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42화 (42/251)

#042화 – 연인 자리

페르셴과 아드네 이야기.

군인 귀족 가문 출신이자 대장군인 아드네와 아드네를 지키는 평민 출신 호위

기사 페르셴은 전쟁을 겪으며 서로에게 의지하기 시작했고, 결국 사랑에 빠졌

다는 흔해 빠진 이야기였다.

그러나 유명한 사랑 이야기에는 장애물이 존재하는 법.

마지막 토드리고 대평원 전투에서 아드네와 페르셴의 사랑을 시기한 악독한

마법사는 죽기 직전 공간이동 마법을 펼쳐 아드네를 전쟁터 한복판에 떨어뜨

려 버린다.

결국에 페르셴과 절친한 친우 하나가 역경을 뚫고 아드네를 찾아냈지만 아드

네는 적군이 쏜 화살에 맞아 죽어가고 있었다.

-아드네, 한날한시에 죽자고 하지 않았소? 난 그 약속을 지킬 거요.

페르셴은 아드네가 죽자 자결하여 약속을 지켰고, 그 사랑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났다.

성좌의 시련을 극복하는 방법은 하나다.

정해진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

즉, 화살에 맞아 죽어가는 아드네의 앞에 안전하게 페르셴을 데려가면 되는

일이었다.

티그리스는 눈앞에 보이는 모든 적을 도륙 냈다.

검이 한 번 번뜩일 때면 시야에 닿는 적병의 목이 모조리 날아갔다.

“···세상에.”

페르셴은 티그리스의 유려한 검술과 넓은 전쟁 시야에 감탄했다.

눈먼 화살이 페르셴에게 날아왔을 때도 티그리스는 가볍게 쳐냈으며 적들이

창칼을 뻗어와도 창칼을 잘라내며 적진 한가운데를 종횡무진했다.

티그리스는 페르셴에게 말했다.

“내 기준 반경 2.3m 밖으로 떨어지지 말고 내 뒤를 바짝 따라와라. 그러면 위

험하지 않을 것이다.”

“아···알겠네.”

그때, 쌍창을 든 검은 수염의 사내가 티그리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난 위대한 세르미고의 천인장 하야고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

“티그리스 디 노르베르드.”

“티그리스! 네게 일기토를··· 크아아악!”

티그리스의 검은 세르미고의 천인장의 창대를 가르고 놈의 목을 잘랐다.

티그리스의 뒤를 따르던 아군은 경악했다.

“피를 삼키는 하야고가 죽었다!”

“하야고가 죽었다! 모두 투항해라!”

하야고가 누구인지 티그리스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실력으로 봐선 5성 기사

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던 자로 보였다.

하지만 티그리스의 적수는 되지 않았다.

뒤이어 검과 방패를 든 사내가 나타났다. 티그리스의 키도 큰 편이긴 하지만

사내는 티그리스보다 머리통은 하나 더 컸다.

“하하하! 하야고를 죽이다니 대단··· 크아아악!”

티그리스의 검은 놈의 튼튼한 두 다리를 한 번에 갈랐다. 그리고 놈의 몸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오른팔과 함께 목을 쳐냈다.

“아이를 잡아먹는 피야테가 죽었다!”

“세상에 저 기사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뒤이어 세 차례나 뛰어난 기사를 만났지만, 티그리스의 검에 공평하게 썰려

나갔다.

아군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고, 적군은 티그리스의 눈만 마주쳐도 오줌을 지리

며 무기를 내려놓았다.

티그리스는 마치 두더지가 땅속에 길을 내듯 티그리스는 적진에 붉은 길을 만

들어 냈다.

“블러디 로드 티그리스를 따라라!”

“적의 진형이 완전히 와해되었다! 이 빈틈을 노려라!”

블러디 로드란 이명은 티그리스가 지나친 길엔 적군의 피로 만들어진 붉은 길

이 만들어진다고 하여 붙여진 이명이었다.

전장은 쉽게 이명이 붙여졌고 쉽게 영웅이 되었다.

티그리스는 역사에 없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마···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세르미고의 대장군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증명된 전술과 전략을 파괴하는 압

도적인 무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군의 피해를 감수하고서 대규모 폭발 마법을 떨어뜨려도 놈은 기이한 방법

으로 마법을 소멸시킨 뒤 마법 병단을 도륙 냈다.

철벽 방패 부대를 보내 티그리스를 포위해도 마치 오우거의 몽둥이에 맞은 듯

방패병들은 하늘을 날았다.

티그리스의 전진을 늦추기는커녕 오히려 제 전력을 깎아 먹는 행동을 하고 있

었다.

세르미고의 대장군은 회귀 전 로타와 아르펨이 겪었던 실패를 똑같이 따르고

있었다.

티그리스는 전술과 전략으로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함정을 파고 포

위하고 대마법을 떨어뜨려도 티그리스의 전진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

었다.

티그리스를 대항하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 대응하지 않는 것뿐이었다.

회귀 전, 황녀가 티그리스를 제일 미워하면서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이것이었다.

티그리스를 막을 수 있는 상대가 없었다.

로타와 아르펨의 권속 4명이 티그리스에게 달려들어도 티그리스는 로타의 입

레비스의 목을 자르고 도주했다.

아렌 요새 공방전에서 티그리스는 식탐을 깎아내는 자 템페가 보이자 요새 성

문을 열고 홀로 적진에 들어가 템페를 죽이고 유유히 돌아왔다.

황도를 무너뜨리기 위해 드라코레퀴엠 산 안에 봉인된 드래곤을 깨웠지만, 티

그리스는 홀로 드래곤을 상대하여 철혈 마법 병단이 대규모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시간을 끌어주었다.

로타와 아르펨은 티그리스의 압도적인 무력에 공포를 느꼈고, 동시에 티그리

스의 오만함과 교만함에 안도를 느꼈다.

그러나 이제 티그리스는 달라졌다.

오만을 버리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였다.

하나는 베는 것.

다른 하나는 가르치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자 티그리스는 몸이 더 가벼워지고 날카

로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티그리스의 시야에 무언가가 걸렸다. 저 멀리 적진 한복판에서 작은 소란이

있었다.

-반드시 잡아라!

-절대 죽이면 안 된다! 서서히 조여들어!

‘찾았다.’

티그리스가 밟지 않은 적진에 아군이 있을 리 없었으니 저곳에 있는 건 아드

네일 가능성이 컸다.

티그리스는 아드네가 있는 곳으로 동선 낭비 없이 일직선으로 나아갔다.

“크아아아악!”

“어떻게···!”

전열에 큼직한 구멍이 생기고 티그리스의 눈앞에 이마에 피를 흘리는 백금발

의 여인이 보였다.

그녀의 목에 걸린 붉은 루비 목걸이가 찬란하게 반짝였다.

티그리스와 페르셴이 찾던 아드네였다.

티그리스의 다리가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튕겨 나갔다.

아드네의 주위를 둘러싼 모든 적병을 단칼에 잘라냈다. 그 압도적인 무력에

적병들은 두려움을 느끼며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아드네!”

“페르셴!”

페르셴은 아드네를 향해 달려갔다. 그때, 눈먼 화살 하나가 아드네를 향해 날

아갔다.

역사대로라면 저 화살을 맞고 아드네는 죽을 것이다.

성좌의 시련을 깨는 방법은 역사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

만일 티그리스가 저 상황에 난입해서 화살을 자른다면 이 성좌의 시련을 깨지

못할 수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티그리스는 모험을 좋아하지 않았다.

“안돼!”

그러나 티그리스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페르셴과 아드네는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일찍 만났다.

화살이 아드네에게 닿기 전 페르셴이 아드네에게 먼저 도착했고, 페르셴은 아

드네를 껴안아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티그리스의 눈이 커졌다. 이건 역사와 다르다. 이대로 가다간 아드네가 아닌

페르셴이 먼저 죽을지도 몰랐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은 짧았고 행동은 빨랐다.

티그리스의 검이 순간 번뜩였다.

화살이 페르셴의 몸에 닿기 일보 직전 은빛의 호선이 화살을 갈랐다.

역사가 달라졌다.

아드네는 죽지 않았고, 페르셴 또한 절망에 빠져 자살하지 않았다.

둘 모두에게 해피엔딩이지만 티그리스는 달랐다.

역사가 달라졌으니 성좌의 시련을 극복했는지 아닌지는 오로지 성좌가 판단을

내릴 것이다.

어차피 실패해도 크게 상관이 없다.

시련의 극복 여부를 성좌가 판단하여 실패했다고 판단을 내린다면, 처음 페르

셴이 티그리스에게 말을 걸었던 시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면 되었다.

또 실패해도 상관이 없었다.

성좌는 자신이 원하는 결말을 볼 때까지 끝없이 기회를 주니까.

라칸은 3주 동안 이 시련을 수백 번이고 반복했지만 결국 극복할 수 없었고,

황국 제일가는 모험가이자 성물 사냥꾼 ‘트리샤’가 나서고 난 후에야 성좌의

시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성좌의 시련은 당시 라칸이 극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도 똑같다.

이 성물을 얻기 위해 시간 낭비할 바엔 다른 퀘스트를 깨고 포인트를 얻는 게

나을 것이다.

티그리스는 사방을 훑었다.

어느 순간부터 주변이 조용해지고 공중으로 튀어 오르는 피가 멈추었으며 아

드네와 페르셴은 서로 안은 채 가만히 있었다.

티그리스를 제외하고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티그리스도 성좌의 시련을 극복해본 적이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윽고 하늘이 컴컴해지기 시작하더니 14개의 별이 빛나기 시작했다.

4월 밤하늘의 상징 연인 자리였다.

연인 자리는 이 상황을 잠시 지켜보는 듯 말없이 반짝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저 반짝이던 연인 자리가 빛을 잃더니 사라졌다.

그리고 멈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움직이지 않고 오직 페르셴과 아드네만 움직였다.

페르셴과 아드네는 티그리스에게 다가왔다.

“정말 고맙네. 티그리스.”

“우리의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행복하게 끝날 수 있다는 걸 알려줘서 정말 고

마워요.”

티그리스는 성좌의 시련을 극복해본 경험이 있었지만, 이런 종류의 대답을 들

어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소설 속 주인공인 것을 아는 것처럼 말했다.

“저희를 잘 사용해주세요. 부디 그대의 앞길에 축복이 있기를···.”

그러자 주변이 점점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마치 연극의 종막이 끝나고 검은

커튼이 무대를 가리는 것처럼 눈앞이 컴컴해졌다.

이윽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별들의 운행에 티그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말

았다.

그때, 수많은 별 중에서 14개의 별이 유난히 반짝였다.

그리고 그 별들은 서로를 빛으로 엮기 시작하더니 두 사람이 손을 잡은 모습

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좀 전에 하늘에서 빛났던 연인 자리였다.

[정말 고마워.]

연인 자리의 목소리는 깨끗한 빗방울이 잔잔한 호수에 부딪히며 나는 맑고 청

아한 소리 같았다.

[페르셴과 아드네가 이런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서. 너무나 감동

적이었어.]

티그리스는 지금까지 성좌의 시련을 깨고 난 후에 성좌와 직접 만났다는 이야

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 느낌··· 굉장히 익숙하다.’

이 연인 자리에서 풍기는 기운을 어디선가 딱 한 번 느껴본 적이 있었다.

그건 회귀 전 오염과 침식의 여왕 ‘우노’를 만났을 때의 느낌이었다.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봐. 고마운 사람.]

얼굴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왠지 연인 자리는 웃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 성좌의 시련을 극복한 것입니까?”

[아, 미안해. 조금 당황했겠구나. 단 한 번도 페르셴과 아드네의 이야기가 해

피엔딩으로 끝난 적이 없어서 나도 살짝 당황했어. 정확히 말하자면 너는 내

가 바랐던 전개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줬어. 그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나도

잠시 그 시간을 멈추고 말았지.]

“아드네와 페르셴이 죽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겁니까?”

[맞아. 내 시련을 받은 사람 중에 이 이야기를 비극으로 끝내지 않은 사람이

없었어. 비극이기에 아름답고 처절하지만 이런 식의 해피엔딩도 있을 줄은 전

혀 생각을 못 했거든. 넌 이 이야기에 새롭고 더 나은 결말이 있다는 걸 증명

해줬어. 정말 고마워.]

티그리스는 가장 잘하는 것을 했을 뿐이었다.

이런 식으로 성좌에게 칭찬을 받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나타난 이유는 너랑 조금이라도 대화를 해보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 때문이야. 괜한 일을 벌인 건 아니지?]

“아닙니다. 저도 성좌와 대화해 본 적은 처음이라 묻고 싶은 것들이 있었습니

다.”

[궁금한 게 있어? 무엇이든 물어봐. 대답해줄 수 있는 건 다 대답해줄게.]

티그리스는 연인 자리에게서 풍기는 기묘한 기운을 다시 한번 확인한 뒤 입을

열었다.

“우노와 당신은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연인 자리의 별빛들이 더 밝게 반짝였다. 감정 변화가 일어나면 빛의 세기가

달라지는 모양이었다.

[우노···. 그 오염된 옥좌 자리의 진명(眞名)을 들은 건 정말 오랜만이네. 그

런데 그 오염된 옥좌 자리의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지?]

티그리스는 잠시 생각했다. 이 성좌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을지.

‘털어놓자.’

연인 자리 성좌는 우노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았고, 잘하면 우노를 죽일 방법

을 알 수 있을지 몰랐다.

“전 우노가 대륙을 멸망시키기 직전 기이한 힘에 의해 과거로 돌아왔습니다.”

티그리스는 최후의 전쟁에 있었던 일들을 조금 털어놓았고, 연인 자리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과거···. 그래. 그래서 네게 시간의 힘이 미약하게 느껴지던 것이었어. 그럼

네 말도 안 되는 힘도 설명이 되는구나.]

연인 자리 성좌는 다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우노가 네게 혹시 ‘하나가 되자’라고 하지 않았어? 우노라면 네 힘을

분명히 탐낼 텐데?]

“맞습니다. 혹시 우노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우노가 어떤 존재인지 알려줄 수 있지만,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알려줄 수 없

어. 그 이유를 차근히 설명해줄게.]

연인 자리 성좌는 우주에서 피처럼 붉은 별들을 확대했다.

붉은 별들은 중구난방으로 퍼져있었는데, 별들을 아무리 이어봐도 무슨 형상

을 나타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우선 우리 같은 성좌는 보통 너희 같은 지성체에 의해 이어지고 태어나고 이

름 붙여지고 죽어. 탄생과 죽음. 너희들이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듯이 우리

도 마찬가지야. 차이점이 있다면 너희는 나이를 먹으면 죽고 우리는 잊히면

죽는 거지.]

연인 자리 성좌는 붉은 별들을 보는 각도를 틀었다. 그러자 붉은 별들이 커다

란 옥좌를 만들었다.

[그러나 우노는 달라. 우노는 잊히고 싶지 않은 거야. 죽고 싶지 않은 거지.

마치 인간들이 영생을 꿈꾸는 것처럼 죽는 걸 원치 않아. 그래서 우노는 필멸

의 굴레에 벗어나 영생에 이르는 방법으로 지성체들이 사는 행성을 자신의 피

와 살점으로 뒤덮는 일을 하고 있어.]

“우노의 피와 살점으로 행성을 뒤덮는 것과 영생은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처음에 말했지? 우리는 지성체에게 잊히지만 않으면 살 수 있다고. 그래서

우노는 영원한 삶을 위해 행성마다 자신의 살점과 피를 이어받은 지배자를 하

나씩 심어놓는 거야. 그리고 그 지배자는 오로지 우노 만을 생각하게 만들어

두는 것이고.]

그러고 보니 우노가 필멸의 굴레에서 벗어나자는 말을 티그리스에게 했었던

것 같았다.

그 말뜻이 이런 의미일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 피와 살점은 오직 그 행성의 지배자의 숨을 붙여 놓는 데만 사용돼. 그렇

게 하면 수백 만년이 지나도 그 지성체는 살아남을 수 있지.]

“그런데 그 지성체는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면 우노는 결국

잊히는 게 아닙니까?”

[그래. 모순이지. 우노는 그래서 자신의 살점과 피를 이어받을 행성을 계속

찾아 나서는 거야. 우주가 존재하는 한 지성체가 있는 행성은 계속 탄생할 것

이고 우노는 그 행성을 찾아가 자신의 피와 살점으로 뒤덮는 거지. 그러면 우

노는 평생 살 수 있게 되는 거야.]

우노는 결국 죽음을 계속 뒤로 미루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 로타와 아르펨은 무엇입니까?”

[그 둘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우노가 집어삼킨 행성들에서 거둔 지성

체일 거야.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거나 재능을 가진 지성체겠지. 아마도 너

처럼.]

티그리스는 이제야 우노의 말을 이해했다.

불멸의 존재가 되자고 했던 말이 티그리스를 로타나 아르펨처럼 거둔다는 의

미였을 것이다.

당연히 티그리스는 절대로 그런 짓을 할 생각이 없었다.

[우리도 우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야. 우리도 죽고 싶지 않아. 더 살

아서 너희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지. 그래서 우리는 성물을 만들었어.]

“그럼 잊히지 않기 위해 성물을 만드신 겁니까?”

[맞아. 우노가 계속 자신을 기억하게 만들기 위해 행성을 침략하듯이, 우리는

너희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성물을 내려 우리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도록 하

는 거야. 성좌의 시련을 만든 건 우리를 탄생시킨 이야기를 한 번 더 보고 싶

다는 욕망도 있지만, 그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도전하면서 사

람들 입에 이름이 오르내리길 바라는 마음도 커.]

연인 자리 성좌는 티그리스의 뺨을 만지며 말했다.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자면 네게 우노를 죽이는 법을 알려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거야. 우노를 죽이는 방법은 아예 없으니까. 다른 행성에 있는 지성체

가 우노를 기억하는 한 우노는 영원히 살아남을 거야.]

티그리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우노를 죽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그 말은 우노가 평생을 걸쳐서 이 대륙을 노린다면, 언젠간 이 대륙은 우노의

손에 떨어진다는 것이니까.

[너무 절망하지 마. 티그리스. 조언을 하나 해주자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

든 매듭은 풀리게 되어있어.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방법이 존재할 수도 있는

거지. 나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아는 건 아니니까.]

연인 자리 성좌의 몸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하더니 검은 우주를 밝게 비추기

시작했다.

[그러니 내가 네게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게. 넌 내 무료

한 삶에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으니까. 그리고 우노로 부터 사람들을 지킬 뛰

어난 존재니까.]

티그리스의 눈앞이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네 앞길에 행복만이 가득하길 빌게.]

작가의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다음 주 월요일에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는

유료화 됩니다.

25화까지만 하더라도 선호작 수가 51명 뿐이었는데 벌써 2만명이 넘을 줄

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투베 1등을 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고요.

이 모든 건 독자님들의 사랑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각설하고 제가 매주 7일 연재를 해왔지만 유료화 되고 난 시점부터는 7일

연재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비축분이 많이 사라져서 불안하기도 하고 매

일 새벽 6시에 일어나 당일 올라올 글을 점검하는 게 힘이 많이 부치더라

고요.

그래서 다음 주 월요일부턴 매일 8시 연재가 아닌 월화수목금 오전 11시

연재로 바꾸겠습니다.

유료화 날 연참은... 해야겠죠. 그러려면 정말 열심히 써야할 것 같아서

손이 벌써부터 덜덜 떨리네요.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벌써 한 주의 절반이 지나갔네요.

이틀 만 지나면 불금이니 화이팅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43. 1등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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