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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5화 (5/251)

#005화 – 자질(2)

오후가 되자 검은 늑대 기사단원들은 연병장으로 모여들었다. 연병장은 조용

했지만 어수선했다.

‘겨우 19살이 우릴 가르친다고?’

‘아무리 천재라고 한다지만 오크 목 하나 베어보지 못한 공자님이 우릴 가르

칠 수 있을까?’

‘검은 늑대의 집단 전술은 알까 모르겠네.’

검은 늑대 기사단의 설립 목적은 노르베르드 장벽과 전초기지 그리고 광산을

지키는 것이었다. 상대하는 적들은 대다수가 오크이며 가끔 오우거나 그리폰,

자이언트 같은 대형 몬스터들이 주로 출몰한다.

오크들은 떼를 지어 다니고 대형 몬스터들은 홀로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검은 늑대 기사단원들은 홀로 임무를 수행하기보단 10인대를 구성하여

임무를 수행한다.

그렇기에 검은 늑대 기사단은 개인의 역량에 치중하는 검술이 아닌 뭉쳤을 때

효과가 극대화되는 집단 전술 중심의 검술을 배웠고, 그것이 검은 늑대 검술

이다.

검은 늑대 검술이 집단 전술을 위한 검술이란 걸 알고 가르치는 것과 모르고

가르치는 것은 천지 차이였다. 기사들은 그것을 티그리스 알지 궁금했다.

단상 위로 그림자 세 개가 드리웠다.

“차렷!”

부 기사단장의 호령에 일동 차렷 자세를 취했다. 위대한 노르베르드 변경백이

제일 앞에서 걸어왔고 그 뒤로 호른 기사단장과 티그리스가 뒤따라왔다.

“쉬어.”

“쉬어!”

척!

노르베르드 변경백의 명령에 모두 한 몸처럼 움직였다.

“오늘은 기사단 점검이 아닌 티그리스 공자가 3개의 고리를 얻게 되며 깨달은

바가 있어 제군들에게 알려주러 온 것이다.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티그리스

공자의 지도에 잘 따라줬으면 한다. 알겠나?”

“예!”

연병장으로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가슴을 울렸다. 노르베르드 변경백

이 물러나자 티그리스는 앞으로 걸어 나왔다.

“반갑다. 티그리스 디 노르베르드라고 한다.”

검은 늑대 기사단들의 눈이 티그리스로 향한다. 표정 변화는 없었지만 호기심

과 불만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눈빛으로 드러났다.

“오늘은 각 개인의 기량 파악 및 검술 관련 조언을 할 예정이다.”

연병장이 실망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 방식이기 때문이었다. 검은 늑대 기사단의 정원

은 251명. 현장 근무를 나간 153명을 제외하면 총 98명이 이 자리에 있었다.

98명의 검술을 하나하나 봐준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다.

그건 티그리스도 잘 알고 있었다.

“검술은 각 10명에서 8명씩 조별로 묶어 봐줄 것이다. 나머지 인원들은 참관

및 지적한 내용을 바탕으로 개인 훈련을 하는 것으로 진행한다.”

‘한 명씩 봐주는 것도 아니고 10명씩 묶어서 봐준다고?’

‘그게 말이 돼?’

‘오늘 하루 훈련은 공치겠군.’

기사단장 호른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10명씩 어떻게 검술을 봐준다는 말

인가? 개인 검술 기량을 봐줄 땐 날을 잡고 호른과 부 기사단장이 한 명씩 봐

준다. 어떻게 10명씩 한 번에 봐준다는 것인가?

‘누굴 가르쳐본 경험이 없어서 실수하신 모양이군.’

조언이라도 해야할까 싶던 차에 티그리스의 명령이 떨어졌다.

“1열을 제외한 나머지 열은 뒤로 물러서도록.”

이미 수업은 시작되었다. 호른이 막을 수 없었다. 기사들은 이게 맞나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노르베르드 변경백님 앞이니 일단 따르기로 했다.

티그리스는 단상을 벗어나 검을 빼 들었다. 진검이 아닌 날이 서 있지 않은

수련검이었다. 균형이 미세하게 맞지 않아 다소 불편했지만 적당히 사용하기

엔 나쁘지 않았다.

“지금부터 왼쪽부터 오른쪽 순으로 1번부터 10번이다. 각자 번호를 숙지할 시

간 5초 주겠다.”

갑자기 번호를 매기자 기사단원들은 당황했다. 그러나 고개만 돌리면 자기가

몇 번인지 알 수 있었기에 번호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검은 늑대 전원 제11형 흑익을 펼쳐라.”

흑익을 펼치란 말에 기사단원들은 순간 멈칫했지만 명령받은 대로 빠르게 흑

익을 펼쳤다.

명령을 받으면 일단 움직이고 본다.

검은 늑대들이 얼마나 훈련이 잘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거 번호를 매긴 이유가 설마···.’

10인대로 활동할 땐 각자가 맡은 번호와 번호에 맞는 역할이 따로 있다. 팀장

은 1번, 부팀장은 10번, 팀장이 이끄는 타격대는 2~5번이었고, 부팀장이 이끄

는 타격대는 6~9번이었다. 이걸 알고 있다는 뜻은 티그리스가 검은 늑대 기사

단 전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임시로 팀장과 부팀장을 맡게 된 1번과 10번은 침을 꿀꺽 삼켰다. 다른 기사

들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상황에 살짝 긴장했다.

“흑익은 알다시피 오우거, 그리폰, 자이언트 등 거대 몬스터를 사냥하는 전술

이다. 지금부터 내가 자이언트라 생각하고 사냥을 시작하도록.”

티그리스는 기사들에게 당황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전부 발검!”

스릉!

발검하라는 명령에 일단 발검은 했지만 망설여졌다. 티그리스 공자에게 검을

내지르란 소린가? 그러다가 다치면 어쩌려고? 단상 위에 있는 변경백님을 흘

금 쳐다봤지만 표정 변화가 없었다. 이번 훈련은 전적으로 티그리스에게 맡기

겠다고 했으니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검은 늑대의 발톱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확인하겠다.”

쿵-!

티그리스는 시작이란 말도 하지 않고 박차고 나갔다.

느릿하지만 포악하고 패도적인 움직임이었다.

거기에 티그리스는 일부러 발을 구를 때 오러를 가득 담았다. 그 덕분에 기사

단원들은 정말로 자이언트를 맞닥뜨린 것처럼 땅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티그리스가 제일 먼저 노린 것은 3번이었다.

쩌어어엉!

3번은 엉겁결에 티그리스의 검을 막았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힘 때문에 검을

놓치고 말았다. 티그리스는 그 빈틈을 노리고 놈의 옆구리를 걷어차 2번과 1

번에게 날렸다.

“으아아악!”

벌써 3명이 당하자 나머지 7명의 눈빛이 변했다. 아무리 3개의 고리를 갖고

있다고 하나 티그리스 하나에게 기사 10명이 모두 당하면 그만한 수치는 없다.

이젠 멈출 수 없다.

10번 부팀장이 명령을 내렸다.

“순차 공격!”

흑익의 최고의 장점은 바로 다각도에서 순차적으로 공격을 넣고 빠질 수 있다

는 점이었다. 사냥에 긴 시간이 소모되지만 기사단원들의 체력을 덜 소모하고

자이언트나 오우거의 체력을 빼내는 데에 특화된 전술이었다.

명령을 내린 10번이 제일 먼저 움직였다. 10번은 검은 늑대 검술 제5식 ‘물수

제비’로 들어갔다. ‘물수제비’는 빠르고 경쾌한 보법으로 빠르게 치고 들어가

는 공격이었다.

그 무엇보다 지속 공격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닌 한번 치고 빠지는 것을 목표

로 한 단발성이 짙은 검식이었기에 흑익과 잘 맞았다.

티그리스는 10번의 공격을 받아냈다.

쩌어어엉!

10번은 눈을 부릅떴다.

‘무슨 힘이···!’

손아귀가 찢어지는 줄 알았다. 공격을 넣은 것은 자신인데 데미지는 자신이

입은 것 같았다. 10번은 이를 악물며 반탄력을 이용해 뒤로 물러났다.

그 뒤로 8번이 물수제비로 공격하고 5번, 7번 순으로 티그리스의 뒤나 사각을

노려 공격을 들어갔다. 제정신을 차린 1번부터 3번도 공격에 들어갔다.

몇 차례 공수가 오가고 기사들은 기이함을 느꼈다.

‘왜 우리가 먼저 지치는 것 같지?’

검을 부딪힐 때마다 체력이 갉아 먹히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체력이 가

장 약한 4번이 숨을 가쁘게 내쉬며 검이 내려왔다.

티그리스는 곧바로 4번에게 달려들었다.

“헉!”

티그리스의 검이 닿자마자 4번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양옆에서 티그리스에게

검을 날렸지만, 흥분한 탓에 검로는 엉망이었다. 티그리스는 몸을 살짝 비트

는 것만으로 검을 피하고 검을 한 번 횡으로 그었다.

티그리스의 검이 세 명의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날이 서 있지 않은 검이었지

만 흉갑을 고정하는 가죽끈이 모두 잘려 나갔다.

“너희는 열외다.”

3명은 흉갑이 헐렁거리는 것을 보며 어이가 없는 듯 서로를 쳐다봤다. 그 이

후로 티그리스는 한 명씩 한 명씩 탈락시키기 시작했다. 투구를 날려버리기도

했고 옷깃을 자르기도 했으며 목에 검을 가져다 대는 것으로 탈락시켜나갔다.

그렇게 10명이 모두 탈락하는 데 걸린 시간은 15분도 채 되지 않았다.

“허억···. 허억···.”

기사단원들은 지쳐서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러나 티그리스는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지친 기색조차 없자 가만히 지켜보던 기사들은 침을 꿀꺽 삼

켰다.

‘천재다···.’

티그리스가 천재라는 소문은 파다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저들

은 모두 최소 고리가 하나 이상 있는 기사들이다. 게다가 1번 제임스는 티그

리스와 같이 오러 고리가 세 개가 있는 기사였다. 고리 개수가 같은 기사가

섞여 있었는데도 졌으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모두 기상.”

티그리스의 명령에 기사들은 벌떡 일어났다.

“지금부터 개인적으로 부족한 점과 잘한 점을 말해줄 테니 새겨듣도록 해라.”

기사단원들은 바짝 긴장했다. 긴박한 전투를 치르는 와중에 검술을 봤단 말인

가? 믿기지 않았지만 티그리스는 정말로 1번부터 10번까지의 모든 검술을 확

인했고 기억했다.

“우선 1번. 오러를 사용하는 센스가 나쁘지 않았다. 조만간 4성 기사가 될 자

질이 보인다. 그리고 횡 가르기와 종 가르기를 열심히 수련한 티가 난다. 굉

장히 날카롭더군.”

1번은 크게 외쳤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발이 너무 느리다. 순발력 중심의 운동을 많이 하지 않은 것 같군.

거기에 사선 베기와 찌르기를 할 땐 검끝이 흔들린다. 검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뜻이겠지. 역량의 문제라기보단 해당 훈련을 게을리한 것 같군.”

1번은 속으로 굉장히 놀랐다. 세 개 모두 호른에게 지적받은 문제점이었다.

테오는 정직한 횡 가르기와 종 가르기만으로 승부하려는 경향이 짙었고, 움직

이는 것보단 정적이고 수비적인 것을 좋아했다.

‘딱 한 번 본 것만으로 모두 알아채다니···.’

1번은 침을 꿀꺽 삼켰다.

“다른 팀원들이 7~9번 공격해올 때 너는 겨우 6번밖에 공격을 오지 않았다.

발이 느려서 내 사각을 노리고 들어올 타이밍을 계속 놓쳤기 때문이지. 네가

쉬면 자이언트나 오우거에게 숨 고를 시간을 주는 것이다. 너는 개인 훈련 시

간에 검을 휘두르지 말고 당분간 순발력 훈련을 하도록.”

티그리스는 그 이후로 꼼꼼하게 개인에게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잘한 점이 있

다면 칭찬했다.

“체력은 좋으나 악력이 약하다. 검술 훈련 시 검 끝에 모래주머니나 추를 달

고 훈련하도록.”

“왼발을 잘 안 쓰더군. 예전에 다친 적이 있나? 재활이 끝났으면 의식적으로

움직이려 노력해라. 금방 나아질 것이다.”

“물수제비의 핵심은 공격이 아니라 도주에 있다. 넌 그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

는 듯하군.”

“갈라베기를 할 때 타점에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는다. 어깨 세모근과 광배근

과 같은 대근육에 오러를 강화하는 타이밍을 잘못 잡는 것 같은데 연습하도록.”

10명의 움직임을 언제 다 봤는지도 궁금하지만, 그걸 어떻게 하나하나 다 기

억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호른은 더더욱 놀랐다. 기사단원 10명을 이겨냈

다는 것도 놀랐지만, 호른이 보지 못했던 부분까지 모두 캐치해서 알려준다는

점이 더욱 놀랐다.

‘괴물이다···.’

저게 고리 3개 검사가 정녕 맞다는 것인가? 천재는 범인과 전혀 다른 시각으

로 세상을 보고 산다는 걸 베오울프에게 듣긴 했지만, 이 정도 수준일 줄은

몰랐다.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기사단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았다. 모두 빨

리 티그리스에게 조언을 받고 싶어서 안달이 난 듯 앞으로 슬금슬금 나오고

있었다.

-야. 나와. 내가 먼저 받을 테니까.

-나보다 군번 낮은 애들 다 뒤로 가라. 좋은 말할 때?

-아 좀 비키라고.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부 기사단장이 헛기침을 하며 조용히 시켰다.

“내가 먼저이니 모두 제자리로 가도록.”

기사단원들은 부 기사단장을 향해 질시의 눈빛을 보냈다.

어딜 가나 계급이 깡패였다.

* * *

해가 질 때까지 시작된 수업이 끝나자 기사단원들 중에 제대로 걷는 사람이

없었다. 티그리스에게 지도를 받고 부족한 부분을 갈고 닦는 시간까지 가졌기

때문이었다.

티그리스가 단상에 섰다.

기사들은 부 기사단장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오와 열을 맞춰 섰다. 기

사들은 5시간 전과 전혀 다른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건 존경의 눈빛이었다.

“모두 수고 많았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실력은 굉장히 좋다. 그러나 부족한

점을 채운다면 더욱 나아질 것이다. 앞으로 노르베르드 영지와 주민들을 지키

는 검은 늑대의 이빨이 되길 바라며 이만 수업을 마치겠다. 이상!”

“와아아아!”

검은 늑대 기사단원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마무리는 호른에게 맡기고 티그리스와 베오울프는 본가로 복귀했다.

베오울프는 본가 정문에 이를 때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티그리스가 보여

준 인상적인 검술 교육 방식과 수준 높은 검술에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산책을 좀 하지.”

“네.”

베오울프는 그렇게 5분 더 걷더니 입을 열었다.

“네가 검술 지도를 한다고 했을 때, 솔직히 네가 오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

만 넌 내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내 아들이기에 너를 잘 안다고 생각했

지만 잘 모르고 있었구나. 의심해서 미안하다.”

베오울프의 말에 티그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의심하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다. 아버지라면 아들을 믿어주는 것이 당연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나는 그래선 안 됐었어. 미안하구나.”

베오울프의 진심 어린 사과에 티그리스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

았다.

티그리스가 검은 늑대들을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가르쳐본 경험이 있

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께서 몸져눕고 호른이 죽었을 때, 검은 늑대 기사단

을 가르칠 인재가 없었다. 그래서 티그리스는 직접 검은 늑대 검술을 배우고

가르쳤다. 이런 대련 방식도 티그리스가 사용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가르쳤던 것이었다.

“처음엔 네가 교관이 되길 원하니 검은 늑대 기사단의 검술 교관을 부탁하려

고 했었다. 네가 도와준다면 검은 늑대 기사단은 한층 더 발전할 것이라 생각

했으니까.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건 네가 원하는 게 아닌 듯하구나.”

베오울프가 생각하기에 티그리스는 단순히 교관이 되고 싶어서 제국 대학의

검술 교관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생각했다. 만약에 검술 교관이 되고 싶은 것

이라면 굳이 제국 대학이 아닌 검은 늑대 기사단의 검술 교관을 하고 싶다고

먼저 말했을 테니까.

“네가 왜 제국 대학의 검술 교관이 되려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아버지로서

굉장히 궁금하긴 하지만 왜인지 너는 그 이유를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듯하구나.”

베오울프는 티그리스의 마음 한편에 자리한 불안을 읽었다. 그것이 아버지로

서 아들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아니면 베오울프의 통찰력이 뛰어나서인지 아

니면 둘 다 영향을 미쳐서인지 알 수 없었다.

‘아버지를 따라가려면 멀었구나.’

검술의 경지는 아버지를 뛰어넘을 수 있으나, 아버지의 지혜와 통찰력을 배우

려면 멀었다. 티그리스는 평생을 가도 아버지만큼 훌륭한 변경백이 될 수 없

을 것이라 생각했다.

“네가 그 이유를 말하는 날을 기다리겠다. 기다리는 것 또한 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이니까.”

베오울프는 자랑스러운 아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중앙으로 가거라. 그곳에서 네 재능을 꽃피우거라. 네가 만족할 수 있을 때

까지 남아서 검을 단련하거라. 네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다 말해도 좋다.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감사합니다. 아버지.”

“고맙구나. 네가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티그리스는 고개를 숙였다.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 아버지가 제 아버지라서.”

6. 빅토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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