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158화
52. 궁안궁(5)
킹귤이 데스크에서 거의 몸을 반쯤 경기장 쪽으로 빼며 꽤 소리쳤다.
“에에엥!? 아몬드! 뛰, 뛰어내립니다아악!?”
-뛰어내리는 건 님 아니냐고 ㅋㅋㅋ
-ㅁㅊㅋㅋㅋㅋ
-속보) 한국 해설자 일본 경기장 난입
-와 뭐야???
-뛰어내린거 ㅁㅊㅋㅋㅋ
-온몸으로 해설한다! 킹. 귤.
킹귤이 데스크에서 뛰어내릴 뻔할 정도의 포즈를 잡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아몬드가 절벽에서 뛰어내려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그리 높은 절벽이 아니라 낙사로 죽는 각은 아니었으나.
“바, 바이킹 위로!”
──쿠웅!
바이킹들의 위로 착지해 버렸다.
“이, 이게 뭐죠!? 이런 난입은 처음 보는데요!?”
그 후, 아몬드는 순식간에 주변 바이킹들을 처리해 나가기 시작하는데.
“칼 뺏어서! 베고! 그렇지! 휘둘러! 도끼 뺏어서! 던져!”
킹귤이 허공에 복싱을 하며 열심히 해설을 내뱉는 동안, 거의 다섯 명이 전투 불능 상태로 빠졌다.
“이건! 잃을 게 없다! 이거죠!? 어차피 화살도 없고! 이판사판!”
“아아! 잘하는 사람이 이판사판이 되니까! 이렇게 무섭군요!”
-ㄷㄷ
-그저 고트……
-미쳤다
-바이킹 상대로 이게 되냐?
-쟤네 ㅈㄴ 당황했네
바이킹 상대로 근접전에서 승리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아몬드가 공중에서 갑자기 떨어져 나타나는 기습을 펼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몬드! 적들을 막아섰습니다! 나보다 강한 놈만 지나가라!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들었어요!”
-날조 무엇 ㅋㅋㅋ
-엥
-ㅋㅋㅋㅋㅋㅋ
-캬
-개멋있누
순식간에 떨어져 나간 바이킹들 이후, 기습의 혼란에서 벗어난 바이킹과 제대로 된 칼을 겨누게 된 아몬드.
“아 참고로 지금 앞에 있는 바이킹!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될 뻔~ 한 바이킹의 웩제시! 칼 휘두릅니다!”
카앙!
그의 검과 제시의 검이 맞부딪치며 불꽃을 피워 올린다.
“예. 굉장한 미모로 인기가 많은 선수죠! 아몬드와도 연이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중계진은 선수 간의 스토리가 있으면 어지간하면 언급해 준다.
이런 요소가 관중들에게 굉장한 흥미를 이끌기 때문이다.
“웩제시가 아몬드가 시빌엠 무려 초보 시절! 게임에서 만나서 도와줬었다고 합니다!”
-ㄹㅇ??
-무쳤넼ㅋㅋ
-???: 그때 죽였어야했는데……
-앗 ㅋㅋ
-이걸 아누 ㅋㅋㅋㅋ
“그 이유가! ‘귀엽게 생겨서!’라고 방송에서 대놓고 밝혀서 엄청난 화제가 됐었죠!?”
-??
-죽어라 아몬드
-ㅂㄷㅂㄷ
-제발 죽어주세요
-이래서 인싸들은……
-존잘은 게임에서도 연애가 패시브네 ㅅㅂ
“지금 솔로 유저들의 염원을 담아! 제시가 검을 휘두르죠!? 죽어라! 아몬드!”
카앙!
두 검면이 맞닿는다. 제시의 검이 아몬드의 검을 타고 올라,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스르르릉.
살벌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아몬드의 머리칼을 잘라낸다.
삭!
“워어어! 솔로 유저들의 염원이 굉장히 강했던 모양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살을 보낸 건데요!”
-그만 돌려……
-ㅋㅋㅋㅋㅋ이게 더 킹받누
-킹귤쉑 지는 유부남이라 이거?
-엌ㅋㅋㅋ
아몬드가 바닥으로 구르며 제시의 뒤를 잡는다.
그러나, 그곳은 다른 바이킹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
“아 아몬드! 자리를 잘못 잡았어요?!”
“계속 제시를 정면에서 받아내면서 시간을 끄는 게 좋았는데!”
바이킹들의 도끼와 칼이 내리찍혔다.
카가강!
아몬드가 급히 휘둘러 쳐냈으나, 하나의 검으로 전부 막아낼 순 없었다.
푹!
“아몬드! 부사아아아앙!”
-앗
-아 안대ㅠ
-선수 하나 부상당한게 이 정도의 데시벨이라니 ㄷㄷ
-비상이라는 줄 ㅋㅋㅋㅋ
아몬드의 다리 부근에 깊게 파인 부상이 생겼다. 도끼에 찍힌 것이다.
기둥이 되는 발이 시원찮으니, 검세가 나오질 않았다.
몸을 일으킨 뒤에도 수도 없는 검격에 뒤로 밀렸다.
카강!
카앙!
수많은 검세를 파고든 검 하나가 복부를 찌르고 들어왔다.
푸욱!
“아아아악! 아몬드! 초부사아아앙!”
-초부상ㅋㅋㅋ
-아니 ㅋㅋㅋㅋ
-“조선이 무너진다”
-ㅠ
-시간 제대로 끌은 거냐 이거?
아몬드가 자신의 복부를 그냥 내준 것은 아니었다.
그사이, 다른 바이킹의 어깨가 베였다.
촤악──
“!?”
바이킹이 뒤로 주춤하는 틈에, 아몬드는 다시 자세를 잡는다.
“이거……? 시간 끄는 거죠!? 죽어줄 듯 말 듯 하면서! 무시 못 하게 하면서!”
그렇다.
아몬드는 애초에 목적이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여기 있는 바이킹을 혼자 몸으로 막아서는 게 아니었다.
“멀리 떨어진 바이킹 몇이! 그냥 목적지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바이킹 전부가 그를 죽이겠다 달려들 순 없다. 애초에 검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이들은 무시하고 목적지로 뛰었다.
그런데─
“어어!?”
──피융!
아몬드가 순식간에 활을 꺼내 들며 쏘아낸 화살이 뛰는 자의 뒷목에 냅다 꽂혔다.
“주, 죽었어요!?”
동시에 두 발이 꽂혔다.
집중을 거의 받지 않은 채 쏘아진 화살이었으나, 급소에 두 발이다.
“급소 정중앙!!”
급소 정중앙.
대미지 복리의 마법이 적용되어, 그는 쓰러져 버렸다.
“그냥 못 간다아아아! 아몬드가 엄포합니다! 진짜 명장면이─”
──퍼억!
킹귤이 아몬드를 한껏 찬양하려는 순간, 목이 날아가 버렸다.
수많은 바이킹들 한가운데서 활까지 쐈으니 빈틈이 너무 많이 생긴 것이다.
“아아아……!”
“자 이제 화면 바꿔야죠! 과연 아몬드! 아몬드가 번 시간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아몬드가 죽기 무섭게 옵저버가 곧장 화면을 바꿨다.
곳곳에 퍼진 바이킹의 사냥 초소들.
그곳에 식량을 털어가고 있는 조선 병사들이 보였다.
“아아! 지금 벌써 다섯 개!?”
처음엔 한두 개로 시작됐던 게, 어느새 초소 다섯 개가 털렸다.
-ㅁㅊㅋㅋ
-아니 저거 털 수 있어?ㅋㅋ
-와
-캬
-3시대 걍 가도 되겠는데??
“킹귤 님? 이거 지금 검수들을 쓰고 있는 거죠?!”
초소를 털고 있는 건 조선의 검수들이었다. 산악지형에서 빠른 이동속도를 이용해 조용하고 빠르게 식량을 털어버린 것이다.
“예. 검수들입니다. 근데 이, 이건…….”
그들의 동선이나 움직임이 절대로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닌 듯 보였다.
“아무래도 쿠키가! 궁병만 가지고 연습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완전 제대로 작정하고 왔어요!”
바이킹이 자원 중에 가장 의존하는 건 식량이다.
그들이 가장 잘 모으는 것도 식량이다.
이 두 가지를 전부 이용해 카운터 치는 바이킹의 상대법은 그들이 모아놓은 식량을 털어버리는 것이다.
“조선의 검수들이 근접 보병 중에 안 그래도 이속이 빠르거든요!? 거기에 전부 산악지형이니까! 제대로 털고 다닐 수 있는 겁니다! 게다가! 지금 이동하는 루트를 보세요!”
현재 검수들이 다섯 번째 초소마저 털어버린 후 다른 초소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
“보조 지휘관이 매날리기로 시야를 밝히고! 초소를 발견하면 거기까지 그냥 직선 코스로 갑니다! 이 험준한 산골짜기에서요!”
그랬다.
그들은 만들어진 길로 다니고 있지 않았다.
“지금 맵이 허용하는 최단의 루트로 다니고 있어요!”
산을 거의 기어오르는 한이 있더라도, 그게 최단 거리면 그렇게 해나가며 움직이고 있었다.
“시빌엠이! 맵에 대한 자유도는 좀 있는 편이라! 닿기만 하면 못 가는 데는 없거든요!? 근데 이걸 이렇게 빠르게 막 전문 클라이머처럼 오르내리는 게! 미쳤습니다! 진짜 도적단이에요!”
-ㄹㅇ
-대도 마라탕ㄷㄷ
-역시 이안용
-나라 팔이 도적단 ㄷㄷ
-이안용 “난 키워서 팔아”
검수부대는 리더인 마라탕을 필두로 굉장히 빠르게 산악 지형을 오르내리며 초소를 털어대고 있었다.
궁수 부대가 정해진 지형에서 커브샷을 외워 쏠 때, 이들은 어떤 지형이 나와도 돌파할 수 있게 훈련된 것.
“지, 지금 여섯 번째 초소에! 도달합니다!? 바이킹 본대는 이 속도 못 쫓아가겠는데요!? 이거 지금 바이킹이 얼마나 불리해진 겁니까!”
이쯤 되니 캐스터는 대체 바이킹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 건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예. 그걸 말씀드리려면 우선 바이킹의 승리 패턴부터 설명해야 되는데! 바이킹은 2시대부터 200명이 전사로 풀무장해서 싸우는 그런 물량 러쉬로 이기는 그런 문명이거든요!?”
바이킹의 가장 좋은 승리 패턴.
그건 3시대로 넘어가는 순간 200의 물량으로 상대 진영을 박살 내는 거다.
“아아. 그렇죠. ‘3시대 종이 치는 순간 바이킹이 널 끝낼 것이다.’ 뭐 이런 밈도 있더라구요? 해외 커뮤니티에!”
2시대는 바이킹의 전성기이기에, 전성기에 쌓은 자원을 전성기의 마지막에 터뜨리면, 엄청난 파워가 나온다.
2시대 말에서 3시대 초. 이 타이밍이 그들의 승부수다.
“이 타이밍을 소위 2말 3초라고 하거든요? 우리나라에선.”
-일말상초냐고 ㅋㅋㅋ
-그거 군대에서 여친이랑 헤어지는 타이밍인데……?
-2말3촠ㅋㅋㅋㅋㅋ
-하필 ㅋㅋㅋ
-소주 한 잔 타이밍이누
-여보세력이 나올 타이밍
다음 시대로 넘어간 직후는 모든 문명이 취약한 타이밍이다.
3시대 넘어간 직후, 2시대 최강인 바이킹의 이런 올인 러쉬를 받으면 대부분 문명은 견디지 못한다.
그러나─
“그런데! 그건 2시대에 충분한 식량이 확보되고! 땅도 자원도 빵빵하게 모아야 가능한 거죠!”
“아. 그렇죠! 무조건 그게 되면 그게 사기겠죠!? 지금 바이킹은 좀 애매합니까?”
바이킹이 전성기인 2시대를 시원찮게 보내면 그런 승부수는 점차 어려워진다.
“예! 지금 조선이 바이킹의 2시대를 완전 망쳐놨거든요! 이거 아몬드가 활약하기 전에도 이미 200명 풀무장 채우는 건 무리고! 한 150 정도 가능하려나? 이런 상황이었어요! 근데 아몬드가 활약해 버린 거예요!!”
“예! 그럼 지금은! 아몬드가 활약한 지금은 어떻게 되나요!?”
“지금 바이킹은 100은커녕! 어쩌면 7~80도 못 모으게 될 겁니다! 이러면! 그냥 잃어버린 3시대 시작되는 거예요! 2시대 버블경제 맛도 못 보고! 바로 잃어버리는 거라구요! 지금 태어난 바이킹들은! 3포 세대 4포 세대 5포 세대에요!”
-잃어버린 3시대 ㅋㅋㅋ
-버블 전투력은 보지도 못하누
-언빌리버블 ㄷㄷ
-최악의 세대
-바이킹니뮤ㅠㅠㅠ
-캬
-ㅁㅊ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비유 ㅁㅊ
-왜 바이킹 경기인데 일본을 패는거야
7~80의 전사.
그 숫자로는 조선의 방어탑과 성벽을 위시로 한 방어 라인을 뚫을 수 없다.
조선은 결국 3시대를 진입하고서도 바이킹의 공세를 버틸 거란 말이다.
즉, 이 게임은 3시대 전투 양상으로 넘어갈 거고, 그러면 바이킹의 게임 승리가 매우 힘들어진다.
“최소! 최~소! 120은 돼야 조선 뚫습니다! 조선이 이래 보여도 방어 능력은 꽤 좋은 문명이거든요!? 특히 3시대면! 진짜 어지간해야 뚫어요!”
“그렇죠! 활 문명이니까요!”
“예! 험준한 산골짜기가! 아무리 숲 지형이어서 활이 불리해도! 본진 안엔 나무 없거든요!? 그냥 궁수들이 각자 방어탑이나 아무 데나 올라가서 쏘면서 막을 수 있어요! 공격을 못 가서 문제지! 막는 건 쉽다구요! 그런데 고작 70명 야만인들이 어찌! 어찌! 왕정국가 조선의 방어를 뚫겠습니다까아아! 즈언하아아아아!!”
-사극이냐 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
-왜 님이 학소연함ㅋㅋㅋ
-엌ㅋㅋㅋㅋㅋ
-돌겠넼ㅋㅋㅋㅋㅋㅋㅋ
킹귤의 상소문이 바이킹에게 들린 것인지.
아니면 마라탕이 이끄는 검수부대의 테러 활동에 진절머리가 난 것인지.
초소의 7할이 타오르는 그 순간, 거대한 뿔나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빠바아아암……!
[항복]
바이킹은 항복을 선언했다.
“바, 바이킹!? 항복!? 항복입니다아!”
“으, 우와아아아아아!! 조선! 조서어어어언! 첫 경기를! 첫 경기를──”
캐스터의 목소리는 여기까지만 들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석의 엄청난 함성이 밀려와 모든 걸 덮어 버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