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4화 – 샤를로트와 아이린
샤를로트는 수업을 마치고 저녁 훈련을 위해 훈련장에 들어서기 전, 수풀에
숨어 훈련장을 살폈다.
상하좌우 어디를 봐도 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없지···?’
샤를로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훈련장 안으로 들어갔다.
“선배.”
움찔!
샤를로트는 뒤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어깨를 떨었다.
샤를로트는 뒤를 돌아봤다.
아이린이 대검을 들고 특유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샤를로트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안녕. 아이린.”
“네. 안녕하세요.”
샤를로트는 불안한 눈빛으로 아이린의 입을 쳐다봤다. 설마 또 그 말을 할까 봐.
‘제발 오늘은 제발···.’
아이린의 작은 입이 움직였다.
“대련해주세요.”
숨이 턱 막히는 답답함에 샤를로트는 속으로 절규했다.
“···오늘 아침에도 해줬잖아!”
“저녁은 다르니까요.”
아이린은 샤를로트에게 진 이후로 매일 같이 샤를로트에게 찾아와 대련을 신
청했다.
그것도 매일 한 번씩이 아니라 아침저녁으로 두 번씩 대련해달라고 졸랐다.
“아니 내가 분명 언제든지 도전을 받아주겠다고 하긴 했지만 이렇게 매일같이
해달라고 하면··· 젠장.”
샤를로트는 티그리스에게 아이린의 처지를 들었기에 단호하게 거절하기가 힘
들었다.
샤를로트는 은근히 마음이 약해서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타입이었다.
‘그래도 이틀 연속은 심하잖아!’
아이린은 덩치도 작은 주제에 체력은 오우거 수준이라 거의 2~3시간 동안 끝
이 나지 않았다.
때문에 대련을 하고 나면 몸이 완전 녹초가 되어 다음 날 컨디션에도 영향을
주었다.
“아니···. 이렇게 대련만 한다고 해서 실력이 늘 것 같아?”
“실력이 느는 것도 중요하지만 샤를로트 선배를 한 번이라도 이기고 싶어요.”
“내가 말했잖아 넌 나한테 절대로 안 된다니까?!”
“그런 게 어디에 있어요.”
“그건 네 대··· 으아아악!”
그놈의 대검 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
샤를로트는 답답함에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그럼 넌 왜 티그리스 교관님한테는 대련해달라고 왜 안 해? 너 그때 티그리
스 교관님한테도 졌잖아.”
“티그리스 교관님은 샤를로트 선배 다음이에요.”
빠직!
샤를로트의 이마에 혈관이 돋았다.
“그러니까 내가 티그리스보다 못하다?”
“···맞지 않나요?”
“오호~ 그래?”
아이린은 본래 그런 의도가 아니었지만, 샤를로트를 아주 불타오르게 했다.
결국 그날 저녁 대련을 했고, 잔뜩 지쳐버린 샤를로트는 훈련장 한가운데에
누워버렸다.
아이린은 샤를로트에게 얻어맞아 그 옆에 기절해 있었다.
오늘 또 이 녀석 때문에 개인 훈련 시간을 모조리 날려버리고 말았다.
“···젠장 이대론 안 돼.”
샤를로트가 아이린의 대련을 거부한다 → 아이린이 티그리스를 들먹인다 → 화
가 나 대련을 받아준다 → 하루를 날려 먹는다.
이 패턴이 반복될 것이 눈에 선했다.
‘이걸 어떻게 하면···.’
그때, 샤를로트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래! 아이린을 티그리스한테 보내면 되잖아!”
샤를로트는 당장 내일 티그리스를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 * *
다음 날.
샤를로트와 아이린은 수업이 끝나자 티그리스가 사는 펜트하우스로 향했다.
몰랐는데 티그리스는 수업하는 날을 제외하곤 출근을 하지 않았다.
티그리스가 사감이나 시설 관리 등 별다른 직무를 갖고 있지 않고, 오로지 교
관 업무만 하다 보니 굳이 출근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그 말은 일주일에 하루를 제외하곤 모든 날을 온전히 개인 훈련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한테 껌딱지를 붙어서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자기는 해피 훈련 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다 그거지?”
덕분에 샤를로트의 분노 게이지는 폭발 직전이었다.
아이린은 그러거나 말거나 지도를 보며, 티그리스가 사는 빌딩을 찾았다.
“여기 맞죠? 샤를로트 선배?”
“···맞는 것 같은데?”
노르베르드 타워
19층짜리 거대한 빌딩은 보기만 해도 굉장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이 건물의 주인이 티그리스라는 거지?’
정확히 말하자면 노르베르드 가문의 것이지만, 결국 가주의 자리를 티그리스
가 잇게 될 것이니 결국 티그리스의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샤를로트는 작게 중얼거렸다.
“아빠보고 부동산에 좀 투자하라고 할걸···.”
현재 황도의 땅값은 하늘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귀족들이 모여 사는 업타
운은 말할 것도 없었다.
노른자 땅 중 노른자 땅에 떡하니 놓여있는 이 거대한 빌딩의 가치가 얼마나
할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재수 없게 돈도 많다니···. 아주 짜증 나 죽겠어.”
샤를로트의 눈엔 모든 것이 다 미워 보였다.
둘이 노르베르드 타워 앞에 서자 한 사내가 둘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전 노르베르드 가문을 섬기고 있는 집사 베이
튼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베이튼. 지금 티그리스 교관님은 어디에 있죠?”
“티그리스 공자님께선 펜트하우스에 계십니다. 지금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베이튼은 둘을 펜트하우스와 직통으로 연결된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오···.”
이 엘리베이터를 처음 타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듯 샤를로트와 아이린은 감탄
을 내뱉었다.
엘리베이터가 서서히 올라갈 때 스크린에 비친 사람들이 좁쌀만 하게 변하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깔끔한 펜트하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딱 티그리스 집이네.’
전체적으로 무채색에 깔끔한 인테리어는 티그리스의 평소의 차가운 이미지와
비슷했다.
샤를로트와 아이린은 거실로 향했다.
거실 밖으로 드넓은 테라스가 한눈에 보였다. 테라스 한 가운데에서 티그리스
와 리니아가 같이 검을 휘두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테라스도 있네···.’
테라스는 굉장히 넓어서 검술 훈련을 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하늘 위에서 훈련을 한다니···.’
꽤 낭만도 있고 훈련할 맛도 날 것 같았다.
샤를로트는 티그리스와 리니아가 훈련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티그리스
는 리니아의 검술을 가르쳐주고 있었는데, 굉장히 우애가 좋아 보였다.
보통 귀족 가문이라면 후계자 다툼 때문에 서로 죽이려 안달이 났는데, 둘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그때, 벽을 뚫고 제인이 나타났다.
“네가 샤를로트야?”
“으악! 귀신!”
샤를로트는 엄청 놀라 뒷걸음질을 쳤고 아이린도 덩달아 놀랐는지 얼굴이 사
색이 되었다.
제인은 클클 웃으면서 말했다.
“놀라는 모습이 꽤 재밌네.”
샤를로트는 급하게 양손으로 십자가를 만들었다.
“귀신아, 썩 물러가라! 물러가라!”
아이린도 샤를로트가 갑자기 손으로 십자가를 만들자 자기도 모르게 따라 했다.
제인은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쳤다.
“그게 뭐야. 설마 그게 퇴마술이라고 하진 않겠지?”
“어···? 이렇게 하면 귀신이 사라진다고 했었는데?”
“참나. 그런 식으론 네 어깨 위에 올라와 있는 토미나 파리스도 못 쫒아내.”
“내 어깨에···? 으아아아악!”
샤를로트가 어깨를 털기 시작하자 그 모습이 재밌었는지 제인은 배를 잡으며
웃었다.
“티그리스랑 달리 너희는 꽤 반응이 재밌네. 티그리스는 그런 농담을 하면 베
어버리겠다고 검을 꺼내 들거든.”
“그···그래서 넌 누구야?”
“난 제인이야. 뭐, 이야기하자면 기니까 그냥 이 빌딩을 지키는 수호령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 정확하게 말하자면 티그리스를 섬기는 레니의 수호령
이지만 그게 그거니까.”
그때, 테라스 문이 열리며 티그리스와 리니아가 들어왔다.
레니와 카렌은 리니아와 티그리스에게 생수를 건넸다. 티그리스는 생수는 거
부하고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일찍 왔군.”
“오늘 수업이 일찍 끝나서요.”
티그리스가 땀에 젖은 모습은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평소의 깔끔한 이미지와 전혀 달랐지만, 이렇게 살짝 흐트러진 모습도 나쁘지
않았다.
리니아는 샤를로트에게 굉장히 반갑게 인사했다.
“언니 정말 오랜만이에요! 덕분에 연극 재밌게 봤어요!”
“반가워 리니아. 그럼 또 볼래? 용돈 줄게.”
‘티그리스 시간을 좀 뺏게!’
“아뇨. 아뇨. 이번엔 제가 보여드려야죠. 시간이 되시면 같이 연극보러 가요.”
“어···. 그게···.”
“다음 주 어떠세요? 다음 주 주말에 저 시간 괜찮은데?”
부담스럽도록 반짝거리는 눈빛에 샤를로트는 결국 약속을 잡고 말았다.
“어···. 괜찮을 것 같아.”
“아싸!”
샤를로트의 눈가에 그늘이 졌다.
가뜩이나 훈련할 시간이 없는데 또 약속을 잡아버렸으니 머리가 아팠다. 역시
샤를로트는 이렇게 강하게 밀어붙이는 상대에겐 약했다.
샤를로트는 티그리스를 흘금 봤다.
“대신 티그리스 교관님도 같이 가는 걸로 하자. 우리 둘이 가는 것도 좋지만
티그리스 교관님도 같이 가면 좋잖아?”
이렇게 된 이상 물귀신 작전이다.
샤를로트가 훈련을 못 한다면 티그리스도 훈련을 못해야 한다.
“난 특별 수사관의 임무 때문에 곤란할 것 같군. 나 대신 아이린을 데리고 가
도록 해라.”
샤를로트는 이를 빠득 갈았다. 티그리스가 황제 폐하로부터 특별 수사관직을
받았다는 것은 유명했다.
‘임무 핑계로 또 훈련하려고···!’
티그리스가 그레이 타운에서 수사를 진행했다는 소문은 파다했지만, 역시나
소득이 없었는지 최근 제국 대학과 집만 오가기만 했다.
샤를로트는 특별 수사관 직무를 받은 이유가 개인 훈련 시간을 늘리기 위한
핑계라 확신했다.
“그럼 잠시 기다려라. 씻고 올 테니. 레니, 카렌. 두 사람에게 차를 내오거라.”
“예. 알겠습니다.”
레니는 최근 아카데미에서 배운 버터 쿠키를 다른 사람들에게 선보일 생각에
즐거웠다.
레니는 콧노래를 부르며 구워둔 버터 쿠키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그냥 드셔도 되고 홍차에 살짝 찍어서 드셔도 괜찮습니다.”
“잘 먹을게요.”
아이린과 샤를로트는 버터 쿠키를 맛봤다.
“······!”
레니의 쿠키는 정말 맛있었다. 달거나 짜지도 않은 삼삼한 맛이라 생각할 수
있었지만, 버터 특유의 풍부한 감칠맛이 입안에서 폭발했다.
게다가 카렌이 끓여온 홍차와도 정말 잘 어울렸기에 자꾸 손이 갔다.
덕분에 머리끝까지 차올랐던 샤를로트의 분노 게이지가 바닥으로 추락하며,
표정이 헤실헤실해졌다.
20분 뒤, 티그리스는 거실로 나왔다.
티그리스는 평소에 보기 힘든 편한 가디건에 면바지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비율이 좋아서 마치 잡지 모델 같았다.
티그리스는 상석에 앉으며 말했다.
“쿠키가 마음에 든 모양이군.”
“어···.”
샤를로트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바구니 안에 담겨있던 쿠키가 모두 동이 났
다. 이 쿠키 대부분은 샤를로트가 다 먹었다.
“큼! 그럭저럭 맛이 좋아서요. 솜씨가 좋은 것 같네요?”
레니는 샤를로트의 칭찬에 기분이 좋은지 입이 귓가에 걸렸다.
“레니. 남은 게 있다면 둘이 갈 때 한 봉지씩 싸주어라.”
“예. 알겠습니다.”
티그리스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무슨 연유로 나를 찾아온 거지?”
“아 맞다.”
샤를로트는 그간 있었던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다 토해냈다.
말을 하면 할수록 잠잠했던 분노가 차 주전자처럼 서서히 끓어올랐다.
장장 10분에 걸친 샤를로트의 분노와 투정이 담긴 서사였지만, 한마디로 축약
하자면 이렇다.
“그러니까! 아이린이 저를 이길 수 있도록 검술 훈련을 해달라는 얘기죠.”
샤를로트를 이길 수 있도록 성장시켜 달라는 발상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천재
적이었다.
아이린을 가르치는 동안 티그리스는 개인 훈련을 하지 못할 것이고, 그 말은
티그리스가 개인 훈련 시간이 줄어든다.
그 사이 샤를로트가 열심히 훈련을 하면 10년 내로 티그리스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나왔다.
‘이 제안을 안 받을 수 없겠지. 티그리스 당신이 교관이라면 말이야.’
티그리스는 교관이기 전에 귀족이었다. 남을 가르치고 돕는 것을 미덕으로 삼
는 귀족이 이런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저는 아직 부족해서요. 전 아이린에게 대련밖에 해줄 수 있는 게 없거든요.
하지만 유능하신 티그리스 교관님이라면 더 빠른 시일 내에 아이린이 저를 이
길 수 있도록 올바른 길을 인도해주시지 않겠어요? 안 그래요?”
제 딴에는 티그리스를 도발하기 위해 말을 강하게 했지만, 티그리스에겐 전혀
타격이 없었다.
‘이거 복이 넝쿨째 굴러왔군.’
티그리스도 아이린을 따로 가르칠 구실을 찾고 있던 상황이었다.
샤를로트라면 모를까 아이린은 티그리스가 직접 지도를 해줘야 제대로 성장할
수 있으니까.
샤를로트는 오랫동안 말이 없자 왠지 마음이 급해져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제발 받아들여라···. 제발 받아들여라···. 제발 받아들여라···.’
티그리스는 입을 열었다.
“좋다.”
“나이스!”
샤를로트는 손을 불끈 쥐며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아이린 너는 지금까지 단 한 마디도 없었군. 넌 내게 수업을 받고 싶
은 게 맞나?”
‘아차!’
그러고 보니 아이린에게 이 문제를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었다.
만약 아이린이 거절해버리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저는···.”
아이린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샤를로트 선배도 같이 받는다면 받겠습니다.”
순간 샤를로트는 머리가 텅 비었다.
“···뭐? 나도 같이 수업을 받는다고? 왜? 왜 나도 받아야 하는데?”
“그건 불공평하니까요.”
“뭐가 불공평한데?”
“제가 티그리스 교관님의 도움을 받고 샤를로트 선배를 이겨버리면 그건 정정
당당하게 이긴 게 아니니까요.”
“그게 왜 정정당당하지 않은 건데?”
“전 교관님의 수업을 들었고 선배는 받지 못했으니까요. 그건 불공평해요.”
“너 나를 이기고 싶은 거 아니야? 그럼 물불을 가릴 처지가 아니잖아!”
그러나 아이린의 눈빛은 단호했다.
“이기더라도 이런 식으로 이기고 싶진 않아요. 만약 샤를로트 선배도 티그리
스 교관님의 수업을 받지 않는다면 저도 받지 않을 거예요.”
“으아아악!”
샤를로트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샤를로트의 단정한 머리칼이 사자 갈기처럼 변하기 시작할 때, 갑자기 샤를로
트의 손이 멈췄다.
“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았다.
티그리스가 샤를로트를 가르친다면 샤를로트는 성장한다. 하지만 티그리스는
그 시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한다.
시간적으로 계산으로 해봤을 때 이건 확실한 이득이었다.
티그리스 밑에서 배운다는 것이 굴욕적이긴 했지만, 어차피 자신은 티그리스
의 강의를 듣는 입장이다.
‘티그리스의 밑에서 배우면 티그리스의 약점을 빨리 찾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시간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약점도 찾아낸다. 전술적으로도 전략적
으로 완벽한 판단이었다.
‘그래 이미 버려진 몸이야···! 굴욕적이지만 티그리스 밑에서 배운다면 더 빨
리 티그리스를 꺾을 수 있겠지!’
샤를로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나도 티그리스 교관님의 수업을 받을게. 그럼 된 거지?”
아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이득을 얻게 된 샤를로트는 아저씨처럼 흘흘흘 웃었다.
“그럼 이제 내 조건을 말하도록 하지.”
“···뭐야. 티그리스 교관님도 조건이 있어요?”
“내 개인적인 조건이 아닌 학교 방침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조건이다. 본래 교
관은 특정 학생을 대상으로 따로 수업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교육 평등에
대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지.”
“아···.”
제국 대학은 평민이든 귀족이든 동등한 조건에서 교육을 받을 ‘교육 평등의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기에 정규강의 시간도 아닌데 티그리스가 샤를로트와 아이린을 따로 가르
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그러나 너희를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
“오! 그게 뭔데요?”
“하나는 검술 동아리를 창설하는 것이다. 내가 동아리 담당 교관이 된다면 너
희를 따로 교육할 수 있게 되니 불법이 아니다.”
“아···. 그럼 그건 불가능하겠네요.”
이미 제국 대학 내에는 검술 동아리가 존재한다. 중복되는 목적의 동아리 개
설은 불가능하니 이미 개설된 검술 동아리에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검술 동아리는 베드리안 교관이 담당 교관으로 되어있다.
샤를로트와 아이린을 가르치겠다고 담당 교관을 바꾸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
야기였으니 당연히 불가능했다.
“그럼 두 번째 방법은 뭔데요?”
“너희가 내 직속 제자 겸 교관 보조가 되는 것이다.”
샤를로트의 표정이 깨졌다.
“···제자?”
티그리스의 제자?
그것도 직속?!
샤를로트의 머리속은 카오스로 변해버렸다.
35. 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