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7화 – 테호(2)
테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거인들의 무덤? 설마 거인 전사들의 공동묘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거인들은 전쟁터에서 싸우다가 죽은 전사들의 유해를 한 번에 모아 임시로 장례를 치른다.
그 후 전쟁이 끝나면 임시로 묻어둔 거인들의 시체들을 발굴하여, 화장을 한 뒤 그 뼛가루를 땅에 뿌린다.
그래서 온전한 사체 그대로 묻혀있는 거인들의 무덤을 발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거인들의 무덤의 값어치를 테호 대장로님께선 잘 아시겠지요."
“알고 있죠. 거인들이 사용하던 무기나 도구들은 하나같이 미스릴이나 흑철 합금이고, 거인들의 뼈는 천연 마석이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거인들의 사체를 뒤덮고 있던 토양은 비옥해서 아무 곡식을 심어도 잘 자라죠.”
거인과 인간과의 신체 구조는 겉으로 봐선 크게 다른 것이 없다.
두 팔과 두 다리 그리고 머리 하나에 오러를 사용한다는 점까지 모두 동일하다.
하지만 덩치가 최소 10m에서 최대 15m까지 성장하며 무게는 7t에서 15t까지 늘어난다.
1.8m짜리 인간으로 치면 몸무게가 500kg~800kg에 육박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몸 실루엣은 전체적으로 날렵하며 뼈 구조를 보면 인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런 거인이 인간과 동일한 칼슘 성분으로 뼈가 구성되어 있다면 한번 걷자마자 발목뼈가 부서질 것이다.
그런데 문헌에 보면 거인은 뛰어다니기도 하고 멸지의 마왕의 군세에 대항해 격렬한 전투까지 치렀다고 적혀 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그것은 거인이 손가락 하나를 움직일 때도 오러를 사용하며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 말은 온몸의 근육과 뼈대가 오러 친화적이라는 의미고, 특히 육중한 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다리나 척추 부분은 거의 천연 마석이나 다름이 없을 정도로 오러를 저장하는 능력이 대단했다.
“그럼 바로스 후작과 길리온 왕국이 수인족 자치구의 땅을 그렇게도 원했던 것이······.”
“예. 그렇습니다. 수인들의 밀렵은 두 번째 이유고 수인들의 땅을 점령하여 거인들의 무덤을 얻을 생각이었을 겁니다.”
바로스 후작이 단순히 길리온 왕국만을 믿고 황국에 대적하기엔 너무나도 이상했다.
바로스 후작령은 황국의 지원 없이 경제적 자립이 거의 불가능한 곳이다.
농경지라고 해봤자 땅이 척박해서 지을 수 있는 농사도 한정되어 있고 그렇다고 공업이 발달한 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길리온 왕국과의 무역업 정도인데, 바로스 후작이 길리온 왕국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왕국을 세우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
“족히 300년은 사용해도 남을 천연 마석에 거인들의 유물까지 있으니 바로스 후작령 만한 나라를 지탱하는 데는 무리가 없겠군요.”
“거기에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으니 민심도 바로스 후작을 향했을 겁니다.”
“음······.”
테호는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겼다.
이번에 빅토리에로 향하는 이유는 키메라 실험실 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밀렵문제를 끝맺기 위해서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수인족 자치구 입장에선 황국에게 아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수인족이 마사라이의 뼈 바늘을 잃으면서 전력이 약화 되었고, 자기 자신을 지킬 힘을 잃어 황국의 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니까.
그런데 거인들의 무덤이 나오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황국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마석의 사용량은 매년 늘어가는 추세다.
빅토리에 인근에 밀집된 마석 광산들도 메말라가고 새로운 마석 생산처를 찾던 와중 '거인들의 무덤'이 운명처럼 나온 것이다.
이건 황국과 동등한 관계로 만들 수 있는 외교적 아이템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럼 수인족 자치구에게 원하는 게 거인들의 무덤의 개발권이겠군요.”
“예. 더 자세한 사안은 황국에서 협상이 들어갈 것입니다.”
“거인들의 무덤의 위치는 어딥니까?”
“정확하게 저도 들은 바는 없지만 바로스 후작령 국경에서 서남쪽으로 3일 정도 거리에 있는 검은 바위 산맥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유독 서쪽 검은 바위 산맥에서 밀렵꾼들이 많이 출몰했었죠.”
테호는 테이블을 툭툭 치며 생각에 빠졌다.
테호는 인간을 많이 겪어본 수인이다.
테호의 인식 속에 인간들은 굉장히 욕심이 많은 인물들이었다.
먼 미래를 보기보단 당장의 눈앞에 있는 확실한 이득을 어떻게든 취하려는 종족이었다.
특히나 귀족들이나 부호들은 단 하나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이번 황국과의 수교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내어줘야 할지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수인들에게 유리한 정보를그냥 넘겨주다니.
이것은 뭔가 이상했다.
“그런데 이런 고급정보를 그냥 알려주셔도 되는 겁니까? 제가 황국 입장이라면 거인들의 무덤이 있는 땅까지 수인족들에게 돈을 주고 구입을 하고 모른 척 할 것 같은데요."
테호의 인간 불신은 거의 병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라미와 라온을 구해준 티그리스의 말조차도 의심하고 또 의심하다니.
수인족 자치구의 대표로서 가져야 할 자세이긴 하지만, 입 밖으로 표현하는 것과 생각만 하는 것은 달랐다.
‘내 말을 믿지 못한다기보단 인간에게 많이 데인 것 같군.’
확실한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가 보고자하는 태도는 수인이라기보단 상인의 것이었다.
이런 상인의 마인드를 갖춘 자와 말을 나누는 것만큼 피곤하고 힘든 일은 없었다.
하지만 티그리스 쪽이 알고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이 테호가 알고 있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혹시 거인들의 무덤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거인들의 무덤 입구에 봉인 주술이 걸려 있다고 하더군요.”
마나 친화적인 육체를 가졌기 때문에 독창적인 마법으로 봉인을 할 법도 하지만, 그들은 주술을 오히려 더욱 신봉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인간이 독특한 것이었다.
대륙 역사에 수많은 종족이 있었지만, 마나를 일정한 규칙으로 엮어 확실한 현상을 일으키는 마법을 사용한 종족은 인간과 엘프밖에 없었다.
“그 봉인술을 풀어줄 뛰어난 주술사가 필요합니다. 마치 테호 대장로님처럼 말이죠.”
“인간 중에선 뛰어난 주술사가 없습니까?”
“포그 우드에서 찾아보면 나오긴 하겠습니다만 찾기란 쉽지 않겠죠. 인간들에게 전승되는 주술이라곤 혼령술 정도가 끝이라 거인들이 사용한 고대 주술을 풀 수 있을지 모르겠고요.”
테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인간들 사이에 뛰어난 주술사가 없다면 바로스 후작은 그 주술을 어떻게 푼 거죠?”
“아이작의 말에 따르면 길리온 왕국 측에 굉장한 주술사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거인들의 무덤을 탐사할 때 봉인을 일시적으로 풀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길리온 왕국과 황국의 관계는 이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진 상태라 그 주술사를 달라고 할 수 없는 상태지요.”
“길리온 왕국은 수인을 상대로 키메라 실험을 했으니까요.”
“예. 맞습니다.”
테호는 그제야 황국이 거인들의 무덤의 정보를 풀었는지 논리적으로 이해했다.
“황국은 키메라 실험실을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군요.”
“놈들은 황도 지하에서 키메라 실험을 했으니까요. 키메라 실험의 위험성을 떠나 이것은 황실을 향한 도전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수인과 수교를 맺고자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잘 설명했지만, 길리온 왕국이 아닌 수인에게 손을 뻗은 이유는 황제가 길리온 왕국을 괘씸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인간이군.’
그제야 테호는 어느정도 안심할 수 있었다.
인간이든 수인이든 언제나 이성적인 판단으로만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논리와 이성은 수단이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의 설정과 추진력은 결국 감정에서 나온다.
테호가 인간 세계에서 20여 년간 살아오면서 알게 된 진리 중 하나였다.
“이제 의문점은 다 풀리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제가 너무 무례한 건 아니었나 싶군요.”
“아닙니다.”
테호는 문득 티그리스의 눈을 봤다.
티그리스의 눈은 정의를 수호하는 기사의 눈이라고 하기엔 감정이 너무나도 많이 담겨 있었다.
만났을 때부터 티그리스에게서 지독한 후회의 냄새가 났다.
‘······확실히 다른 인간들하곤 다르군.’
테호는 밀림에 사는 모든 수인 중에서 인간을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왜냐하면 테호는 세상 어딜가나 있는 별종 중 별종이었으니까.
젊었을 적 테호는 밀림에 갇혀 지내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고, 당시 수인들에게 제일 쓸모없는 인간으로 변장할 수 있는 주술을 개발해 세상을 떠돌아다녔다.
어쩔 때는 용병으로 어쩔 때는 모험가로 활동하면서 인간들과 뒤섞여 지내며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테호는 두 발과 두 눈으로 경험하고 돌아왔다.
그런 테호가 경험한 일대기를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세상은 아름답지만, 인간은 추악하다.
마왕과 마녀와 거인과 용이 사라진 이 평화의 시대에 인류는 화합보단 미워할 대상을 찾아 싸우고 갈취했다.
그러니 티그리스는 테호와 같은 괴짜였다.
싸워야 할 목표만을 찾는 인간들과 달리 티그리스는 공동의 적을 두고 화합을 제안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신념이나 정의 때문이 아닌 감정 때문이라는 게 걸리긴 했지만, 테호도 단순한 감정으로 여행을 떠난 것을 생각하면 이상할 것이 없었다.
‘티그리스에 대해 좀 더 알아보는 게 좋을것 같군.'
티그리스는 바로스 후작을 죽일 정도로 압도적인 무력에 황국을 대표해 테호와 외교적 대담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모두 갖춘 인간이다.
이런 인간이 특정한 감정에 휩쓸려 움직이는 존재라면, 재앙이나 다름이 없을 테니까.
테호는 차를 모두 입에 털어 넣은 뒤 입을 열었다.
“티그리스 경 혹시 점을 보실 생각 있습니까?”
갑자기 점을 봐주겠다는 말에 티그리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점이라고 하면 제 미래를 봐주시겠다는 겁니까?"
“예언가들처럼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기보다는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조언을 해주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우시면 그냥 미래를 봐준다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티그리스도 점을 보는 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작년 포그우드에서 만난 혼령술사가 레니를 보고 ‘귀신을 달고 다닐 상’이라고 말한 것처럼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논하는 것이 바로 점이었다.
신비의 땅에서 미래를 보고 온 예언가들과 뭐가 다르냐고 한다면, 예언가들은 진짜로 미래를 보고 왔기 때문에 그들이 말하는 미래는 확정되어 있다.
하지만 점은 가능성에 대해 논하는 것이기 때문에 점을 들은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위기를 넘기거나 굴러온 복을 찰 수도 있었다.
“왜 제게 점을 봐주시겠다고 하시는 건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냥 티그리스 경에게 개인적으로 고마워서 그렇습니다. 라온과 라미를 구해주셨으니까요. 그리고 수인들 중에 미래를 점치는 주술을 사용할 수 있는 주술사는 저 정도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한번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테호의 표정에서 고마움보단 의심이 읽혔다.
티그리스는 왜 테호가 자신에게 점을 봐주려고 하는 것인지 대충 눈치챘다.
‘점을 통해 나를 가늠해보려고 하는 것이군.’
테호는 티그리스가 장차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리라.
솔직히 티그리스도 자신의 미래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기 때문에 받아도 손해볼 것은 없었다.
티그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점을 봐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좋습니다.”
테호는 호주머니에서 조그마한 복주머니를 하나 꺼냈다.
그 안에는 각종 씨앗과 작은 뼛조각들이 들어있었다.
겉보기에도 굉장히 의미 없어 보이는 것이 주술 도구인 게 분명했다.
“제가 볼 것은 총 세 가지입니다. 현재, 가장 가까운 미래, 그리고 먼 미래.”
테호는 손을 한번 저었다.
그러자 식당 안을 감싸고 있던 촛불들이 모조리 꺼졌다.
갑자기 어두워진지라 눈이 순간 암전되었지만, 테호는 아무런 사전 준비도 없이 하얀 불꽃을 피워냈다.
“주의할 사항은 한 가지입니다. 이 점을 무조건 맹신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티그리스 경 당신의 과거와 현재를 보고 미래를 유추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티그리스는 이미 말고 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습니다.”
“트리샤는 잠깐 뒤로 물러서 주시겠습니까? 빛이 향하는 곳이 미래를 비추는 등대 역할을 하는 지라 미래가 안 돼서요.”
트리샤는 군말 없이 테이블에서 멀어졌다.
불꽃의 세기는 강하지 않은지 트리샤가 조금만 뒤로 갔을 뿐인데 어둠에 잠식되어 사라졌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주술은 본래 대가를 필요로 합니다. 보통 부정적인 기운을 대가로 하죠. 사람의 고통이나 피 또는 목숨과 같은 것을 말이죠.”
테호의 목소리는 마치 동굴 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웅웅 울렸다.
그 울림은 티그리스의 내장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들어왔고, 티그리스의 심장을 강제로 침착하게 만들었다.
주술이 시작된 것이다.
테호는 품에서 작은 구슬을 꺼내 들었다.
그 구슬엔 호랑이 형상이 음각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주술용 성물이 있는 경우엔 조금 다릅니다. 성물이 주술의 집행자 역할을 해서 대가를 대신 치러주거든요. 그러니 주술에 대한 대가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테호는 간단한 것을 물었다.
“일단 점을 치기 전에 티그리스 경의 생년월일 그리고 태어난 장소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루체트 력 318년 4월 8일, 노르베르드 변경령의 수도 슈테른입니다.”
“알겠습니다.”
테호는 기묘한 주문을 한동안 중얼거리기 시작하더니, 손에 들린 씨앗과 뼛조각을 테이블 위에 던졌다.
씨앗과 뼛조각들은 제멋대로 부딪히고 널브러지더니 기묘한 형상을 빚어냈다.
테호가 입을 열었다.
“이 씨앗과 뼛조각들 속에서 무엇이 보입니까?"
티그리스는 즉답했다.
“크고 작은 창들이 저를 향해 있습니다.”
“······개수는요?”
“셀 수 없습니다.”
테호는 순간 말을 잃었다가 입을 열었다.
“······적이 굉장히 많으시군요. 티그리스 경은.”
많을 수밖에 없다.
티그리스를 찢어 죽이고 싶어 하는 놈들이 한둘이겠는가?
로타와 아르펨의 권속들뿐만이 아니라 길리온 왕국과 룩스 교단의 고위 사제들과 성기사들도 티그리스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느낌이 어떻습니까?”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굉장히 대범하시군요.”
“제 느낌도 중요합니까?”
“이 적들을 티그리스 경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따라 점괘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그나저나 흥미롭군요. 아무렇지도 않다라······.”
테호는 잠시 점괘를 들여다보더니 입을열었다.
“여기에 있는 창들은 하나같이 티그리스 경의 심장을 향해 뻗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다고 느끼시는 것이면 오히려 공격이 오길 바라는 느낌이 강하군요.”
테호의 점에 티그리스는 살짝 놀랐다.
정확히 티그리스가 노리는 게 맞았다.
티그리스는 오히려 놈들이 티그리스를 노리고 들어오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이 다치지 않고 권속들을 모조리 죽일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조심하시는 편이 좋으실 겁니다. 셀 수 없이 많다고 말씀하셨으니, 티그리스 경 당신이 모르고 있던 적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방호대책을 제대로 하시는 게 좋을 것같군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점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번엔 가까운 미래입니다.”
테호가 손을 뻗자 씨앗과 뼛조각들이 모조리 테호의 손으로 들어갔다.
“가까운 미래라고 하는 게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겁니까?”
“그것은 상대적입니다. 당장 내일이 될 수도 있고 10년 후가 될 수도 있지요. 하지만 티그리스 경 당신이 가장 염려하고 있는 문제의 미래가 보여질 수 있을 겁니다.”
테호는 다시 씨앗과 뼛조각을 던졌다.
그러나 뼛조각들과 씨앗들은 좀 전과 달리 복잡하게 테이블 위를 구르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테호도 이런 경우는 처음인지 살짝 당황한 기색을 표했다.
그러나 표정만 변할 뿐 입을 열지 않았다.
테호가 입을 여는 순간 주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거의 1분 동안 계속 구르기 시작하던 뼛조각들과 씨앗들은 결국 멈췄다.
“······무엇이 보이십니까?”
“양팔이 잘린 사내가 보이는군요.”
“누군지 알아보실 수 있겠습니까?”
티그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모리타 디 그리프. 저와 결투를 했다가 팔이 잘린 사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