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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52화 (52/251)

#052화 – 루카스(3)

불사(不死)의 저주.

티그리스는 모든 저주가 끔찍하지만, 이 저주를 그 중 최악이라 생각했다.

부식(腐蝕)의 저주, 포만(飽滿)의 저주, 무감(無感)의 저주 등 다른 저주들은 술사나 대상이 죽으면 저주가 끝이 난다.

하지만 불사의 저주는 대상이나 술사가 죽어야 끝나는 게 아니라 저주를 건 매개체가 부서져야 끝이 난다.

그리고 더 최악인 것은 죽음에서 돌아올 때마다 자신의 기억을 잃는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가장 소중한 기억들부터 빼앗아 간다.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 아내가 만들어준 요리의 맛, 자신의 사상에 영향을 끼친 책, 첫 키스의 감촉 등 자신을 움직이게 했던 내적 동력을 잃어간다.

결국 남게 되는 것은 오로지 잿빛 악의(惡意)만 남게 되며, 그 악의 마저도 부활의 장작으로 삼아 불사르면 백치가 되고 만다.

불사의 저주는 죽지 못하는 저주가 아닌, 자기 자신을 잃어가게 만드는 저주인 것이다.

-쿨럭!

루카스는 피 대신 재를 토해냈다.

기이하게도 티그리스가 처음 잘라낸 양팔은 돌아오지 않았다.

티그리스가 처음 놈의 양팔을 잘라낼 때, 절단의 심상을 담아 잘라냈기 때문에 붙지 않는 것이었다.

대신 루카스의 양손은 홀로 떨어져서 꿈틀거리며 방황했다.

루카스는 티그리스를 쳐다봤다.

루카스의 흰자위는 검게 물들었으며 갈색 눈동자는 붉게 변해 있었다.

그 붉은 눈동자에 담긴 감정은 오로지 하나였다.

분노.

그 분노엔 이유를 발견할 수 없었다. 루카스는 티그리스를 왜 미워하는 것인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오로지 티그리스를 증오하는 마음뿐이었다.

-으아아아아아!

루카스는 티그리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티그리스가 처음 심상을 발현해 팔을 잘라낸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머리를 잘라봤자 양팔과 다리가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마치 눈먼 화살처럼 경기장 관중석에 앉아있는 관중들을 덮칠 수 있었다.

슥-!

루카스의 신형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대상과 약 10걸음 정도 남았을 때, 상대방의 시선을 교란함과 동시에 낮고 빠르게 돌진하여 상대방의 사각을 점하는 사냥개의 걸음이라는 보법이었다.

티그리스는 반사적으로 검을 오른쪽 아래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티그리스의 허리를 노리는 루카스의 오른 다리가 잘려 나갔다.

이어서 왼 다리가 티그리스의 오금을 노리고 들어오자, 티그리스는 강하게 발을 내리찍어 왼 다리를 으깨버렸다.

피 대신에 탁한 재가 공중에 휘날렸다.

루카스는 손발 없는 벌레처럼 땅을 굴러 티그리스의 이어지는 공격을 피한 뒤, 티그리스를 노려봤다.

티그리스의 발에 밟혀 으깨진 왼 다리와 잘려 나간 오른 다리가 루카스의 몸에 달라붙었다.

-크윽!

루카스는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픈지 머리를 땅에 강하게 내리찍었다.

또 기억을 잃은 것이다.

티그리스가 소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간단했다. 현재 몸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티그리스는 5개 고리를 가진 채로 7성 기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검강을 발현함과 동시에 검에 심상을 담았다.

그 때문에 온몸의 근육이 과부하에 걸린 상태였다.

토드 황제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일어나 말했다.

“결투를 중단한다! 당장 백성들을 대피시키고 베르강은 빈스모크 백작을 처리하라!”

베르강은 곧바로 경기장에 난입했다.

“빈스모크 백작! 지금 뭐 하는 짓이오! 이렇게 해서라도 티그리스 경을 이겨야만 했소?!”

-닥쳐···. 닥쳐라!

루카스는 베르강에게 달려들었다.

베르강은 루카스의 머리부터 가랑이까지 그대로 잘라냈다. 베르강의 몸 뒤로 루카스의 육신이 달라붙더니 갑자기 베르강의 목덜미를 향해 이빨을 들이밀었다.

그때, 은빛의 호선이 루카스의 목을 쳤다.

루카스의 머리가 하늘 위로 날아가며 검은 재를 뿌렸다.

루카스의 다리가 베르강의 허리를 향해 날아오자, 베르강은 검강으로 루카스의 오른 다리를 잘라버렸다.

루카스의 몸뚱이는 뒤로 물러나더니 잘려 나간 목과 오른 다리가 붙었다.

-크아아아아!

루카스는 머리를 강하게 바닥에 내리찍었다. 기억을 강제로 추출 당하는 허무한 고통은 루카스를 미치게 했다.

“아버지!”

관중석에서 한 사내가 뛰쳐나왔다.

카터였다.

루카스는 카터를 노려봤다.

카터의 몸이 움찔했다.

루카스는 카터가 알던 루카스가 아니었다.

루카스는 카터를 마치 남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카터는 루카스를 옆에서 가장 많이 지켜본 사람이었다.

세간엔 피와 공포로 흑토를 다스리는 악랄한 군주로 묘사되었지만, 그 누구보다 검을 놓고 괭이를 들고 싶어 하는 인물이었다.

이런 식으로 인간이길 포기할 사람이 아니었다.

카터의 눈이 번뜩였다.

“레비스···!”

카터는 어제 만난 레비스의 입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와 검 조각으로 흘러 들어가는 걸 분명히 확인했다.

분명 레비스가 무슨 짓거리를 한 게 분명했다.

티그리스는 카터의 입에서 레비스의 이름이 튀어나온 것을 확인했다.

‘매개물을 알아낸 모양이군.’

카터는 결투장을 가로질러 미친 듯이 호텔로 달려 나갔다.

루카스는 도망치는 카터를 반사적으로 쫓았지만, 티그리스의 검에 루카스의 양 다리가 잘려 나갔다.

“티그리스 경, 혹시 루카스를 처리할 방법을 아나?”

티그리스는 도망치는 관중들을 훑었다.

저들 중에 레비스가 있을 수도 있었다.

“그저 죽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 그렇군. 그나저나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루카스의 양팔을 잘라낼 때 심상을 담은 것 같은데?”

“잘못 보신 게 아닙니다.”

“5성 기사가 검에 심상을 담을 수 있다니. 내가 알고 있던 상식이 무너지는 느낌이군.”

베르강은 검강을 쏘아내 루카스의 허리를 양단했다.

-크아아아아아!

“또 사용하는 건 무리겠지?”

“네. 그렇습니다.”

“그럼 이제 루카스는 내게 맡기게.”

베르강의 검에 북쪽 설원의 차가운 칼날 바람이 휘감겼다.

“죽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베어야겠지.”

* * *

루카스는 자신의 몸이 왜 조각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자신은 텃밭에 심은 감자에 물을 주고 있었는데, 검에 바람을 두른 사내가 온몸을 찢어발겼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고통은 없었다.

그저 입에서 텁텁한 재의 맛이 났다.

마치 감자 줄기와 건초 더미를 태우고 남은 재가 입에 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맛이었다.

감자 농사는 루카스가 제일 좋아하는 농사였다.

7살.

처음 어머니의 손을 잡고 텃밭 농사를 지었을 때, 제일 먼저 시작한 농사가 감자 농사였다. 감자는 그냥 투박하게 4등분으로 잘라서 흑토에 심으면 잘 자랐다.

처음으로 루카스가 농사지어서 먹은 감자수프의 맛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10살.

여동생 메리가 키운 방울토마토가 죽자 눈물을 터뜨렸다.

루카스는 메리 몰래 텃밭에 나가 자신의 방울토마토를 뿌리째 옮겨 심었다.

다음 날, 메리가 자신의 텃밭에 심은 방울토마토가 되살아났다며 방방 뛰었다. 그날 메리가 지은 미소를 보며 루카스가 느낀 감정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12살.

프리하 강이 메마를 정도로 가뭄이 들었지만, 루카스의 감자는 너무 잘 자랐다.

왜 감자가 구황 작물이라 불리는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루카스는 자신이 농사지은 감자를 영주민에게 나누어주었다.

영주민들이 지은 표정은···

기억나지 않았다.

17살.

루카스는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빈스모크 백작령 옆에 있는 당피에르 자작 가문에서 가문의 영토를 노리고 쳐들어온 것이었다.

영주민들은 감자밭을 지키기 위해 괭이와 낫 대신 검과 창을 들었다.

흑토에 병사의 피가 스며들었으며, 피를 머금은 감자는 잘 자라 그 해 추수했다.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선 낫과 괭이뿐만이 아니라 검과 창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날 깨달았다.

루카스는 자신이 ■가 되어야 함을 깨달았다.

26살.

메리가 죽었다.

루카스는 당피에르 자작가를 쳐들어가 모조리 몰살했다.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사내와 어린아이들을 남김없이 루카스의 손으로 죽였다.

가주를 죽이기 전 왜 메리를 죽였냐고 물었다. 그는 루카스의 아버지에게 아내를 잃었다.

그때 나는···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푹!

느닷없이 루카스의 심장에 검이 박혔다.

루카스는 마치 감자를 파먹는 두더지가 된 기분이었다. 루카스의 손에 잡힌 두더지들은 모조리 낫에 찍혀 죽었다.

왜 나는 죽는 거지?

루카스는 자신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은 사내를 쳐다봤다.

-죽인다.

루카스는 저 사내가 미웠다. 마치 내 여동생···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여동생을 죽인 당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루카스가 제일 미워하는 사람 같았다.

루카스는 손을 뻗어 봤지만, 양팔은 이미 잘려있었다. 재가 흩날렸다.

루카스의 눈에서 검은 재가 흘러내렸다.

루카스는 사내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위해 입을 벌렸다.

그때, 목이 날아갔다.

또 감자 줄기를 태우고 남은 재의 맛이 났다.

정신을 차려보니 루카스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온몸에 힘이 쫙 빠진 것 같았다.

루카스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자신을 똑 닮은 사내가 눈물을 흘리며 검은 연기를 뿜고 있는 검 조각을 반으로 뚝 부러뜨렸다.

사내의 손에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

사내는 부러진 검 조각을 내던지고 달려와 자신을 안았다.

“아버지.”

루카스의 몸이 무너지고 있었다.

왜 이 사내는 나를 보며 아버지라 부르고 우는 걸까?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루카스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슬프다.

슬픈 이유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루카스는 눈물 한 방울을 남기고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카터는 손에 남은 재를 보며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으아아아아아!”

* * *

레비스는 울부짖는 카터를 흘금 보곤 관중석을 나갔다.

그리고 화장실로 들어가 발가벗은 채 누워있는 사내에게 자신이 입고 있던 병사 옷과 검을 건네줬다.

“고맙네.”

레비스는 자신의 양복으로 갈아입은 뒤 결투장을 나섰다.

결투장 밖엔 기자들과 시민들이 몰려와 있었다.

-빈스모크 백작가는 진실을 말해라!

-흑토 지대의 귀족들에게 엄벌을 내려라!

-흑토 지대 귀족들은 모두 처형시켜야 해!

레비스는 피식 웃으며 민중들의 틈에 숨었다.

민중들은 흑토 지대를 지배하는 귀족이 키메라 실험을 하고, 사술을 사용해 티그리스를 죽이려 했다는 것에 분노를 터뜨리고 있었다.

모두 레비스가 원하는 그림이었다.

‘당분간 바로스 후작 쪽은 쳐다도 못 보겠군.’

황국이 흑토 지대를 안정시키느라 바로스 후작령과 길리온 왕국 쪽은 아예 관심도 못 가질 것이다.

흑토 지대를 황국에게 빼앗긴다는 게 조금 아쉽긴 했지만,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를 짓는 게 나을 것이다.

더 욕심을 부렸다간 레비스마저도 들킬 수 있었으니까.

조금 기다리니 두 사내가 나왔다.

티그리스와 베르강이었다.

-티그리스! 티그리스!

민중들은 티그리스의 이름을 외쳤다.

레비스는 티그리스를 흘겨봤다.

티그리스의 재능은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

레비스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티그리스는 5성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검강을 사용했다.

레비스는 검사가 아니기에 잘 알지 못하지만, 원래 검강이라고 하는 것이 7성 기사부터 사용 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5성 기사가 검강을 사용할 수 있는 걸까?

거기에 소드 마스터만이 사용할 수 있는 심상을 담은 검을 사용한 것처럼 보였다.

루카스의 양팔이 붙질 않았으니까.

오슬로가 7번째 고리를 만든다면 모를까 로타의 신체와 깎아내는 자 중에 레비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티그리스는 위험한 놈이었다.

이대로 티그리스가 성장할 시간을 주면 곧 황국에 소드 마스터가 또 생겨날 것이다.

‘아르펨 님께 말씀을 드려야겠군. 티그리스의 대적자를 빨리 찾아야 한다고.’

* * *

일주일 후.

티그리스와 아이린 그리고 아이린의 어머니 로라는 황궁으로 향했다.

로라와 아이린은 황제 폐하를 알현하러 가는 길이었고, 티그리스는 황녀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기에 같은 마차에 탔다.

티그리스는 로라 드 벨프를 봤다.

지난 3년간 궂은일을 한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녀의 고풍스러운 외모에 흠이 가지 않았다. 다이아몬드가 진창을 구른다고 하여서 다이아몬드의 빛이 퇴색되지 않듯이 그녀의 외모는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힘든 일을 겪어 더 단단해진 것 같아 보였다.

황궁 앞에 마차가 섰다.

티그리스는 먼저 내려 둘을 에스코트했다.

“감사합니다. 티그리스 경.”

로라는 고급스러운 귀족의 예법으로 티그리스의 에스코트를 받았다.

목소리도 경망스럽지 않고 무게감이 있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시끄러운 시장바닥에서 과일을 팔기 위해 목소리를 드높였던 여인 같지 않았다.

아이린이 뚝심 있게 자란 이유가 로라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했다.

아이린과 로라 그리고 티그리스는 황궁 안 정원을 거닐었다.

로라가 입을 열었다.

“제가 황궁을 밟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것도 벨프 가문의 복권을 요청하기 위해 황제 폐하를 직접 알현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고요.”

로라의 흑토처럼 검은 눈동자가 티그리스를 향했다.

“이 모든 것은 티그리스 경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원래 이렇게 돼야 했을 일이었습니다.”

“원래 이렇게 되었어야 한다라···.”

로라의 말에 씁쓸함이 담겼다.

“지난 3년간 평민과 뒤섞여 살아가면서 알게 된 진리가 있습니다. 세상엔 그냥 되는 일은 없습니다.”

그녀는 거친 시장 바닥에서 많은 수모를 겪었다.

“시장바닥에서 과일 하나를 더 팔기 위해 목소리를 남들보다 더 크게 내야만 했고, 고객들에게 단순히 과일 뿐만이 아니라 미소까지 팔아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그저 생존을 위한 투쟁일 뿐, 복수와 벨프 가문의 복권을 위한 노력이 아니었습니다.”

로라는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쳤다.

티그리스의 시선이 로라의 거칠어진 손으로 향했다. 그녀의 얼굴은 고고한 귀족의 것이었지만 그녀의 손은 평민의 것이었다.

“그러니 저희 모녀에게 찾아온 이 행운은 세상이 저희 모녀에게 바라는 게 있어서 주어진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로라의 눈빛은 티그리스가 봐온 사람 중 제일 강인했다.

“정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티그리스 경.”

* * *

아이린과 로라가 황제 폐하를 알현하러 알현실로 들어간 사이 티그리스는 황녀를 만나러 정원으로 향했다.

정원에는 황녀와 베르강 단 두 사람만 있었다. 궁녀 또한 없었는데, 티그리스가 미리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티그리스는 황녀에게 예를 표했다.

“위대하신 황금의 일족을 뵙습니다.”

“예를 푸세요. 티그리스 경.”

티그리스는 황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아이린은 황제 폐하를 뵙고 있나요?”

“예. 그렇습니다.”

티그리스는 황녀에게 차를 받으며 말했다.

“벨프 가문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몇 년 내로 벨프 가문이 다스리던 지역을 다시 되돌려주실 예정이세요. 하지만 아이린과 로라가 벨프 지역을 다스릴 준비가 되어야겠죠.”

아무리 벨프 가문을 복권해 주려고 해도 그 가문을 이끌어갈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줄 수 없다.

가문을 이끌어갈 가신들을 뽑고 기사들과 마법사를 고용해야 하며, 무너진 성벽을 고칠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황제 폐하께선 로라를 벨프 지역의 행정관으로 임명하실 생각이세요. 그곳에서 일하면서 영주민들의 마음을 얻고 유능한 인재가 있으면 등용해야겠죠.”

그동안 아이린은 티그리스의 밑에서 활약하며 명성을 얻어야 한다.

마치 티그리스가 영웅이 되면서 노르베르드로 사람들이 몰리듯이, 아이린도 명성을 드높이면 자연스럽게 인재들과 돈이 벨프 가문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문제는 벨프 가문의 뒤를 이을 후손인데···.”

“그건 아이린이 알아서 할 문제일 겁니다.”

“하긴 그 얘기는 주제넘은 이야기긴 하죠.”

굳이 아이린이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양자를 들여오는 방법도 있다.

그러니 그건 아이린이 알아서 선택할 일이다.

황녀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저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부르신 거죠?”

“저번에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그동안 숨긴 비밀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레인로버와 베르강은 티그리스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예상했다.

하지만 그 비밀이 당최 무엇인지 알 수 없었을 뿐이었다.

그저 티그리스의 말도 안 되는 강함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뿐이었다.

베르강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역시 티그리스 경은 드래곤이었습니까?”

“···절대 아닙니다.”

티그리스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입을 열었다.

“전 회귀를 했습니다.”

< 52. 루카스(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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