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 임무(2) >
#067화 – 임무(2)
라칸에게 있어서 숨어 있는 암살자들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라칸은 그저 걷기만 해도 온갖 정보들이 다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36시간이 넘도록 움직이지 않은 마차.]
[마차 안에서 네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근처에 일회용 쓰레기들이 넘쳐 난다.]
[가로등 근처에 희끗한 물체.]
[걸음걸이가 이상한 경찰들.]
[길 강아지들이 허공을 계속 바라본다.]
······.
[탐색 결과]
1. 금장 장식이 된 마차에 검지 암살자가 있다.
2. 노르베르드 타워 입구 쪽에 은신한 암살자들이 있다.
3. 정체를 알 수 없는 암살자들이 경찰로 위장했다.
4. 이 늦은 시간까지 파파라치들이 있을 이유가 없는데, 파파라치들이 배회하고 있다. 얼굴을 보아하니 엄지발가락 암살단원이다.
······.
읽기 힘들 정도로 많은 정보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라칸은 그 메시지를 다 읽지 않았다.
어차피 나중에 열람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끼익- 끼익-
대신 라칸은 리어카에 오롯이 집중했다.
라칸의 손에 땀이 났다.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사방팔방이 다 암살자다.
마차에 타고 있는 파파라치들도, 은신 아티팩트에 몸을 숨기고 있는 놈들도, 노르베르드 타워를 10번이나 돈 경찰들도, 좁은 골목에 몸을 누인 거지도.
죄다 암살자였다.
만약 라칸의 정체가 들통나면 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도망칠까?
아니면 공격할까?
뭐가 되었든지 간에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라칸은 제일 어린 리니아를 봤다.
리니아는 노르베르드 타워 입구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들을 집게로 집어 마대에 집어넣고 있었다.
리니아는 과연 알까?
리니아의 코앞에 단검을 들고 있는 암살자 세 명이 리니아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확실하게 알고 있는 건 아닌 듯했지만, 그래도 누군가 주시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모양인지 리니아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아이린과 샤를로트도 마찬가지였다.
골목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들을 주워 마대에 담았지만, 살짝 긴장했는지 몸이 뻣뻣했다.
라칸의 눈에도 보일 정도인데 암살자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티가 확 나는 것은 아니지만, 암살자들의 눈에 봤을 때, 라칸을 포함한 네 명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실제로 암살자들은 라칸 팀을 의식하고 있었다.
-애기들이네 애기들.
-방해하지 말고 꺼졌으면 좋겠는데.
-왜 그래 귀여운데. 너도 저럴 때 있었잖아.
-그래도 리어카 끄는 녀석은 눈썰미가 괜찮군. 우리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챈 모양이야.
-한동안 계속 여길 돌겠군.
놈들은 라칸과 세 사람을 초짜 암살자들로 생각하고 있었다.
녀석들이 라칸과 세 사람을 암살자로 착각하는 이유는 세 가지였다.
녀석들은 모두 각기 다른 세 명의 브로커들에게 고용되어 얼마나 많은 암살단이 트리샤를 노리는지 몰랐고.
라칸 팀의 준비성이 제법 괜찮았으며.
인퀴지터나 황금 기사라고 보기엔 네 사람의 수준이 애매하게 낮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녀석들이 이상하게 여기고 말을 걸거나 공격을 해와도 상관이 없었다.
그러는 순간 연인자리의 목걸이가 발동하거나, 현재 세 사람을 비밀 경호하는 황금 기사들과 철혈 마법사들이 곧바로 경호하러 올 테니까.
세상에 이렇게 안전한 수색 작전은 없을 것이다.
라칸은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마른침을 몇 번이고 삼켰다.
잠시 후, 라칸과 세 사람은 노르베르드 타워 앞 길목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후······.”
라칸을 포함한 네 사람은 얼마나 긴장했는지 땀이 흠뻑 젖었다.
그러나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라칸이 멈출 때까지 일단 계속 쓰레기를 주웠다.
혹시나 암살자들이 라칸 팀의 뒤를 따라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라칸은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미리 봐둔 골목길에 숨어 숨을 돌렸다.
“하······.”
리니아는 다리가 후들거리는지 곧바로 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았다.
샤를로트와 아이린도 검을 휘두를 때보다 더 지쳤는지 안색이 좋지 않았다.
라칸은 가방에서 물을 꺼내 세 사람에게 건넸다.
“고생했어요.”
“고마워.”
세 사람은 말없이 물을 마셨다.
샤를로트는 눈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서 발견했어?”
“네. 총 15명이요.”
“15명이나 있었다고?”
“네. 개중엔 그믐달 암살단원들하고 포이즈너 암살단원들도 있었던 것 같았어요. 아마 트리샤 씨가 나오면 상부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은 거겠죠.”
“그 사람들 모두 보고할 거야? 우리가 오늘 노리기로 한 암살단은 세 팀 아니었나?”
“일단 찾았으니 보고해야죠. 잘하면 오늘로 수색 임무가 종료될 수 있겠네요.”
샤를로트는 고개를 갸웃했다.
“포이즈너나 그믐달 암살단의 본대가 숨어 있는 곳도 찾아내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오늘 잡아낸 녀석들을 취조하면 나오지 않을까요?”
“아, 그럴 수도 있겠네.”
아이린은 물을 한 통 다 비운 뒤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 지금 바로 보고하면 되나?”
“네. 그래야죠.”
라칸은 몰래 메시지창을 열어 보고할 준비를 했다.
암살자들의 신상 명세와 현재 위치, 쓰고 있는 아티팩트 등 라칸의 눈으로 발견한 모든 것들을 속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수정구를 들고 곧바로 보고했다.
“라칸입니다. 보고드립니다.”
-확인.
“검은 마차 넷, 노르베르드 입구에 셋, 2157번 가로등에 둘, 노르베르드 타워를 순찰하는 경찰 둘, AK빌딩 2층에 하나, 파파라치 셋. 총 15인입니다. 세부 사항으로······.”
라칸은 거의 3분간 쉬지 않고 계속 보고했다.
암살단의 이름, 각 암살자의 이름, 사용하고 있는 아티팩트, 특이 사항까지 모조리 보고했다.
이렇게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라칸이 인퀴지터의 내부 정보를 미리 봐두었기 때문이었다.
나달은 이번 수색 임무와 관련된 암살자들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고, 그들의 진짜 이름부터 시작해서 사소한 습관까지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워낙 양이 많았기에 다 외울 순 없었다.
그래서 3,000포인트짜리 [하급 수사 메모장]이란 능력을 이용해 놈들의 정보를 시스템에 대신 기억시켰다.
거기에 5,000포인트짜리 [링크] 능력을 이용해 [상급 탐색] 능력과 [하급 수사 메모장]을 연동시키자, 시스템이 알아서 정보를 기억하고 분석해서 결과까지 라칸에게 보여주는 자동 수사 시스템이 구축됐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는 속담이 딱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그걸 알 리 없는 세 사람은 멍하니 라칸의 보고를 계속 지켜봤다.
“······저걸 다 봤다고?”
샤를로트도 암살자들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보긴 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다.
그런데 라칸은 세 사람이 보지 못한 작은 디테일까지 보고했다.
같이 작전을 나와보니 티그리스가 왜 라칸을 기용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이상입니다.”
-확인.
수정구에서 티그리스의 음성이 나오자 라칸은 품속에 수정구를 집어넣었다.
리니아는 라칸을 보며 말했다.
“이게 끝인가요······?”
“네. 오늘 저희 임무는 여기서 끝입니다.”
리니아는 약간 허무한 듯했다.
수색 작전이라곤 하지만 칼질 하나도 안 하고 끝날 줄은 몰랐다는 것 같았다.
라칸은 오히려 그 칼질이 두려워서 최대한 숨을 죽였지만, 리니아는 전투를 기대한 모양이었다.
샤를로트와 아이린의 표정을 보아하니 둘도 살짝 기대한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게 그들에게 내려진 첫 임무고 실전이다.
티그리스에게 자신들도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텐데,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끝나 버리니 허무한 듯했다.
“저희가 오라버니에게 도움이 된 거 맞죠?”
“네. 분명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리니아는 마스크를 다시 쓰며 말했다.
“그럼 됐어요. 살짝 아쉽긴 하지만요. 그럼 내일도······.”
퍼어어엉!
그때, 노르베르드 타워가 있는 쪽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
라칸을 포함한 네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아이린과 샤를로트 그리고 리니아는 리어카에 숨겨져 있는 칼을 뽑아 들었다.
당장에라도 노르베르드 타워 쪽으로 달려가려는 듯 기세가 흉흉해지자 라칸이 다급히 말했다.
“잠시······.”
샤를로트가 말했다.
“라칸. 안쪽으로 와.”
그건 라칸의 착각이었다.
세 사람은 자신의 임무를 잊지 않았다.
라칸은 샤를로트의 말대로 따랐다.
라칸은 주변을 훑었다.
별다른 조짐은 없었다.
“일단 골목 안이 방어하기 제일 좋으니까 여기서 대기하자. 교관님께 연락 오면 바로 움직일 준비 하고.”
쾅-! 쾅-!
그런데 이상하게도 노르베르드 타워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거대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샤를로트는 잔뜩 긴장한 채 중얼거렸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야.”
“저도 몰라요. 하지만 대충 짐작은 가요.”
라칸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티그리스 교관님께서 이 일을 일주일 동안 길게 끄실 생각이 없으신 것 같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말고 다른 작전을 펼치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야?”
“그런 것 같아요. 아마 황금 기사들이나 인퀴지터들이겠죠.”
“그 사람들이 왜 움직이는데.”
“현재 암살단들은 트리샤 씨를 노리고 있는 거긴 하지만, 티그리스 교관님이 살고 있는 노르베르드 타워에 진을 치고 있던 거예요. 당연히 황국 입장에선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죠.”
아이린은 주위를 계속 살피며 말했다.
“······우리가 한 임무는 정말 큰 작전의 일부라는 거네.”
“그런 셈이지.”
“우리가 도울 일은 없겠지?”
“우리가 나서야 할 정도까지 문제가 커지면 정말 큰일 나는 거겠지. 우린 연락이 올 때까지 계속 기다려 주는 것이 도와주는 거야.”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경계에 집중했다.
그때, 라칸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퀘스트 성공!]
살인 청부 업자들을 잡아라!
발견해 보고한 인원수 : 15명.
10,500포인트 획득!
작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가는 듯했다.
* * *
노르베르드 타워 근처에 시체가 나뒹굴었다.
모두 라칸이 보고한 암살단원들이었다.
티그리스는 라칸의 보고를 받자마자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녀석들을 말 그대로 학살했다.
도망치려고 하면 검기를 날려 반 토막을 내버렸고, 덤벼드는 놈들은 무기째 갈라 죽였다.
대신 포이즈너 암살단과 그믐달 암살단 녀석들은 한 명씩 살려두었다.
녀석들의 본대 위치를 캐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티그리스의 옆으로 검은 복면을 쓴 사내가 나타났다.
인퀴지터 요원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브로커들은 어떻게 됐지?”
“현재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소식이 들려오는 대로 곧바로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브로커들은 반드시 생포해야 하네. 녀석들이 왜 트리샤를 노리려고 한 것인지 정확한 이유를 들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 녀석들은 살려둘 필요가 있나?”
요원은 티그리스의 천공의 사슬에 묶여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뇨. 포이즈너 암살단과 그믐달 암살단의 위치는 이미 파악했습니다.”
“그렇군.”
서걱!
티그리스는 단번에 녀석들의 목을 베어내 고통 없이 보내주었다.
티그리스는 죽은 녀석들을 훑었다.
녀석들의 실력은 보고받은 대로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트리샤를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녀석들은 아닌 것 같았다.
그나마 포이즈너 암살단 녀석들이 트리샤를 죽일 가능성이 있는 놈들이긴 했지만 뭔가 찜찜했다.
그때, 요원이 수정구에서 흘러나온 보고를 듣더니 입을 열었다.
“암살자들을 고용한 세 브로커 중 한 명은 현장에서 자살했고 두 명은 생포했다고 합니다. 포이즈너 암살단과 그믐달 암살단들까지 모조리 소탕 완료했다고 합니다.”
“특이 사항은 있나?”
“···네. 그렇습니다.”
“뭐지?”
요원은 난감하다는 듯이 말했다.
“길리온 왕국에서 브로커를 거치지 않고 직접 보낸 암살자가 한 명 있다고 합니다.”
국가 단위에서 보내는 암살자는 이런 프리랜서 암살자들과 성격이 다르다.
‘검은 아귀’처럼 흑색 작전을 펼치거나, 적국의 장군들을 암살하는 등 돈이 아닌 오로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당연하겠지만 실력은 이런 녀석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이름을 아나?”
“오웬 사피아라고 원래 기사였다가 암살자로 직업을 바꾼 인물입니다.”
“사피아? 사피아라고 한다면 8년 전에 멸문한 남작 가문의 이름이 아닌가?”
“네. 맞습니다. 그 사피아 가문의 차남이 오웬 사피아입니다.”
사피아 가문의 검술은 과거 경험해 본 적이 있었다.
작년 젊은 피 토너먼트에서 고든이 보여주었던 ‘그림자 검술’이 사피아 가문의 검술이었다.
“녀석의 위치는 파악됐나?”
“현재 추적 중입니다.”
그 말은 아직 위치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녀석이 트리샤를 죽였군.’
사피아 가문은 과거 황실의 사냥개라는 이명이 붙었을 정도로, 각종 더러운 일을 도맡아서 처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사피아 가문이 모종의 이유로 황실에 반기를 들었고, 베르강이 직접 사피아 가문을 풍비박산 낸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때, 티그리스의 수정구가 반응하며 라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교관님! 여기 당장······.
수정구의 빛이 사그라들었다.
라칸의 수정구가 망가졌다는 의미였다.
일이 틀어져도 단단히 틀어진 게 분명했다.
“여긴 제가 수습하겠······.”
“맡기겠네.”
티그리스는 곧바로 달려 나갔다.
* * *
라칸은 단검이 박힌 수정구를 내던졌다.
그리고 골목을 단단히 틀어막고 있는 사내를 쳐다봤다.
사내는 역수로 검을 들고 있었는데, 검날에는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황금 기사와 철혈 마법사의 보호를 받는 암살단이 도대체 누구인가 궁금해서 와봤더니만 생각보다 대어라서 놀랐군.”
사내의 눈동자가 샤를로트와 아이린을 거쳐 리니아에게 향했다.
사내가 쏘아낸 끈적한 살기에 리니아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샤를로트는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넌 누구냐.”
“그래. 저승길 가는데 내 이름은 알아두고 가는 게 낫겠지. 내 이름은 오웬 사피아다.”
“······사피아?”
“오, 내 가문의 이름을 아는가 보군. 8년 전에 황제에게 멸문당했던 가문의 이름인데 말이야.”
오웬은 네 사람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나갔다.
“뭐, 더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긴 하지만 저 뒤에 있던 왕자님이 헛짓거릴 해버린 바람에 말이야. 미안하지만 빨리 죽어줘야겠어.”
“우리가 순순히······.”
샤를로트는 눈을 크게 떴다.
분명 저 멀리 있었던 오웬이 샤를로트의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순순히 뭐?”
오웬의 검이 샤를로트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샤를로트는 그 검에 반응해 막아내려고 했지만 오웬의 검은 너무 빨랐다.
샤를로트의 눈앞에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다.
‘아빠······.’
쩡-!
그러나 오웬의 검은 투명한 벽에라도 막힌 듯 나아가지 못했다.
동시에 오웬의 옆구리에서 불에 지진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오웬의 옆구리에 단검 하나가 박혀 있었다.
“큭!”
오웬은 단검을 뽑아내고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이게 무슨······.”
“혹시 몰라서 따라오길 잘했네.”
샤를로트의 옆으로 갑자기 한 여인이 나타났다.
트리샤였다.
트리샤는 한 손에는 곡검, 다른 한 손에는 검신이 뱀처럼 구불구불한 검이 들려 있었다.
“네년이 어떻게······.”
“그것보다 안 아파? 우리 귀염둥이 르미르에게 물리고도 제대로 서 있는 놈이 없는데 말이야.”
사막뱀자리의 성물 르미르의 능력은 간단했다.
상처를 쉽게 낫지 않게 만들고, 고통을 다섯 배 이상 증폭시키는 능력이었다.
보통 이 르미르에 폐부까지 찔리면 곧바로 상처를 부여잡고 쓰러지게 마련인데, 고리 5개를 딱지치기로 얻은 것은 아닌지 오웬은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고 있었다.
그러나 녀석은 간신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벅찬 듯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분명 오웬이라고 했지? 왜 날 노린 거지?”
“네년에게 말해줄 것은 없다.”
오웬은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이대로 트리샤와 싸우는 것은 미친 짓이다.
임무고 뭐고 일단 탈출하는 것이 맞았다.
오웬이 품속에서 텔레포트 스크롤을 꺼냈다.
“저 자식이!”
“목 씻고 기다려라. 네년 목은 내가 따줄 테니까.”
북-!
오웬은 텔레포트 스크롤을 찢었다.
그러나 텔레포트 스크롤이 작동되지 않았다.
“어?”
트리샤는 오웬의 멍청한 표정이 웃긴지 박장대소를 했다.
“하하하하하!”
“이······ 이게 왜······.”
“어때요? 저 연기 좀 잘하지 않았어요?”
“그게 무슨······.”
오웬은 트리샤의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아봤다.
뒤엔 티그리스가 있었다.
티그리스의 손엔 천공의 사슬이 들려 있었는데, 언제인지 몰라도 오웬의 오른 발목에 걸려 있었다.
“이런 젠······.”
퍽!
티그리스는 검면으로 놈의 관자놀이를 타격했고, 녀석은 그대로 까무러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