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화 – 맞지 않는 검(1)
오늘은 티그리스의 첫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샤를로트는 단상 위에 선 티그리스를 쳐다봤다.
티그리스에게 검을 배운다는 게 굉장히 굴욕적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력 차
가 꽤 난다는 것을 인정해서일까?
생각보다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무엇을 배우게 될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정신 차리자. 난 저 녀석을 꺾어야 하는 몸이잖아.’
샤를로트는 티그리스를 실눈으로 째려봤다. 녀석에게 뭔가 작은 흠이라도 잡
아야 전투의지가 마구마구 솟구칠 것 같았다.
하지만 티그리스의 교관복은 주름지지 않았고 구두는 벌레가 날아와 앉아도
미끄러질 정도로 잘 닦였으며 얼굴은 객관적으로 잘생겼다.
‘음···. 머리카락이 조금 흐트러졌나?’
옆에 있던 에프린이 샤를로트의 팔을 툭툭 치며 말했다.
“샤를로트. 티그리스 교관님 은근히 제복이 잘 어울리지 않아? 다른 교관들
봤을 땐 그냥 그랬는데, 역시 옷걸이가 중요한가 봐.”
“지금 그게 중요해? 얼마나 잘 가르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지.”
“아마 가르치는 것도 잘 가르치시지 않을까? 천재잖아.”
“천재라고 해서 다 잘 가르친다는 건 오해야. 오히려 천재라서 더 못 가르칠걸?”
샤를로트는 티그리스가 검술의 천재인 것은 인정한다.
19세의 나이에 4개의 고리를 만든 사람을 천재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그건 그
사람이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티그리스는 평범한 사람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천재(天才)와 범인(凡人)의 격차는 정말 심하게 표현하자면 유인원과 사람 정
도의 격차가 난다.
천재는 평범한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들으며 느
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건 샤를로트의 머릿속 망상이 아닌 경험담이었다.
티그리스가 전에 보여주었던 묵직한 내려치기를 어떻게 하냐고 동기들과 후배
들이 물어봤을 때, 거목을 베어낸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답했다.
그 중 샤를로트의 말을 이해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
‘역시 천재네 천재.’라고 말하며 웃어넘길 뿐이었다.
기사들 90%가 평생을 수련해도 3성 기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것이었다.
샤를로트는 머릿속에 들어있는 뜬구름 같은 이미지와 감각을 현실로 이뤄낼
수 있는 감각과 센스가 있었고, 저들은 없었다.
그래서 아무리 절정의 비급이라고 하더라도 범인(凡人)이 보면 한 편의 장편
시로 보이겠지만, 천재가 보면 그 안에 담겨있는 절묘한 심득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샤를로트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각과 이미지를 파악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직관’이라 불렀고, 직관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바로 천재
와 범인(凡人)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직관을 가진 천재가 직관을 가지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검술을 가르치기
란 굉장히 어렵다. 왼팔이 처음부터 없던 사람에게 왼팔을 움직여보라고 말하
는 정도의 난이도랄까?
과연 티그리스가 범인(凡人)들이 느끼지 못하는 직관의 영역을 말로 설명하고
가르칠 수 있을까?
샤를로트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티그리스가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강의를 시작하도록 하겠다.”
티그리스는 검이 아닌 분필을 먼저 잡았다.
단상 위에 칠판이 왜 있나 했더니만 정말로 필기를 할 목적으로 가져온 모양
이었다.
티그리스는 마치 전보용 프린트기에서 뽑은 듯, 깔끔하고 정갈한 글씨가 칠판
을 수놓았다.
“오늘 이 시간은 총 네 가지 종류의 내려치기를 배울 것이다.”
묵직한 내려치기.
소리 없는 내려치기.
속도에 변화가 있는 내려치기.
검로에 변화가 있는 내려치기.
“이 세상의 모든 내려치기는 이 네 개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예
를 들어 노르베르드의 검술 중 거목 가르기는 ‘묵직한 내려치기’에 속하고,
티에니 가문의 검술 중 제비잡이는 ‘소리 없는 내려치기’에 속한다. 힘과 속
도보다 테크닉을 중요하게 여기는 검술의 경우에는 세 번째와 네 번째 범주에
속한다.”
티그리스는 범주마다 가문의 검술의 이름을 모조리 적기 시작했다. 용병들의
검술이든 귀족들의 검술이든 가리지 않고 최소 10가지 이상씩 적어 넣었다.
학생들은 티그리스가 저렇게 많은 검술을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검로가 단순하고 변화가 거의 없는 묵직한 내려치기와 재빠른 내려치기를 사
용하는 검술들은 몬스터를 대적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대다수의 몬스터들은
인간보다 지성이 떨어지는 대신 더 단단하거나 빠르기 때문이다.”
샤를로트는 자신도 모르게 티그리스의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
다. 티그리스는 검술을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올려 자세하게 가르쳐주고 있었다.
거기에 이해하기 쉬운 묘사와 단어 선택으로 흡입력 있게 강의를 주도해가고
있었다.
‘···좀 하네?’
첫 수업인 만큼 열심히 준비한 듯 보였다.
“반면 속도에 변화가 있는 내려치기와 검로에 변화가 있는 내려치기는 인간을
상대로 만들어진 검술이다. 여기 적혀있는 슈바인, 사피아, 모노하르, 도그
마, 페른, 빈스모크 가문의 검술들이 대표적이지. 사람과의 전투는 힘과 속도
도 물론 중요하지만 심리전이 배는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 가문들의 검술은
굉장히 변칙적이다.”
티그리스는 분필을 내려놓았다.
“내가 보여준 네 가지의 검술은 심도가 깊지 않고 난이도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그저 이 네 가지 범주의 예를 들기 위해 내가 즉흥적으로 만들어 낸
싸구려 검술일 뿐이다.”
샤를로트는 어이가 없었다.
지금 그 싸구려 검술도 따라 하지 못한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다.
샤를로트의 눈에는 티그리스가 만든 검술은 웬만한 용병들이 익히고 있는 검
술보다 갑절은 수준이 높았다.
“그러나 이 네 종류의 내려치기를 온전히 이해한다면 내려치기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내려치기를 어떻게 파훼할 수 있을지도 알
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 네 종류의 내려치기를 이번 주 안으로 익혀둘 필요
가 있다.”
학생들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모두 이 수업에 참가하기 전, 네 종류의 내려치기를 모두 익혀보려
고 시도해 봤지만 도통 따라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티그리스도 물론 샤를로트와 아이린을 제외하면 네 종류의 내려치기를 모두
익히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티그리스는 이들의 수준에 맞춰서 차근차근히 알려줄 생각이었다.
티그리스는 샤를로트의 옆에 있던 에프린을 지목했다.
“에프린. 앞으로 나와 묵직한 내려치기를 해봐라.”
“예? 예! 알겠습니다.”
에프린은 검을 빼 들고 앞으로 나왔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에프린은 숨을 고르게 쉬고 검을 내리쳤다.
묵직함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내려치기였다. 에프린은 부끄러운지 얼굴
이 사과처럼 붉어졌다.
“틀렸다.”
“···죄송합니다.”
“오러를 이용해 근육에 저항을 주는 방법을 아직 모르는 모양이군.”
“···예.”
“요령을 알려주겠다. 제국 제식 검술 제1초를 펼쳐라.”
제국 제식 검술은 자신이 있었다. 에프린이 익혀온 모든 검술 중에 제일 많이
단련해온 검술이기 때문이었다.
에프린은 검을 내리쳤다.
웅-!
검로가 흔들리지 않고 바람이 정교하게 검을 타고 흘렀다.
에프린이 보여준 내려치기는 정석 중에 정석이었다. 잘했다고 하기엔 뭔가 아
쉽고 그렇다고 못했다고 할 수도 없는 애매모호한 수준의 내려치기였다.
그렇기에 표본으로서 적합했다.
이곳에 있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에프린과 수준이 비슷하니까.
“그대로 정지.”
에프린은 검을 완전히 내리치고 난 후의 자세를 그대로 유지했다. 체중은 앞
으로 쏠려있었으며 디딤발은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고 검은 아래로 향해 있었다.
“이제 황국 제식 검술 제1초를 역방향으로 다시 펼쳐라.”
“예? 그게 무슨···.”
티그리스는 에프린과 똑같은 자세를 취한 뒤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말 그대로 역방향으로 이동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느 근육이 이완되고
수축되는지 느껴라.”
에프린은 일단 티그리스가 시킨 대로 역방향으로 다시 펼쳤다. 익숙하지 않아
어색했지만 검로를 그대로 따라 움직이는 것이었기에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모든 근육의 움직임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 배와 어깨 그리고 팔에 위치한
대근육들의 움직임만 기억해라. 완전히 기억할 때까지 몇 번 반복해 보도록
해라.”
에프린은 몇 번 시도했다. 그리고 근육의 움직임을 완전히 기억했다. 세밀한
근육을 모두 기억하는 것은 어렵지만 큰 근육들의 움직임만 기억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오러를 집어넣어 다시 역방향으로 움직여라.”
그러자 검끝이 흔들리고 불안정하게 움직였다. 마치 처음으로 걸음마를 떼는
아이의 다리처럼 후들후들 떨렸다.
“검이 크게 흔들려도 상관이 없으니 오러가 근육을 타고 흐르는 방향과 움직
임을 기억하는 데만 집중해라. 그리고 그 감각을 유지한 상태로 다시 황국 제
식 검술 제1초를 펼쳐라.”
에프린은 눈을 감고 잠시 생각했다.
‘오러를 역방향으로 집어넣는다···.’
황국 제식 검술 제1초를 펼쳤다.
에프린의 근육과 오러의 방향이 엇갈리자 에프린의 몸이 정지했다. 마치 브레
이크가 걸린 열차와 같았다.
“어?”
“잘했다. 이번엔 오러의 출력량을 줄여 보거라. 10분의 1정도도 괜찮다.”
“네.”
에프린은 오러의 출력량을 완전히 줄이고 검을 내질렀다. 뿌듯한 감각과 함께
허공을 가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훙!
그러자 어색하지만 에프린의 검에 검풍이 담겼고 묵직한 내려치기를 할 수 있
었다.
에프린은 자신이 묵직한 내려치기를 했다는 것에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어?”
학생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에프린을 쳐다봤다. 티그리스가 단 5분만 지도
를 해주었을 뿐인데 묵직한 내려치기를 할 수 있었다.
물론 완성도는 티그리스의 것보다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조금만 더 수련을
한다면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어떤 감각이었지?”
“그게···. 온몸을 고무줄로 묶고 내려치는 기분···? 아니, 모래주머니로 온몸
을 묶은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그것보단 거대하고 찐득한 슬라임을
천천히 베어내는 느낌이었어요.”
‘말도 안 돼···.’
샤를로트는 아예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샤를로트는 에프린에게 묵직한 내려
치기를 1시간 넘게 가르쳐주었지만 에프린은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감각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근육과 오러의 움직임을 세분화시켜서 감각을 강
제로 일깨워줬어.’
왜 검술 비급들이 하나같이 난해하고 시(詩)적인 문장으로 적혀있는가? 그것
은 검술을 창시한 이도 그 감각을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티그리스는 자신이 창시한 검술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과감하게 생략
하고, 그 감각을 얻을 수 있는 방법만 제시했다.
이건 마법의 작동 원리는 모르지만 아티팩트로 마법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
치였다.
“아직 감각이 정립되지 않은 듯하군. 에프린 너는 다음 주 이 시간까지 묵직
한 내려치기에 대한 감각을 레포트로 적어서 제출하도록.”
“감각을 레포트로요?”
“감각을 말로 표현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네가 느낀 감각이 무엇이었는지 차
분히 글로 정리하면 검술 수련에 도움이 될 것이다.”
티그리스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했다.
“이 중에 아이린과 샤를로트를 제외하면 모두 묵직한 내려치기와 소리 없는
내려치기, 속도에 변화가 있는 내려치기, 검로에 변화가 있는 내려치기에 대
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 오늘 이 네 종류의 검술을 모두 익
힐 수 있도록 할 테니 모두 다음 주까지 에프린처럼 레포트를 제출할 수 있도
록.”
“예!”
검술 강의에 레포트가 있다는 것은 처음 들어 봤지만, 그 누구도 딴지를 걸지
않았다.
그만큼 티그리스의 가르침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티그리스는 샤를로트와 아이린을 가리켰다.
“나머진 일단 내가 알려준 방식대로 묵직한 내려치기를 연습하고 샤를로트와
아이린은 잠깐 앞으로 나오도록.”
샤를로트와 아이린은 각자 검을 들고 나왔다.
“둘은 오늘 가르칠 것이 없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가르칠 게 없다뇨?”
“오늘 수업의 진행은 네 종류의 내려치기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둘은 모두 이해하고 있으니 굳이 여기에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겠지.”
“그럼 저희는 뭘 하면 되죠?”
“대련이다.”
티그리스는 둘에게 아티팩트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배리어 마법이 걸려있는 브로치형 아티팩트였다.
“승패의 여부는 배리어가 먼저 발동된 쪽으로 한다. 둘 다 오러 고리가 2개씩
이니 수준이 얼추 맞을 것이다.”
샤를로트는 아이린을 놀란 눈으로 봤다. 아이린이 꽤 실력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고리가 2개일 줄은 몰랐다.
“대련 후에는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지적해주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으로 하
겠다. 그럼 둘은 브로치를 착용하고 멀리 떨어지도록.”
샤를로트와 아이린은 브로치를 착용하고 서로 적당한 거리로 떨어졌다.
“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테니. 대련이 끝이 나면 내게 보고하도록. 그리
고 샤를로트.”
“네?”
“믿겠다.”
티그리스는 그 말 한마디를 끝으로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샤를로트는 티그리스가 왜 자신에게 믿는다는 말을 했는 지 얼추 눈치챌 수
있었다.
샤를로트는 아이린을 봤다.
아이린은 검집에서 대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아이린의 대검은 완전히 새것처
럼 변해 있었다.
난장이의 대장간의 대장장이가 단순히 검신만 메꿔준 것이 아니라 낡은 폼멜
과 가드도 손봐주었기 때문이었다. 그 덕에 미묘하게 틀어져 있던 대검의 균
형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아이린이 들기엔 너무나 무거워 보였다.
“전에도 보긴 했는데 그 대검 안 무거워? 그거 흑철로 만들어진 거잖아.”
흑철은 내구도가 높지만 다른 강철보다 1.5배는 더 무거웠다. 그냥 강철도 무
거운데 흑철로 저렇게 커다란 대검을 만들었으니 무게가 정말 장난이 아닐 것
이다.
“안 무겁습니다.”
“흠···. 그래?”
샤를로트는 롱소드를 뽑아 들었다. 거울처럼 깨끗한 검신이 햇빛에 반짝였다.
“며칠 전에 티그리스 교관님께 덤벼들었을 땐, 좀 무거워 보였는데?”
“···착각이실 겁니다.”
샤를로트는 티그리스를 흘금 봤다.
티그리스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쪽에는 아예 관심조차 가지지 않고
있었다.
‘믿는 다라···.’
티그리스는 이 대련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사실 샤를로트도 알고
있었다.
샤를로트의 일방적인 승리.
대검을 들고 싸우는 이상 아이린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샤를로트를 이길 수 없
었다.
샤를로트는 티그리스가 그 차가운 현실을 아이린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한 것이
라 생각했다.
샤를로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 사람은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 건 도가 튼 것 같아.”
내키진 않았지만 샤를로트는 티그리스의 부탁을 받기로 했다.
사실 샤를로트도 아이린이 조금 안타까웠다.
아이린의 움직임이나 오러를 운용하는 센스 자체는 가히 천재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검의 선택이 너무 잘못되었다.
대검만 포기하면 날아오를 수 있는데, 아이린은 무슨 이유에선지 대검을 놓지
않았다.
샤를로트는 아이린이 왜 대검을 고집하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분명 벨프 가문의 몰락과 관련이 있는 거겠지.’
벨프 백작 가문의 몰락은 황국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 만큼 유명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아이린의 앞에선 ‘혈귀 사태’에 대해선 그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린이 혈귀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이든, 가문을 다시 일으키려는 것
이든지 간에 대검을 사용해선 그 무엇하나 이룰 수 없을 것이 뻔했다.
나무가 올바르게 자라기 위해 가지치기로 나무에 상처를 입히듯, 아이린이 올
바른 방법으로 성장해 꿈을 이룰 수 있게끔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입혀야 한다
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티그리스처럼··· 아니 티그리스보다 다른 사람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
어.’
티그리스는 아이린과 대련을 했지만 아이린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샤를로트는 다를 것이다.
샤를로트는 아이린이 고집하고 있는 대검을 놓게 만들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
아갈 수 있게끔 도와줄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이 티그리스보다 더 나은 점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말 것
이다.
샤를로트는 품속에서 동전을 꺼내 들었다.
“동전이 떨어지면 바로 시작할게.”
아이린은 말 대신 검집을 멀리 던지는 것으로 대답했다.
샤를로트는 작게 심호흡했다.
팅-!
샤를로트의 손에서 떠난 동전이 하늘 높이 솟구쳤고.
땅에 추락했다.
그와 동시에 샤를로트와 아이린은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33. 맞지 않는 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