 어퍼컷을 날렸다.
“본선 첫 킬! 아몬드! 역시나! 역시나! 미간에 적중시킵니다!”
“스팸이 집중 없는 화살로 시간 벌고! 아몬드가! 집중 풀차지로! 보내버리네요!”
-캬
-ㄷㄷ
-와
-크으
-아아가 학교에서 못 쓴 집중 다 끌어쓰는중~
-폼 미쳤다이~
-뭐야 집중 풀차지 헤드샷은 한방이네??
“완전 감각적인 플레이입니다! 정말 기술력으로 승부한 거죠!”
“맞습니다! 이거 풀차지 못했으면! 한 방 안 뜨거든요!? 만약 0.1초라도 빨리 쐈으면! 아몬드 죽었어요! 그럼 그냥 패트와 매트 콤비 되는 거예요!? 그런데! 스팸과 아몬드! 이겨냈습니다! 해냈습니다! 이게 대단한 거예요!”
-패트와 매트 ㅋㅋㅋ
-ㅁㅊㅋㅋㅋ
-리스크가 어마무시하누
-모기지론급 리스크네
-처음부터 이런게 되네
“자! 말씀드리는 순간! 바이킹 쪽에서 완전히 다 알아챘어요!!”
피잉! 피잉!
[반격]
퍼져있던 지도상의 빨간 점들이 해당 지역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바이킹의 지휘관이 전투를 목격한 것이다.
“바, 바이킹 진영에서 반응합니다!”
“나머지 둘은!?”
조선 궁병들과 마주쳤던 바이킹 둘은 일단 뒤돌아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조선 궁병들은 굳이 그 둘을 쫓지 않았다.
“아. 그냥 보냅니다?”
[이동]
다시 목적지로 이동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어!? 여,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간다구요!?”
킹귤은 의아해했다.
바이킹들이 여기로 모여들게 뻔한 상황에, 뒤로 잠시 물러야 정상인데.
여기서 바이킹 품으로 파고드는 선택.
“아니! 여기로 바이킹 다 부르고! 혼란만 줘도 되는데요!? 여기서 더 들어가요!?”
“저기 계곡에 꿀이라도 발라놨나요!?”
-ㄹㅇ 뭐지??
-그냥 유인인가?
-뭐여
아까부터 쿠키는 어떻게든 궁병들을 해당 위치로 보내려 하고 있다.
저 계곡에 사냥할 짐승이 많다는 건 맞지만…… 짐승은 다른 곳에도 있다.
왜 저곳일까?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