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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3부-154화 (686/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54화

52. 궁안궁(1)

서쪽에서 바이킹들이 진격 중이다.

이미 많이 접근했다.

그들은 이제 구태여 화살을 피하려는 움직임도 없이 일직선으로 내달리고 있다.

끝내기 각을 봤다는 의미였다.

이를 조선의 궁수들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오, 온다아! 곧 도끼 사거리 나와! 너무 많아!”

적이 이쪽으로 돌진할 거리가 좁혀지고 있는데, 적의 숫자는 전혀 줄지 않았다.

그래서 아우성쳐 보지만.

“젠장! 저기로 가야 돼! 말아야 돼?!”

명령이 떨어지지 않는다.

“화살도 왜 이렇게 안 맞아!?”

설상가상.

서쪽에 있는 궁수들은 긴장감이 극한으로 치솟아 자신들의 위치에서도 화살을 맞히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하냐고!!”

하다못해 팡어라도 지휘를 해야 했는데. 그 역시 입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선택을 할 수 없다.

그 순간, 누군가 외쳤다.

“원위치 사수!”

팡어는 그제야 기억해 냈다.

‘아.’

쿠키가 했던 말.

들을 당시엔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몰라서 잊었었는데.

이제 알겠다.

「적들은 뛰어나니까, 분명히 변주를 줄 거야. 그래서 우리도 준비해 놨지.」

파앗──!

한 사람의 인영이 순식간에 치고 나가며, 위치를 바꿨다.

아니, 저 사람은 처음부터 위치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는 존재였다.

어떤 위치에서든 커브샷을 쏠 수 있으니까.

「유일하게 매뉴얼에 속하지 않아도 되는 선수.」

기리릭……!

그는 옆의 병사의 화살통에서 무려 3발의 화살을 꺼내 시위를 메겼다.

「그가 변수를 처리할 거야.」

어떤 번호도 매겨지지 않은 플레이어.

그는 아몬드였다.

파아앙──!

그가 쏜 3개의 화살이 달려오는 바이킹들을 향해 날았다.

──퍼버벅!

3개의 화살 중 명중한 것은 단 하나.

그러나 바닥을 구르고 있는 건 바이킹 전체였다.

“!?”

그의 화살 세례를 피하기 위해 엎드리느라 굴러버린 것이다.

몇 명을 잃더라도 그대로 달려야 했으나, 이건 기세에 눌린 것이다.

지금까지 미친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용맹하게 달려오던 걸 생각하면 신기할 정도의 반응이다.

‘이럴 수가. 설마.’

팡어는 이때 깨달았다.

적들은 아몬드를 알아보고 있었다.

굳이 달리다가 말고 엎어질 이유가 없는데. 아몬드가 정면에서 활을 겨누고 있다는 사실에 과잉 대응을 한 것이다.

해외에도 이런 선수들이 각 팀에 한두 명씩은 있었다.

그러나 조선에 있었던 적은 없다.

‘이제 그런 선수가 된 거냐…….’

아몬드가 나오기 전까진.

[집중]

아몬드의 화살촉 3개가 하얗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이게 진짜였어.’

처음 쏜 화살은 집중조차 모으지 않은 페이크다.

이번 화살이 적의 숨통을 제대로 끊어낼 것이다.

키이이잉!

하얀빛이 타오른다.

“!”

적들은 한번 크게 지체된 흐름에서 다음 화살까지 제대로 피할 여력은 없었다.

집중을 모으는 그 순간, 아몬드는 잔인하리만치 빠르게 시위를 놓아버린다.

파아아앙──

3개의 화살이 하얀 궤적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퍼버벅!

일어서려던 바이킹 셋에게 화살이 적중한다.

그중 둘이 급소에 맞았다.

“!”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기예.

동시에 여러 화살을 쏘는 잡기술은 궁병 중 누구나 시도해 보는 일이지만.

정확도까지 살리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3개의 화살을 시위에 넣으면 구조상 각 화살의 커브가 다르게 걸린다.

그걸 다 맞힌다는 건 운의 영역에 가까웠다.

애초에 아몬드는 연습에서조차 저런 과도한 멀티샷을 쓴 적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구나!’

팡어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지금 바이킹의 진영을 보라.

그들은 일부러 인원을 잔뜩 뭉쳐서 달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3개를 동시에?’

저런 경우엔 대충 쏴도 궤적만 얼추 맞으면 물 반 고기 반으로 병사들이 맞는 거다.

그게 똑같이 뛰어난 궁수인 팡어의 눈엔 그 원리가 제대로 들어왔으나.

‘과연 적들에겐 어떻게 보일까.’

이 멀리서도 보였다.

제시라고 불리던 그 여자.

엎어진 채로 눈이 파르르 떨리는 모습.

분명 굉장한 실력자임에도 당황한 것이다.

그럼에도 칭찬할 점, 그녀는 이를 악물고 돌격을 감행했다.

“계속! 돌격! 코앞이다아!”

그러나, 이번엔 아몬드뿐 아니라 다시 자신감을 되찾은 서쪽의 궁병들도 가세했다.

“그냥 되는대로 계속 쏴!”

아몬드의 단순한 명령 아래.

그들 역시 두세 발의 화살을 동시에 시위에 메겨 쏘기 시작했다.

아예 엄호 사격 같은 개념으로 쏘아버리는 셈이다.

그러나 그것은 바이킹들을 헷갈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파바바방!

파방!

어떤 것이 정확한 화살이고, 어떤 것이 눈먼 화살인지 그들이 알 수가 없지 않은가?

“던져어어어!”

기어코 사거리까지 달려온 제시가 도끼를 내던진다.

후웅, 후웅, 후웅!

요란한 파공음을 내며 날아든 도끼가 아몬드의 어깨너머를 스쳐, 그 뒤의 병사에게 적중한다.

퍼억!

그러나 날아든 도끼는 그뿐이 아니었다.

전혀 반대편, 그러니까 팡어가 있는 진영도 마찬가지.

“어!? 웱─”

──퍼억!

그의 옆에 있던 롸떼가 갑자기 뒤로 휙 날아가며 쓰러졌다.

그의 이마에 도끼가 꽂혀 있다.

“미친. 뭐야!?”

분명 동쪽에서 오는 놈들은 전부 정리했는데?

팡어는 뒤를 돌아보는 순간 기겁했다.

“씨, 씨발…… 왜 살아 있어.”

분명 죽었던 바이킹들이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 * *

“아아아아아악! 아몬드! 등장만으로도 지금 전장을 압도하고 있습니다아!”

중계진은 한참 아몬드의 존재감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한 플레이어의 영웅 서사는 중계진이 가장 사랑하는 토픽이니, 길게 떠들 만도 했다.

“영압으로! 기합으로! 아우라로! 지금 바이킹들을 전부 멈췄어요! 완전 장판파의 장비죠!?”

-ㄹㅇ

-방금 뭐였냐 ㄹㅇ

-다 엎어진거 ㅋㅋㅋㅋ 개웃김

-바이킹이 벌벌 떨며 넙죽 엎드린 조선의 궁수……라는 제목의 영상 찾습니다~

-ㅇㅈ~

“지금 이 팀의 리더가 왜 아몬드일 수밖에 없는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팡어가 리더일 때랑 색깔이 완전 다릅니다!”

“맞습니다?! 지금까지 조선이 보여준 승리 패턴과 비슷해 보이지만, 실상은 진짜 다르거든요?!”

“그렇죠! 완전 전투 기술로 승부를 보고 있죠!”

킹귤은 조선이 전투 기술로 승부를 건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을 짚고 있었다.

그런데─

“어?! 자, 잠시만요!”

이상 현상이 눈에 들어왔다.

“어어?”

캐스터 역시 발견했다.

“이거 뭐죠. 벌써 발할라 업그레이드가 된 건가요!?”

발할라.

바이킹 4시대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부르는 팩션이었다.

죽은 바이킹이 한 번 더 현장에서 부활할 수 있는 독특한 팩션인데.

후반이 약한 바이킹에게 단 한 번 반등 기회가 있다면 바로 이때였다.

그런데, 지금은 4시대는커녕 3시대도 아닌 2시대다.

“그, 그럴 리가요!”

“그럼 저거 뭔가요!?”

그럼에도 캐스터가 발할라를 언급했던 이유는 동쪽에서 죽어 널브러져 있던 바이킹들이 정말 말 그대로 다시 일어나서 달려와 도끼를 날려대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 ㅁㅊ 뭐야??

-좀비냐?

-죽은 거 아니었어?

-설마 죽은척ㅋㅋㅋㅋㅋ

-와 미쳤다

-ㄷㄷ

“리플레이를 봐야 확실하겠지만! 이거…….”

설마설마하던 킹귤이 깜짝 놀라 외친다.

“아니!? 바이킹! 부활!? 진짜 개같이 부화아아아알!?”

죽어있던 바이킹들이 벌떡 일어나 도끼를 던지고 있었으니까.

-엌ㅋㅋㅋㅋ

-ㄹㅇ임

-뭐냐 저거???

-ㅈ버그네

-벌써 발하라냐??ㅋㅋㅋ

-와 ㅋㅋㅋㅋ 창의성ㅋㅋㅋ

“킹귤 님! 진짜 부활입니까!? 발할라예요!? 이게 뭐예요!?”

“아. 정황상 이거…….”

아까 동쪽에서 달려오던 바이킹들이 지나치게 빨리 쓸려 버린 느낌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기에 이런 결론에 빨리 도달할 수 있었다.

“죽은 척했던 거 같은데요!? 진짜 예전 대회에서 가끔 나온 적이 있는 기믹이죠!”

“예!?”

“그냥 죽지도 않았는데 미리 쓰러진 거예요! 그럼 조선 쪽에서 죽은 걸로 보이잖아요!”

“아아아……!”

동쪽으로 들어가는 바이킹들에게 특별한 오더가 떨어졌던 것으로 보였다.

달리다가 죽을 것 같으면 땅을 구르면서 쓰러져 버리라는 오더가.

“그 상태로 수풀 밑에서 기어오고 있었던 거죠! 바로 앞에서 벌떡 일어나니까! 지금 조선! 대처가 안 됩니다!?”

-ㄷㄷ

-저게 뭔 작전이냐 ㅁㅊ

-와 ㅋㅋㅋㅋ

-바이킹 지휘관도 레전드네

-본선 오니까 별의별 짓이 다나오넼ㅋㅋ

“바이킹도! 궁수에 대한 일종의 대처를 준비해 온 거죠!? 이거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페이크 칠 수 있다는 걸 고려하면!? 굉장히 피곤하겠는데요!?”

“예! 본선 첫 경기가 중요하니만큼 양쪽 다 준비해 온 게 많습니다아! 덕분에 저희는 볼거리가 많아 좋구요~!”

“궁수들 입장에선 지금 최대 위기!”

퍼억!

퍽!

벌떡 일어난 바이킹이 곧장 도끼를 던지자, 동쪽에 있는 궁수들 서너 명이 순식간에 쓰러졌다.

계곡 쪽에서 전투하고 있는 궁병들에겐 최대의 위기가 오고 있었다.

“그런데! 조선!? 지금 상대 사냥 초소를 일단 털고는 있거든요!?”

조선이 바이킹 사냥 초소를 털고 있긴 하지만…….

“아아아! 쿠키! 멀티태스킹에서 역시 밀리지 않습니다! 애초에 진작부터 보내놨죠!?

“바이킹들이 애써 사냥해 놓은 식량! 털리는데…… 여기 궁수 다 죽으면 게임 이상해져요!”

계곡에 있는 궁병들이 지금 다 죽게 되는 건 계산 밖의 일이다.

“아아! 결국 무너지긴 하나요!? 시간이라도! 시간이라도 끌어야 되는데!”

진형이 무너지자, 궁병들은 순식간에 휩쓸리기 시작한다.

* * *

“뚜, 뚫렸다아!”

“으억!”

“미친. 뭐야!? 대체!?”

조선 궁병들은 혼비백산하여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가 없었다.

죽은 줄만 알았던 바이킹들이 살아서 다시 뛰쳐 들어오는데.

자리를 지키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일단 도망치면서 최대한 화살을 쏘아보지만.

[전투광]

쾅──

바이킹들의 팩션으로 인해 일정 거리 이하로 좁혀진 순간, 곧바로 돌진 판정이 들어가 순식간에 도끼에 머리가 찍혔다.

──뻐억!

사태가 이렇게 되니, 서쪽도 제대로 싸울 수가 없었다.

뒤가 털리고 있는데, 앞으로 보면서 계속 사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뭐야.’

아몬드 역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잠시 두리번거렸다.

대체 동쪽에서 왜 바이킹들이 다시 나타난 거지?

그러는 사이 서쪽도 다 뚫려 버린다.

경계선을 넘어온 제시가 검을 뽑아 들고 궁수들을 베어대기 시작했다.

“쓸어!”

한이 맺힌 듯 내달려오는 바이킹들에 의해 궁병들은 처참히 쓰러져나갔다.

첨벙! 첨벙!

계곡물 위로 조선군의 시체가 떠내려간다.

남은 궁수는 순식간에 다섯 이하로 줄어버렸고, 이들은 이미 죽음을 예감한 채로 최대한 더 죽이다가 간다는 생각으로 마구 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중 하나가 갑자기 화살통들을 싹 다 들고 어딘가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어? 도, 도망친다!”

그가 도망친 쪽은 조선 진영이 있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바이킹 진영 쪽이었다.

“뭐야?”

“저거 잡아! 아몬드다!”

그는 그냥 병사가 아니라, 아몬드였다.

그렇기에 바이킹도 그대로 두진 못했다.

다섯 정도가 그의 뒤를 따르도록 파견됐고, 그사이 나머지 궁수들은 전부 정리되어서 결국 계곡은 바이킹의 차지가 되었다.

“따라가! 따라가!”

바이킹들은 전투광 팩션으로 인해 적을 향해 달려갈 땐 이동 속도가 빨라진다.

아무리 산악 민족 팩션을 받고 있는 조선군일지라도, 궁병인 이상 바이킹들에게 잡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뭐야. 저 새끼 왜 이렇게 빨라?!”

“달리는 것도 실력이야? 뭐야 이거?!”

상대는 희한하게 잡히질 않았다.

전혀 간격이 줄지 않고 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달리기 속도는 이 게임에서 실력 요소가 아니다.

그냥 정해진 속도가 있다.

아무리 산악 지형 팩션을 받아도 궁병은 ‘전투광’ 효과를 받는 바이킹 전사보다 느리다.

근데 왜 차이가 나는 거지?

뒤따라가던 바이킹 하나가 이상한 점을 눈치챈다.

“잠깐. 저 자식, 왜 화살통을 많이 들고 있는 거야. 약 올리는 건가?”

궁병은 화살이 무한이다.

굳이 아군의 화살통을 저렇게 여러 개 매고 챙겨 다닐 이유가 없었다.

“헉…… 허억. 그, 그러고 보니 아까도 저놈…… 다른 병사들 화살통에서 뽑아 쏘던데? 그거 그냥 겉멋…… 인가?”

히익.

순간 바이킹들이 마주 보며 눈에 경악이 깃든다.

“잠깐 그럼─”

그때였다.

──쉬이이이익!

나무에서 돌아 나오는 화살이 바이킹 하나의 머리를 옆에서부터 꿰뚫어 버린다.

퍼엉!

하얀 불꽃으로 터져 나가 버린 바이킹 하나가 머리를 잃은 채로 쓰러진다.

“미, 미친. 어디야!?”

잠시 한눈판 사이 사라져 버린 상대.

그를 사냥하러 왔던 바이킹들은 되려 등을 기대며 사방을 경계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는데.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그냥 빼곡한 나무들뿐이었다.

화살로부터 그들을 지켜줘야 하는 나무들이, 지금은 사냥꾼을 숨겨주고 있다.

“따, 땅에 귀 대봐. 안 보여.”

“어억!?”

퍼엉!

또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한 사람의 머리를 박살 내놨다.

“저기다!”

한 명이 그의 위치를 발견하여 뛰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

아몬드는 그만큼 더 멀리 뛰어가 재차 사라져버렸다.

압도적으로 빠른 이동 속도다.

‘미친.’

이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따라잡을 수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다.

‘조졌잖아.’

이미 산길로 접어든 이상, 사실상 놈에게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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