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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3부-156화 (688/69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56화

52. 궁안궁(3)

아몬드가 궁병이 아니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커뮤니티에서조차 한바탕 난리가 일어났다.

[엥?ㅋㅋㅋㅋㅋ 궁병 아니었음??]

[???: 나 궁병 아니다]

[본선 첫경기 클라스 미쳤넼ㅋㅋ]

[유사 발할라 vs 유사 궁병]

조선 궁병들이 자리를 잡고 단체로 커브샷을 쏘고, 죽은 줄 알았던 바이킹들이 다시 일어나고, 궁병 리더 아몬드가 궁병이 아닌.

반전을 거듭하는 이 상황이 본선 첫 게임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본선 첫 경기라 양쪽 다 전략 총력전이네 ㅁㅊ ㅋㅋㅋㅋ]

[쿠키: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

[역대급 경기다 ㄹㅇ]

다른 문명들의 경기도 있었지만, 이번 본선 경기가 역대급이라는 평도 있었다.

그만큼 양쪽 문명이 준비를 많이 해온 티가 나는 싸움이었다.

특히, 맵 선택권을 갖고 있던 조선 쪽이 계속해서 반전을 보여주면서 몰아붙이는 모습은 상당한 인상을 남겼다.

[이거 진짜 조선이 한 경기는 이기겠는데?]

[아니 ㅅㅂ 조선 진짜 가냐?]

[16강 갈끄니까~~]

본선에 와서는 금세 떨어질 거라 생각했던 조선인데.

첫 경기부터 상당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으니, 희망을 품게 되는 사람이 많았다.

-맵 선택권 빨임 희망 ㄴ

└나 궁병 아니다는 맵이랑 뭔상관?ㅋㅋ

└누가 그걸 모르냐? 분위기 초치지마라 찐새꺄

└ㅠ

그들도 알고 있었다.

맵 선택권으로 인한 우위로 지금 경기를 이기고 있다는 걸.

그러나 희망을 가져보기로 한 것이다.

-애초에 해외 여론에선 맵 선택권 같은거 별 의미 없다는 평이 많았는데. 그걸로 여기까지 한 건 실력이지

└ㄹㅇ

└맞음ㅋㅋㅋ

└애초에 맨날 맵이 변형되는데ㅋㅋ ㅇㅈ

조선이 맵 선택권에 대해 분석해서 이런 전략을 끌어올린 것도 실력.

그렇다면 그 실력이 이번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 짓고, 다음 한 경기까지도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이 될까?

모르겠으나, 일단 그들은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와 ㅋㅋㅋ 결국 다시 계곡 가서 죽임 ㅋㅋㅋㅋ 레전드 ㅅㅂㅋㅋㅋ]

[바이킹 지휘관 표정ㅋㅋㅋㅋㅋ]

[와 미친ㅋㅋㅋㅋㅋ]

그 마음이 전해진 걸까?

살아남은 아몬드가 다시 계곡으로 가서 바이킹을 죽이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것만으로 바이킹은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당장 자원이 털리는 걸 막으러 가야 하는데, 패잔병 하나가 남아서 계속해서 피해를 입히고 있다.

마음대로 전군을 이동시켰다간 뒤통수에 화살을 하나씩 계속 맞으면서 달려야 하는 상황.

그렇다고 잡으러 가자니, 도망치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아몬드! 아몬드! 또 죽였어요!”

“다시 도망치죠!? 나 궁병 아닌데에!?”

바이킹이 뒤로 도는 순간, 아몬드는 곧바로 도주했다.

또 시간이 지체되고, 자원 손해는 계속 이어졌다.

조선 쪽 관중석은 그야말로 광란.

“와아아아아아아아! 미쳤다! 달려! 달려어어어어!”

풍선껌은 팝콘이 떨어지는 것도 모르는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고.

몇몇 관중들은 맥주를 다 흘려서 옷이 젖어버렸다.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달려어어어어어어어!!”

여기서 승리의 기점이 갈릴 것이다.

“계속 시간 끌어! 와아아악!!”

“미쳤…….”

단순 함성뿐이 아니라, 북소리도 거세게 울려 퍼졌다.

쾅쾅쾅! 쾅! 쾅!

“대애애애한민국!”

* * *

“허억…… 헉…….”

저 멀리서 들려오는 응원 소리.

아몬드의 귓가에도 미약하게 닿았다.

그러나 그는 관중석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일단 튀는 것만…….’

지금 뒤쪽에서 바이킹들이 눈에 불을 켜고 내달려온다.

거리가 좁혀지는 순간, 고작 야만 병사의 스펙을 가진 아몬드는 즉사다.

“죽여어어어!”

“호우우우우우!”

“호로로로로로!”

숫자가 많은 것처럼 함성을 지르고 있으나, 고농도의 VNS 수치로 구현된 예민한 그의 감각으로 언뜻 알 수 있었다.

‘셋만 보냈어.’

적은 아몬드에게 과투자하지 않았다.

셋만 보내서 아몬드를 내쫓고, 나머지를 사냥 초소 방어로 보내려는 심산이다.

여기서 본대를 보내면 안 된다. 아직 시간을 더 끌어야 한다.

‘그럼─’

──타악!

그 순간, 그는 순식간에 우측으로 꺾어 풀숲 안으로 사라졌다.

“요호오오오오오!”

“호로로로로로롤!”

“거기서라아…… 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쫓아오던 바이킹 셋.

그들은 어느 순간 아몬드가 사라져 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젠장. 놓쳤어.”

“놓칠 수밖에 없어. 그놈이 더 빠르니까.”

“우리를 노리고 있나?”

척.

그들은 삼면으로 방패를 들며 경계했다.

아몬드가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면 추격조인 자신들을 노리기 위해 어딘가에 자리를 잡은 것일 확률이 높으니까.

그러나, 한참을 그렇게 경계해도 관중들의 함성 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을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젠장. 우리 본대다! 다시 돌아가!”

* * *

타다다다닥.

아몬드는 수풀로 들어온 뒤부터 본대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피잉.

[바이킹 본대]

바이킹 본대의 위치는 쿠키가 찍어줬다.

아몬드가 방향을 전환한 것을 눈치채고 지휘관으로서 보좌하고 있는 것이다.

“하아…… 하아…….”

점점 숨이 차오르지만, 아몬드는 개의치 않고 뛰었다.

스스스슥!

수많은 수풀이 거칠게 몸을 긁고 지나가고, 이내 바이킹 본대의 발자국이 보였다.

‘지나간 지 얼마 안 됐어.’

눌린 지 얼마 안 돼 흙이 수복하고 있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산길이 복잡하게 꼬여 있어 시야에 보이지 않을 뿐.

바이킹들은 이 근처였다.

아몬드는 땅에 귀를 대고, 그들의 위치를 가늠해 봤다.

쿵. 쿵. 쿵. 쿵.

자신의 심장 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았으나, 잠시 기다리니 조금씩 들렸다.

‘바이킹은 적이 보이지 않으면 느려. 따라잡을 수 있겠다.’

바이킹의 전쟁광 팩션은 적이 보여야만 이동 속도를 늘려준다.

그게 아니고서야 산악 지형에선 조선군보다 한참 느리다.

아몬드가 최고 속력을 유지하면 반드시 따라잡게 되어 있다.

적들은 지금 그리 멀지 않았다.

아몬드는 화살통을 체크해 본다.

‘몇 개지.’

마구 뛰느라 화살통을 마구 흘리는 바람에 화살이 많지는 않았다.

애초에 화살통엔 기본적으로 10발 뿐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어차피 궁병에겐 무한대니까, 많이 넣어주지 않는다.

그리하여 아몬드에게 현재 남은 화살은…….

‘12발.’

이걸로 50이 넘는 바이킹 본대를 저지해야 했다.

그게 가능할까?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안 될 거다.

단순히 수학으로 계산해도 모자라니까.

아몬드는 그래도 일단은 가 보기로했다.

[저지하라]

일단 쿠키의 핑이 찍히고 있으니 가능하다는 판단이 선 것이리라.

‘방법이 있겠지.’

아몬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적들의 뒤를 밟았다.

* * *

쿠키는 아몬드의 움직임을 보고 의아해했다.

‘어?’

아몬드가 본대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여기까진 그의 의도대로였는데. 문제는 그 방향이다.

아몬드는 철저히 그들의 뒤로 접근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전혀 어그로가 안 끌리는데.’

아몬드에게 [저지하라]라는 명령을 내린 건, 그들의 주의를 끌어서 진격을 느리게 하라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쏴 죽이라는 게 아니라, 보이는 곳에서 주의를 끌며 도망치는 걸 반복하라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 궁병으로 전환도 안 시킨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아몬드의 접근은 뒤에서부터 하나씩 죽이겠다는 식이었다.

‘훨씬 어려운데.’

앞에서 잠시 주의를 끌어 방해하는 것과 뒤에서부터 하나씩 암살하는 것.

당연히 후자가 더 어렵다.

적들이 작정하고 도망치면 저지가 안 될 수도 있고.

‘흠.’

쿠키는 이 명령을 수정해야 하는지 고민했으나, 그만두었다.

전투에 있어서만큼은 일단 현장의 판단을 믿어보는 게 그의 방식이다.

그는 대신 아몬드가 전혀 저지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하는 전략을 머리 한편에 준비해 두기 시작했다.

* * *

스륵.

수풀 한 꺼풀을 걷어내자, 바이킹이 저 아래 보인다.

‘드디어.’

아몬드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한참을 달려서 이제 본대의 뒤를 잡은 것이다.

심지어 이쪽이 대지가 더 높다.

전혀 의도하지 않은 완벽한 조건이다.

‘커브도 필요 없어.’

직선거리에 닿는 바이킹 하나의 뒤통수.

그가 계속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충분히 노려볼 만했다.

그는 숨을 고르며 천천히 활시위를 당겼다.

기리릭.

‘3초.’

집중의 빛이 최대로 타오를 때까지 기다린 후.

‘11발.’

남은 화살 수를 되뇌며 활시위를 놓는다.

파앙──

화살이 수풀을 스치며 날아가 날카로운 파공음을 일으킨다.

──푸욱!

바이킹 하나가 뒷목을 부여잡고 쓰러진다.

후열의 바이킹들이 멈춰 섰다.

뒤에서부터 쐈으니, 뒤쪽이 반응한 거다.

“어?”

“뭐야!?”

“여기에 복병이다아!”

그들은 복병이 있다고 판단한 듯했다.

그럴 만도 했다.

고작 아몬드 혼자 따라와 화살을 쏠 거라고 상상이나 하겠는가?

‘하나 더.’

아몬드는 아직 위치를 들키지 않았다 판단하여 다시 활시위를 당긴다.

기리릭.

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지며 하얀빛이 피어오른다.

‘10발.’

3초의 심호흡 후.

시위를 놓는다.

스륵─

유령처럼 고요한 릴리즈에 또 한 명의 바이킹이 쓰러졌다.

──푸욱!

이번엔 눈 깊숙이 화살이 박힌 채로.

“저기다!”

바이킹 하나가 아몬드가 있는 쪽을 정확히 가리키며 외쳤다.

‘오.’

겨우 두 발 만에 위치를 들켰다.

그런데 바라던 바다.

이쪽으로 어그로가 끌려야 시간이 끌릴 테니까.

‘올 때 한 발 더 먹인다.’

아몬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화살에 시위를 메기는데.

“잠깐!”

누군가 이쪽으로 쫓아오려는 자들을 저지한다.

“초소 방어가 먼저야! 쫓으면 안──”

──펑!

말하고 있던 바이킹의 턱주가리에 화살이 꽂힌다.

아쉽게도 한 방에 쓰러지진 않았다.

집중을 다 채우지 못한 채로 쐈기 때문이다.

이번 화살은 단순히 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최대한 빨리 죽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화살을 낭비한 것.

한 방에 안 죽었는데 어떻게 빨리 죽이느냐?

그야 두 발을 쏘면 된다.

──푹!

“컥!”

그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올바른 판단을 내린 죄로 죽은 셈이다.

두 발이 연이어 꽂히는 속도가 3초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빨랐다.

아니, 사실상 순식간이었다.

“뭐, 뭐야 두 발!?”

‘9발이네.’

쩝.

대신 빠르게 줄어든 화살에 아몬드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신다.

“이, 이거 복병이다아!”

“처리해!!”

척.

바이킹들이 방패를 든 채로 서로를 감쌌다.

그리고 몇몇 바이킹이 아몬드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 도끼를 내던진다.

놀라울 정도의 정확도로 아몬드가 있던 곳의 발밑을 찍었다.

쿵!

물론 아몬드는 진작에 자리를 뜬 후였다.

타다다다닥!

“휴.”

자칫하면 발에 도끼를 맞을 뻔했다 생각하며 아몬드는 이번엔 적들의 전방 쪽으로 돌아 뛰고 있었다.

‘산악 지형이라 위에서 쫓아가는 쪽이 유리하구나.’

험준한 산골짜기 맵은 산 그 자체였다.

맵의 높낮이 차이가 엄청나서 50미터 이동하는 데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려야 하는 구조다.

지금 바이킹은 이 산을 내려가고 있다.

즉, 지형만 잘 살린다면 아몬드는 그들만큼 내려가지 않은 채로, 위에서 계속 활을 쏠 수 있다.

‘이러면 진짜 될지도.’

이렇게 되면 진짜 혼자서도 50을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거까지 고려하다니.’

쿠키의 완벽한 작전에 새삼 감탄하는 아몬드. 그는 맵의 디테일한 지형은 매번 바뀐다는 걸 그새 잊은 거다.

어찌 됐건 그는 귀신같이 적의 전방이 잘 보이는 고지대를 찾아왔고.

‘저기다.’

수풀에 자리를 잡은 채 활시위를 당겼다.

전방의 바이킹들은 후방의 상황을 무시하는 건지 모르는 건지 그냥 계속 산을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다.

활이 쏘아지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8발.’

피융!

맨 앞에서 내려가던 바이킹 하나가 쓰러져 버린다.

쿵……!

“으앗!?”

그러자 뒤에 따라가던 바이킹이 발에 걸려 넘어지고, 그 뒤도 전부 앞으로 가지 못하게 됐다.

바이킹들이 모두 잠시 멈췄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이킹들은 2시대까지 딱히 투구 같은 걸 쓰지 않는다는 점.

덕분에 아몬드의 눈에 수많은 정수리들이 그대로 보였는데.

“오…….”

이건 궁수에게 차려진 뷔페나 다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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