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103화 (103/251)

#103화 – 파티

알렌은 티그리스의 경고를 잘 알아들었는지, 식사를 하는 동안 트리니티나 리니아와 관련된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조용히 식사만 한 것은 아니었다.

얼굴에 철면피를 깐 것인지 아니면 티그리스의 분노를 풀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기사를 위한 마법의 이해’에 대해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티그리스의 독창적인 교리에 도움이 될 보조 계열 마법 몇 가지를 추가로 알려주거나, 같은 마법이라고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술식의 형태가 달라진다며 참고할 만한 책을 추천해 주는 등 마치 1대1 과외를 하는 것처럼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러고 보니 마법 학부 교관 하나를 보조교관으로 두고 교육한다면, 마법사들도 같이 수업을 들을 수 있겠군.”

“그래도 되겠습니까?”

원래 티그리스도 제국 대학을 다니는 마법 학부 학생들을 불러 모아 함께 가르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월권인 것 같아 생각조차 안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제국 대학으로부터 아티팩트를 빌려 마법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알렌이 허가만 해준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마법사와 기사로 구성된 팀 단위 교육을 진행할 수 있게 되니 더욱 현실적인 교육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보조 교관으로 지원할 마법사가 있겠냐는 것이 관건이겠지. 마법 학부 교관들은 개인 연구에 빠져 있는지라 웬만하면 강의를 하고 싶지 않아 딱 필수 학점까지 채우고 그 이상 하려 하지 않거든.”

“그래도 만약 교관을 구한다면 마법 학부 학생들도 함께 수업을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알렌은 수건으로 입을 닦으며 말했다.

“진심으로 할 생각이군. 만약 그렇게 된다면 강의 계획서를 새로 고치는 것을 떠나서 강의 밸런스를 맞추기가 힘들 텐데 괜찮겠는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알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하고 싶다고 하는데 내가 막을 이유는 없지. 그 대신 강의 계획서를 고치면 다시 보여주게. 점검을 다시 해야 할 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 * *

알렌과의 식사가 끝나고 티그리스와 트리샤는 제국 대학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티그리스 님은 개인적으로 아시는 마법 학부 교관님이 계시나요?”

트리샤의 질문에 티그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없다.”

“그러면 어떻게 교관을 구하시려고요?”

“직접 하나하나 찾아가야지.”

“티그리스 님이 직접이요?”

“그래.”

트리샤는 티그리스가 마법 학부 교관의 개인 연구실에 쳐들어가는 상황을 생각해봤다.

티그리스는 단순한 검술 교관이 아니다.

황도의 영웅이자 황녀의 예비 신랑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만약 트리샤가 마법사라면 티그리스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무슨 생각을 할까?

“그 마법사들이 오줌을 지리지만 않아도 다행이겠네요.”

제국 대학 교관들의 철밥통을 발로 걷어찰 수 있는 존재는 황국에 딱 두 명 있다.

황제 폐하와 바스티얀 학교장.

그 둘하고 가족만큼이나 친한 티그리스가 ‘야, 나랑 같이 수업하자’라고 한다면 거절할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생각보다 쉽게 구하긴 하겠지만 여러 문제가 터질 것 같은데.’

괜히 마법 학부 교관들을 협박했다는 소문이 퍼지거나 그러지 않을까?

‘뭐, 알아서 하시겠지.’

트리샤는 그냥 생각을 포기하기로 했다.

한시가 바쁜 일이기에 티그리스는 집무실을 들러 교관 목록을 구한 뒤, 바로 마법 학부 교관들이 몰려 있는 연구동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집무실에 들어가자 의외의 인물이 티그리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스티얀이었다.

“여기까지 무슨 일이십니까?”

“네이션이 하도 자네 강의를 칭찬하기에 궁금해서 찾아와봤네. 그리고 알렌 학부장이 자네 강의를 통과시켜 줄지 궁금하기도 했고.”

“사인은 받았습니다. 하지만 강의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 생겨 고민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바스티얀은 집무실에 비치된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강의를 발전시킨다고?"

“알렌 학부장이 마법 학부에서 교관을 보조 교관으로 두면 마법사들도 강의를 들을수 있게 허가해 준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더욱 다채롭고 현실적인 강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어떻게 하면 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강의를 새로 짜는 것을 떠나, 마법 학부의 교관을 구하는 게 쉽지 않겠군. 그것도 이틀 만에 말이야.”

티그리스에게 허락된 시간은 이번 주 금요일까지다.

그때까지 교관을 구하지 못한다면 강의 계획서를 아무리 잘 써도 의미가 없었다.

사인을 받는 것도 일이었다.

네이션 학과장과 알렌 학부장 그리고 바스티얀에게 모두 사인을 받아야 강의 계획서의 효력이 발생하니까.

“만약 보조 교관을 구했다고 치면, 강의 계획서는 언제까지 준비할 수 있나?”

“이론 강의 중심의 교육을 참여 중심의 교육으로 바꾸고, 마법 학부 학생들의 참여 조건을 걸기만 하면 되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흠······ 그럼 생각해 둔 교관은 있나?”

“아뇨.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하나하나 찾아가서 물어볼 예정이었습니다.”

티그리스의 말에 바스티얀은 좀 전의 트리샤처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자네가 마법 학부 교관들에게 직접 찾아가면 그 교관들이 굉장히 부담스러워할 거라 생각되지 않나? 그 교관들의 입장에선 내가 예고도 없이 집무실에 불쑥 찾아온 것처럼 부담스럽게 여길 수도 있네.”

“······.”

티그리스가 말없이 바스티얀을 쳐다보자, 바스티얀은 괜히 찔려서 입을 열었다.

“큼! 물론 나와 자네처럼 친분이 있는 경우는 다르긴 하겠지만······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건가?”

“생각해 보니 그렇겠군요.”

보조 교관을 구하는 것과 강의 계획서를 수정하는 일로 머릿속이 가득 차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제일 좋겠습니까?”

“모집 공고를 올리는 게 제일 좋겠지. 하지만, 마법사들이 다 그렇듯이 개인 연구에 빠져서 공고문을 안 볼 걸세. 방학 시즌은 마법 학부 교관들에게 있어서 천금과도 같거든. 하지만 그래선 이틀 만에 보조 교관을 구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군.”

바스티얀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교관은 내가 구해보도록 하지. 강의 계획서를 잘 준비해서 네이션 학과장과 알렌 학부장을 거치지 말고 내일 정오까지 바로 가져오게. 그렇게 할 수 있겠나?”

“가능은 하겠습니다만 학교장님께 민폐가 될 것 같습니다.”

“나도 따로 고민하던 게 있어서 자네를 찾아온 거네. 하지만 덕분에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군.”

“무슨 고민이 있으셨습니까?”

바스티얀은 악동처럼 웃었다.

“그건 내일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겠네. 일단 모든 보조 마법을 가르칠 수 있는 교관이있다는 가정하에 강의 계획서를 작성해서 가져오게.”

“······알겠습니다.”

뭔가 불안한 듯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티그리스는 마법사를 구해준다는 말에 그냥 넘기기로 했다.

* * *

다음 날.

티그리스는 바스티얀과 약속한 대로 강의 계획서를 새로 작성하여 가지고 왔다.

그리고 바스티얀은 마법사를 구해 티그리스를 소개시켜 주었다.

상대는 티그리스에게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티그리스 경.”

나달이었다.

뜬금없는 만남에 티그리스는 아주 조금 당황했다.

“······설마 보조 교관이라는 게 나달이었습니까?”

바스티얀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 제국 대학 내에 인퀴지터 요원들을 배치하라고 지시하셨거든.”

로타와 아르펨에게 있어서 제국 대학은 이제 황궁 다음으로 중요한 시설이 되었다.

황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천재들을 가르치는 곳이자, 드워프와 수인 간 동맹의 트로피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보안을 강화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인퀴지터들이 제국 대학에 잠입할 것이라 예상하긴 했습니다만······ 인퀴지터의 히드라가 직접 들어오면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실텐데요?”

나달은 고개를 저었다.

“최근 인퀴지터의 만성적인 인력난이 해결된 덕분에 오히려 널널해졌습니다. 티그리스 경의 인명록 덕분에 유능한 인퀴지터 요원들을 더 늘렸고, 리베르와 공조수사를 이루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졌거든요.”

“그래도 이 시기에 나달이 직접 제국 대학의 교관으로 갑자기 들어오면 제국 대학 내에서도 말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괜찮습니다. 마법 학부 연금학과의 교관 중 하나가 굉장히 아플 예정이거든요. 그 교관 자리에 제가 대신 들어갈 겁니다.”

“······.”

티그리스가 미묘한 눈빛으로 나달을 쳐다보자, 나달은 오해하지 말라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어차피 그 교관은 처리 대상이었습니다. 그레이 타운의 갱단들에게 레드 파우더라는 마약을 만들어 팔아넘기던 놈이었거든요.”

레드 파우더라면 티그리스도 알고 있었다.

그레이 타운의 시민들을 병들고 불행하게 만드는 끔찍한 약물.

그 약물을 제조해 팔아넘긴 자가 제국 대학의 교관이라니.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레드 파우더가 도대체 어디에서 생산되는 것인지 저희도 알지 못했었습니다. 사실 그레이 타운 쪽 일이니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지요.”

인퀴지터는 최근 굉장히 할 일이 많았다.

당연하게도 그레이 타운의 레드 파우더 문제는 뒷전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감금되었던 사제들과 가벼운 ‘대화’를 하다가 우연히 레드 파우더의 생산 및 유통 과정을 알게 되었죠.”

레드 파우더의 생산 · 유통 과정은 이렇다.

제국 대학의 보니카 교관이 레드 파우더를 제작한다.

그리고 매주 예배를 드리는 룩스 교단 성전에 들어가 레드 파우더를 건넨다.

그 레드 파우더는 룩스 교단이 매주 토요일마다 시행하는 봉사 활동 중 그레이 타운의 갱단에게 넘긴다.

그리고 갱단은 레드 파우더를 판 대금의 일부를 룩스 교단에 헌금으로 넘긴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룩스 교단을 의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레드 파우더의 생산과 유통 과정을 전혀 몰랐죠. 이젠 생산과 유통망을 아예 끊어버렸으니 그레이 타운엔 레드 파우더가 돌아다니지 않을 겁니다.”

“보니카 교관은 왜 레드 파우더를 팔아넘긴 거라고 합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팔아넘긴 게 아닙니다. 보니카 교관의 아들이 굉장히 아픈데, 룩스교에서 성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5년간 레드 파우더를 제작해 넘긴 거라고 합니다.”

룩스 교단이 갖고 있는 성배의 성수는 모든 질병과 외상을 치유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그 성수의 힘으로 길리온 왕국을 비롯해 황국의 주요 인사들을 주무르고 다녔었는데, 제국 대학의 교관까지 손을 뻗은 모양이었다.

“룩스 교단이 왜 그레이 타운을 노린 겁니까? 만약 돈을 벌려고 하는 거였다면 그레이 타운이 아니라 다른 루트로 판매하는 게 좋았을 텐데요?”

“그건 현재 조사 중에 있습니다. 라칸이 고생을 하고 있죠.”

‘라칸에게 퀘스트가 뜬 모양이군.’

라칸이 언제 그레이 타운을 홀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걸까?

역시 잠깐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고 있으면 쑥쑥 성장해 있었다.

“아무튼 이번 주 금요일에 저는 새로운 교관으로 부임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저는 합법적으로 티그리스 교관의 보조 교관이 될 수 있지요.”

“그러고 보니 보니카 교관이 가르치던 연금술 강의들도 가르쳐야 할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연금술은 제 주특기입니다. 눈감고도 쉽게 가르칠 수 있으니 그리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가르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라칸을 가르친 경험도 있으니 아무렴 잘할 거라 생각했다.

바스티얀도 아무 생각 없이 나달을 교관으로 채용한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티그리스 경.”

* * *

어느덧 시간은 빠르게 흘러 파티 날이 다가왔다.

드레스 코드는 따로 정해져 있었지만, 티그리스는 교관 제복을 입었다.

티그리스가 노르베르드 가문의 대표로 온 것이 아닌 제국 대학의 교관 신분으로 온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반갑습니다. 티그리스 경. 저는 하몽 자작가의 가주 니콜라이 디 하몽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하몽 자작님.”

“이렇게 얼굴을 직접 보게 되니 정말로 영광입니다. 황녀 전하님의 생일 파티 때 잠깐 뵙긴 했지만 이렇게 인사를 드릴 시간이 없었거든요.”

“아,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제 아들놈이 제국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티그리스 경의 강의를 듣고 싶다고 해서······.”

티그리스는 원망 섞인 표정으로 바스티얀을 쳐다봤다.

분명 그냥 얼굴마담 역할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티그리스는 수없이 많은 귀족에게 둘러싸여 악수를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줘야만 했다.

평소의 티그리스라면 그냥 피곤하다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겠지만, 트리니티와 연관된 일이다 보니 이들을 무시하고 넘어갈수 없었다.

돈과 인력 그리고 자원이 모두 부족한 상황이니까.

“저희 체링겐 가문은 금화 1,000개를 후원하기로 했습니다. 티그리스 경.”

“겨우 1,000개? 우리 빈켈 가문은 금화 5,000개를 후원합니다. 추가로 2서클 마법사도 지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커흠! 빈켈 가문은 최근 길리온 왕국과의 납품 문제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별로 좋지않을 텐데요?”

“남의 주머니 사정도 걱정해 주시고 참 감사합니다. 물론 체링겐 가문의 주머니 사정만 할진 모르겠지만 말이죠.”

“이 자식이 보자 보자 하니까!”

티그리스의 표정이 점점 썩어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냥 이 파티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잠시만요.”

그때, 티그리스의 구원자가 나타났다.

레인로버 황녀였다.

티그리스를 둘러싼 귀족들은 일제히 예를 표했다.

“위대하신 황금의 일족을 뵙습니다.”

“반갑습니다. 파티는 잘 즐기고 있나요?”

“예. 그렇습니다. 제가 여러 파티를 와봤지만, 이렇게 즐거운 파티는 처음 있는 것 같습니다. 안 그런가? 체링겐 자작.”

“그렇고말고.”

황녀가 등장하자 마치 경매쟁이들처럼 언성을 높이며 자기들끼리 후원 금액을 높여가던 체링겐 자작과 빈켈 자작은 한 마리의 순한 양이 되었다.

“다행이네요. 그럼 저 티그리스 경 좀 빌려 가겠습니다.”

레인로버는 티그리스를 데리고 테라스로 향했다.

티그리스는 레인로버가 건넨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고 한숨을 내쉬었다.

레인로버는 지친 티그리스의 표정이 웃긴지 호호 웃었다.

“악령들을 상대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티그리스 경이 맞나요? 오늘따라 굉장히 지쳐 보이시네요?”

“차라리 키메라 10만 마리를 상대하는 게 편할 것 같습니다.”

이건 진심이었다.

관심 하나도 없는 귀족들의 넋두리를 들어주고 맞장구쳐 주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이런 파티는 참여하지 않으리라.

“앞으로 이런 파티에 나오게 되면 테라스를 자주 애용하세요. 혼자 아니면 둘끼리 테라스를 나오면 다른 사람들은 말을 안 거니까요.”

“일종의 불문율 같은 거군요.”

“그런 셈이죠.”

이렇게 회귀 전에도 몰랐던 지식을 하나를 채워 나간다.

물론 앞으로 파티에 참석하지 않을 거긴하지만, 그래도 기억 속에 박아두는 편이 좋겠지.

“그나저나 이번 후원 파티 성과는 어떻습니까?”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후원금을 많이 거둘 수 있었어요. 건축 마법사 쪽은 아직 문제긴 하지만요. 1~2서클 마법사도 아니고 3서클 마법사를 구하는 게 쉽진 않네요.”

“역시 알브레 백작가의 도움이 필요하겠군요.”

“······그렇죠. 그런데 무리하실 필요는 없어요. 정 안 되면 몇몇 훈련장이나 공방들은 천천히 지으면 되니까요.”

티그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듯이 시작했으면 끝까지 하는 게 맞습니다. 알브레 백작은 파티에 참석했습니까?”

“예. 그런데 자기 파벌들하고만 뭉쳐 있지, 황실 인사들하곤 대화도 안 나누고 있네요. 자기들이 이번 트리니티 출범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겠죠.”

한마디로 말하자면, 자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셈이었다.

오히려 황실 쪽이 안달 나게 만들어서 원하는 것을 더 뜯어내고 말겠다는 것이었다.

역시 알렌이 말했던 대로 살바도르는 일반적인 마법사라기보단 상인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레인로버 황녀님께서는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제가 직접 나서는 게 맞다고 보십니까?”

“아뇨. 저들에게 끌려다닐 수는 없죠. 파티가 끝날 때까지 알브레 백작 쪽하곤 눈도 마주치지 마세요. 어차피 그 녀석들은 티그리스 경에게 접근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은 황실이 알브레 백작에게 아쉬운 상황인 것은 맞다.

하지만 알브레 백작이 진정으로 상인과 같은 인물이라면 건축 전문 마법사를 지원해 줄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트리니티 내에서 개발될 기술에 한 발 걸칠 수 없을 테니까.

레인로버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파티가 거의 다 끝나갈 무렵 알브레 백작은 혼자 티그리스를 찾아왔다.

“살바도르 폰 알브레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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