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 여우와 고양이(1)
마탄총 문제가 일단락되자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저녁이 되었다.
“때가 늦었으니 식사를 하고 가시는 게 낫지 않겠어요?”
레인로버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티그리스는 말레우스, 테호, 라칸 그리고 레인로버와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다.
“······?”
라칸은 원래 황궁 일이 끝나면 나달에게 그레이 타운 내 갱단 조사와 마약 거래에 참여한 주요 인물들에 대한 보고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대륙의 판도를 움직이는 거인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함께하게 되니 살짝 어리둥절했다.
이 자리에 내가 껴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뭐 어때.’
당장 이 자리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라칸은 황제 앞에서 웃통 벗고 셔플댄스까지 춘 얼굴 가죽이 두꺼운 사내였다.
이 정도 갖고 쫄 사람은 아니었다.
[신규 퀘스트!]
웃통을 까고 그 누구보다 빠르게 저녁 식사 마치고 황궁을 나가기.
보상: 100포인트
제한 시간: 30분
라칸은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최근 왜 이런 퀘스트가 안 뜨나 했다.
“저 황녀님.”
“왜? 라칸?”
“저 웃통 좀 벗어도 되겠습니까?”
라칸의 말에 테호와 말레우스는 흠칫했다.
그리고 서로 눈을 마주쳤다.
티그리스는 테호와 말레우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다.
'이게 설마 말로만 듣던 퀘스트인가?'
퀘스트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 잔혹하지 않은가?
황녀 앞에서 웃통을 까다니.
이게 퀘스트라는 것을 몰랐다면 테호와 말레우스는 이게 무슨 미친놈인가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레인로버는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에 평범하게 식사를 할 줄 알았더니만······.”
황녀는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른 채로 말레우스와 테호를 보며 말했다.
“실례지만 라칸이 좀······ 벗어도 되겠습니까?”
“아. 예. 뭐. 네.”
“크흠! 뭐,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나?”
말레우스와 테호의 허락이 떨어지자 라칸은 주저 없이 웃통을 벗었다.
“허어······.”
말레우스와 테호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무런 수치심도 망설임도 없이 그냥 웃통을 깠다.
그것도 아주 시원하게.
티그리스도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테호와 말레우스 앞에서 이런 추태라니.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었다.
레인로버는 아예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었다.
예전에도 이런 퀘스트를 몇 번 경험해 보긴 했지만, 그땐 궁녀들이나 단둘이 있을 때 그랬다.
그때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무시했지만, 지금은 도저히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식사 나왔······습니다.”
식당 문이 열리고 애피타이저를 들고 온 궁녀들이 라칸의 웃통 벗은 모습을 보자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한채로 음식을 날랐다.
궁녀들은 황제와 레인로버로부터 라칸이 황궁 내에서 어떤 기행을 벌이더라도 봐도 못 본 척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래서 라칸이 황궁을 팬티 차림으로 구보를 해도, 황궁 지붕 위에 올라가 늘어져 있어도, 식사할 때 나이프로 찍고 포크로 썰어먹어도 마치 돌덩어리 보듯 라칸을 쳐다봤다.
라칸의 식사 배달을 담당한 궁녀, 아델라는 프로답게 라칸의 앞에 식사를 놓았다.
“훈제 연어 샐러드입니다. 드실 때는 소스를 잘 비벼서······.”
우걱우걱-
앞에 애피타이저로 훈제 연어 샐러드가 나오자 라칸은 통째로 입안에 구겨 넣어 먹어치웠다.
아델라의 입술이 심하게 비틀렸다.
“음? 아델라. 오랜만이에요.”
“······예. 오랜만입니다.”
라칸과 아델라는 구면이었다.
예전에 라칸이 황궁에서 팬티 차림으로 고백을 했던 궁녀가 바로 아델라였기 때문이었다.
라칸의 턱을 부쉈던 아델라의 정의의 오른손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죄송한데 저만이라도 코스 요리를 빠르게 내어주실 수 있나요?”
“······예. 배가 굉장히 고프신 모양이군요.주방장님께 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아델라는 굉장히 프로답게 라칸을 배려하는 말투로 인내했다.
라칸을 그냥 노출증 환자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이었다.
아델라는 라칸의 빈 접시를 들고 나갔고, 다른 궁녀들도 퇴장했다.
“······.”
테호와 말레우스는 라칸의 기행을 보느라 아직 훈제 연어 샐러드에 입도 대지 못하고 있었다.
레인로버는 부끄러워 손을 바들바들 떨었고, 티그리스는 그냥 덤덤히 식사를 했다.
“그······ 궁금한데 정말로 그렇게 하면 포인트라는 것을 얻는 게 맞나?”
말레우스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자 라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포인트를······ 아니지. 실언을 했군.”
회귀 전의 라칸도 이런 수치심을 참아가며 퀘스트를 깬 덕분에 밀림이 황폐화되어 수인족들과 드워프들이 전멸할 위기에 처했을 때 라칸이 구해준 것이다.
“대단하군. 나라면 절대로 하지 못할 걸세.”
테호와 말레우스가 진심으로 존경의 눈빛을 보내자 라칸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아뇨.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는 걸요. 뭐.”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한 퀘스트가 있다면 언제든지 말하게. 도와줄 테니.”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똑똑-
“식사 나왔습니다.”
아델라가 크림 파스타를 라칸 앞에 내려놓자, 라칸은 뜨거운 파스타를 빠르게 입안에 밀어 넣었다.
“앗뜨거.”
“······.”
물론 말레우스와 테호는 라칸이 자신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도대체 어떤 퀘스트를 들고 올지 감도 오지 않았다.
설마 우리도 벗어달라는 건 아니겠지?
* * *
라칸은 15분 만에 코스 요리를 야무지게 다 먹어치운 후 화려하게 퇴장했다.
물론 코스 요리가 나오는 시간이 더 걸렸고, 먹는 데는 2분도 채 되지 않았다.
테호는 라칸이 떠난 문을 흘금 보며 말했다.
“그······ 참으로 대단한 청년이군요. 하하하. 안 그렇습니까?”
부끄러워 죽으려고 하는 레인로버의 표정을 풀어주기 위해 테호가 안간힘을 쓰자 말레우스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당연하지. 그 누가 저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물론 그 시스템이라는 녀석이 도대체 왜 저런 퀘스트를 주는 건지······ 큼! 아무튼 대단한 청년이긴 하지.”
테호와 말레우스의 어설픈 연기에 레인로버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언제까지 계속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처박고 있을 순 없으니까.
“이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테호는 라칸의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곧바로 눈치챘고, 다른 이야기로 말을 돌리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티그리스 경과 레인로버 황녀님께 부탁드릴 게 있다는 걸 깜박했군요.”
티그리스는 수건으로 입을 닦으며 말했다.
“편히 말씀하십시오.”
“다름이 아니라 트리니티에서 수인들도 함께 교육을 받지 않습니까? 그 어린 수인들이 황국의 교육 시스템에 적응하려면 수인측 교관들도 필요할 것 같더군요.”
테호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단번에 알아챘다.
트리니티에 입학하는 수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가족들의 품을 떠나 완전히 다른 인간의 사회에 섞여들어 사는 것이다.
그 어린 수인들의 천재성이 황국의 문화와 삶의 방식 때문에 제대로 펼쳐지지 못한다면 트리니티가 세워지는 목적이 퇴색되어 버린다.
그러니 그들이 힘들어할 때 보듬어주고 도와줄 수 있는 수인 교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레인로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습니다. 바스티얀 학교장님께서도 똑같은 걱정을 하고 계셨거든요.”
“황국 측에서도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다행입니다.”
“그럼 대장로님께서는 교관 자리를 몇 개 정도 원하십니까?”
“일단은 두 개입니다.”
“그 말은 이미 내정된 수인이 있다는 거군요?”
“네. 맞습니다. 사실 그 문제 때문인데······ 그 둘이 본격적인 교관 업무를 수행하기에 앞서서 티그리스 경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혹시 이번 학기 동안만이라도 티그리스 경의 교육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봐도 되겠습니까? 보조 교관으로 일을 하면 더 좋고요.”
티그리스는 잠시 생각을 한 뒤 입을 열었다.
“학교 측에서 문제가 없다면 저는 상관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교관으로서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있을지 잘 모르겠군요. 저도 교관직은 이제 반년이 지난 상황이라서요.”
“그래도 티그리스 경이 아니면 믿을 만한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둘 성격이 워낙······ 아니, 조금 거칠어서요.”
“흠······.”
회귀 전, 티그리스도 수인들을 겪어봐서 안다.
수인들은 굉장히 호전적이다 보니 자존심을 긁는 말을 듣거나 싸움을 걸어오는 경우 참지 않는다.
특히 전쟁 중에서는 스트레스가 극도로 올라와 있기 때문에 툭 건드리면 곧바로 싸움이 벌어졌다.
얼마나 싸움이 많이 일어났으면 수인과 인간의 막사를 반드시 구분해 설치하고 최소 300m 이격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을까?
심지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수인들과 인간들 간의 공동작전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 둘이 누구입니까?”
“네메시스와 소라입니다.”
네메시스는 티그리스가 좀 알고 있었다.
회귀 전에는 황금 기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연을 맺었고, 작전을 한두 번 같이 해본 경험이 있어 그녀의 성격과 실력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모리타의 추적 관찰 의뢰를 맡겼던 것이고.
“소라는 말레우스 님을 호위하는 고양이족 수인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맞습니까?”
말레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인명록을 봤는데 소라에 대해 적어놓은 건 거의 없더군.”
“네메시스하곤 수인족 구출 작전을 두 번 해본 경험이 있어서 연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라는 대바늘을 사용한다는 것을 제외하곤 개인적으론 아는 게 없습니다.”
“소라는 그냥 고양이 같다고 보면 되네. 혼자 알아서 놀고 가끔 갑자기 다가와서 장난치고 도망가는 그런 녀석이지. 물론 성격을 건드리면 냅다 바늘부터 던져 버리는 게 흠이긴 하지.”
티그리스는 벌써부터 골치가 아파질 것 같았다.
일반 귀족들이나 사람들이 수인들을 얼마나 하찮게 보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몇 귀족들은 수인들을 미개하다고 생각하며 자신들의 노예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놈들도 있었다.
이런 인식 때문에 황국이 수인들에 대한 이미지 개선을 위한 여론 공작을 벌이고 있긴 하지만, 네메시스와 소라가 제국 대학에서 보조 교관으로 일을 하게 되면 많은 고초를 겪게 될 것이다.
테호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티그리스 경이 가까이서 둘을 잘 가르쳐 줬으면 좋겠습니다. 둘이 인간 사회에 잘 녹아들어야 다른 어린 수인들도 잘 적응할 수 있을 테니까요.”
말레우스도 테호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소라와 네메시스는 좀 성격을 죽이는 법도 배워야 하네. 평소엔 참 괜찮은 데 수인들 문제만 나오면 회까닥해 버리니······.”
“소라는 잘 모르겠지만 네메시스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리베르 소속 수인 중 상처가 없는 수인은 없긴 하지. 하지만 교관이 되려면 인내하는 법도 배워야 하네.”
이건 생각보다 중요한 임무였다.
둘이 참교육자로서 성장하게 된다면 트리니티는 종의 갈등이 없는 순수한 교육의 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테니까.
티그리스는 부담스럽게 쳐다보는 테호의 눈빛에 어깨가 살짝 무거워졌다.
차라리 검술을 가르치라고 한다면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자로 성장을 시키는 것은 티그리스 혼자만으로는 무리였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이유 없는 비난과 시비를 둘이 참아낼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
‘음?’
그때, 티그리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굳이 둘의 성격을 통제해야 합니까?”
말레우스는 티그리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둘이 걸려오는 시비를 모두 참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그리고 참기만 하는 것은 절대로 문제 해결이 안 됩니다.”
“그렇긴 하겠지만 다른 생각이 있나?”
티그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나 있습니다. 제 기사가 되는 겁니다.”
걸려오는 시비와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참는 게 오히려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계급이자 직업.
기사.
둘이 티그리스의 기사가 되기만 한다면 굳이 그런 수모를 참을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걸려오는 시비를 참을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네메시스와 소라가 티그리스 경의 명예를 훼손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제가 감당할 일입니다. 그리고 제 기사가 된다면 합법적으로 둘을 통제할 명분이 생깁니다.”
기사는 주군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거니까.
소라와 네메시스가 티그리스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이 또 있다.
레인로버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런데 다른 기사들이 수인 출신 기사를 받아들일까요? 아예 인정을 하지 않으려 할수도 있습니다.”
“과거 페레이라 님께서 수인 출신 기사를 받아들인 적이 있습니다. 만약 인정하지 않는다면 페레이라 님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되겠죠.”
티그리스의 눈에서 스산한 기운이 돌았다.
“물론 제 기사를 인정하지 못한다면, 저도 그들을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저 말을 듣고 두려워하지 않을 기사가 누가 있을까?
말레우스와 테호도 순간 저 살기 넘치는 눈빛에 살짝 쫄아 침을 꼴깍였다.
“일단 둘이 제 기사가 되기를 원하는지 말을 들어보도록 하죠. 그리고 기사가 되기 전 기사 자격시험도 받아야 할 겁니다.”
“기사 자격시험이 있습니까?”
“그런 건 없지만 제 기준에서 기사가 될만한 자격이 있는지 테스트를 진행할 것입니다.”
“트리샤도 그 시험을 치렀었습니까?”
“트리샤는 과거 고디바 왕국의 공주였기 때문에 시험을 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예법과 기본 교양 그리고 기초 상식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테호는 뺨을 긁적였다.
“그럼 그 둘이 티그리스 경의 기준에 부합해야 기사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녀들의 명예와 제 명예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테스트입니다.”
“흐음······.”
테호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둘에게 잘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 *
다음 날, 소라와 네메시스가 티그리스의 서재에 방문했다.
네메시스는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네 기사가 되면 나한테 시비 거는 놈들을 합법적으로 다 조질 수 있다는 거지?”
“······.”
소라는 손가락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를 빨아 먹으며 말했다.
“아니야? 우린 그렇게 들었는데?”
“테호 대장로님께서 그것 외에도 말씀하신 게 있지 않나?”
“어······ 뭔 테스트를 봐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래. 그 테스트에 합격하지 않으면 기사는 물론이고 내 보조 교관도 될 수 없다. 그게 조건이다.”
네메시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 정도야 껌이지. 어떻게 하면 될까?”
“그건 트리샤와 제인이 잘 알려줄 거다.”
트리샤는 두꺼운 책 네 권을 네메시스와 소라 앞에 놓았다.
쿵-
네메시스와 소라는 그 먼지 풀풀 날리는 책들을 보며 숨을 삼켰다.
“······설마 이것들을 모두 공부해야 한다고?”
“공부라뇨.”
“역시 그건 아니······.”
“외워야 하는 겁니다.”
“······뭐?”
트리샤는 씨익 웃었다.
“한 나라의 공주로 사는 게 진짜 숨 막힌다고 늘 말했었죠? 왜 그런지 아주 잘 알려드리도록 하죠.”
네메시스와 소라는 그 악독한 미소에 털이 쭈뼛 섰다.