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26화 (26/251)

#026화 - 아이린

라칸의 움직임은 정말로 형편이 없었다. 일곱 살짜리 갓난아이가 장난감 칼을

들고 달려오는 것 같았다.

무언가 숨겨진 수가 있을까 싶었지만 그럴 기미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라칸은 역시 검에 재능이 없었다.

그렇기에 티그리스는 라칸이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그냥 기절시켜버렸다.

관자놀이에 정확하게 박히는 검.

라칸은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던 학생들의 시선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저렇게 한 번에 기절시키면 대련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야.

-그냥 깝치지 말라 이건가?

티그리스는 샤를로트에게 검을 되돌려주었다.

“···이럴 거면 왜 대련을 받아들인 거예요. 검을 한 번이라도 휘두르게 해줘

야 할 거 아녜요.”

“무의미하다.”

녀석이 검을 휘둘러봤자 다른 이들에게 놀림감이 될 것이 분명했다.

라칸은 티그리스의 마음속엔 인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영웅이다. 영웅이

불명예스러운 일을 당하는 것을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전우였던 라칸의 명예를 살려주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그걸 알지 못하는

샤를로트는 재수 없다는 듯이 티그리스를 쏘아봤다.

“하! 참나. 처음부터 검을 잘 다루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 뭔가를 기

대한 내가 잘못이지.”

샤를로트는 신입생들을 보며 소리쳤다.

“거기 뭐해! 어서 양호실로 데려가. 양호실은 저 건물 안에 있어.”

“아! 넵!”

몇몇 학생들이 기절한 라칸을 업고 의무실로 달려갔다.

그때, 몇몇 학생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저도 대련을 하고 싶습니다!”

“저도입니다!”

티그리스는 베드리안을 봤다. 베드리안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기숙사 배정도 다 끝났고 티그리스 교관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베드리안을 비롯한 모든 교관들은 차라리 이렇게 된 게 낫다고 생각했다. 아

무리 티그리스가 토너먼트에서 우승했다고 하나 녀석들의 마음에 작은 의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의심을 털어버릴 자리가 마침 마련되었으니 이 자리에서 모두 끝내버리는

편이 나았다.

“방금 손든 인원들은 모두 앞으로 나오도록.”

숫자를 세어보니 17명이었다. 개중에 티그리스의 기억에 남는 녀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전원 검을 뽑아라. 한 번에 상대해주지.”

학생들은 서로 눈치를 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17명을 한 번에 상대한다는 것

은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희는 진지합니다! 교관님!”

“나를 진지하게 만들고 싶으면 그에 걸맞은 실력을 갖춰라. 너희의 실력은 내

발끝에도 닿지 않는다.”

“···아무리 교관님이라고 하시더라도 17명을 동시에 상대하진 못하실 겁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 검을 뽑지 않아도 상대의 실력을 가늠할 줄 아는

능력도 기사로서 갖춰야 할 소양이다.”

티그리스는 땅에 떨어진 샐러맨더의 검을 검집에 집어넣곤 조금 전 라칸이 들

고 있던 검을 집어 들었다.

잡철로 만들어 균형이 전혀 맞지 않는 쓰레기였다. 노르베르드 가문이 쓰는

수련검보다 못했다. 하지만 한 번 쓰고 버리기엔 충분했다.

“나를 상대하고 싶은 자는 모두 검을 뽑아라. 이 이후로는 대련을 신청해도

받아주지 않겠다.”

“젠장!”

대련을 신청했던 인원들은 모두 검을 뽑았다. 그리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몇몇 학생들도 검을 뽑으며 들어왔다.

숫자를 세어보니 총 24명이었다. 그중 아이린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이린은

자신의 체중과 비슷할 정도로 무거운 대검을 티그리스를 향해 치켜들었다.

그 기세는 다른 이들에 비하면 차분했고 정제되어 있었으며 자세는 깔끔했다.

“그럼 시작하지.”

티그리스는 천천히 학생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냥 산책하는 것처럼 녀석들에게 다가가자 몇몇 자존심이 강한 학생들은 티

그리스를 향해 먼저 달려들었다.

그들의 검은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렸고 정교하지 못했으며 감정이 과도하게

개입해 힘이 너무 들어갔다.

티그리스는 몸을 살짝 비트는 것만으로 녀석들의 검을 모두 피해냈다.

티그리스의 오른손이 번뜩였다.

퍽! 퍽! 퍽!

검면이 녀석들의 관자놀이와 턱, 급소에 날아가 박혔다. 녀석들은 마치 실 끊

어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다음.”

“으아아아아!”

흥분한 학생들이 다시 달려들었다. 하지만 티그리스는 녀석들의 검을 맞아주

지 않았다. 검으로 막을 가치도 없는 검술이었다.

그저 티그리스는 피하고 가격했다.

‘가르칠 것이 많아 보이는군.’

예상했던 대로 신입생들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다. 샤를로트, 아이린, 리니

아, 고든과 같은 천재들이 이 세상에 그리 많았다면, 인류는 로타와 아르펨에

게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티그리스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 어중간한 재능을 갖춘 이들을 쓸모있는 기

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어느새 23명이 모두 땅에 널브러졌다.

‘한 명. 아이린이 보이지 않는다.’

그때 티그리스의 기감에 무언가가 걸렸다.

횡으로 날카롭게 들어오는 묵직한 무언가.

아이린의 대검이었다.

아이린의 대검은 수풀 속에 숨어있다가 발톱을 치켜세우고 달려드는 사자의

이빨처럼 무자비했다. 티그리스는 처음으로 방어했다.

쩌어엉-!

대검이 반탄력으로 뒤로 날아갔지만 라칸의 싸구려 검 또한 산산조각이 났다.

티그리스는 곧바로 검을 버리고 샐러맨더의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아이린의 후속 공격이 더 빨랐다.

쩡-!

티그리스는 칼집에서 완전히 빼지도 않은 채 아이린의 검을 막아냈다.

주변 사람들은 티그리스의 기교에 모두 깜짝 놀랐다. 그러나 아이린은 여전히

차분했다. 오히려 이 유리한 상황을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난격.

아이린은 티그리스의 목숨을 빼앗을 듯이 살초를 흩뿌렸다. 하나하나가 묵직

했고 날카로웠으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식은땀이 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3초 남짓한 시간에 무려 10회를 내지른 아이린의 난격에도 티그리스는 당황하

지 않고 모조리 막아냈다.

주변 사람들이 쑥덕이기 시작했다.

-저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이 말은 티그리스와 아이린 둘 다에게 해당되는 말이었다. 저 커다란 대검으

로 난격을 하는 아이린이나 그것을 칼집에서 뽑지도 않은 채 완벽하게 막아낸

티그리스나 모두 괴물 같았다.

아이린은 입술을 씹었다.

티그리스의 무너진 자세가 돌아왔다. 자세가 돌아왔다는 뜻은 반격이 들어온

다는 뜻이었다.

티그리스의 검이 검집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아이린의 허리를 양

단 낼 듯이 들어왔다.

아이린은 대검을 땅에 박아 막아냈다.

아이린의 판단은 옳았다.

그그그그긍-!

아이린의 대검이 마치 봄철 농부의 괭이처럼 땅을 헤집었다. 만약 검을 들어

서 막았다면 아이린은 하늘을 날았을 것이었다.

아이린의 어깨가 부서질 듯이 아팠다. 그러나 쉴 틈이 없었다.

아이린은 이어서 들어오는 공격에 대비했다.

이번엔 종베기였다.

아이린은 대검을 땅에 박은 채로 티그리스의 검을 비껴 막았다. 티그리스의

검이 대검의 검면을 타고 흘렀다.

기회였다.

아이린은 앞으로 몸이 쏠린 티그리스의 옆구리를 향해 발차기를 했다. 오러가

가득 담겨서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아이린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티그리스는 종베기를 할 때, 오른손 하나로 종베기를 했다는 것이었다.

티그리스의 왼팔이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옆으로 날아오는 아이린의 다리를 왼팔로 올려 치자 아이린의 몸은 붕 떴다.

공중에 뜬 상태로 아이린은 다른 발로 머리를 노렸지만, 티그리스는 그런 얕

은 수에 당해주지 않았다.

티그리스는 뒷걸음질 치는 것만으로 피했다.

아이린은 땅에 내려와 공격을 대비했다. 하지만 티그리스는 검을 집어넣고 있

었다.

“대련은 여기까지 하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아이린의 입이 열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네 옆구리를 보거라.”

아이린은 자신의 옆구리를 봤다. 그녀의 옷이 길게 잘려 나가 있었다.

“···언제.”

아이린은 보지 못했지만 멀리서 봤던 샤를로트는 분명히 봤다.

티그리스가 뒤로 피하면서 검을 빠르게 내지르는 것을.

평범한 사람들은 보지도 못했을 쾌속이었다.

티그리스는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지만, 의례적으로 물었다.

“이름이 뭐지?”

티그리스의 물음에 아이린은 답했다.

“···아이린입니다.”

“아이린. 왜 대검을 사용하는지 말을 해줄 수 있나?”

아이린은 티그리스의 말의 저의를 눈치챘다. 아이린의 신체 구조상 대검이 맞

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린은 대검을 고집하고 있었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건 아이린의 지독한 역린이기에 학교장이 와서 물어봐도 답해줄 수 없었다.

티그리스는 아이린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곤 더 캐묻지 않았다.

어차피 티그리스는 아이린이 왜 대검을 사용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겠다.”

대신 티그리스는 품속에서 수표를 끊어서 주었다. 금액은 10실버였다.

“옷을 잘라서 미안하다. 받거라.”

옷 하나를 망가뜨렸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큰돈이었다. 아이린은 반사적으로

거절했다.

“괜찮습···”

“네 대검의 수리 비용이기도 하다.”

아이린은 자신의 대검을 봤다. 대검 한가운데에 큼직하게 이가 나가 있었다.

“미들타운 234-1번지에 난장이의 대장간이라는 곳이 있다. 그곳이면 네 대검

을 말끔하게 수리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는 제가 알아서 수리할 수 있습니다. 정말로 괜찮습니다.”

“아이린. 귀족이면 귀족답게 예법을 따라라.”

아이린의 눈이 크게 떠졌다.

“높은 사람이 하사하는 돈을 세 차례나 거절하는 것은 예법에 맞지 않다. 두

차례가 제일 적당하고 세 차례 권했을 때 받는 것이다.”

티그리스는 왜 아이린이 금전을 받는 걸 싫어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몰락한 가문의 귀족이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에게 동정받는 걸 원치

않았다.

그러나 티그리스는 그녀에게 동정이 아닌 귀족의 예법을 이야기했다. 받지 않

는다면 귀족의 예법을 따르지 않는 것이고,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은 싫었다.

아이린은 티그리스의 눈을 봤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티그리스의 눈은 동정 어린 눈빛이 아닌 알 수 없는 감정

이 뒤섞인 눈빛을 띠고 있었다.

그 눈빛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동정을 받는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아이린은 공손히 티그리스의 수표를 받았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정진하도록.”

티그리스는 그 말을 뒤로 떠났다.

* * *

입학식 때 일어난 신입생 기강 다지기 사건(학생들은 스스로 그렇게 불렀다.)

이후 3일이 지났다.

신입생들은 수강 신청 용지를 학과 사무실에 모두 제출했다.

티그리스도 학과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사무원에게 ‘내려치기의 이해와 파훼’

에 수강 신청한 사람들의 신상 명세를 받았다.

“이게 전부인가?”

“아직···! 남았습니다.”

쿵-!

종이 박스 두 개가 티그리스 책상 위에 올려졌다.

총 353명.

검술학과 정원이 613명이니 거의 절반 이상이 티그리스의 강의를 신청한 것이

었다.

무려 4학점인데다가 티그리스가 진행하는 강의니 많이 신청을 할 것이라 생각

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많이 몰릴 줄은 티그리스도 생각하지 못했다.

당연히 이 많은 사람들을 티그리스 혼자 가르칠 순 없었다. 단순히 칠판 위에

글을 쓰면서 가르치는 역사학 시간도 아니고 검술 강의니까.

티그리스는 정원을 30명 정도로 보고 있었다.

사무원은 땀을 훔치며 배시시 웃었다.

“헤헤···. 이거 참 매우 많네요. 이걸 집무실까지 옮기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원래는 티그리스가 직접 가겠다고 했지만, 사무원 레미는 직접 옮겼다. 티그

리스와 말을 섞어보기 위함이었다.

“혹시 차나 음료수가···”

“이걸 학과 사무실에 붙여주겠나?”

티그리스는 신청자가 몰릴 것을 대비해 준비해둔 것이 있었다. 사무원은 불만

스러운 표정으로 티그리스가 건네준 종이를 읽었다.

“테스트···? 테스트로 사람을 뽑으시겠다는 건가요?”

“그렇네. 거기에 일시와 장소가 적혀 있으니 준비물을 지참해서 가져오라고

전해주게.”

수강인원이 갑작스레 많이 몰릴 경우 교관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서 가르

칠 수 있었지만, 티그리스는 그런 식으로 사람을 뽑을 생각은 없었다.

자신의 가르침을 따라올 수 있는 사람만 가르칠 예정이었다.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하다면, 그것이 설령 라칸이라고 할지라도 떨어뜨릴 예

정이었다.

“알겠습니다. 학과 사무실과 기숙사 정문에 붙이겠습니다. 그러니까 혹시 시

간 되시면 차나 한잔···.”

“이제 곧 퇴근 시간이라서. 다음에 마시지.”

“···꼭 입니다! 꼭이요!”

사무원은 티그리스와 약속을 잡았다는 것이 그리 기쁜지 헤벌레 해졌다.

티그리스는 그런 사무원을 뒤로하고 퇴근했다.

그날 티그리스의 수강 신청 공고문이 붙었다.

<공고문>

내려치기의 이해와 파훼를 신청한 모든 학생들은 3월 1일 저녁 7시까지 레미

올라 연무장으로 집합할 것.

테스트를 통해 수강인원을 결정할 예정이니 빠짐없이 준비물을 지참해서 오길

바람.

준비물: 깨끗한 종이와 펜.

열심히 붙인 레미 사무원은 티그리스와 차 한잔할 생각에 기뻤지만, 그 이후

로 티그리스는 단 한 번도 레미를 부르지 않았다.

* * *

아이린은 티그리스의 말대로 미들타운 234-1번지에 위치한 난장이의 대장간으

로 향했다.

보통 이런 대장간과 아티팩트 제작 시설은 퍼플 타운에 위치하는 것이 맞았지

만, 주 고객층들이 귀족이나 기사들과 같은 고위 계층이라 미들타운에 있었다.

땅-! 땅-!

대장간들이 몰려있는 곳이라 사방에서 망치질 소리가 났다. 아이린은 이런 대

장간 소리가 익숙했다. 아이린이 황도로 내려오고 나서 대장간에서 알바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린은 난장이의 대장간 앞에 섰다. 낡고 허름해 보였지만 가판대 위에 올

려져 있는 검과 방어구는 질이 굉장히 좋았다.

이 난장이의 대장간은 이 대장간 거리에서도 유명했는데, 이곳 주인이 자신

마음에 드는 사람의 검만 고쳐주거나 만들어주는 것으로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귀족이 돈을 한 보따리 싸가지고 와도 사내의 기준에 적합하지 않으면

아예 만들어주질 않았다.

아이린은 대장간 문을 열고 들어갔다. 후끈한 열기가 아이린의 뺨을 달아오르

게 했다.

“뉘쇼.”

난장이의 대장간이라는 말 그대로 아주 작지만 단단하게 생긴 사내가 아이린

을 쳐다보지도 않고 담금질했다.

“검을 고치러 왔습니다.”

사내는 아이린이 들고 있는 대검을 흘금 보더니 다시 망치질을 시작했다.

“댁이 쓰는 물건이오?”

보통 아이린처럼 작은 체구의 여자가 대검을 들고 있으면 이상하다고 여길 법

하지만 사내는 단번에 아이린이 쓰는 대검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검 손잡이에 묻은 손때가 아이린의 작은 손과 일치했고, 거기에 아이린의 대

검에서 아이린의 오러의 향기가 짙게 묻어났기 때문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주인이 도중에 바뀐 모양이군.”

아이린은 흠칫했다. 사내는 아이린이 움찔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연이 있는 물건인가 보군. 좀 보지.”

사내는 망치와 검을 내려놓고 아이린에게 다가왔다. 아이린도 작은 체구긴 하

지만 아이린보다 조금 더 작았다.

마치 전설 속 드워프 같았다.

사내는 검신을 둘러싼 하얀 붕대를 모두 벗겨냈다.

“검을 애지중지 잘 관리했군. 이런 대검을 아기 다루듯이 관리하기란 쉽지 않

을 텐데.”

“고칠 수 있나요?”

“마침 흑철이 남은 게 있어서 메꾸는 것은 가능하겠군. 그런데···.”

사내는 아이린을 쳐다봤다.

“왜 대검을 사용하는 거지?”

-왜 대검을 사용하는지 말을 해줄 수 있나?

아이린은 티그리스의 말과 이 대장간 사내의 말이 겹쳐서 들렸다.

아이린은 입술을 씹었다.

분명 이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은 흉터를 애써 만질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

고, 거석 같은 사내의 눈동자를 보니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린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날 이후로 어머니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눈빛이었다. 그건 복수심에 속이

썩어들어가는 자의 악귀 같은 눈빛이었다.

“전 벨프 가문의 후계자···. 아니 벨프 백작이 될 사람입니다.”

벨프 백작 가문.

2년 전 ‘혈귀 사태’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진 가문의 혈통을 잇는 자.

아이린 드 벨프였다.

그녀는 아빠와 오빠를 죽인 혈귀를 죽이고, 무너진 가문을 이 검 한 자루로

다시 세울 생각이었다.

작가의말

어제 술 대신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갑자기 조회수가 3~4배로 뛰고 선호작 수도 2.5배로 뛰었기 때문이죠.

정말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참고로 제목을 바꾸는 것은 잠시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유입자가 많이 는 이 시점에 이름을 바꾸면 들어오신 분들이 헷갈리

실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당분간 유입량을 지켜보면서 이름을 바꾸겠습니다.

그 대신 시간대를 바꿀 예정입니다.

매일 아침 8시에 글이 올라올 예정이니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7.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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