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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20화 (20/251)

#020화 – 기사 서임

다음 날 티그리스는 언제나처럼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나 연무장으로 나섰다.

연무장엔 리니아가 중단세를 취한 채 눈을 감고 명상하고 있었다.

리니아는 내 기척을 읽더니 눈을 떴다.

“아, 오라버니. 좋은 아침입니다.”

리니아는 밝게 웃으며 티그리스에게 아침 인사를 드렸다.

“좋은 아침이다.”

리니아의 새하얀 팔목에 붉은 보석이 박힌 팔찌가 보였다.

누이동생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패션용 팔찌처럼 보이지만, 수련용 아티팩트였다.

어제 티그리스가 리니아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중력 팔찌는 쓸만하더냐?”

리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 써보고 있는데 확실히 좋은 것 같습니다.”

리니아가 수련용 모래주머니를 사달라고 했었지만, 그걸 선물로 사 올 생각은

없었다.

저 팔찌는 무려 금화 5개짜리 아티팩트로 몸과 자기 몸에 닿은 물건에 중력을

가중시켜줄 수 있는 수련용 아티팩트였다.

참고로 저걸 산 덕분에 티그리스의 잔고는 거의 바닥이 났다.

하지만 베오울프가 고리 4개가 된 것을 축하한다며 금화 30개를 계좌에 채워

넣어주었기에 당분간 돈 문제는 없었다.

“그럼 오랜만에 검을 나눠보자 꾸나 몸은 다 풀었느냐?”

“네.”

리니아는 숨을 크게 내쉬며 검을 들었다. 오러 고리가 비록 하나뿐이지만 은

연중에 피어오르는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쩡-!

리니아와 티그리스의 검이 맞부딪혔다. 리니아의 검은 한 달 전보다 확실히

묵직했고 빨라졌다. 거기에 전투 센스도 엿보이기 시작했다.

티그리스가 검을 나누던 와중에 발을 걸어보자 리니아는 당황하지 않고 발을

슬쩍 빼냈다. 물러서는 와중에도 균형이 무너지지 않고 중심이 잘 잡혀있었다.

티그리스는 변칙적인 공세를 이어 나갔다. 공격 타이밍을 뺏어보기도 하고 허

초를 심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리니아는 당황하지 않고 거의 정답에 가까운

방법으로 티그리스의 공격을 막아냈다.

‘성장했군.’

혼자 검을 수련한다고 해서 이렇게 단번에 성장할 수 없다.

리니아는 검술도 발전했지만 전투 센스 자체가 발전했으니까.

한동안 검을 나누고 리니아의 숨이 거칠어질 때쯤 티그리스는 뒤로 물러났다.

“확실히 발전했구나. 검은 늑대 기사들과 함께 대련했느냐?”

리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왜 대련을 할 생각을 했지?”

“제게 부족한 게 검술도 있지만 경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리니아는 본래 그 누구와도 검을 나누지 않았다. 검은 늑대 기사들은 물론이

고 심지어 아버지와도 검을 나누지 않았다.

티그리스와 비교를 당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리니아는 자신의 소극적인 성격을 고쳐나가고 있었다.

그건 티그리스가 리니아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리니아.”

“네.”

“나와 같이 빅토리에로 가겠느냐?”

“네?!”

리니아는 살짝 두려운지 눈동자를 떨었다.

“그 말씀은···.”

“개인 훈련도 중요하긴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네

나이가 부족해서 제국 대학에 가진 못하겠지만 검술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

을 것이다. 아카데미에서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식견을 쌓으면 네 검이 더 성

장할 것이다.”

리니아는 발을 꼼지락거렸다.

무언가 고민이 되는 모양이었다.

“무슨 고민이 있느냐?”

“···제가 오라버니에게 폐가 될까 걱정이 됩니다.”

리니아는 자신의 속내를 모두 털어놓았다.

“저는 티그리스 오라버니보다 훨씬 못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세간에 알려지면

티그리스 오라버니에게 큰 폐가 될 것 같습니다.”

“네 검술 실력이 못하다는 소문이 나면 내가 화를 낼 것 같았느냐?”

리니아는 고개를 떨궜다.

“···그것도 있고.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견디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넌 검은 늑대 기사들에겐 대련을 신청했다. 왜 그런 거지?”

“검은 늑대 기사들은 한 식구라고 느껴져서 그랬었습니다. 그리고 티그리스

오라버니와 검을 나누고 나니 다른 사람과 대련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서···.”

“리니아. 내 눈을 보거라.”

리니아는 조심스럽게 눈을 들어 티그리스의 눈을 마주쳤다.

“귀족은 평가받기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우리가 평민들보다 많은 것을 누리

고 있는 그들보다 고결하게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우상으로 살고 있

기 때문이다.”

“···우상 말씀이십니까?”

“평민들은 우리를 보면서 우리처럼 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

을 입으려 하고 우리가 신는 신발을 사서 신으려고 한다. 귀족처럼 죽기 위해

명예로운 전장을 떠돌고 다니며 선행을 베풀고 기부를 하며 약한 아이를 지키

기 위해 앞장선다.”

인류에게 있어서 가장 비참한 전장에서 왜 명예를 찾으며, 검과 마법을 수련

하고 선한 행동을 하려 하는가?

귀족이 불편하고 생존에 취약하지만 명예로운 삶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네가 당장 검술이 모자라 결투와 수많은 전투에서 질지라도 고고하며

당당하게 패배와 비판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평민들에게 있어서 네 존재

자체가 꿈이자 목표이기 때문이다.”

티그리스는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리니아를 보며 말했다.

“네가 진 짐이 무겁느냐?”

“···네. 그렇습니다.”

“힘들거든 나와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에게 기대라. 견디기 힘든 일이 있었으

면 내게 모두 털어놓거라. 네 마음속에 갈등이 생겼거든 내게 자문하여라. 나

는 그러기 위해 너보다 일찍 태어났으니.”

“그럼···. 오라버니는 정말 힘드실 때 누구에게 기대십니까?”

티그리스는 후회로 점철된 마지막 전쟁을 떠올렸다. 고독과 절망에 침식되기

직전, 라칸을 발견했을 때의 감정을 떠올렸다.

그때, 티그리스는 안도했다.

“전우일 것이다.”

리니아의 눈빛이 변하며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아카데미에 가겠습니다.”

리니아는 오늘 결심했다.

티그리스의 여동생이 아닌 한 명의 기사로서 성장하여 티그리스가 힘들 때 버

팀목이 되어주겠노라고.

* * *

새해가 밝았다.

티그리스는 약속대로 기사 서임식을 가졌다.

노르베르드 가문의 기사서임식은 거창하지 않았다.

지금이야 광산 사업으로 노르베르드가 황금기를 달린다고 하지만 본래 노르베

르드는 작물 하나 키우기 힘든 척박한 땅이라 가난했었다.

거기에 오우거들과 오크들이 수시로 내려와 난동을 부렸기에 거창한 축제가

거의 없는 편이었다.

가신들이 그래도 티그리스의 기사서임식만큼은 성대하게 치르자고 제안했지

만, 티그리스가 나서서 거절했다.

선조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을 깰 이유가 없으며, 선례를 남기면 이후의

기사서임식에 들어가는 자금이 쓸데없이 호화스러워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작은 반발이 일었지만···

-저희는 지금 전쟁 중입니다.

티그리스의 말 한 마디에 기사서임식은 검은 늑대와 하얀 늑대 기사들의 서임

식과 똑같이 진행되었다.

티그리스는 메마른 흙먼지가 가득한 연무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베오울프는 노르베르드 가문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보검 ‘드윈의 검’을 뽑아

들었다.

보검의 검면이 티그리스의 왼 어깨에 올려졌다.

“티그리스 디 노르베르드는 기도문을 읊어라.”

티그리스는 순간 회귀 전 황제의 앞에서 읊었던 ‘검사의 노래’라는 기도문을

떠올렸다.

한 명의 기사이자 검사로서 검을 수련하여 최고의 경지에 오르겠다는 내용이

었다. 그러나 티그리스는 그 기도문을 읊지 않기로 했다.

티그리스는 ‘전장의 보리’를 읊기 시작했다.

“신이시여 그대의 검으로 청하노니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공포에 떠는 여인을 볼 수 있는 눈을

악마들을 벨 수 있는 손을

두려움에 주저앉지 않는 다리를 주옵소서.

목숨이 다하는 날

썩어 문드러질 육체는 전장의 거름으로 남게 해주시어

피와 비통함으로 가득 찬 전장에 한 줌의 보리로 나게 해주소서.”

티그리스는 한 자 한 자 읊을 때마다 그날의 붉은빛이 가득한 전장을 떠올렸다.

오염되어 영원히 식물이 자랄 수 없는 땅이 되었던 최후의 전장.

티그리스가 원하는 전장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불모지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언젠간 피 냄새가 바람에 날아가고 살점이 썩어 문드러져 후손들이 농작을 할

수 있는 보리밭이 되길 바랐다.

티그리스의 결심이 담긴 기도문이 연무장을 가로지르자 이를 지켜보던 가신들

과 기사들 그리고 가족들은 하나같이 감동의 물결에 휩쓸렸다.

베오울프는 드윈의 검을 오른 어깨로 옮겼다.

“티그리스 디 노르베르드는 개인의 이득과 영달이 아닌 오로지 노르베르드와

백성들을 위해 들 것임을 맹세하느냐?”

“네. 그렇습니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와도 당당해질 것을 맹세하느냐?”

“네. 그렇습니다.”

“기사도를 철저히 따를 것을 맹세하느냐?”

“네. 그렇습니다.”

드윈의 검이 걷어지고 옆에 있던 호른이 새로운 검을 베오울프에 건넸다.

폼멜엔 노르베르드 가문을 상징하는 늑대가 그려져 있었고, 가드는 마치 늑대

의 날카로운 입을 연상케 하는 뾰족한 이빨들이 나 있었다.

오직 노르베르드 가문의 기사들에게만 주어진다는 늑대검이었다.

티그리스는 두 손을 높이 들어 공손히 늑대검을 받아들였다.

베오울프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로써 티그리스 디 노르베르드는 늑대의 기사가 되었음을 선포하노라!”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얼마나 소리가 컸던지 나무 위에서 졸고

있던 새들이 모두 놀라 하늘 위로 날아갈 정도였다.

황제에게 받았던 기사서임식보다 훨씬 허름하고 많은 것이 생략되어있는 기사

서임식이었지만, 그날에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이 몰려왔다.

티그리스는 티를 내지 않으며 일어났다.

베오울프는 티그리스를 안고 등을 두들겼다.

“축하한다. 티그리스. 너도 이제 어엿한 기사가 되었구나.”

“감사합니다.”

티그리스는 눈을 감았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한이 풀리자, 자꾸 라칸의 말이 귀에 맴

돌았다.

-좀 잘해. 새끼야. 마지막 기회니까.

티그리스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날의 전장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다.’

티그리스는 그리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다음 날 티그리스는 바로 노르베르드를 떠났다. 하루나 이틀 정도 더 여유가

있었지만, 안락 속에서 마음이 무뎌지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티그리스는 마력 열차에서 내렸다. 그 뒤로 리니아가 따라 내렸다.

리니아는 기왕 티그리스가 내려가는 김에 같이 자리를 잡기로 했었다.

리니아는 거대한 플랫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와··· 앗.”

리니아는 자신도 모르게 촌 동네 소녀처럼 굴었다는 게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지금 보니 리니아는 레니만큼이나 감정이 풍부한 것 같았다.

‘성격이 좀 변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니지. 이게 원래 성격이겠군.’

티그리스가 최근 들어 리니아를 따뜻하게 대해주니 리니아도 자기 본연의 활

기차고 감정이 풍부한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런 리니아의 모습이 보기 좋았기에 더 리니아에게 따뜻하게 대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좀 걸으면서 빅토리에를 소개해주마. 거대한 도시인 만큼 볼거리와 먹

을거리도 노르베르드와 다른 점이 많다.”

“정말입니까?”

“그래. 그래야 학교 친우들과 도시로 나왔을 때 당혹스러워하지 않을 테니까.”

리니아는 티그리스의 배려심에 너무나도 감동했다.

티그리스는 4번 플랫폼으로 나왔다. 그 앞엔 베이튼이 대기하고 있었다.

“티그리스 공자님. 리니아 공녀님. 빅토리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 걸어서 가겠네. 레니와 카렌만 마차에 태워서 펜트하우스로 향하게.”

“예. 알겠습니다.”

레니와 카렌도 내심 도시 구경하고 싶어 했지만 둘은 눈치 빠르게 빠졌다.

티그리스와 리니아는 여유롭게 거리를 걸었다.

“이곳은 미들타운이라고 부른다. 황실에서 미들타운은 상업지구로 계획을 해

서 상가들이 매우 많다. 그만큼 볼 것도 많지.”

“아~”

거리에는 휘황찬란한 간판들로 가득했고, 몇몇 아카데미 출신 마법사들이 마

법으로 가게 홍보하기도 했다.

그리고 길가엔 맛있는 먹거리 음식들이 가득했다.

그 중 리니아의 눈을 사로잡은 녀석이 있었다.

얇게 구운 팬케이크 위에 달콤한 크림과 초콜릿 시럽을 뿌리고 딸기와 블루베

리 등을 올린 길거리 음식.

크레이프였다.

신사나 숙녀나 심지어 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까지 크레이프를 한 손에 들고

먹으면서 걷고 있었다.

티그리스는 리니아의 시선이 크레이프에 꽂힌 것을 보고 방향을 틀어 크레이

프 가게로 향했다.

“무엇을 먹겠느냐?”

“어···.”

메뉴판엔 수십 가지의 크레이프가 적혀 있었다. 크림 대신 요거트가 들어간

플레인 요거트 크레이프, 초콜릿 시럽이 더블로 들어간 더블 초콜릿 크레이프

등···.

리니아의 눈이 뱅글뱅글 돌았다.

그때 상점 주인이 티그리스를 알아봤다.

“어? 혹시 티그리스 공자님 아니십니까?”

상점 주인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번에 경기 정말 잘 봤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돈도 많이 땄고요. 허허허!”

“그런가?”

“제가 개인적인 팬이라서 그런데 혹시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제가

특제 크레이프를 선물해드리겠습니다.”

리니아는 ‘특제’란 말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티그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인해주지. 그 대신 하나면 되네. 나는 단 것을 싫어하니.”

“아, 알겠습니다! 이거 오늘 아내에게 자랑할 일이 생겨서 기분이 좋군요.”

상점 주인이 넘긴 종이에 사인을 한 번 해주자 상점 주인은 어린아이처럼 기

뻐했다.

“크레이프는 금방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리니아는 가게 사장이 그 자리에서 만드는 크레이프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

로 쳐다봤다. 그런 리니아가 왠지 귀엽게 느껴져 피식 웃고 말았다.

“자 여기 있습니다! 특제 크레이프입니다!”

크레이프는 양손으로 들어야 할 정도로 굉장히 크고 묵직했다. 리니아는 마치

졸업식 날 꽃다발이라도 받은 듯이 밝은 미소를 띠었다.

티그리스는 품에서 1실버를 꺼내 사장에게 넘겼다.

“아이고! 아닙니다. 사인을 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팁이니 받게.”

“그래도 저 특제 크레이프는 5쿠퍼 밖에 안 하는데···.”

리니아의 미소 값에 비하면 1실버도 적었다. 티그리스는 그냥 테이블 위에 올

려두었다.

사장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1실버를 받았다.

“잘 받겠습니다. 다음에 오시면 받은 팁만큼 서비스를 팍팍 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크레이프 가게를 나온 리니아는 이걸 어떻게 먹어야 하나 행복한 고민

에 빠졌다. 그때 티그리스를 흘금 보고 크레이프를 건넸다.

“아, 오라버니. 오라버니 먼저 드세요.”

“너나 많이 먹거라.”

티그리스가 아예 쳐다도 보지 않자 리니아는 더 제안하지 않곤 크레이프 끝부

분을 한입 베어 물었다.

쫄깃한 식감의 크레이프가 담고 있는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이 리니아의 입안

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오독오독 씹히는 견과류들과 씹으면 달콤한 과즙을

토해내는 과일들이 혀를 즐겁게 해주었다.

“으으음!”

리니아는 너무나도 맛있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우와! 너무! 너무 맛있어요!”

리니아가 밝게 웃는 모습에 티그리스도 작게 미소를 지었다.

리니아가 길을 걸으면서 먹다가 시민들과 부딪힐 것 같아 보이자 강변 공원으

로 향했다.

강변 공원에는 푸른 강물이 부드럽게 흐르고 있었는데, 경치가 썩 좋았다.

티그리스와 리니아는 근처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경치를 구경했다.

미들타운과 트레져 타운을 연결하는 골드 브릿지가 가로지르고, 강변에서는

어린아이들이 물수제비를 하고 있었다.

이런 평화가 몇 년 남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까웠으나, 그렇기에 이 순간이 너

무나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리니아를 데리고 도시를 구경시켜주기를 잘한 것 같았다.

“티그리스···.”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티그리스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샤를로트 디 프리하르덴이었다.

샤를로트는 골드 브릿지 위에서 티그리스를 굉장히 경멸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샤를로트의 눈은 시름에 잡아먹힌 듯 퀭해 보였다.

작가의말

* 기사 책봉식 때 썼던 전장과 보리라는 시는 ‘어느 소방관의 기도’라는

시를 오마주하여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조회수가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아 연재 시간을 바꿔보려고 합니다.

몇 시가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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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책봉이 잘못되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고치려고 봤더니 ㅎㄷㄷ 연

재한 부분모두 싹다 고쳐야 해서 조금 걸렸습니다! 소제목도 바꿨으니 불

편함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21. 성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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